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02화
치직!
“A팀 작전준비 끝.”
이종명 대위가 책임을 맡은 A팀은 유일신과 성전의 말단 병력들이 주로 주둔 중인 평지 거점에서 작전을 시작했다.
헬기의 안전과 작전의 은밀성을 위해 제법 먼 거리에서 작전을 시작한 그들은 대략 20분 정도를 구보로 이동해야 할 처지다.
-B팀 도착 완료.
하지만 강 소령이 속한 B팀에 비한다면 그나마 처지가 나은 편이다.
역시나 접근의 은밀성을 위해 저들은 무려 능선을 두 개나 넘어야 하는 위치에서 작전을 개시해야 할 테니까.
아마 작전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그야말로 뭣 빠지게 산을 내달려야만 할 거다.
-무사 귀환을 빈다.
치직!
짧은 당부와 함께 B팀과의 교신은 잠시 중지됐다.
“출발!”
이후 달음질을 시작하는 대원들.
가뜩이나 구보가 생활화된 그들에게 외골격마저 있으니 그 무거운 무장들을 한 상태에서도 힘이 든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척!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둠 속 저편에서 방벽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남은 거리는 대략 1킬로미터쯤.
대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야시경을 내리곤 달음질을 잇는다.
힐끗.
이종명 대위는 몇 시간 전 팀에 합류한 중장갑 외골격 병력들을 쳐다봤다.
총 10명의 인원 중 자신의 A팀에 배정된 인원은 넷.
작전에 나서기 전 들었던 강 소령의 언질에 따르면 그들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전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확실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부터가 남다르지 싶다.
몸에 장착한 무장의 무게만 평균 수십 킬로그램.
아무리 외골격의 도움을 받고 있다곤 해도, 숨 한번 헐떡이지 않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
스윽!
어느덧 방벽과의 거리가 대략 200미터 정도까지 좁혀졌을 때쯤, 이종명 대위가 손을 들어 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제부터는 또다시 조를 나눠 침투해야 할 상황.
한 가지 걱정인 것은 저 중장갑들이 과연 방벽을 은밀하게 넘어갈 수 있느냐다.
아무리 저들이 장담하고 있다고는 해도.
철컥!
한데 그때, 이 대위의 신호를 받은 중장갑 대원들이 몸에 장착하고 있던 무장의 고정 장치를 해제했다.
이후 그걸 등 쪽으로 빙 돌리자 마치 레일을 타고 미끄러지듯 무장들의 위치가 변환된다.
“호오!”
이 대위는 순수하게 놀라움을 표했다.
그에 호응하듯 어깨를 들썩여 보인 중장갑 병력들은 이내 자유로워진 손으로 척하고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왔다.
스윽!
상황이 수월하게 풀려 나가자 이 대위는 다시 손을 들어 신호했다.
피슉!
그러자 대원들은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에어 피크를 허공에 발사했고, 이내 그것은 단단한 방벽에 틀어박힌다.
스스슥!
로프를 팽팽하게 당겨 저항력을 가늠해본 대원들은 다시 이 대위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침투 준비가 끝났음을 표하는 것.
순간 이 대위가 손가락을 올려 다시 신호를 보냈고, 이후 15명에 달하는 대원들이 순식간에 벽을 타고 올라갔다.
윙!
그때, 저편에 있던 적 초소의 서치라이트가 켜지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다행히도 이미 대원들은 사각지대인 방벽에 바짝 붙어 있는 상태.
애써 도발을 하지만 않는다면 발견될 염려는 없었다.
“최대한 소리 없이 올라간다.”
이 대위는 저편으로 향하는 불빛을 보곤 다시 신호를 줬다.
부르릉!
그런데 이번엔 갑자기 저편에서 웬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리며 차량 한 대가 달려온다.
“중지.”
이 대위는 다시 대원들을 향해 신호했다.
워낙 어두운 주변.
그리고 메타 물질로 코팅된 장비들과 전투복으로 인해 애써 불빛을 비추지만 않는다면 발각될 일은 없을 거다.
“صطبىغض”
예상대로 차량은 방벽에 붙어 있는 대원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이후 초소와의 신호를 주고받은 차량은 방벽 내부로 진입했고, 다시 사방은 고요함으로 물들었다.
“저 초소. 작전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날려 버린다.”
이 대위는 조금 떨어져 있던 중장갑 병력들을 향해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밑에서는 몰랐건만, 제법 높은 곳으로 올라와서 보니 초소 내에 제법 중화기들이 갖춰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젠장, 그냥 밀어 버리는 것이 속 편하지 싶습니다.”
그때, 문득 곁에 매달려 있던 안 중사가 넋두리를 뱉어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은밀한 방법을 택할 이유가 없었던 것은 사실.
어차피 이곳 자체가 적의 근거지인 마당에.
게다가 섬멸이 목표라면 초장부터 밀어 버리면 그만이지 않던가.
“아이들과 여자들은 어떡하라고.”
하지만 문제는 그거였다.
하필 이 근거지에는 아이들과 여인들도 있다는 것.
저들의 가족들이라 해도 차마 처리하기가 곤란했을 마당에 죄 없이 끌려온 사람들을 희생당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미친놈들 아닙니까? 여자들은 왜 납치한 건데요? 아니 여자들은 그렇다 치고 애들은 또 왜요?”
안시환 중사는 그 점에 유난히도 꽂힌 듯했다.
놈들이 고작 10대 초반에 불과한 아이들까지 납치하여 자신들의 성욕을 푸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하긴, 말이 성전聖戰을 수행하는 전사들이지, 조사에 따르면 이곳에 모여든 자들 대부분이 사회적 부적응자들. 내지는 범죄자들이 대부분.
그런 존재들에게 정상적인 것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수다.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데, 여자들이라고 해서 전부 납치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야. 쉽게 말해서 자발적 참여자들도 있을 수 있다는 거지. 하니 혹시라도 총을 들고 설치는 여자들이 있는 경우는…….”
스윽.
이 대위는 말끝에 목을 손으로 긋는 시늉을 해 보이곤 대원들을 쳐다봤다.
뭐 그거야 당연하다는 듯 쳐다보는 대원들.
우스운 것은 그들의 눈빛이었는데, 수백 명이 있는 거점을 대상으로 하는 작전 가운데서도 일말의 공포심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하긴, 그동안의 경험이 얼마인데…….’
더군다나 지금은 보병대대 하나쯤은 너끈히 뭉개 버릴 정도의 화력까지 보유한 상황 아닌가.
푸슝!
작전의 첫 시작은 중장갑 병력들이 장식했다.
어깨에 있던 터렛에서 유유히 날아간 미사일들이 향한 곳은 예정대로 중화기가 밀집되어 있던 초소들.
퍼엉!
마치 증발하듯 날아가 버리는 초소들의 모습은 꼭 융단폭격을 맞은 것만 같은 장관을 연출했다.
“ظصصغ!”
갑작스러운 소란에 놀란 무장 세력들이 건물 곳곳에서 뛰쳐나왔다.
두두두!
그들을 향해 화력을 집중하는 중장갑 병력들.
워낙 화력이 좋은 탓에 사람은 물론 건물들마저 숭숭 구멍이 뚫려 나간다.
쐐액!
그때, 저편에서 RPG가 날아왔다.
하지만 중장갑 병력들의 움직임은 재빨랐고.
쾅!
결국 목표를 지나친 RPG는 애먼 건물의 벽을 때리며 폭발했다.
“피해 없나?”
이 대위는 자욱한 먼지 사이로 소리쳤다.
쾅!
대답 대신 들려온 소리는 또 한 번의 폭발음.
당황하여 시선을 돌린 순간, 방금 전 RPG를 날렸던 적군이 증발하는 것이 이 대위의 눈에 들어왔다.
“뭐지?”
-클리어! 제가 처리했습니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린 이 대위는 저편 건물 뒤편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는 중장갑을 발견했다.
확인한 헬멧에 마킹되어 있는 숫자는 7.
문명호 중사의 식별번호였다.
“수고했다, 문명호 중사.”
척!
이 대위는 즉시 문 중사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잠시 고개를 끄덕이나 싶던 문 중사는 갑자기 무얼 또 발견했는지 저편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고.
피슉!
이후 그의 어깨에선 다시 40밀리 한발이 치솟는다.
슈욱!
날아간 미사일이 꽂힌 곳은 남쪽에 있던 건물 중 하나.
쾅!
정확히 창문을 뚫고 들어간 미사일이 폭발함과 동시에 해당 건물 전체가 들썩 하고 주저앉는다.
-저쪽에서 방금 대물 저격총이 대위님을 조준 중이었습니다.
“매번 고맙다.”
이 대위는 다시 수신호를 보내곤 자리를 이동했다.
-젠장.
뭣 때문일까, 순간 리시버를 통해 다시 들려오는 문 중사의 투덜거림.
의아한 마음에 그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자 낙심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방금 제가 날려 버린 건물 말입니다. 혹시 안에 여자들이 있었으면 어쩝니까?”
이 대위도 그 점은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입술을 짓씹으며 무어라 대꾸를 하려는 차, 다른 건물에 침투했던 병력들에게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치직!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여자들과 아이들은 동쪽 건물에 집단 거주 중인 걸로 방금 확인 됐습니다. 이 새끼들, 여자들을 아예 사육을 했나 본데요?
“후우…….”
이 대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접수!
그건 문 중사도 마찬가지.
더는 거칠 것이 없는 상황임을 깨달은 듯 문 중사는 본격적으로 적의 섬멸에 나섰다.
쾅!
그때, 어디선가 들려온 총소리와 함께 적을 찾아 나서던 문 중사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대물 저격 총이 아니고선 중장갑이 저 정도의 물리적 타격을 받는 것은 힘들 터.
당황한 이 대위가 사방을 경계하며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려는데, 갑자기 넘어졌던 문 중사의 몸이 데구르르 땅을 구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오지 마십시오. 다행히 어깨를 스친 것뿐입니다.
“하아…….”
-빌어먹을! 그런데 방금 그 대물 저격총. 아무래도 여자가 쏜 것 같은데요?
벽 한쪽으로 몸을 숨긴 문 중사 손은 어깨 부분을 매만지며 말하는 중이었다.
피해 정도가 어떤지를 따지는 것은 미뤄야 할 상황.
이 대위는 그 말에 곧바로 총탄이 날아온 방향으로 스코프를 돌렸고, 곧 창 안쪽에서 빼꼼히 올라오는 머리 하나를 발견했다.
“맞아, 여자야. 한데 아무리 봐도 아랍계는 아닌 것 같은데?”
그나마 얼굴을 가리지 않았기에 식별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저 여인의 정체가 정말로 아랍계가 아니라면 사태가 심각해진다는 것.
정체가 확실하지도 않은 서방의 여인을 무작정 죽여 버리는 것은 자칫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지 않던가.
-어떻게 할까요? 자발적 테러 단체 가입의 경우는 해당 국가에서도 딱히 우리의 대처를 문제 삼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말입니다.
“그래, 자네 말대로 자발적 참여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일단 제거한다.”
결국 이 대위는 제거를 명령했다.
그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하들의 안전.
저 여인의 출신 성분을 따지자고 위험한 대물 저격총의 위협을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않던가.
두두두두!
명령을 받은 문 중사는 즉시 들고 있던 기관총을 난사했다.
뽀얀 먼지가 잔뜩 일어났고, 잠시 후 여인이 숨어 있던 곳에선 아무런 저항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휙!
즉시 건물로 뛰어들어간 이 대위는 늘어져 있던 여인의 얼굴을 확인했다.
천운이 따른 듯 용케 숨은 붙어 있는 상태.
혹시나 싶어 살펴봤지만 예상대로 아랍계의 인물은 아니었다.
“운이 좋군. 그런 어마어마한 총탄 세례를 받고도 살아 있다니.”
-어라? 그 여자가 살아 있습니까?
이 대위의 혼잣말을 들은 문 중사가 당황한 듯 말했다.
정말로 당황한 걸까, 아니면 당황한 척하는 걸까.
순간 이 대위의 입꼬리가 슬며시 뒤틀린다.
우우우웅!
그때, 방벽의 뒷문이 활짝 열리며 트럭들이 몰려왔다.
확인된 차량의 수만 10여 대.
놈들이 쏘아대는 AK의 총탄들은 거의 폭우가 쏟아진다 싶을 정도다.
“피해!”
이 대위는 부하들에게 경고를 날린 후 건물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쾅!
날아오는 RPG.
뒤이은 놈들의 화력 투사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쾅! 쾅!
그때, 갑자기 연속된 폭발음이 들려왔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이 대위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중장갑 병력들이 일제히 차량을 향해 내달리는 모습.
곧 그들의 어깨에 있던 터렛에서도 무수한 40밀리가 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펑펑펑!
10여 대의 무장 차량이 증발하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그나마 빠른 눈치로 차에서 뛰어내린 잔당들이 연신 AK를 난사하며 저항했지만 개의치 않고 내달리는 중장갑 병력들.
두두두두!
이내 그들이 쏘아대는 기관총과 중화기들로 인해 적의 진형은 급격히 아수라장이 되어 갔다.
“저게…… 가능해?”
이 대위는 탄성을 내지르며 숨어 있던 다른 동료들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두두두!
그게 지원을 요구하는 것임을 깨달은 부하들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적에게 사격을 가했고.
순식간에 포위된 적들은 급격히 그 수가 줄어 들어갔다.
부우웅!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을 깨달은 몇몇 잔당들이 차량을 타고 산으로 도주를 시도했다.
피슉!
하지만 그걸 놓칠 리가 없지.
어느새 중장갑이 날려 보낸 40밀 리가 놈들의 차량을 직격.
단 한 대만을 제외하곤 대부분 근처를 벗어나지도 못한 채 폭사했다.
치직!
“B팀, 쥐새끼들 중 일부가 산악 거점으로 도주했다. 이미 능선을 넘어 버려서 40밀리로는 타겟 확보가 힘들 것 같은데, 그쪽에서 처리 가능한가?”
이 대위는 즉시 무전을 통해 잔당들의 도주 사실을 B팀에게 알렸다.
-접수.
저편에선 곧장 대답이 들려왔고, 이후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 때쯤 갑자기 놈들이 도주했던 능선 너머에서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꽃이 치솟았다.
“뭐지?”
당황한 이 대위는 넋을 놓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치직!
때마침 들려오는 무전을 통해선 문 중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강채훈 소령님이 띄워 두었던 드론이 처리한 모양입니다.
“드론?”
-네, 강 소령님이 무장하고 있던 원통형 튜브들 말입니다. 그 안에 정찰 및 자폭 기능을 가진 드론들이 있습니다.
이 대위는 그제야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엔 단순히 40밀리의 여유분을 보관하는 장비인 줄만 알았건만, 이제 보니 그게 드론이었던 모양이다.
우릉!
생각을 깬 것은 갑작스레 등장한 장갑차량이었다.
여태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걸까.
짧은 의문과 함께 이 대위는 다시 중장갑 병력들을 향해 신호를 보냈고.
마침 신호를 받은 문 중사가 중얼거림과 함께 장갑차를 향해 돌아섰다.
-고작 한 대뿐이면 이거 너무 서운할 것 같은데…….
푸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