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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08화 (20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08화

“그 정도로 효과가 있는 EMP라면 대체 영향 반경이 얼마나 되어야 한다는 거야?”

되돌아온 성호의 질문에 잠시 먼 바다를 쳐다봤다.

글쎄, 전략 급을 논하려면 대체 얼마 정도의 유효 반경을 가져야 할까.

다른 걸 떠나서 초기에 적의 각종 전력들을 무력화할 수준이라면…….

“최소 반경 40킬로미터급 정도?”

“미친! 미국도 아직 7킬로미터 급을 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놈의 반응이 격한 것은 당연했다.

지금은 둘째 치고, 내가 회귀 전에도 미국의 비핵 EMP 유효 반경은 9킬로미터를 채 넘지 못했고, 꼴에 그쪽 방면으로는 나름 기술력을 가졌다던 북한도 4킬로미터 급을 넘지 못했으니까.

한때 러시아가 28킬로미터 급의 EMP 확산 기술을 가졌다는 소문이 돌기는 했지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설에 불과했을 뿐이었고.

대부분이 10킬로미터 급을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일 거다.

“미국이 이루지 못했다 해서 우리도 못한다는 편견은 이제 좀 버려.”

그건 괜한 자신감에서만 뱉어낸 말이 아니었다.

이미 그동안의 지속적인 각종 소재개발 연구로 인해서 우린 이미 핵무기 폭약렌즈보다 더 만들기 어렵다는 비핵 EMP 폭약렌즈 기술을 보유 중이며, 내열 자켓 설계기술도 이미 확보. 또한 초강력 자기장 발생을 위해 고온 초전도체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으니까.

쉽게 말해서 비핵 EMP의 핵심기술을 대부분 보유 중인 마당에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체 무슨 자신감이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할 이유가 없지. 그동안 우리 연구원들이 해온 노력이 얼마인데.”

“어이구, 그걸 알기는 하세요? 그럼 너, 나는 몰라도 희원이 놈에게는 절이라도 해야 할 거다. 솔직히 친구니까 여태 참아왔지. 누가 네 밑에서 이런 식으로 10년이나 버티고 있겠냐. 그것도 영혼까지 갈아가면서.”

“흠흠.”

그 부분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이 없어 헛기침만 뱉어냈다.

하긴, 생각해보면 희원이 놈이야말로 나에게 있어선 둘도 없는 은인이나 다름없지.

회귀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뭐 비록 회귀 전과는 달리 지금은 진현승으로서 놈과 우정과 열정을 나누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양쪽 세상 모두 나라는 존재가 놈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

나로선 놈에게 보답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언제 시간 한번 내서 저녁이나 먹자. 안 그래도 너희들에게는 따로 보상이라도 좀 해주고 싶었으니까.”

“보상은 무슨. 우리도 어차피 다 월급 받아가면서 하는 일인 마당에.”

성호 놈의 눈빛은 말투와는 달리 기대감이 가득했다.

안 그래도 이런 날이 있으리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던 상태.

난 즉시 저편에서 대기 중이던 김 비서를 향해 전화를 걸었고, 조금 후 그녀는 내가 늘 차량에 준비하고 다녔던 서류봉투를 꺼내어 달려왔다.

“안타깝게도 희원이 놈은 이 자리에 없으니 우선 너라도 받아.”

그녀에게서 받은 봉투는 다시 성호 놈에게로 건너갔다.

멀뚱한 얼굴로 나와 봉투를 번갈아 쳐다보던 성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다.

“이게 뭔데?”

“네가 신보다 더 위대해졌다는 증거.”

“…….”

“요즘엔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면서.”

짧은 말을 끝으로 돌아섰다.

뒤편에서 부산스레 봉투를 만지작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놈이 헛! 하고 헛바람을 들이켠다.

“야! 아, 아니 회장님.”

이후 재빨리 나를 따라잡은 놈의 눈엔 감격스러움이 절절 묻어나왔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저건 고작 몇 층에 불과한, 이름만 건물인 것이 아니거든.

강남 한복판에 있는. 그것도 제법 층수가 되는 건물들의 소유권 이전 등기서니까.

아마 놈의 입장에선 이게 웬 미친 짓인가 싶었을 거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홀딩스의 지분이라도 나눠주고 싶다만 그건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난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지나가듯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부분에 있어선 영 어색함을 떨쳐내기가 힘들었기에.

그때, 놈이 턱 하고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이거 정말로 받아도 되는 거냐?”

“그야 물론.”

난 다시 웃으며 돌아서려 했다.

덥석!

순간 다시 내 소매 깃을 붙잡은 성호는 한껏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증여세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이면 설사 내 몸을 팔아도 세금을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아, 이런 상큼한 친구 새끼 같으니.

***

“반경 40킬로미터 급이라…… 이건 한마디로 우리보고 또 죽어나가라는 소리군.”

며칠 후, 나와 성호. 그리고 희원은 재우 연구소에서 본격적인 EMP 개발 회의를 시작했다.

우스운 것은 희원의 태도였는데, 막상 입으로는 불평을 토하고 있으면서도 눈은 웃고 있다는 거다.

회의 시작 전, 한때 성호 놈에게 건네줬던 것과 같은 종류의 봉투를 받은 이후부터.

“너희들도 알다시피 전략 급 규모의 임펄스 파를 방출하는 것에 최적화된 것은 원래 핵폭발이야.”

“이건 또 웬 기초과학 강론이야. 아무리 전공이 아니라곤 해도 우리가 그 정도도 모를까 봐?”

넌지시 말을 꺼내자 희원이 눈을 흘기며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웃고 있는 눈.

역시나 돈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는 순간이다.

“모를까 봐 하는 말이 아니라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의 핵심을 제대로 캐치하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야. 비록 너희들이 직접 연구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라도 지휘를 하려면 알아야 할 부분은 알아두라는 의미에서.”

“흠흠. 미안.”

“아무튼, 그런 쉬운 방법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린 그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어. 다른 걸 떠나서 우린 핵 개발을 할 수가 없는 국가니까.”

“…….”

“하면 차선책으로 그 정도의 임펄스 파를 방출할 만한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고폭 화약으로 자기장을 순식간에 고밀도로 압축해서 막대한 전력을 발생하는 방식이 유일한 대안이야.”

“그런 거야?”

듣고 있던 성호 놈이 뒤편을 돌아보며 물었다.

정확히는 회의에 참석한 관련 연구원들을.

슬쩍 그들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나서야 놈이 다시 나를 향해 되묻는다.

“아무튼, 그래서?”

“그래서 우린 꽤 개발해야 할 것이 많다는 거지. 예를 들면 자석압축 발전기 같은.”

“자석압축 발전기라면 핵 기폭장치에 쓰이는 것 말이야?”

“맞아, 때문에 미국이나 러시아가 그 분야에 있어선 독보적이지.”

“젠장, 결국 핵보유국들은 그 부분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거잖아.”

성호는 내심 불만이라는 투로 말했다.

넌지시 웃음을 뱉어낸 채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아. 문제는 그들이 가진 기술력으로 만들어낸 폭발력에 의해 발생하는 임펄스의 수준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성호 너에겐 밝히지 않았지만 솔직히 비핵 임펄스 생성 기술은 우리가 더 유리해.”

“그건 현승이, 아니 회장님 말이 맞아.”

말을 뱉어낸 순간 희원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성호의 시선은 즉시 희원에게로 향했고, 시선을 받은 희원은 한껏 거만한 태도로 다시 말을 이었다.

“미국이나 러시아는 임펄스 파 방출을 위해 콤포지션 C형이나 B형을 폭발물로 사용해. 또는 PBX 같은 복합 화약을 사용하기도 하고. 하지만 우린. 아니 여기 계신 회장님께서는 오래전부터 그것들을 대신하여 HMX와 RDX 계열 폭약을 자석압축발전기술을 확보했어.”

“…….”

“그 결과 지금은 꽤 많은. 아니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폭약굴절 렌즈원리와 폭발 데이터를 확보했지. 그에 더해서 우린 고온 초전도를 이용하여 파장의 확산을 넓히는 기술을 연구 중인데, 그것도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거야.”

“고온 초전도?”

“그래, 초강력 자기장을 제어하는 것에 초전도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거든. 뭐 자세한 것들은 네 수준에선 말해봐야 알아들을 리가 없을 테니 생략하겠다.”

성호는 이죽거리며 뱉어진 희원의 마지막 말에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그 시점에 슬쩍 끼어든 난 다시 성호 놈을 향해 설명을 이었다.

“희원이의 주장은 결국 EMP 개발에 있어서 임펄스의 생성만이 아니라 확산속도와 그 규모 역시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거야. 해서 난 지난 10년에 걸쳐 연구한 끝에 고온 초전도 분야에서 답을 찾았다는 것이고. 물론 그게 아직은 산업계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이룰 정도의 수준은 아니야. 그래도 얼마 안 있으면 최소한 비핵 EMP에서만큼은 충분히 사용 가능한 수준까지는 곧 도달할 거야.”

“난 당최…….”

“다 재껴 두고, 반경 40킬로 급 확산 능력을 가진 EMP탄의 개발이 우리에겐 꿈만은 아니라는 것만 인지하고 있으면 된다는 소리야.”

난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성호 놈을 향해 선포하듯 말했다.

아니 뒤편에 주르륵 앉아서 회의를 지켜보고 있던 연구원들 전체를 향해.

워낙 분업화된 연구 시스템으로 인해서 자신의 연구 분야가 어디에 쓰이는 지도 모르고 있던 그들로서는 꽤 충격적인 선언이었을 터.

예상처럼 이후 곳곳에선 수군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참고로…….”

난 그 시점에 연구원들을 돌아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쏘아지는 시선에서 뭔가 불길한 예감을 받은 걸까, 눈이 마주친 연구원들 대부분이 찔끔 하고 몸을 떤다.

“여러분들은 이 시간 이후부터 이 연구소의 누구보다 철저한 감시와 사생활 보호를 받을 겁니다. 프로젝트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으니까.”

“…….”

순간 곳곳에서 침을 삼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간혹 절망적인 시선을 보내는 연구원들은 대부분이 이미 이런 유형의 경험을 몇 번이고 했었던 존재들.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

“대신 보상은 확실하게 돌아갈 겁니다.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그 말에 연구원들의 눈빛이 조금은 되살아났다.

하긴 내 입에서 ‘상상 이상’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었던 것은 처음이니까.

하지만 그건 빈 말이 아니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경우 우린 핵에 버금가는 전략 무기를 손에 넣게 되는 상황.

그 정도 보상이야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40킬로미터 급이면 전략무기로서는 충분하지만 전술적으로는 좀 애매하지 않을까? 특히나 지하에 주로 처박혀 있는 북한 지휘부들을 생각하면.”

그때, 희원이 제법 핵심이 될 만한 말을 하나 던졌다.

나 역시 그 점을 언급하려던 차.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선 회의용 보드를 향해 걸어갔다.

“맞아, 공중에서 터지는 EMP들은 지하 깊숙한 곳에 마련되어 있는 벙커나 차폐시설이 갖춰진 곳까지는 영향을 줄 수가 없을 가능성이 크지. 해서 단순히 40킬로미터 급의 전략탄만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야.”

“그럼?”

“핵에도 전략핵이 있고 전술핵이 있듯이 EMP 역시도 급을 나누어 개발할 생각이다. 해서 유효 반경이 적은 것들의 경우 관통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에 탑재하여 지하에서 터지는 것이 가능하게끔. 그 경우, 아무리 차폐시설이 잘 되어 있다 해도 무용지물이 될 거야.”

“…….”

희원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후 이어진 회의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개발업무 분담을 비롯한 보안대책에 대한 토론이 계속됐고, 어느덧 시간이 점심을 훌쩍 넘겼을 때쯤에야 우린 잠시간의 휴식을 가지기로 했다.

“참, 그 친구는 어떻게 됐어?”

연구원들 대부분이 휴식을 위해 회의장을 빠져나갔을 때쯤 난 슬그머니 희원을 향해 물었다.

무얼 의미하는지 눈치챈 걸까, 놈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문을 잠갔고, 영문을 모르는 성호 놈은 눈을 끔뻑이며 우릴 쳐다본다.

“뭔데 그렇게 조심스러운 거야?”

“아 그게…….”

희원은 잠시 뜸을 들였다.

하지만 막상 내 고개가 끄덕여지자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전에 현승이의 지시로 연구소의 보안 상태 점검을 하던 와중에 우리 연구원 중 하나가 중국 출신 유학생을 애인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거든. 그래서 파면 조치한 이후 쭉 감시 중이었는데, 그걸 말하는 거야.”

“그건 잘 했네. 요즘 미국은 물론 우리 기업들도 중국공산당의 지원을 받는 학생들의 기술 유출 문제로 난리도 아니잖아. 그런데 파면 조치를 했으면 됐지 따로 감시는 왜 하는 거야?”

성호는 그 부분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 힐끗 나를 향해 시선을 준 희원은 내 고개가 끄덕여지고 나서야 성호를 향해 설명을 이었다.

“현승이는 그 연구원의 애인이 정말로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거든. 해서 그녀를 좀 이용해 볼 생각인 것 같아.”

“……이용한다고?”

그 말에 성호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마침 갑갑했던 타이를 잠시 풀어 헤친 난 놈을 향해 손사래를 치곤 다시 희원을 쳐다봤다.

“궁금한 것은 좀 이따가 풀어줄 테니 기다려. 아무튼, 어떻게 됐어?”

희원은 그 질문에 퍼뜩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이내 끄덕여지는 그의 고개.

그건 곧 일이 성공했음을 의미하는 거였다.

“그 연구원도 참 안타까운 친구야. 고작 여자에게 빠져서 결국은 그런 선택을 하다니…….”

“그 말인 즉, 우리가 던져준 미끼를 물었다는 거야?”

“물었다 뿐이겠어?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그걸 덥석 제 중국 애인에게 가져다 바쳤다더라.”

“그래서?”

“당연히 감시 중이던 국정원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지. 해서 지금 조사 중인 상태야.”

난 그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 연구원이 그런 최악의 선택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싶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내 짐작은 맞아 들어간 상황.

곧장 국정원장과의 통화를 시도하곤 그녀의 체포 소식을 당분간은 비밀로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야! 대체 그게 다 무슨 말이냐고.”

내내 참고 있던 성호 놈은 내가 통화를 마치자마자 소리쳤다.

더 미뤘다간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였던 터라 차분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함정을 팠다고?”

“함정이라기보다는 그 연구원에게 기회를 준 거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복직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었거든. 뭐 그래 봐야 핵심 연구 분야에서 제외되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법적인 반려자도 아닌, 단순히 애인 때문에 파면까지 된 것은 억울할 수도 있으니까.”

“뭐 그거야…… 한데 그 중국 여인을 놓치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그럼 기술만 고스란히 유출되는 거잖아.”

설명을 들은 성호는 기가 찬다는 듯 되물었다.

“설사 놓친다고 했어도 상관없어. 그 연구원에게 건너간 자료들은 사실 양만 방대하지 죄다 엉터리 자료들이었으니까. 우리 희원이가 또 그런 건 잘하잖아. 거짓을 교묘하게 진실처럼 꾸미는 잔머리가 예술이랄까?”

“고럼. 내가 그런 얄팍한 짓거리에는 또 일가견이 있…… 뭐냐, 듣다 보니 그거 기분 나쁜데?”

쯧쯧,

성호는 오가는 나와 희원의 대화를 들으며 혀를 찼다.

무엇이 떠오른 걸까, 이내 나를 휙 하고 쳐다본 놈이 다시 묻는다.

“그런데 그걸 왜 비밀로 해? 안 그래도 지금 각 기업들이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문제로 얼마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지 몰라? 잡았으면 실컷 언론에 떠들어야 국민들도 경각심을 좀 갖지.”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난 단순히 경각심을 고조시키는 용도로 활용하려고 그런 짓을 한 것은 아니야.”

난 놈의 어깨를 툭 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주린 배를 채울 것을 권유하며 회의장을 빠져나왔고, 여전히 뒤가 꺼림칙한 듯 성호 놈은 연신 궁시렁대며 우릴 뒤쫓았다.

“뭐지?”

막 연구소를 빠져 나올 무렵, 로비에 연구원들이 몰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싶은 마음에 다가서자 그들이 뱉어내는 말들이 귀에 들어온다.

“결국엔 사고를 치네.”

“그러게. 언젠가는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지. 그나저나 죽은 해경만 불쌍해서 어쩌나…… 아니 저 미친놈들은 왜 남의 수역에서 불법 조업이나 하는 주제에 도끼를 들고 설쳐 설치기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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