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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07화 (20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07화

끼익!

리암이 한국으로 입국한 것은 미 국무부 장관과 일본과의 회담 결과가 발표된 이튿날이었다.

VIP 전용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온 그는 즉시 내가 동원한 경호 인력들에게 둘러 싸였고, 곧 준비된 방탄 차량에 올랐다.

[너무 눈에 뜨이는 것 아닙니까? 여긴 미국처럼 나를 노리는 자들이 많은 것도 아닌데.]

리암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경호 인력을 동원한 나를 웃으며 쳐다봤다.

딱히 전에 받았던 대접에 대한 보답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고.

좀 번거롭기는 해도 이편이 나로서는 안심이 되기에 한 조치일 뿐이다.

[곧장 호텔로 가십니까?]

[일단은 그래야겠죠. 일본에서 출발한 국무부 팀이 도착하는 오후까지는 진 회장님과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웃으며 말하곤 차에 오르는 그의 표정은 꽤 할 말이 많은 듯한 눈치였다.

특히나 눈가에 진 그늘을 보면 아무래도 내 짐작이 틀리지는 않은 듯한 느낌이다.

현 미국 정권과 리암의 불화.

그게 본격화 되었다는 것이.

[한국 언론들도 난리가 아니더군요.]

차량에 오른 그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미국을 향해 부정적인 논조를 쏟아내고 있는 이 나라 언론에 대한 우려였다.

하긴, 여태 한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였던 것이 바로 그 자신.

한데 그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든 탑이 무너져 가고 있는 상황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을 거다.

[난리가 날 수밖에요. 다른 것도 아닌 F-22의 일본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로서는 꽤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일이니까요. 들으셨다면 아시겠지만, 현재는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라크에서의 우리 군 철군 주장까지도 튀어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점은 오해가 있습니다.]

[…….]

왠지 심상치 않은 투였던 터라 가만히 쳐다봤다.

무엇이 그리 탐탁지 않았던 걸까, 그는 긴 한숨과 함께 갑자기 일본 관료들을 향한 불평을 토해낸다.

[알고는 있었지만, 일본인들은 참 자기 마음대로 모든 일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요.]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번에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F-22의 판매가 허용됐지 않습니까. 해서 일본이 그걸 빌미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거죠.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한 시정요청을 해 둔 상태니 조만간 정정 보도가 나올 겁니다.]

[언론플레이요?]

[쉽게 말해서 자신들에게도 문을 열어달라는 우회적인 압박이죠. 자국의 언론을 동원하여 분위기를 잔뜩 띄워 놓으면 우리가 차마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멍청한 생각.]

[그 말인 즉, 결국 미국에서는 일본에 F22를 판매할 의사가 없다는 겁니까?]

리암은 그 질문에 잠시 우물쭈물했다.

내내 부정적인 투였다간 이건 또 무슨 답답한 태도인가 싶어 눈매를 뒤틀자 그가 다시 말을 잇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행정부와 의회 내의 분위기는 반반입니다. 현 미국 정부 내에 워낙 친일 성향이 강한 자들이 많아서…….]

[…….]

그래, 그게 바로 내가 우려하는 점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치밀하게 미국 정치권과 사회를 침투한 일본 우익들의 자금.

그로 인해 현재는 꽤 많은 친일 세력들이 미국 정치권 내에 존재한다는 것.

[그렇다 해도 너무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친일 성향이 강하다고는 해도 결국엔 미국의 관료들입니다. 그런 어설픈 일본의 수작에 순순히 넘어가 갈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길 바라지만 일본 관료들도 나름 머리가 영 깡통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죠.]

리암은 그건 또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슬쩍 입술을 짓씹곤 마침 스쳐 갔었던 생각을 뱉어냈다.

[저들의 언론플레이가 아주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

그는 여전히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마침 차 안에 있던 고스트 이글의 모형을 손에 든 채 다시 설명을 이었다.

[전투기 생산라인은 한번 폐쇄하면 복구하는 것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

[그런데 이미 F22의 생산라인은 폐쇄되었고, 이스라엘에 F22를 판매하려면 그걸 다시 되살려야 하는데, 그 경우 생산 단가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죠.]

[그렇…… 겠죠.]

[한데 일본마저 도입을 하게 되는 경우, 그 증가되는 비용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가 있지 않습니까. 일본은 지금 그걸 노리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겁니다.]

[…….]

리암은 그제야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하지만 곧 뱉어내는 헛웃음.

뭔가 있다 싶어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렇다 해도 일본 판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겁니다.]

[…….]

[다른 걸 떠나서 내가 적극적으로 막을 테니까. 만약 그렇게 되면 한국과의 관계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될 텐데, 그걸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소.]

순간 스친 그의 눈빛에서는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

하긴, 그의 입장에선 이제껏 쌓아온 한미관계를 그렇듯 쉽게 무너트릴 수는 없겠지.

난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 해도 노키드로서는 조금 아쉬워 할 텐데요?]

[아니 그들이 아쉬울 일은 없습니다, 어차피 그들은 일본을 상대로 챙길 것은 챙길 테니까.]

[…….]

[일본의 자체 5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 말입니다. 일본의 능력으로 그게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결국 F2 전투기의 경우처럼 미국의 기술협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하면 노키드로서는…….]

그 말에 절로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저건 한마디로 말해서 일본을 또 한 번 벗겨 먹겠다는 뜻이거든.

일본이 F2의 개발 과정에서 미국에게 단물만 쏙 빨렸던 것처럼.

막상 그 말을 듣고 나니 왠지 일본이 조금은 불쌍해…….

아니, 불쌍해지기는 개뿔.

오히려 속이 다 시원한 일이지.

[그나저나 중국 문제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홀로 이죽거리던 와중 리암이 화두를 돌렸다.

사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문제.

난 슬쩍 운전석과의 방음 상태를 한번 확인하곤 말을 뱉어냈다.

[우리 정부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상황이니만큼 중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야 당연한 일이긴 한데…….]

리암의 대꾸는 왠지 시원치가 않았다.

설마 하는 생각에 쳐다보자 그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잇는다.

[문제는 현재 우리 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세력들 중에 중국을 향한 제재를 반대하는 세력이 지나치게 많다는 겁니다.]

[…….]

[당장 중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경제인들 말이오. 그들 입장에선 중국을 향한 제재가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지 않겠소?]

[그렇겠죠. 미 정부가 이 시점에 중국을 제재하게 되면 그건 전면적인 경제전쟁에 돌입하게 되는 거니까요.]

[맞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들로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거죠.]

사실 역사적으로도 그 점이 미국 정권이 저지른 최악의 패착이다.

단지 꿀을 빠는 것에 취해서 어지간한 일로는 중국을 건드릴 생각 자체를 안 했다는 것.

하지만 이런 중대한 증거까지 뭉갤 정도라면 그건 심각한 상황 아닌가?

이러면 자칫 역사에 비해 중국의 간을 더 키워주는 꼴인데.

그 결과가 어떨지는 과연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건가?

‘아니, 생각을 하고 있다면 미국이 저런 태도를 보일 리가 없겠지.’

이럴 땐 정말 역사를 줄줄이 읊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빌어먹을! 너희들 이대로 중국을 그냥 두면 미래엔 그게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거라고.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지금 중국을 확실하게 무너트리지 않으면 미래는 없습니다.]

[누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앞서 말했듯 꿀에 취해 있는 자들이 현 정권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선 제재만큼은 최대한 피할 겁니다. 아니, 그 증거를 빌미로 몰래 뒷거래를 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절로 침음성이 새어 나왔다.

결국 저들의 방문 목적은 그거였나 싶은 마음에.

만약 그게 목적이라면 동영상과 증거자료들은 절대로 저들에게 넘어가면 안 된다.

‘하지만 무슨 수로…… 가만.’

고민이 깊어지던 와중 불현듯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지금 미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집단들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존재들이 있다면.

정작 그들은 중국을 제재하는 것이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앞서 나서지 않을까 싶은.

[미국의 금융 세력들에게 중국 시장은 꽤 먹음직한 곳이겠죠?]

생각은 곧장 말로 튀어 나갔다.

리암은 눈을 끔뻑이며 나를 쳐다봤고, 어느새 차량은 호텔로 들어서고 있는 상황.

난 잠시 차량을 멈춰 세운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오?]

[만약 중국의 금융시장이 전면개방 된다면 미 금융가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냐는 겁니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니겠소? 하지만 중국의 극렬한 저항으로 인해서 아직은…….]

리암은 말끝을 흐리곤 눈을 부릅떴다.

이내 확 표정을 밝힌 그는 재빨리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한다.

[미 금융가들을 이용하여 중국을 제재하도록 정부를 압박하자는 겁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제재를 푸는 유일한 조건을 금융개방으로 못 박는 겁니다. 하면 금융가들로서는 적극 나서게 될 명분이 주어지고, 그들의 힘이라면 미 정부가 생각을 바꾸기엔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

[솔직히 제재가 이루어지면 중국의 금융개방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테러지원국 지정은 아무리 중국이라도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니까요. 특히나 무역과 투자. 그리고 금융거래 제재는 공산당의 입장에선 재앙입니다. 심할 경우 중국 정부 내의 권력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을 정도로.]

[하지만 제재가 가해지면 피해를 보는 것은 중국만은 아니오. 중국과의 교역 관계에 있는 모든 국가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는 겁니다. 실은 그 때문에 더 미 정부가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것 모릅니까?]

[물론 국제교역에 있어 문제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그건 인도라는 대안이 없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은 그거였다.

전과는 달리 이 시대의 인도는 중국만큼 거대한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대안이 아주 없다면 모를까, 그게 아닌 상황에서는 중국의 제재로 인해 전 세계가 패닉에 빠질 정도는 아닐 거다.

[결국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협상에 나설 것이다?]

[그렇죠. 인도 역시 전통적으로는 중국과 적대적인 국가인데 그들의 무한한 성장은 부담스러울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금융을 개방한다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스스로의 목에 줄을 채우는 꼴이 될 겁니다. 그걸 알고도 그들이 과연 협상에 응할까요?]

[솔직히 확률은 반반입니다. 아니, 일단은 버틸 확률이 농후하죠.]

[…….]

[하지만 일단은 제재를 이끌어내는 것에는 성공하는 겁니다. 그리고 일단 제재가 시작되면 중국의 힘을 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회장님이나 내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 점이죠.]

리암은 마른침을 삼켰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한참을 중얼 거리던 그는 휙 하고 나를 쳐다봤다.

[확실히 금융가들에게는 끌리는 일이기는 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진 회장에게는 대체 무슨 이익이 있기에 이렇듯 제재에 매달리는 겁니까.]

난 그 질문에 잠시 심호흡을 했다.

[저야, 아니 우리나라로서야 불량한 이웃 국가의 힘을 빼놓는 것이 미래를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니까요.]

[…….]

[게다가 중국의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이익을 보는 것은 미국의 금융가들만은 아닙니다. 제가 미국 내에 얼마나 많은 금융 관련 투자를 하고 있는지는 회장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실 텐데요?]

***

[오늘 오전 백악관은 중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리암이 동원한 미 금융가들의 압력을 못 이긴 미 정부는 결국 중국을 향한 제재를 시작했다.

중국으로서야 당연히 발뺌을 했지만 명확한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제재동참은 이어졌고, 그로 인해 세계 경제가 한때나마 휘청대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각국 기업들의 인도시장 진출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란은 빠르게 수습됐다.

이미 중국 못지않은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던 인도가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한 덕분.

물론 중국 내에 자체적인 공장을 보유하고 있던 기업들의 경우는 타격이 큰 편이었지만, 그 부분에 있어선 미국이 일정 부분 양보를 행함으로써 최대한 충격을 줄여갔다.

[중국은 오늘 오전 공산당 전체 회의를 거행했습니다.]

예상대로 중국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아마 한동안은 그렇듯 시간을 끌며 탈출구를 강구하겠지.

사실 이 지루한 싸움의 결과가 어떻게 끝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오늘 국회에선 총기소지 및 사용안에 관한 법률안이 개정됐습니다.]

2009년 11월.

의회는 총기 관련 법안의 개정을 가결했다.

이로써 향후 재우 그룹의 보안요원들은 특정 구역 내에서만큼은 자체적인 무장이 가능해진 상태.

이후 난 리암의 도움을 받아 미국 내에 PMC를 설립했고, 이후 본격적인 인재 영입에 돌입했다.

“한국 내의 인재 영입과 교육은 강 소령께서 맡아주셔야겠습니다.”

군을 떠난 강채훈 소령은 한동안 한국 지부를 책임지기로 했다.

짧은 임명장 수여식과 함께 행사장을 빠져나오려는 차, 갑자기 강 소령이 득달같이 내 곁을 따라붙는다.

“왜요, 따로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한동안 제가 회장님의 근접 경호를 담당하게 되어서요.”

“…….”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슬쩍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고 보니 내내 보이는 않는 나타샤의 얼굴.

의아한 마음에 김 비서를 쳐다보려는데, 강 소령의 말이 귀를 찌르고 들어온다.

“나타샤는 며칠 휴가를 내고 러시아로 갔습니다. 해서 제게 회장님의 근접 경호를 부탁하더군요.”

“러시아는 왜요?”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난 고개를 갸웃하곤 다시 돌아섰다.

순식간에 다시 곁을 따라붙은 강 소령은 차량의 문을 열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그나저나 그 나타샤라는 친구 보통이 아니더군요.”

“…….”

“저와 근접전을 벌여서 10분을 넘게 버틴 인물은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난 그 말에 눈을 끔뻑였다.

그러니까 저 말은…… 둘 사이에 벌써 대련이 있었다는 말인 거잖아.

아니 그건 둘째 치고, 지금 뭐라고 한 거지?

10분을 버텼다는 저 말. 그건 결국 나타샤가 졌다는 뜻인 건가?

그 나타샤가?

***

“오늘부터 이곳 우주개발센터는 종합 연구소로 거듭나게 될 겁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전남 나로도에서는 정부와 재우가 공동으로 설립한 우주센터가 개소됐다.

아직은 기초를 다지는 상황이었지만 몇 년 후면 이곳이 대한민국의 우주개발사업의 메카가 될 예정.

특히나 재우로서는 그룹의 주요 역량을 총동원하는 주요 사업이다 보니 투입되는 재원만도 수십조 원에 달한다.

“참나, 정말로 자체적인 위성확보사업까지 진행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

터파기가 한참 진행 중인 너른 대지를 보며 성호가 감상에 젖은 말을 뱉어냈다.

역시나 총 사업비 20조 원 규모의 각종 위성개발 및 확보 사업이 그로서는 꽤나 부담스러웠던 거지.

하지만 그 20조 원은 향후 얻어질 이익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일 거다.

통신. 그리고 정보가 핵심이 되는 미래에서는.

아니, 단지 산업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군수 분야까지도.

특히나 내가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군사 분야였는데, 난 향후 북한 및 중국. 그리고 일본과 같은, 우리 가상의 적국들을 상대로 일어날 수 있을 분쟁. 또는 전쟁에서 정찰자산의 확보가 핵심이라고 본다.

“다른 걸 떠나서 나라에 위성을 임대해주고 돈을 받아내겠다는 네 생각에 두 손 다 들었다.”

“뭐 일종의 상부상조지.”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미치지 않고서야 가능한 일이냐는 거다, 내 말은. 그나저나 희원이 놈이 좀 이상한 말을 하던데, 여기 연구소가 설립되면 그룹 종합 연구소를 아예 이곳으로 옮기기로 했다면서.”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성호 놈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다행히 다른 일행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던 상태.

다시 땅을 파고 있던 굴착기를 향해 시선을 주며 말했다.

“맞아, 이제 여기만큼 완벽하게 보안관리가 가능한 곳은 없게 될 테니까.”

“하긴, 사방은 바다고. 재우의 시스템으로 완전무장한 PMC가 보안을 담당하는 마당이면 누가 여길 넘보겠어. 한데 대체 뭘 개발하려고 놈에게 각오까지 하라고 한 거야? 얼마나 겁을 주었으면 놈이 벌써부터 그렇게 피골이 상접해 있는 거냐고.”

“미안하지만 그건 너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야.”

성호는 불현듯 뱉어진 내 말에 찔끔했다.

괜한 말을 꺼냈다는 듯 표정을 굳히며 슬금슬금 돌아서려는 놈을 향해 난 즉시 숙제를 던져줬다.

“앞으로 너와 성호. 그리고 그룹의 핵심 연구원들은 EMP를 개발하게 될 거다.”

“EMP? 그거라면 미국과 공동개발 중이잖아.”

성호는 생뚱맞다는 눈빛으로 되물었다.

슬쩍 몸을 돌려 놈의 어깨에 손을 얹곤 다시 말했다.

“그런 장난감 수준의 EMP 말고, 전장의 판도를 확 뒤집을 수 있는 물건. 그야말로 핵 폭발 시 일어나는 효과와 맞먹는 수준의 것을 개발하겠다는 거다.”

“아니…… 왜 그렇게까지…….”

“이 나라에서는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럴 경우 난 최대한 피해 없이. 그리고 초기에 적을 압살해버릴 수단을 가지고 싶은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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