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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03화 (203/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03화

-반복한다, 쥐새끼 몇 마리가 동굴 진지가 있는 방향으로 도주했다.

작전 개시와 동시에 동굴 진지를 향해 내달리던 B팀은 다급한 A팀의 무전을 받았다.

적의 말단 병력들이 거주하는 평지거점을 점령하던 와중 몇몇 쥐새끼들이 빠져나갔다는.

-접수.

가장 먼저 소식을 들은 유명한 중사는 즉시 그 사실을 강 소령에게 보고했고, 이내 작전 교리에 따라 매복을 위한 준비에 나선다.

“어? 뭐 하시는 겁니까?”

한데 그때, 팀장인 강 소령이 조금은 뜬금없는 행동을 보였다.

들고 있던 소총을 땅에 내려놓는가 싶더니 등에 메고 있던 원통형 튜브들을 해제하여 땅에 고정하기까지.

의아한 마음에 재차 물으려는 차에 강 소령의 대답이 뱉어졌다.

“쥐새끼들은 이걸로 처리한다. 놈들을 잡자고 매복으로 시간을 허비했다간 작전 자체가 틀어질 수도 있어.”

“…….”

유 중사는 딱히 반박하지 못한 채 강 소령이 하는 행동만을 지켜봤다.

어느새 거의 수직에 가깝게 땅에 고정된 튜브에서는 순간 퐁 하고 무언가가 튀어 올랐고, 곧 날개가 펴진 형태로 저편을 향해 날아간다.

“드론입니까?”

유 중사는 동그래진 눈을 하며 다시 물었다.

슬며시 고개를 끄덕여 보인 강 소령은 곧바로 자신의 팔에 있던 PDA를 조작하며 중얼거린다.

“이쯤 어디일 텐데…… 아! 여기 있군.”

유 중사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강 소령의 PDA를 향해 다가갔다.

곧 그의 눈에 뜨인 것은 허공에서 내려다보는 지상의 모습과 그 위를 이리저리 탐색 중인 사각 프레임.

이후 화면에 등장한 트럭에 고착된 프레임은 즉시 깜빡이기 시작했고, 그 타이밍에 강 소령의 손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척!

이후 살펴본 화면 속 장면은 급격히 줌 인 되고 있었다.

치직!

그도 잠시, 곧 교신이 끊어지기라도 한 듯 노이즈가 가득한 PDA.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유 중사는 애써 상황설명을 요구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되기는. 드론이 제 임무를 다한 거지. 자, 그럼 우린 다시 출발하자고.”

지나가듯 대꾸한 강 소령은 다시 자신의 무장을 챙겼다.

이내 돌아서는 그의 뒤편에서 유 중사가 턱을 떨어트린 채 중얼댄다.

“이라크에 온 지 고작 1년밖에는 안 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뒤처진 느낌이 드는 거야?”

***

치직!

“작전 개시.”

신호와 함께 조를 나눈 B팀의 인원들이 각자가 맡은 동굴 입구를 향해 질주했다.

미리 파악해둔 동굴 입구는 총 4개.

유명한 중사는 그중 가장 핵심 지역인 서쪽 지역을 맡은 상태다.

“동굴 안에서는 적이 RPG를 사용하지 못할 테니 큰 어려움은 없을 거다.”

함께 팀을 이루게 된 강 소령은 꽤나 핵심이 될만한 점을 주지시켰다.

하긴, 이런 무른 토질을 가진 동굴 속에서 RPG를 난사하는 바보는 없겠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려는 차에 강 소령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하지만 무장사용에 제한을 받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

“이 동굴들은 대부분은 저들 입맛에 맞게 무리하게 확장한 것들이라서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때문에 저 안에서 40밀리를 난사했다간 자칫 우리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지.”

그 말인즉 최대한 소총과 기관총 같은 화기로만 적을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다시 수긍하곤 총기를 점검하려는 순간, 저편에서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총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젠장, 눈치챘군. 내가 시간을 끌 테니 그 틈에 각자 산개한다!”

팀원들을 향해 경고의 말을 던진 강 소령은 대뜸 총알이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질주했다.

그나마 소총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자신에게 적의 화력이 집중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일 터.

팅팅!

역시나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집중적인 총탄 세례가 그에게 쏟아졌고, 그 모습을 본 팀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휙!

뒤늦게 정신을 차린 유 중사와 다른 팀원들은 강 소령의 배려가 헛되지 않도록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탱!

그때 들려온, 조금은 둔탁한 소리.

설마 하고 소리의 근원을 쳐다보자 강 소령이 땅을 구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대물 저격총?”

유 중사는 재빨리 스코프를 돌려 적을 찾아 나섰다.

때마침 저편에서 보이는 기다란 총구.

아쉽게도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터라 직접적인 사격으로 제압하는 것은 무리인 듯싶었다.

철컥!

유 중사는 즉시 들고 있던 K11의 사통장치를 놈이 있는 방향으로 조준했다.

쾅!

이어 날아간 공중폭발탄.

조금 후 퍽 소리와 함께 파편이 튀며 대물 저격총의 총열이 들썩인다.

휙!

때마침 몸을 일으킨 강 소령이 그 장면을 보곤 엄지를 치켜세웠다.

옆구리 부분의 장갑이 일부 떨어져 나가기는 했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입지 않은 듯한 모습.

그 찰나에도 몸을 틀어 피해를 줄인 모양이다.

두두두두!

이어진 전투에서 강 소령은 더 이상 대물 저격 총에게 당하는 일은 없었다.

매번 저격수가 숨어 있을 만한 위치를 귀신처럼 파악하고 먼저 뭉개버렸으니까.

덕분에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대물 저격 총을 든 사수는 발견되지 않았고, 고작 소총만으로 방어를 해야 하는 적들은 순식간에 수세에 몰렸다.

“RPG!”

그때, 갑자기 적진에서 누군가가 RPG를 들어 올리는 것이 유 중사의 눈에 들어왔다.

쥐도 코너에 몰리면 무는 법이라더니, 기왕 죽을 바엔 같이 죽자는 건가.

“쾅!”

하지만 곧바로 날아가 버리는 RPG 사수의 머리.

유 중사는 놀란 마음에 휙 하고 고개를 돌렸고, 저편에서 강채훈 소령이 이미 놈들을 향해 중화기를 난사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두두두두!

“맙소사!”

유 중사는 정신없이 적을 몰아붙이는 강 소령의 모습에서 불현듯 야차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현세에 야차가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한데 그 때문일까, 자신의 상관인 이 대위가 전에 강 소령을 두고 했었던 평가도 뒤늦게 뇌리를 스친다.

-그 양반, 전투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트라우마가 일절 없는 사람이랄까?

하긴, 정신적 후유증을 염려하는 존재였다면 저런 학살에 가까운 전투방식은 불가능하겠지.

유 중사는 그제야 이번 작전에 강 소령이 책임자로 차출된 이유를 이해할 것 같았다.

***

아프가니스탄 아친 지구는 유일신과 성전의 주요 근거지 중 하나였다.

그중에서도 이곳 제3 거점은 그리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조직의 다른 간부들이 유독 탐을 내던 곳.

이유는 평지와 산악지형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장점.

특히나 저들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산악 요새 앞에 펼쳐진 평지는 접근하는 자들을 사전에 차단하기에도 용이한 천혜의 요새이기 때문이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마을이 습격을 받았다니.”

한데 오늘, 그 천혜의 요새가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당황한 알 후아디는 대노하며 부관을 향해 정확한 사실 확인을 다시 요구했지만, 정작 부관은 우물쭈물한 채 미동도 않고 있었다.

“뭐해 정확한 사실을 다시 자세히 알아내서 보고하라니까?”

“그보다는 일단 자리를 피하시죠. 무전이 끊어진 것으로 봐선 왠지 조짐이 안 좋아 보입니다. 만약 마을이 점령당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곳 동굴 진지까지 밀고 올라오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빌어먹을! 피할 때 피하더라도 상대가 누군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야!”

부관은 그 말에 머뭇거렸다.

마음은 조급했지만 이도 저도 못 할 상황.

“사령관님!”

그때, 다행히도 무전을 담당하던 부하 하나가 뛰어들어오며 침입자들의 정체를 알려왔다.

“한, 한국군이랍니다.”

“한국군?”

대꾸를 한 것은 알 후아디였다.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는 얼굴.

차마 말은 꺼내지 못한 채 부관을 향해 시선을 주는 순간, 이번엔 또 다른 비보가 들려온다.

“헉헉! 사령관님. 지금 서쪽 동굴 지역의 D섹터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우르르!

“G섹터도 당했습니다.”

“……이게 대체 다 무슨…….”

알 후아디는 휘청하고 중심을 일은 채 주저앉았다.

두두두!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총소리.

“일단 피하시라니까요. 여기까지 교전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방어 거점들이 뚫렸다는 의미입니다.”

다급해진 부관은 거의 반강제적으로 알 후아디의 몸을 일으키며 안전 구역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놈들은 꼭 신의 가호를 받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정신없이 발걸음을 놀리는 와중 뒤편에서 생뚱맞은 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침통한 마음을 다스리고 있던 알 후아디는 그 말에 휙 하고 뒤를 쳐다봤고, 눈이 마주친 부하는 찔끔하고 몸을 떨며 변명을 뱉어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무지막지한 총탄 세례 속에서도 멀쩡히 살아서 공격을 해오겠습니까.”

“…….”

신의 가호를 운운한 것에 발끈하려던 알 후아디는 그 말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

뒤늦게 그의 뇌리를 스친 것은 한국군이 자랑하던 전신 방탄 수트와 외골격.

그제야 자신들의 부하들이 그렇듯 무력하게 밀린 것이 이해가 됐다.

“그래 놈들이라면…… 총을 겁내지 않는 자들이 상대였으니 그렇듯 쉽게 밀렸을 수밖에. 더군다나 암반 기초가 아닌 동굴에서 RPG를 난사할 수도 없다는 것은 저들도 잘 알고 있었을 테고…… 해서, 여기까지 쳐들어온 한국군의 수는 대략 얼마나 되는데?”

“그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몇몇은 꼭 괴물을 보는 것 같다는 보고뿐이었습니다.”

“괴물?”

알 후아디는 이해하지 못할 말을 뱉어내는 부하를 잔뜩 찌푸려진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겨를이 없는 상황.

그는 다시 걸음을 놀렸고, 끝내는 입구 밖에 마련되어 있는 너른 야적장에 도착했다.

“곧 차량을 준비하겠습니다.”

부관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앞서 달렸다.

퍽!

한데 이건 또 무슨.

갑자기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들이 받치기라도 한 듯 달려가던 부관의 몸이 저만치 날아가 버린다.

쐐액!

이후 어디선가 공기를 찢는 소리가 들려왔다.

쾅!

동시에 앞쪽에 있던 병력들 중 일부가 사방으로 날아가고, 폭발에 의해 부서진 돌무더기들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두두두!

놀란 알 후아디의 부하들은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도 않은 적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휙!

순간 저편 돌무더기 사이에서 나타난 요상스러운 물체.

알 후아디는 다급히 몸을 피하는 와중에도 당황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저, 저게 대체 뭐야?”

투투투투!

이후 그 괴물체는 들고 있던 중기관총을 난사했다.

이게 과연 현실일까.

마치 콜라 캔이 총을 맞고 터져 나가듯 그의 부하들이 순식간에 피륙이 되어 간다.

“헉헉!”

한껏 몸을 숙였던 알 후아디는 잠시 총격이 멈춘 틈을 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온전히 서 있는 부하들의 수가 채 다섯을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

더 당황스러운 것은 이제 막 그가 빠져나왔던 동굴의 안쪽에서도 저 괴물과 같은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거다.

[무기를 내려 놔.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

철그럭!

그나마 살아 있던 부하들은 그 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총을 내던져 버렸다.

하긴 이 상황에서 저항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입술을 짓씹은 알 후아디 역시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땅에 내던지려는데, 이번엔 저편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알 후아디.]

[…….]

알 후아디는 소리의 근원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유유히 그를 향해 다가오는, 온몸을 철갑으로 두른 존재.

그는 상황과는 걸맞지 않게 호기심 가득한 눈이 되어 그것을 쳐다봤다.

[너를 살려두느라고 꽤나 힘들었어.]

[…….]

[아니었다면 그냥 이 동굴 전체를 진즉에 난장판으로 만들었을 텐데 말이야.]

순간, 알 후아디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 잠시, 갑자기 말을 건네오던 놈의 헬멧이 휙 올라가더니 날카로운 인상의 얼굴이 그를 향해 이죽거린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지금부터 심도 깊은 이야기를 좀 나눠야겠어.]

[…….]

***

[중국과의 무기 거래 장부 어디에 있나.]

몇 시간 후, 사우디 남부로 이송되어 온 알 후아디는 꼬박 3시간째 심문을 받고 있었다.

미군이 아닌 한국군에게 심문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었건만, 하필 질문의 내용도 그를 곤란하게 하고 있었다.

[다시 묻지. 중국과의 무기 거래 장부…… 어디에 있나.]

심문을 주도하는 자는 예의 그 날카로운 인상의 한국군이었다.

어깨에 달려 있는 견장에 박혀 있는 직책은 소령.

조금 특이한 것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는데, 알 후아디로서는 그게 영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저 강대한 기운.

물론 한국군의 용맹함이야 그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이건 그 기세를 아득히 뛰어넘는 느낌이랄까.

[왜 그런 상상을 한 것인지 이해가 안 가는 군. 중국이 뭣 때문에 우리에게 무기를 제공한다는 거지?]

잠시 들었던 생각을 접은 알 후아디는 이번에도 의뭉을 떨며 대꾸했다.

의아한 것은 사내의 반응이었는데, 지금쯤이면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어야 정상이었음에도 전혀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똑똑!

그때, 대위 계급장을 단 또 다른 한국군 하나가 취조실의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곧 사내는 예의 그 날카로운 인상의 소령을 향해 무언가를 속삭였고, 순간 심문을 주도하던 소령의 입매가 잔뜩 뒤틀리기 시작했다.

벌떡!

뒤이어 자리에서 일어난 소령계급의 사내는 느닷없이 TV를 켰다.

잠시 후 화면에 등장한 것은 머리에 총이 겨눠진 채 떨고 있는 알 후아디의 가족들.

놀란 알 후아디는 눈을 부릅떴고, 그 모습을 본 소령이 다시 이죽거리며 말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납치와 살해. 그게 너희들의 주특기지.]

[…….]

[하지만 그게 가능한 것은 너희들만은 아니야. 다시 묻겠다. 중국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들의 각 지역별 보급자료 들은 어디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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