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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00화 (200/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00화

빙글!

순간 나타샤가 다시 땅을 구르며 로비를 가로지르는 벽 뒤로 몸을 숨겼다.

이후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뭔가 분주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봐선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은 모양새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차.

휙!

갑자기 그녀가 숨어든 벽 뒤편에서 불붙은 그녀의 상의가 내던져진다.

“휘발유?”

동시에 코를 찌르고 들어오는 냄새는 분명 휘발유 특유의 것이었다.

하면 옷에 붙은 불을 굳이 진압하려 애쓰기보다는 차라리 내던진 것이 옳은 결정.

그나저나 저 정도로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이면 나타샤의 상태도 정상은 아닐 거다.

[괜찮습니까?]

[전 괜찮으십니다. 회장님은요?]

이후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에 난 비로소 안도했다.

그도 잠시, 순식간에 로비를 가득 메운 매캐한 연기로 인해 숨이 턱 막혀 온다.

치익!

그때, 천정에 설치되어 있던 화재진압장치가 작동하며 불활성 가스가 쏟아져 내렸다.

연기도 연기지만 자칫 가스를 들이켜기라도 하면 호흡에 문제가 생길 상황.

재빨리 상의로 코와 입을 틀어막은 후 나타샤가 숨어 있던 벽을 향해 접근했다.

두두두!

탕탕!

들려오는 총소리는 아마도 범인과 교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리일 터다.

“사격중지! 회장님부터 찾아.”

결국엔 제압에 성공한 걸까, 곧 들려오는 상황종료 신호.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벽을 돌아서자 나타샤가 발을 움켜쥔 채 주저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다친 겁니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난 어색한 미소를 짓는 그녀를 재빨리 부축하며 일으켰다.

말은 아니라고 했어도 어딘가 많이 불편해 보이는 모습.

혹시 총상이라도 입은 것은 아닐까 싶어 살펴보려는데, 그녀가 서둘러 손사래를 친다.

[총상은 아니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단지 차량을 피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변명했다.

나를 밀어내던 당시 그녀의 다급하고 간절했던 표정.

왠지 그게 자꾸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괜찮으십니까, 회장님?”

뒤늦게 나를 찾아낸 경호원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어색해진 분위기.

난 즉시 경호원들에게 그녀를 인계하려 했지만, 그녀는 끝내 부축하려는 다른 손들을 뿌리치며 내 곁을 지키기를 고집했다.

“그냥 두세요. 한데 SUV의 범인은 잡았습니까?”

그녀의 고집스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경호원들을 향해 물었다.

그들 역시도 불길로 인해 곤란을 겪은 듯 옷이 온통 엉망인 상태다.

“네, 잡기는 했는데, 총상과 화상이 워낙 심각해서 아마 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다행히 화재는 초기에 진압되어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나마 화재가 커지지 않은 것은 정말로 다행이었다.

이 큰 빌딩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그 피해는 가히 상상도 못할 테니까.

그나저나 경호원들의 피해가 걱정이다.

“몇 명이나 다쳤습니까?”

“총탄이 팔다리를 스친 몇몇을 빼곤 큰 피해를 입은 친구들은 없습니다. 다행히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던 덕분에…….”

순간 안도의 한숨이 뱉어졌다.

문득 로비의 상황이 궁금하여 슬며시 돌아가자 부서진 채 불에 탄 차량과 인화성 물질을 담았던 듯한 플라스틱 통. 그리고 쓰러져 있는 아랍계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흠…….”

아마도 범인은 내게 피해를 주는 것에 실패하자 인화성 물질로 화재를 일으킬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과정과 결말은 허무했으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용기는 대단했다고 해야 할 정도.

그럼 설마 유일신과 성전의 소행인가?

그런데 왜 하필 나를 노린 거지?

[의외네요.]

생각이 깊어지던 차에 나타샤의 말이 들려왔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다시 말한다.

[저 작자 말입니다.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 것에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거든요. 그걸 염두에 둔다면 아마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단체의 일원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내의 정체에 대한 나타샤의 생각은 나와 일치했다.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곤 돌아서려는데, 뒤늦게 그녀의 팔 곳곳에 나 있는 붉은 화기와 반쯤은 그을려 버린 그녀의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음…….”

[왜 그러십니까?]

내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본 나타샤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머리카락 이야기를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상황.

애써 웃음을 내비치곤 경호원들에게 말했다.

“그녀를 병원으로 모시도록 하세요.”

“회장님도 함께 병원으로 가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난 괜찮습니다. 그리고 난 지금 병원에 가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경호원은 의미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괜찮습니다.]

나 홀로 두고 가는 것이 불편했던 듯, 나타샤는 끝내 치료를 거부했지만 내 단호한 눈빛에 결국 돌아섰다.

“합참의장님?”

멀어지는 나타샤를 뒤로 하고 합참의 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불과 몇 분 전에 벌어진 사태기에 그는 아직 상황을 모르고 있을 테니까.

예상처럼 수화기 저편에선 난리가 났고, 곧 이쪽으로 병력들을 보내겠다며 호들갑을 떤다.

“여기가 문제가 아니라 재우의 공장들과 연구시설에 먼저 조치를 취해주십시오.”

합참의장은 내 부탁을 즉시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가만, 그런데 혹시 나만 노린 것이 아니면 어떡하지?

뒤늦게 드는 걱정에 회사의 주요 인물들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갑자기 저편에서 나타샤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으악!”

“…….”

놀란 마음에 즉시 되돌아봤다.

이제 막 로비를 지나 차량에 오르려던 중이었던 듯.

마침 창에 비친 자신의 머리카락 상태를 뒤늦게 발견한 모양이다.

“Чертову! Мои волосы……!”

그녀의 입에선 잔뜩 흥분한 투의 말이 뱉어졌다.

순간 든 생각은 범인이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어 버린 것이 다행 일 지도 모른다는 것.

만약 살아 있었다면…….

“거기까지.”

***

[속보입니다. 오늘 오전 재우 본사를 향한 테러시도가 있었습니다. 차량과 소총이 동원된 이번 테러시도는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수습됐지만 일부 재우 측 보안 요원들이…….]

사고 소식은 곧장 뉴스 전파를 탔다.

그 탓에 본사 주변은 이미 기자들로 바글바글한 상태.

미리 사태를 예상하고 집으로 몸을 피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회사 일은 김 비서 실장이 지속적으로 전화 보고를 주기로 했으니 너무 염려 마십시오. 그나저나 정말로 병원엔 안 가셔도 되겠습니까?”

김영기 실장은 내내 얼굴에 죄책감을 달고 있었다.

오늘따라 하필 늦어졌던 출근으로 인해 화를 면한 상황.

나로선 그게 차라리 다행인 일이었던 터라 몇 번이고 다독였지만 끝내 인상이 펴지지는 않는다.

“청와대에서 비상회의가 소집 중이라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놀란 대통령은 즉시 비상사태 선포는 물론 재우와 내 주변 경호수준을 거의 국가 주요기관 급으로 격상한 상태였다.

이후 발표에 따르면 한동안 국내에 체류 중인 의심 인물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실시된다고 하는데, 아마 한동안은 그로 인한 인권논란이 커질 듯하다.

“그나저나 분위기가 예상 밖인데요?”

한참 이곳저곳 채널을 돌리던 김 실장이 넌지시 말했다.

무얼 뜻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쳐다보자 그가 마침 진행 중이던 뉴스프로그램을 손짓하며 말한다.

“시민들의 반응 말입니다. 사실 전 테러까지 발생한 상황이면 파병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여론이 형성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은 응징을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물론 인터뷰에 응하는 시민들의 반응만으로 전체적인 여론의 향방을 판단하기는 무리.

하지만 이후 각 방송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서도 병력 철수보다는 응징을 주장하는 쪽이 압도적이었다.

“흠…….”

난 어쩌면 그게 이 나라의 또 다른 변화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회귀 전과는 달리 비약적으로 상승한 국가의 위상에 따른 변화.

그에 더해, 내내 우리가 당하고만 살아왔었다는 것에 대한 반발심리가 큰 영향을 끼쳤을 거다.

“일부 단체에서는 이 기회에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정책 검토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나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이거 문제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는데요?”

김 실장은 여전히 채널을 돌리며 말했다.

표정으로 봐선 걱정스럽다기보다는 차라리 잘됐다는 듯한 눈치다.

[정부는 이번 테러를 우리나라를 향한 전면적인 도전으로 간주했습니다. 때문에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이라크에 파병 중인 병력들의 사우디 이동을 의결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정부는 짧은 성명과 함께 병력의 이동을 거행했다.

당연히도 유일신과 성전의 경고는 이후로도 몇 번이나 더 계속됐지만 그건 악에 받친 우리 정부를 더 자극한 결과만 낳았을 뿐.

그 탓에 전 같았다면 눈치를 보며 진행했어야 할 무장의 추가 이송을 생중계 해 버리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했다.

-내가 방금 뭔가 아주 이상한 걸 본 것 같은데, 착각이었겠지?

↳아니 착각 아닐 거야. 나도 봤거든. 그 미래 전장에서나 나올 법한 갑옷을 입은 병력들.

↳촌스럽게 갑옷이 뭐야 갑옷이. 저게 그 유명한 중장갑형 외골격이라는 거다.

↳오오! 중장갑이라니…… 뭔가 있어 보여.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있어. 밀덕들의 커뮤니티에 올라온 소식에 따르면 40밀리 미사일 터렛을 병사가 들고 다닌다는데, 사실이면 어지간한 적들은 마주치는 즉시 요단강 건너야 할 걸?

↳병사가 미사일 터렛을 들고 다닌다고?

↳쉽게 말해서 저 병사 한 명이 그야말로 중전차 수준의 화력을 보유하는 거지.

↳미친 거 아니야?

↳재우가 원래 좀 미친 집단이잖아. 진현승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정부의 정책공개에 따른 포탈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긴, 애초 정부가 노린 것이 바로 그 부분이니까.

우리 병력들의 안전과 전투능력에 있어서만큼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그나저나 저 마지막 댓글.

어째 말투와 글의 성향에서 부쩍 성호 놈의 냄새가 난다.

“에이, 설마…….”

“차량 준비됐습니다, 회장님.”

한참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사이 방에 들어선 김 비서가 소식을 알려왔다.

정부 주요 인사들과의 약속 시간까지는 불과 한 시간가량 남은 상황.

다급히 방을 나서자 나타샤가 재빨리 따라붙는다.

[괜찮습니까?]

그녀는 팔에 덕지덕지 거즈를 붙이고 있던 상태였다.

그 길었던 머리카락도 거의 어깨까지 짧아진 상태.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왠지 미안함이 앞선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당분간은 제가 24시간 경호를 맡아야 할 것 같습니다.]

[…….]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고, 푸틴 각하께서도 신신당부를 하셨거든요.]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뭐 어차피 당분간은 그녀를 배제해야 할 주요 시설들을 방문할 일도 없는 상황.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비로소 그녀의 표정이 밝아진다.

[참, 그나저나 그때 내게 뭐라고 한 겁니까?]

[…….]

[사고 당시 나를 밀어내며 러시아어로 뭐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아닙니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사이 불현듯 그게 떠올라 물었다.

순간 움찔 하고 몸을 떤 그녀는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 대꾸한다.

[그, 그냥…… 잘 숨어계시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요?]

솔직하지 못한 말투였다.

하지만 끝내 캐내기엔 좀 그렇다는 생각에 고개만 끄덕이곤 엘리베이터에 발을 들여놨다.

[흠흠.]

나타샤는 내려가는 내내 헛기침을 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는 걸까.

슬쩍 쳐다보자 그녀가 여전히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말한다.

[회장님께서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나도 나타샤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순간 그녀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괜한 말을 한 걸까.

왠지 공기가 어색해진다 싶은 생각에 대화의 방향을 돌리려 할 무렵 그녀가 먼저 실없는 농담을 뱉어낸다.

[이젠 유다희라는 이름은 쓰지 않겠습니다.]

[…….]

[젠장, 아무리 생각해도 그 빌어먹을 이름 때문에 진짜 요단강 건널 뻔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끼익!

“어서 오세요.”

도착한 국정원의 안가엔 이미 여러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국방장관을 비롯하여 합참의장과 신임 여당 대표까지.

비록 모임의 주최자는 국방장관이었지만 안건을 제시한 자는 나였기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조만간 재우는 보다 보안 관리에 용이한 넓은 대지를 가진 곳으로 본사를 이전할 생각입니다.”

“…….”

그 말에 누구 하나 대꾸를 하는 이는 없었다.

그게 일종의 시위성 발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들 있는 거지.

벌써 두 번이나 테러의 위협을 당한 내 처지에 대한.

아니나 다를까 국방장관이 넌지시 눈치를 보며 내 말을 받는다.

“저로서는 찬성입니다. 안 그래도 시내 한복판에서는 대처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해서 저도 제안을 하나 할까 합니다.”

“…….”

뭔가 선수를 치려는 분위기였다.

혹시라도 내가 무리한 요구를 할까 싶어 입막음 하려는.

들어는 보자는 심정으로 침묵하자 그가 조심스레 말을 잇는다.

“이전하는 재우 본사에 대해서도 군이 직접 보안 관리를 시행하면 어떻겠습니까. 현재 재우의 핵심공장들에 준하는 수준으로 말입니다.”

난 그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국방장관은 넌지시 시선을 피했고, 그 시점에 난 신임 여당 대표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김동호 의원님. 현재 우리나라의 법률상 총기가 허용된 것은 군과 경찰. 그리고 국정원 요원들뿐이죠?”

“그렇습니다만, 그건 갑자기 왜…… 혹시나 싶어서 미리 하는 말인데, 민간의 총기허용이 가능하도록 법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눈치 빠른 김 의원은 재빨리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난 슬며시 자세를 가다듬곤 다시 말을 이었다.

“오해하신 모양인데, 저 역시 민간의 전면적인 총기허용을 요구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랬다간 자칫 이 나라가 미국 꼴이 날 수도 있는데, 제 욕심 하나 챙기자고 그걸 바랄 수는 없죠.”

“…….”

“다만, 법이 인정하는 특정 구역의 보호에 있어서의 민간의 무장 허용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특정 구역이요?”

“예를 들면 국가의 판단하에 지정한 핵심 보호 시설이라던가…… 그 경우 굳이 군의 인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으니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김 의원은 잠시 눈을 끔뻑였다.

하지만 곧 의도를 이해한 걸까, 어색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드리워진다.

“진 회장님은 어차피 국정원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회사 내에서의 총기사용만 가능하다면 보다 확실한 보안이 갖춰진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 경우 군과는 달리 빠른 사태진압도 가능하게 되죠.”

그 말에 장관이 움찔했다.

이제야 비로소 내가 그의 제안을 탐탁지 않아 했었던 이유를 깨달은 거지.

하지만 딱히 할 말은 없을 거다.

아무리 경우의 수를 따져 봐도 보고와 지휘체계가 복잡한 군보다야 현장의 사병들이 사태에 대응하는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니까.

더군다나 그 사병들의 경험치가 현직 군인들 보다 높은 인물들이라면 더더욱.

스윽!

김 의원은 곧장 국방장관을 쳐다봤다.

은근슬쩍 시선을 피하는 모습.

결국 다시 나를 향해 시선을 준 김 의원은 잔뜩 난처한 표정과 함께 말을 뱉어낸다.

“알겠습니다. 일단 당내에서 의견을 좀 수렴해 보도록 하죠. 여론이 문제긴 한데, 그 부분은 제가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말투는 비록 부정적이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이후 여론의 향방을 이끄는 것은 내 힘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사실 법의 개정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그걸 시도할 수 있게 할 분위기 조성이지, 그 이후는 문제가 아니다.

‘일단은 거기까지. 이후 해외를 거점으로 PMC를 설립한 후 점진적인 법률의 개정을 통해 그걸 일부나마 국내에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거지. 법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선 만에서라도.’

물론 그 한계가 어디까지냐가 논쟁의 대상은 될 수 있겠지만.

그리고 민간의 무장 허용으로 인한 여타 부작용 문제의 해결도 필요하고.

하지만 난 이미 국내에 존재하는 PMC들의 수준에 만족할 수는 없다.

말이 PMC지, 그게 용역과 다를 것이 뭐가 있어.

“그렇게만 해주신다 해도 저로선 감사할 따름입니다. 차후라도 꼭 은혜를 갚도록 하죠.”

“무슨 그런 말씀을…….”

김 의원이 화색을 띄었다.

내 보답이라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거지.

단순히 물질적인 도움 따위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는 걸.

“혹시 이후의 회의에 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 때문일까, 그는 부쩍 일을 서두른다.

“허어…….”

멀어지는 김 의원을 보며 국방장관이 허탈한 미소를 내비쳤다.

또 무슨 할 말이 있는 걸까, 이내 휙 하고 나를 향해 다시 시선을 준 그가 넌지시 말을 꺼낸다.

“참, 그 소식은 아직 못 들으셨겠군요.”

“…….”

“이번 테러의 배후는 유일신과 성전인 것이 확실하다는 정보부서들의 공통된 보고가 있었습니다.”

어차피 예상했던 문제였기에 별스럽지는 않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주머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낸 국방장관이 이번엔 제법 충격적인 말을 전해온다.

“문제는 놈들이 소지했었던 총기의 출처인데, 추적 결과 중국 발 밀항선을 통해서 들여온 것으로 짐작 됩니다.”

“……중국발 밀항선이요?”

“문제는 중국에서 그걸 단순 범죄조직의 소행이라고 우긴다면 우리가 끝까지 따질 수가 없다는 거죠.”

“…….”

딱히 할 말이 없어 다시 침묵했다.

뭣 때문일까, 슬쩍 내 눈치를 살핀 장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잇는다.

“하지만 테러의 배후는 다르죠. 이렇듯 당하고도 가만히 있으면 우리만 바보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또 무슨…….”

“해서 오늘 오전 정부는 사우디로 이동한 병력들 일부와 추가 파병된 특전사 간부들에게 특수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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