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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01화 (201/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01화

부우웅!

이라크에 주둔 중이던 대한민국 특수전사령부 소속의 일부 병력들은 동부 바스라 인근 지역으로 향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동 목적은 사우디로 추가 파병된 병력들과의 합류.

가는 내내 안시환 중사는 의문을 입에 달았다.

“이 대위님. 혹시 우리 특수작전에 차출된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고선 굳이 바스라 같은 위험지역에서 추가 병력들과 합류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걸 이제야 눈치챈 거야? 작전이 아니라면 굳이 사우디에 도착해 있는 추가 병력들을 바스라로 이동시킬 이유가 없잖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이종명 대위는 헛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순간 휙 하고 돌아오는 안시환 중사의 머리.

이내 와락 찌푸려진 얼굴로 그가 다시 말한다.

“아니 그걸 아시고도 이렇게 태연하신 겁니까?”

“그럼, 망했다고 울고불고 난리라도 칠까?”

“그것까지는 아니라도 어필 정도는 해야죠. 곧 임무 교대와 함께 한국으로 복귀할 예정이신 분을 작전에 투입한다는 것은 좀…….”

이종명 대위는 그 말에 다시 웃어 보였다.

지나치게 여유롭다고 느껴진 걸까, 안 중사는 도무지 이 대위의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다시 따지고 든다.

“전 당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건지 원…… 아니 이 대위님은 걱정도 안 되십니까?”

“뭐가?”

“이 상황에서 신규 병력들과 합류하라는 건 공동 작전을 펼치라는 의미나 다름없잖습니까.”

“그런데?”

“다른 걸 떠나서 이라크에서의 작전경험이 전무한 친구들과 협동 작전을 한다는 것이 불안하지도 않으시냐는 겁니다.”

이 대위도 그 부분에 있어선 걱정이 앞섰던 것은 사실이었다.

자고로 침투와 요인 제거 임무는 지형 숙지와 현지에서의 작전경험이 핵심인데, 생판 사막에서의 작전경험도 없는 병력들과 공동 작전을 하라니.

하지만 막상 소식을 듣고 나선 상황이 달랐다.

강채훈.

다른 이도 아니고 그가 합류하는 것이라면 어떤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살아 돌아갈 가능성이 크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번에 합류하는 팀에 강채훈 소령님도 계시다는 것 같으니까.”

“강채훈 소령님이요? 그 특전사령부의 악마라는, 그분 말씀이십니까?”

안시환 중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거듭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채훈이라면 한때 미 델타부대에까지 파견되어 교육 장교로도 활동을 했었던 존재.

특히나 생존과 침투. 그리고 개인 전투 분야에 있어선 가히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달았을 정도다.

“좋아하기는 일러 이 친구야. 그 양반, 장난이 아니거든.”

이종명 대위는 반색하는 안 중사를 향해 넌지시 경고했다.

지나치게 의미심장한 투였을까. 안시환 중사가 다시 질문을 잇는다.

“어떤 면에서 장난이 아니라는 겁니까?”

“적을 상대하는 것에 있어서 지나치게 인정이 없다고 할까?”

“……젠장, 그럼 인성이 최악이네요. 아무리 적이라도 상황에 따라 대응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종명 대위는 그 말에 딱히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피가 난무하는 전장.

과연 그곳에서 어떤 마음가짐이 올바른 것인지는 아직까지 그도 정의 내리지 못했으니까.

그건 비단 이 대위뿐만은 아니었다.

숱한 전투를 경험한 자들이라면 대부분 고민하는 것이며, 미군 내에서는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자들도 꽤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나저나 말씀하시는 걸 보면 이 대위님은 그분하고 인연이 있는 모양입니다.”

“글쎄, 딱히 거창한 인연은 아니고, 한때 나 역시 그분에게 교육을 받은 적이 있기는 했었지. 젠장,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릴 정도야.”

“왜요?”

안시환 중사는 그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슬쩍 그런 안 중사를 쳐다본 이 대위는 이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다른 건 다 재껴두고, 그 양반에게는 트라우마라는 것이 없어. 오로지 전투를 위해 태어난 인물…….”

“팀장님. 이쯤 어딘 것 같습니다.”

순간 운전 중이던 유 중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

퍼뜩 정신을 차린 이종명 대위는 정확한 위치파악을 위해 내비게이션을 확인했고, 곧바로 뒤따라오던 차량들을 향해 멈춤 신호를 보냈다.

끼익!

줄줄이 멈춰 서는 전술 차량들을 확인한 이 대위는 즉시 하차했다.

왠지 을씨년스러운 주변 경관.

이 대위와 안 중사는 동시에 고개를 갸웃한다.

“안 중사. 여기가 확실한 거야? 온통 부서진 건물뿐이잖아.”

“그러게 말입니다. 분명 명령서에 표기된 위치로는 이곳이 확실하지 말입니다.”

안 중사는 몇 번이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이내 본대와의 위성 통신을 시도하려는 차, 저편에 있던 무너진 담장 근처에서 갑자기 자동차 헤드라이트로 보이는 빛이 번쩍 한다.

철컥!

놀란 대원들은 즉시 경계태세를 갖춘 채 흩어졌다.

부우웅!

하지만 막상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불빛은 폴라베어의 헤드라이트.

그제야 경계심을 푼 특전사 대원들은 즉시 상대편을 향해 확인 신호를 보낸다.

번쩍번쩍!

깜빡깜빡!

신호를 받은 상대편 차량은 즉시 멈춰 선 채 라이트를 깜빡였다.

정확히 약속된 4번.

더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터라 이 대위는 곧바로 차량을 향해 다가갔고, 그 뒤를 안 중사가 뒤따른다.

멈칫!

그때, 앞서가던 이 대위가 갑자기 멈춰 섰다.

이내 휙 하고 들어 올린 손은 접근을 멈추라는 의미.

“왜 그러십니까?”

의아함을 느낀 안시환 중사는 즉시 되물었지만 이 대위는 여전히 가늘어진 눈으로 전방만을 주시할 뿐이었다.

“자네 저거 보여?”

그 말에 안 중사가 안력을 높여 전방을 주시했다.

쿵!

때마침 차량의 트렁크에서 내려서는 육중한 물체.

푸슉!

이내 그것은 천천히 이종명 대위 일행들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저, 저게 뭡니까?”

안 중사는 재빨리 총구를 겨누며 암구호를 외쳤다.

그러자 비로소 저편에서 접근 중이던 물체가 멈춰 서선 암구호와 함께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이종명 대위? 나 사령부 특수전교육단 소속 강채훈 소령이다.”

“…….”

소리를 들은 안 중사는 즉시 총구를 내렸다.

경계심이 풀린 것은 이 대위도 마찬가지.

그는 재빨리 그 요상스러운 실루엣의 물체를 향해 달려갔고, 정확히 형태 구분이 가능한 지점에 이르러서야 그게 소문으로만 들었던 중장갑형 외골격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결!”

휙!

이 대위의 경례구호와 동시에 상대편의 안면 보호구가 위로 올라갔다.

곧 드러난 얼굴은 역시나 날카롭기 그지없는 강채훈 소령.

황당함 반, 반가움 반의 표정으로 이 대위가 다시 손을 내민다.

“오랜만입니다, 선배님. 혹시 저 기억하십니까?”

“기억하다마다. 그나저나 미안하군. 사우디에 도착하는 즉시 명령을 받고 오느라 완전무장을 장착한 상태라네. 아마 처음 보는 사람들로서는 좀 괴기스러웠을 거야.”

그 말에 이 대위의 시선이 다시 그의 외골격으로 향했다.

저게 과연 외골격이라 부를 수나 있는 물건일까.

마치 갑옷과도 같은 형상은 둘째 치고 어깨 위에 있는 저 커다란 물체는 마치…….

한 소령의 말처럼 저편에서 보기에 그토록 괴기스러웠던 것도 실은 저 무식한 장비가 원인이었지 싶다.

“그리 늦으신 것은 아닙니다. 저희 역시 이제 막 도착했으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한데 우리와의 합류 목적에 대해선 알고 있나?”

“정확한 설명은 합류하는 팀으로부터 전해 들으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작전 자체의 기밀 유지를 위한 것 같다는 생각에 더는 묻지 않았던 터고요.”

“그랬군.”

강채훈 소령은 짧은 대꾸와 동시에 이 대위를 향해 팔을 내밀었다.

무슨 의도인가 싶어 이 대위의 눈이 끔뻑여지려는 차, 갑자기 강 소령이 내민 팔에 장착되어 있던 PDA가 불빛을 발하며 긴 텍스트가 떠오른다.

“작전명령서입니까?”

강 소령은 그 말에 지그시 고개를 끄덕였다.

팔에 PDA가 장착된 형태라.

워낙 생소한 방식이었던 터라 이 대위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내용을 살폈고, 곧 커다란 눈으로 다시 강 소령을 쳐다본다.

“보복작전이요?”

“맞아,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테러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네도 들어서 알고 있겠지?”

“그야 물론입니다.”

“해서 정부는 그 배후 세력 중 몇몇 핵심 인물들에 대한 보복을 결정했고, 그 작전에 우리가 투입되는 거다.”

그 말에 이 대위는 한껏 진중한 표정이 되어 다시 PDA를 쳐다봤다.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함일까, 순간 강 소령이 암기하고 있던 내용을 입으로 읊어댄다.

“핵심 목표는 알 후아디. 나이는 58세. 한때 후세인의 핵심 참모 중 하나였으나, 현재는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단체의 간부로 활동 중. 얼굴은 여기 있는 사진으로 직접 확인하게.”

강 소령은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PDA를 조작했다.

곧 화면에 등장한 것은 얼굴이 수염으로 가득한 늙수그레한 사내.

전형적인 아랍계의 표본과도 같은 외형이었다.

“빌어먹을. 중동 사람들은 왜 이렇게 얼굴이 죄다 닮아 있는 건지 모르겠군요.”

이 대위는 몇 번이고 사진을 확인하며 불평을 토했다.

그 부분에 있어선 같은 심정이었던 걸까, 강 소령 역시도 피식 웃음을 뱉어낸다.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일걸?”

“그것도 그러네요. 우리 역시도 저쪽에서 보면 그 얼굴이 그 얼굴 같아 보이겠죠. 그나저나 함께 온 팀원들은 몇 명이나 되는 겁니까?”

강 소령은 그 질문에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내 몸을 돌린 그는 곧바로 자신이 타고 왔던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곧 차량들에선 10여 명에 달하는 중장갑형 외골격을 장착한 병력들이 쏟아져 나왔다.

“…….”

이 대위는 저들의 모습에 한동안 탄성만 발했다.

다른 걸 떠나서 저 다양한 무장들을 사람이 장착하고 있는 것이 놀랍다고 할까.

저 정도 무장이면 어지간한 보병대대 하나쯤은 그냥 날려 버릴 수준이 아닐까 싶다.

“단결! 문명호 중사입니다.”

“오익현 대위요.”

이 대위와 안 중사는 인사를 해오는 병력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았다.

이후 허공에서 교차한 두 사람의 시선.

말은 안 했어도 아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다.

자신들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있는 저들의 무장에 대한 괴리감.

말이 협동 작전이지 자신들은 자칫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자, 그럼 자세한 임무 분담은 가는 동안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 출발하지. 미 육군의 수송 헬기를 얻어 타려면 당장 출발해야 늦지 않을 테니까.”

대원들의 자기소개를 지켜보던 강채훈 소령은 출발을 재촉했다.

하긴, 여명이 밝아오기 전에 작전을 끝맺기 위해선 당장 출발하는 것이 옳은 결정일 터.

일행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차량에 올랐고, 그 시점에 강 소령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한 가지만 명심하게. 이번 작전은 비록 표면상으로는 요인 암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섬멸이 목적이라는 것.”

“…….”

***

두두두두!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에서 미 육군의 수송헬기와 합류한 작전 팀은 곧장 아친 지구를 향해 날아갔다.

미군 수송 팀과의 합류 이전 이미 작전에 대한 주된 임무 분담은 끝이 난 상황.

한데 예상과는 달리 강채훈 소령은 굳이 자신이 끌고 온 팀을 1선 타격부대로 내세우려 고집하지 않았다.

“중장갑 외골격은 애초 지원화기용으로 제작된 물건이야. 하면 그 특성을 살리는 것이 작전 성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지.”

그 말도 일리는 있었다.

무장이 뛰어나다고 해서 무작정 나서서 적을 상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지.

대물 저격총은 대물 저격총대로.

그리고 40밀리는 40밀리대로 그 특성에 맞게 지원 임무에 전념하는 것이 정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한 번도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없는 두 팀이 섞여서 작전을 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문제는 그 점이었다.

이건 단순한 훈련이 아닌 실전.

자칫 손발이 맞지 않아 실수라도 발생하면 그대로 끝이 아니던가.

“그래서 교본이라는 것이 있는 거잖아. 이번 작전은 특전사 전통교본에 있는 시가전을 상정한 작전으로 간다.”

이 대위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매번 신물이 올라오도록 받았던 훈련이 어디 갈까.

그때, 강채훈 소령이 다시 말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정작 핵심 인물은 산악지대의 동굴에 숨어 있다는 거다. 해서 팀을 둘로 나눠서 작전을 하되 동굴 팀 역시 시가전을 상정한 교본대로 간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동굴 속에서의 작전을 시가전 교본대로 가다니요.”

“달리 방법이 없잖아. 그동안 우린 동굴에서의 작전을 상정한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그나마 밀폐된 공간에서의 작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가전에서의 교본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는 점에서 내린 결정이다.”

이 대위는 비로소 상황을 인식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지까지 1분 후면 도착 합니다.]

때마침 들려오는 헬기 조종사의 외침.

대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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