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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11화 (211/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11화

“또 시작이군.”

해경 중부청 소속, 1506 경비함의 함장 이상민 경감은 오늘도 단속에 저항하고자 밀집해 있는 중국 어선을 보며 짜증스러운 투로 말을 뱉어냈다.

하지만 그도 잠시, 곧 눈빛이 돌변한 그의 입에선 즉각 명령이 떨어진다.

“고속단정 띄우고 SSAT 투입해.”

우르르.

함장의 지휘에 따라 해경 특공대원들은 즉시 보트 위에 올랐다.

이내 빠른 속도로 중국 어선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향하자 함장의 입에선 또 다른 명령이 뱉어진다.

“특공대원들이 도착하기 전에 20밀리 발칸으로 조준 사격한다. 목표는 저기 중앙에 깃발을 달고 있는 어선.”

“조준 사격을 하라고요?”

명령을 받은 한경직 경위는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준 사격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함장의 의지는 단호했고, 결국 그 역시 발칸 사수를 향해 무전을 날린다.

“발포준비.”

힐끗.

끝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 듯한 경위는 발사 명령을 내리기 전 다시 한번 함장을 쳐다봤다.

곧 표정의 변화가 없는 함장의 얼굴에 다시 무전을 날리려는 차, 나지막한 함장의 읊조림이 들려온다.

“책임소재를 염려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청장님으로부터 강경 대응을 지시 받은 상태니까.”

“발포!”

한 경위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호를 보냈다.

두두두두!

기다렸다는 듯 날아가는 20밀리 탄환들.

이내 그것은 곧장 밀집해 있던 어선들을 향해 날아갔고, 조금 후 중앙부에 있던 어선 하나를 아예 분쇄해 버렸다.

“你瘋了的傢伙!”

잠시 후 저편에선 온갖 욕설과 함께 어민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말이 어민이지, 그야말로 폭력집단과 다를 바 없는 존재들.

더군다나 매번 갈고리와 도끼들을 들고 설치는 저들을 상대해 왔던 함장으로서는 속이 다 시원한 장면이었을 거다.

“결속을 풀고 있는데요?”

조준 사격의 효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마치 한 몸처럼 배를 엮어 군집을 이루던 것들이 어느새 흩어지기 시작한 것.

하지만 끝내 저항을 멈추지 않는 몇몇 놈들은 자신들을 향해 접근 중이던 고속단정을 그대로 들이 받으려 시도했고, 그때마다 함장은 20밀리를 동원하여 문제의 배를 벌집으로 만들어 버렸다.

부우웅!

“바짝 붙여!”

그사이 군집을 향해 접근한 해경 특공대원들은 제법 규모가 큰 배 한 척을 목표로 접근했다.

“不要來!”

둘러싼 녹슨 방책 안에서 갈고리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어민들.

부웅!

하지만 군으로부터 지원받은 무동력형 외골격을 장착하고 있던 그들은 여유롭게 방책을 뛰어넘어 버렸고, 이내 도끼를 든 채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고무탄을 쏘아댄다.

펑!

비록 고무탄이라 할지라도 근거리에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는 없었을 거다.

“컥!”

그걸 증명하듯 가슴을 움켜쥔 채 쓰러지는 사내들.

하지만 저항을 끝내 멈추지 않으려는 듯 달려드는 놈들의 기세는 더 거세져만 갔다.

펑펑펑!

물론 특공대원들의 손에도 사정은 없었다.

무수한 고무탄 세례와 함께 그야말로 무자비한 곤봉질까지.

얼핏 보면 그건 단속이라기보다는 복수심에 찬 대응이라고 보일 정도다.

“살려줘!”

그때, 놈들 중 하나의 입에서 어눌한 한국말이 들려왔다.

그제야 매질을 멈춘 특공대원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놈을 향해 조용히 읊조린다.

“그러니까, 저항하지 말라면 하지 말았어야지. 어디 남의 나라까지 넘어와서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는 것도 모자라서 이런 돼먹지도 못한 걸 휘둘러 휘두르기를.”

“…….”

용케 말을 알아들은 듯 사내의 표정이 핼쑥해졌다.

상관하지 않은 채 돌아선 특공대원은 부하들을 향해 명령을 내리곤 다시 고속단정으로 뛰어내린다.

“여긴 자네들이 정리해. 난 도주 중인 주동자를 잡으러 갈 테니까.”

“주동자라니요?”

부하들은 멀뚱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스윽 하고 여전히 결속 중인 어선들을 쳐다본 팀장은 턱을 앙다물며 대꾸한다.

“자네들이 보기엔 이게 단순한 어민들이라고 생각해? 이놈들, 분명 모종의 명령을 받고 난리 치는 것이 분명해. 하니 주동자를 잡아서 족쳐봐야지. 아무튼,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합류하도록 해.”

“넵.”

대원들은 재빨리 대답하곤 멀어져 가는 지휘관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마치 야차와도 같았던 상관의 모습이 생경했던 듯.

하지만 다시 서로를 돌아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딱히 이해 못할 바는 아니라는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오늘따라 팀장님이 좀 달라 보이네. 얼마 전 사고를 당한 황 경위님이 팀장님의 친구라는 소문이 있더니 그게 사실인 모양인데?”

“글쎄, 나도 소문으로만 들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 태도만 봐선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아.”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대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멀어지는 고속단정을 향해 시선을 줬다.

어느새 도주 중인 어선을 붙잡고 진압 중인 팀장의 모습.

다소 감정이 실려 있기는 해도 누구 하나 그걸 뭐라 할 수는 없을 듯 보였다.

“하긴, 수백 차례나 경고를 했음에도 그걸 무시하고 넘어온 건 이 무식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니까. 게다가 가족이나 다름없는 친구가 그렇듯 어이없는 죽음을 맞았다면 나 같아도 눈이 돌아가지.”

“그건 둘째 치고, 한번 이렇게 제대로 혼쭐이 나 봐야 이놈들도 다시는 무기까지 들고 설치지는 못하겠지.”

두 대원들은 짧은 대화를 끝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놈들을 향해 다가갔다.

찔끔!

이제야 상황파악이 끝난 걸까, 놈들은 하나 같이 몸을 떨며 대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린다.

***

“네, 오늘은 꼭 들르려고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가 않게 됐습니다.”

김 비서의 보고가 있고 난 후.

집으로 향하던 난 다급한 청와대의 호출을 받아 방향을 틀어야만 했다.

그 탓에 한차례 부모님의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상황 자체가 그렇게 흘러 버린 것을 어쩌겠는가.

뭐 꼭 그게 아니라도 이렇듯 큰 사건이 벌어진 상황이면 아마 결과가 딱히 달라지지는 않았을 거다.

끼익!

“오랜만입니다, 진 회장님.”

도착한 청와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회의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 유독 눈에 뜨인 것은 해경청장.

청와대 출입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던 건지 그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새해부터 이렇게 모이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조금 후 회의실에 도착한 대통령의 얼굴은 그다지 어둡지는 않았다.

아니 어찌 보면 후련함이 엿보이는 표정.

이로써 난 이번 발포사건이 청와대의 암묵적인 동의의 결과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진 회장님께는 사전 설명을 좀 해 드려야겠죠?”

자리에 착석한 대통령은 다짜고짜 나를 지목하며 말했다.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하자 그가 옅은 미소와 함께 말을 잇는다.

“실은 지난번 중국 어민들에 의한 해경 피살 사건 이후 정부는 차후 불법 조업 어선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했었습니다. 문제는 그 결과가 좀 심하게 드러나 버린 거죠.”

대통령은 말끝에 힐끗 해경청장을 쳐다봤다.

칭찬도 비난도 아닌,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눈빛.

정작 자신이 강경 대응을 주문하기는 했어도 그게 정말로 현실이 되어 버리자 난감해하는 느낌?

덕분에 애꿎은 해경청장만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있다.

“중국에선 뭐라고 합니까.”

난 그게 가장 궁금했다.

진압과정이 워낙 격하다 보니 무려 다섯에 달하는 사상자가 나온 상황.

중국 지도부로서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자국 어민들의 향후 입지를 생각해서라도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 분명하거든.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의 고개가 슬금슬금 가로저어진다.

“중국이야 당연히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고 있죠. 조금 전 서해로 구축함까지 파견한 모양이더군요.”

“구축함을 출격시켰다고요?”

듣고 있자니 일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흘러간다 싶었다.

보통의 경우엔 비난 성명과 후속 대책을 먼저 요구하는 쪽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 정상.

좀 심하다 해도 기껏 해경선을 출격시켜 대치하는 것이 정상이고.

한데 그걸 배제하고 곧장 실력 행사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어지간히 열이 받았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흠…… 그럼 우리는 어쩌실 생각입니까?”

그럼 이제부터는 우리의 태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거다.

여기서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느냐, 아니면 우리 역시 강경 대응으로 나서느냐.

뭐 대통령의 성향을 보면 첫 번째 방법은 그리 가능성이 없을 듯하다.

“우리 역시 해군에 비상령을 내린 상황입니다.”

예상은 빗겨나가지 않았다.

쯧, 그럼 결국 한동안은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되는 건가?

“그럼 자칫 해군끼리의 충돌 상황에 대비를 해야겠군요.”

“그래야겠죠.”

대통령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강경대처를 주장했다곤 해도 자칫하면 이건 국지전으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을 상황.

마음이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거다.

“상황이 그렇게까지 최악으로 흘러가지 않게 만들기 위해선 중국이 물러설 길을 열어줘야겠군요.”

난 그 시점에 넌지시 말을 뱉어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어 쳐다보는 시선들.

웃으며 말을 이었다.

“중국도 체면이 있지. 막상 칼까지 뽑은 마당에 그냥 물러서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무작정 대치만 하다가 우발적 충돌까지 발생하게 둘 수는 없으니 그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좀 마련해 보자는 거죠.”

사람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곧 의견들을 입에 올리려는 차.

대통령이 다시 툭하고 말을 던졌다.

“문제는 저들의 구축함 파견이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시진핑에 의해 내려진 결정이라는 겁니다. 즉, 어지간한 이유로는 그가 자존심을 쉽게 접을 것 같지는 않다는 거죠.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되고.”

“흠…….”

난 그 말에 한참을 고민해 봤다.

하필이면 중국 내부의 정치 상황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

그 탓에 중국이 쉽게 물러설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해졌는데, 그렇다고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가 먼저 고개를 숙일 수는 없다.

하면 결국엔 방법은 하나뿐인가?

결국 더러워서라도 자존심을 꺾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 주는 것.

“죄송하지만 저와 잠시 둘만의 시간을 좀 내주시겠습니까?”

대통령은 뜬금없이 뱉어진 내 요구에 잠시 눈을 끔뻑였다.

하지만 곧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주변에 양해를 구하곤 나를 향해 손짓 했고, 우린 즉시 회의실 옆에 있던 별실로 향했다.

“무슨 말이기에 둘만의 대화를 청하시는 겁니까.”

“다른 것이 아니라, 이곳에 도착하기 전 리암 회장으로부터 소식을 하나 전해 들었습니다.”

“…….”

“백악관에서 고스트 이글의 대외판매에 대해 관여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더군요.”

“아! 그 소식이라면 나도 들었습니다. 미 공군이 정식으로 고스트 이글을 도입하겠다는 것도. 해서 나 역시 조만간 의회에 안건을 상정할 생각이었죠.”

“벌써요?”

소식이 벌써 전해진 것은 둘째 치고, 난 대통령의 빠른 결정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가 같은 대처.

아마 그동안 말은 안 했어도 그 역시 고스트 이글의 수출 문제에 있어서는 꽤 기대를 가졌었던 모양이다.

“그런 눈으로 보실 것 없습니다. 솔직히 그 정도 물량의 수출이라면 고민하는 것이 바보 아닙니까? 게다가 다운그레이드는 물론 주요 부품에 대한 봉인까지 이루어지는 상황이면 더더욱. 하니 미리 정부 부처들은 물론 의회와의 협의를 끝내 놔야 재우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 아닙니까.”

“…….”

“그건 그렇고, 이 상황에서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꺼낸 겁니까?”

난 이어진 그의 질문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때마침 우리가 들어선 별실엔 세계지도가 벽에 붙어 있던 상태.

즉시 다가서선 대만을 콕 집어 보였다.

“고스트 이글의 대외수출이 허용된 상황이라면 대만에 수출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죠. 그걸 카드로 쓰자는 겁니다.”

“…….”

대통령은 그 말에 툭 하고 턱을 떨어트렸다.

뭔가 오해가 있다 싶은 마음에 난 즉시 구체적인 설명을 이었다.

“그렇다고 정말로 수출을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대만 내에도 중국의 스파이들이 득시글 한 마당에 고스트 이글 같은 전략 무기를 수출할 수는 없죠. 해서 단지 허풍을 좀 떨자는 겁니다. 만약 물러서지 않으면 향후 대만을 상대로 한 우리의 모든 무기 판매를 고려하겠다고.”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경우 중국과는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안 그래도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을 상대로…… 쉽게 말해서 당장은 몰라도 차후엔 외교적으로 더 틀어질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어차피 중국과는 이제 우호적인 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겉으로야 웃으며 대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의 적이 된 것은 확실하죠.”

“…….”

“하니 이젠 저들에게 확실하게 인식을 시켜줘야 합니다. 이 나라는 절대로 그들 따위가 우습게 볼 수 있는 나라가 아님을, 그래야 차후 시진핑이 권력을 잡은 이후에도 우리가 골머리를 덜 썩을 겁니다.”

대통령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시진핑이 뭘 어쨌기에 하는 듯한 눈빛.

그렇다고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입에 올릴 수는 없는 일.

결국 어물쩍 말을 돌려버렸다.

“제가 취득한 정보에 의하면 시진핑은 차후 주석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그가 극단적인 중화 중심주의에 심취한 존재라는 거죠. 그 상황에서 우리가 만만해 보이면 그는 반드시 우릴 잡아먹으려 들 겁니다. 그때 가서 후회하느니 이참에 우리가 먼저 그 생각의 싹을 밟아 놓자는 거죠.”

“…….”

“참고로 전 최악의 경우 실제로 중국을 적대시하는 국가들에 우리 무기들을 일부 수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기술 유출의 가능성이 없는 나라만을 상대로 해야 할 테고, 또 대통령님의 결단도 뒤따라야 하겠지만요.”

대통령의 눈빛은 크게 흔들렸다.

지나치게 앞서갔나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내가 그동안 잊고 있었군요.”

“…….”

“진 회장님이 얼마나 미친 사람인지. 아! 그 미쳤다는 표현은 긍정적인 의미니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마세요.”

난 그 말에 헛웃음을 뱉어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한참을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던 그가 넌지시 되물었다.

“그래도 만약 중국이 철수하지 않으면, 그땐 어쩝니까.”

“그땐…… 어쩔 수 없죠. 정말로 힘의 우위를 보여주는 수밖에. 그러려고 여태 국방력을 키워 온 것 아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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