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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04화 (204/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04화

끼익!

이른 아침부터 걸려온 국방장관의 전화에 난 곧장 합참으로 향했다.

우르르!

꽤나 중대한 문제가 터진 걸까, 막상 회의실에 들어서자 이미 주요 군 수뇌부들은 물론 정부 부처의 요인들. 그리고 꼭두새벽부터 나를 깨웠던 국방장관의 뒷모습까지도 눈에 들어왔다.

“제가 조금 늦었군요.”

“아니요, 저희가 일찍 도착한 겁니다. 예정과 달리 대통령님께서도 참석을 하신다는 소식이 와서 말입니다.”

미안한 마음에 다가선 나를 향해 국방장관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은 소집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

그 와중에 대통령마저 회의에 참석한다고 하니 새삼 궁금함이 더해진다.

철컥!

순간 문이 열리며 정말로 대통령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짧은 눈인사로 사람들과 안부를 나눈 그는 곧장 내가 있던 방향으로 향했고, 뭣 때문인지 내 손을 힘주어 붙잡는다.

“이거 이른 아침부터 미안하게 됐습니다. 상황이 상황인 터라 어쩔 수 없었으니 이해해주시죠.”

“그거야…… 한데 무슨 일이 생겼기에 이렇듯 갑작스러운 비상 회의가 소집된 겁니까?”

“그건 조금 후면 아시게 될 겁니다. 자! 그럼 회의 시작합시다.”

뭔가에 쫓기듯 서두르는 대통령의 태도에 차마 되물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뭐 어차피 곧 있으면 알게 된다고 하는 마당에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잠시 옷매무새를 가다듬곤 자리에 착석하자 곧바로 회의실의 불이 꺼진다.

“그럼 지금부터 이라크 동부 아친 지구에서 실행된 우리 특전사 병력들의 보복 작전의 결과 보고와 함께 정부가 따로 병력들에게 하달했던 독자적 임무에 대한 결과 보고가 있겠습니다.”

브리핑에 나선 것은 합참의장이었다.

가만 그런데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 건가?

보복 작전이야 그렇다 치고, 이후 정부가 하달한 특수임무라는 말은 또 뭐지?

화악!

잠시 들었던 의문에 고개를 갸웃하던 차, 스크린이 빛을 발했다.

이후 화면에 등장한 것은 특수전 병력들의 침투과정과 교전 과정이 녹화된 장면.

작전 성공에 관해선 이미 소식을 전해 들은 상황이기에 별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지켜보는데,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며 이전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난 유일신과 성전 소속 동부 방면 책임자인 알 후아디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증언은 유일신의 이름 앞에 모든 것이 진실임을 맹세하는 바이며…….]

화면에 등장한 것은 재우그룹 테러 사태의 원인이었던 알 후아디였다.

의자에 묶인 채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자신의 행적들을 하나하나 실토하던 그는 마지막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한 뭉치의 서류들을 턱짓하며 중국의 무기 지원 사실을 실토했다.

휙!

당황스러운 마음에 난 즉시 대통령을 쳐다봤다.

옅은 미소를 내비친 대통령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저건 어차피 진 회장께서 제안하셨던 것이었지 않습니까.”

“…….”

“어차피 중국이 관련되었다면 증거자료가 남아 있을 테니 반드시 그를 생포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영 없는 사실은 아니었다.

정부는 국정원과 모사드의 정보교류를 통해 유일신과 성전 측에 중국의 무기들이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난 그걸 증명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패를 손에 쥐게 될 거라 했었던.

그렇다곤 해도 저토록 순순히 실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결국 이후 내가 했었던 두 번째 제안마저 정부가 받아들였다는 건데, 나로선 지금 그게 당황스러운 거다.

“정말로 놈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은 겁니까?”

“아니라면 놈이 저토록 순순히 불었을 리가 있겠습니까?”

대통령은 태연하게 말을 뱉어냈다.

정작 그걸 제안했던 나도 미친놈이지만, 그걸 정말로 실행에 옮겨 버린 대통령도 정상은 아닌 느낌.

그나저나 이제야 내가 불려온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한데 이제 어쩌면 좋겠습니까.”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대통령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순간 내 입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들.

눈빛이 하나 같이 뭔가를 기대하는 투였다.

‘네가 이런 무식한 짓을 제안했다면서? 그러니 네가 앞으로의 계획도 말해봐.’ 하는 것만 같은.

“흠…….”

난 고민을 거듭했다.

이게 워낙 파급력이 큰 문제였어야지.

만약 저게 그대로 공표되어 버리면 중국은 그야말로…… 아니, 어디 중국뿐일까, 전 세계가 어마어마한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버릴 텐데, 어떻게 신중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미군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선 우리 독단적으로 심문을 시도한 것 같은데, 사실입니까?”

난 잠시 대답을 미룬 채 질문을 되돌렸다.

그러자 대통령은 슬쩍 국방장관을 쳐다봤고, 시선을 받은 국방장관은 잠시의 주저함도 보이지 않고 대답을 뱉어냈다.

“맞습니다. 심문과정은 전적으로 우리 독단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럼 혹시 알 후아디의 생포 사실도 모릅니까?”

이번엔 국방장관을 향해 물었다.

이번에도 그의 대답은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네, 미국은 오늘 아침까지는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철수 과정에서 미군의 도움을 받았을 텐데요?”

“아니요, 산악 거점에 투입되었던 병력들과 알 후아디를 이동시키는 것은 미군이 아닌 사우디군의 헬기를 동원했습니다. 이후 은밀하게 사우디가 마련해준 곳에서 심문이 이루어졌고요.”

듣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 왔다.

사실이라면 이건 기껏 도움을 준 미군을 상대로 눈속임을 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더 놀라운 것은 사우디의 태도였는데, 그들은 대체 왜 미국의 공분을 살 수도 있을 우리 군의 대처에 동조를 했느냐는 거다.

“글쎄요, 나도 그건 좀 의외였습니다만, 다행히 하사드 왕세제가 적극 협조를 해주더군요.”

이어진 내 질문에 장관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뭐 그거야 일단은 그렇다 치고, 당장 중요한 것은 이후 미국의 반응이었던 터라 재빨리 질문을 이었다.

“하면 미 정부에서 가만히 있었습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안 그래도 미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아침부터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뭐라고 하긴요. 이 작전은 애초부터 미국의 협조하에 이루어졌던 건데 뭐가 문제냐고 되받았죠. 그리고 기왕 적의 수뇌부를 생포한 마당이면 정보 수집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우겼습니다.”

“…….”

난 과도하게 당당한 장관의 태도가 왠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뭐랄까, 이젠 우리도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하는 위치임을 애써 드러내고 싶어 하는 느낌이랄까.

하긴, 정작 우리가 아니었다면 이라크 문제로 인해 미국은 아직도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을 터.

더군다나 우린 앞마당에서 테러까지 당한 상황인데, 그 정도도 하지 못한다면 그건 미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해봐야 할 문제다.

“해서, 그걸 받아들이던가요?”

“처음엔 생난리를 피우다가 알 후아디의 신병을 인계하겠다고 했더니 조금은 잠잠해지더군요. 문제는 조만간 미 국무장관이 한국 방문을 예고했다는 건데, 이유가 영 심상치 않습니다.

이유야 사실 단순한 것일 터다.

중국의 개입 사실이 밝혀졌으니 그 이후의 대처를 논의하겠다는 거겠지.

문제는 미국이 처할 대처인데, 하필 현 미국 정권의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것이 나로선 영 마음에 걸린다.

“자자, 우리 작전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그다지 심각하지는 않은 것 같으니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해결하죠. 우리가 앞으로 어떤 대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내내 장관과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대통령이 넌지시 끼어들었다.

물론 그게 중요한 문제기는 하지.

하지만 그건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를 먼저 확인해야 옳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미국.

그게 왠지 수상하거든.

더군다나 난 미국을 그리 신뢰하지도 않고.

“글쎄요, 아무래도 그건 미국의 의견을 먼저 확인하고 나서 결정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군요.”

“…….”

“막말로 우리가 먼저 나섰다가 정작 미국은 뒷짐을 져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 않습니까.”

“미국이 뒷짐을 진다고요?”

대통령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지만 이미 몇 번이고 경험을 해본 나로선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생각.

솔직히 회귀 전, 미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가 피해를 본 것이 어디 한 둘이던가.

정작 우릴 앞세워 북한과 중국을 압박했다가 자신들은 뒤로 쏙 빠져 버렸던, 그 빌어먹을 상황.

“그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기는 하죠.”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순순히 내 의견에 동의했다.

하긴, 따지고 보면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누구보다 국제관계의 현실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위치다 보니 그 역시도 무작정 미국에 대한 신뢰를 갖기가 어려웠겠지.

게다가 현재 미국 정부의 처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고.

“흠…….”

막상 그 점을 지적하고 나니 현시대가 몹시도 아쉬웠다.

차라리 지금이 회귀 전과 같이 본격적인 미, 중간 갈등 양상이 폭발한 시기였다면 저들은 침묵은커녕 얼씨구나 싶어 나서지 않았을까 싶은.

“응?”

우연이었을까, 그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서 생각의 가지들이 얽혀들더니 싸한 느낌이 뇌리를 스쳤다.

‘가만, 이거 혹시 미국이 딴 생각을 품고 있는 것 아니야?’

솔직히 미국이 아쉬운 것은 많아도 자신들이 그렇듯 증오하는 테러 지원의 증거까지 뭉개버린다는 것은 왠지 좀…….

“죄송하지만 우리 군이 분명 무기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영상자료까지 확보했다고 했던가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통령을 향해 질문했다.

슬쩍 나를 쳐다본 그는 생뚱맞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진 회장께서도 방금 들었지 않습니까. 중국 공산당의 핵심 인물의 얼굴이 버젓이 찍혔을 정도로 증거가 확실하다고.”

“하면 그 영상자료. 우리만 보유 중인 겁니까?”

“알 후아디가 보관 중인 자료들은 죄다 우리 군이 확보한 상태니 아마도 그렇겠죠.”

대답은 장관에게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 대답은 내 상상에 확신을 더해줬다.

갑작스러운 미 국무장관의 방한은 단순히 제재를 협의하기 위한 것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뭔가 자신들의 또 다른 목적을 위해서 그 자료를 필요로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곤란한데…… 그렇게 되면 기껏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챙기는 꼴이잖아.”

“뭐라고요?”

대통령은 무심코 뱉어진 내 혼잣말에 반응했다.

슬쩍 고개를 털어낸 후 다시 그를 쳐다봤다.

“아!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조금 있어서요. 아무튼, 중국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선 미국이 먼저 결단을 내리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중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게 만든다던가. 그래야 우리도 차후 뭐를 하건 뒤통수를 맞는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군요. 하면 대처는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이후로 다시 결정지읍시다.”

말을 뱉어낸 대통령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뭔가 또 바쁜 스케줄이라도 있는 모양새다 싶은 생각이 들려는 차, 그가 불쑥 나를 향해 눈짓했다.

“미안하지만 진 회장님과 상의할 일은 또 있습니다. 하니 나와 같은 차를 타고 가시죠.”

“…….”

***

부우우웅!

합참을 나선 차량은 곧장 청와대로 향했다.

시간을 아끼려는 듯 대통령은 내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 뭉치의 서류들을 건넸고, 내가 미처 그걸 검토하기도 전에 설명을 이었다.

“전에 내게 말했던 통합화력함 말입니다.”

“…….”

“생각해 봤는데, 그것 역시도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우리의 대공방어망이 강력하다곤 하나 만일의 경우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해서 저도 무리한 숫자를 욱여넣겠다는 것은 아니고 대략 200기 내외의 발사 시스템을 갖춘 규모가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최소한의 방어시스템을 탑재한 상태로 말입니다.”

“그 경우 건조 수량과 예산이 꽤 증가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죠. 때문에 저 역시 당장은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

대통령은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닌 척은 했어도 그 문제에 대해서 꽤나 심각하게 생각해왔었던 듯.

왠지 괜한 말을 꺼낸 것은 아닐까 싶어 다시 말했다.

“일단 초음속 대함미사일의 대량 확보만으로도 중국의 해상전력에 대한 억제 수단으로는 충분할 겁니다. 하니 통합화력함 문제는 차차 생각을 하시죠.”

“나도 그렇고 싶지만, 문제는 역시나 현무 시리즈의 추가 도입에 따른 운용기지 확보가 쉽지가 않다는 겁니다. 하니 언제까지나 마냥 미뤄둘 수는 없죠.”

“…….”

“뭐 그건 그렇고, 진 회장님과 상의해야 할 진짜 중요한 문제는 이겁니다.”

대통령은 말끝에 또 하나의 서류 뭉치를 내게 건넸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인 것은 사우디와 UAE라는 단어.

뭔가 싶어 고개를 들자 그가 빙긋이 웃어 보인다.

“어제 사우디와 UAE에서 우리 무기들을 적극 도입하고 싶다는 공식적인 의사를 전달해왔습니다.”

“그거야 이미 IDEX를 통해서 전달받았던 사실입니다만…….”

난 별스럽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소가 맺혀진 대통령의 얼굴.

순간 뭔가 있다 싶어 가늘어진 눈으로 쳐다보자 그가 다시 말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전차와 보병 전투 차량만이 아닙니다.”

“…….”

“KF-02를 비롯하여 동력형 외골격과 전신방탄 수트도 수출을 해 주었으면 하더군요.”

“그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황당한 마음에 되물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대통령이 전략 무기들의 수출 여부를 입에 올리다니.

그건 둘째 치고, 고스트 이글의 경우엔 당장 미국으로 인해서 수출 가능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인 것을 그가 모를 리가 없지 않던가.

조금 의외인 것은 이번 작전에 투입된 중장갑 외골격은 목록에서 빠져 있다는 건데, 그건 또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다.

“나도 압니다. 고스트 이글의 경우엔 설사 다운그레이드를 한다 해도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쉽지가 않겠죠. 해서 나도 입맛만 다시고 있을 뿐입니다. 솔직히 조건이 워낙 엄청나서…….”

생각이 깊어질 무렵 대통령이 다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고개를 갸웃하려는 순간, 그가 차마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말을 던진다.

“향후 50년간, 그리고 물량이 얼마가 됐건, 우리나라에 한해서는 유가를 배럴 당 20달러에 고정하겠다더군요.”

“…….”

“그게 가능해진다면 우린 사실상 반세기 정도는 원유확보문제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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