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99화
이튿날, 난 비호의 전체적인 컨디션 확인을 위해 곧바로 디펜스를 찾았다.
시제 차량의 생산년도 자체가 워낙 오래된 탓에 점검해봐야 할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었던 상황.
그나마 이런 날을 예측하고 꾸준한 정비와 부품교체를 해왔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강호연 대표는 이미 공장에서 대기 중이었던 상태였다.
사전에 연락을 해두었던 덕분인지 그는 내가 도착하자마자 곧장 정비 중인 비호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차량들의 상태는 좀 어떻습니까?”
“그동안 워낙 관리가 잘 되어 있었던 터라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수량이 고작 8대뿐인지라…….”
강호연 대표는 내심 걱정이라는 듯 말했다.
지켜야 할 정유시설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우려.
하지만 당장 추가 생산을 시작한다 해도 대량 생산은 무리고, 설사 팀을 급조하여 추가 제작을 한다 해도 최소 한 달의 시간은 걸릴 상황이기에 딱히 방법은 없다.
“그나저나 레이더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교체해서 보내신다고요?”
강 대표는 시제 차량의 곳곳을 살피는 나를 향해 다시 질문을 뱉어냈다.
무려 10년 전에 만들어진 차량이라고 하기엔 꽤 관리상태가 대단한 수준.
난 만족스러운 미소를 내비치며 대꾸했다.
“기존에 장착되어 있는 레이더와 화력 통제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아마 탐지시스템의 정확도만 끌어올려도 성능이 전보다는 훨씬 나아질 겁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되겠습니까?”
“일단 시도는 해봐야죠.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미 레드백을 개발하면서 완성된 국지방공용 AESA와 화력통제 시스템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하필 그게 비호에도 통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 되었다는 점도 다행이라면 다행이고요.”
“혹시 의도하셨던 겁니까?”
강호연 대표는 대뜸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뭐를 말입니까?”
“레드백의 시스템을 비호에도 적용이 가능하게끔 개발하신 것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한데 그게 왜요?”
“몇 번이고 느끼는 것이지만 참 대단하시다 싶어서요. 사실 전 비호는 이제 빛을 보기는 힘들 거라 생각했었거든요. 그걸 끝내 놓지 않으신 것이…….”
난 그 말에 헛웃음을 뱉어냈다.
곧 탁하고 비호의 차체를 손으로 건드리곤 내가 세워두었던 계획을 털어놨다.
“미리 알아두셔야 할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만, 전 이 기회에 재우가 만드는 모든 전투차량의 탐지시스템을 통합 모듈화 할 생각입니다.”
“…….”
강 대표는 그게 무슨 생뚱맞은 말이냐는 듯 쳐다봤다.
스윽 하고 다시 비호를 올려다보곤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차피 국지방공용 탐지시스템도 이제 AESA의 시대입니다. 하니 기본적으로 모든 전투차량의 탐지시스템을 통합하여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각 차량의 특성에 맞는 무장을 장착하겠다는 거죠.”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확실히 비용 절감에는 도움이 되겠군요.”
강 대표는 뒤늦게 핵심을 이해한 듯했다.
이내 머릿속으로 결과물들을 상상이라도 한 듯 한참을 허공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환한 표정이 되어 제안을 하나 해온다.
“그럼 기왕이면 차체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가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해서 목적에 따라 약간의 개량만 하게 되면 더더욱 개발비를 절감하는 것이 가능할 텐데요.”
“안 그래도 그 부분을 언급하려던 참이었습니다.”
“…….”
“앞으로 재우는 기본적으로 2개의 차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모든 전투차량을 개발하게 될 겁니다. 하나는 궤도형. 그리고 또 하나는 차륜형. 해서 목적에 따라 알맞게 적용을 하는 거죠.”
“오오!”
강 대표의 표정은 마치 어두운 터널에서 빛을 발견한 사람 같았다.
하긴, 그동안 디펜스만큼은 뚜렷한 방향성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젠 달라질 거다.
만약 로템이 우리에게 넘어오게 되면 그야말로 지상무기의 전 분야에 걸쳐 사업 영역이 확대될 터.
그에 합당한 기반을 미리 갖춰둬야 하지 않겠는가.
“결론적으로는 강 대표님께서 앞으로 할 일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그나저나 현재 비호의 30밀리 쌍열포가 가진 대공 표적에 대한 요격 가능 확률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아! 요격 확률 자체는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정작 걱정인 것은 짧은 요격거리죠.”
강호연 대표는 불현듯 이어진 내 질문에 재빨리 대꾸했다.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지나치게 큰 단점.
특히나 광대한 정유시설이 지켜야 할 목표라면 그건 더 치명적이다.
‘적의 드론이 지나치게 근접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요격은 아무래도 위험 부담이 크니까.’
만약 한 대라도 놓치게 되는 경우엔 그 피해가 다른 시설들과는 비교조차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거지.
“흠…….”
하면 역시나 방법은 빠른 개량뿐이다.
문제는 역시나 시간인데, 내내 대안을 고민하던 와중 그나마 효율성이 있을 만한 것이 한 가지 떠올랐다.
“혹시 단거리 대공미사일을 임시로 화력통제장치와 연동시키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비호복합.
급한 대로 그 흉내를 좀 내보겠다는 거지.
“어차피 개발 중인 레드백의 화력통제 시스템을 이식하는 상황이라면 가능이야 하죠. 문제는…… 보름 안에 발사 플랫폼을 자동화해야 한다는 것과 그걸 다시 비호에 장착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겁니다.”
“하긴, 그게 문제군요.”
고작 보름 안에 그 복잡한 작업들이 가능할 리가 없지.
하지만 그 상상이 아주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우리 군이 사우디로 파견되는 상황이면 비호 역시 우리 군이 운용할 가능성이 큰 상태.
하면 탐지 자체는 비호에게 맡기고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통한 요격 임무는 우리 병력들이 감당하면 되지 않던가.
“그럼 일단 당장 보내야 할 비호들은 정비만 확실하게 해서 보내는 것으로 하죠. 대신 LIC넥스원에 연락해서 신궁의 물량을 보름 안에 얼마만큼 확보가 가능한지 알아봐 주세요. 사거리 5킬로미터 급의 신궁이라면 부족한 비호의 사거리를 극복하기엔 충분할 테니까. 그리고 우리도 향후 비호의 개량에 있어서만큼은 반드시 단거리 대공미사일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대공미사일을요?”
“네, 이제부터는 비호의 개발 목적을 전과는 달리 하겠다는 거죠. 아무튼 최대한 서둘러 주시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1년 안에는 결과를 볼 수 있도록.”
강 대표는 눈을 끔뻑이며 다시 나를 쳐다봤다.
어느 부분에서 난색을 표하는 걸까, 싶어 되물으려는 차, 그가 먼저 말을 던진다.
“1년 안에 개량을 끝내라고요?”
“어차피 탐지시스템과 무장, 그리고 통합관리 시스템은 이미 완성이 되어 있으니 특별히 문제는 없을 텐데요?”
“그렇긴 합니다만……. 한데 차체는 어떤 형식으로 개발을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앞서 말했듯 2가지 방식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궤도형과 차륜형. 해서 주문자의 의도와 상황에 맞게끔 적용을 해야죠.”
“…….”
강 대표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문이 열린 마당이니 그럴 수밖에.
웃으며 돌아서려는 순간 문득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스쳤다.
“아! 그리고 기왕 개량을 하는 마당이면 우리 이름을 좀 바꾸죠.”
“…….”
“비호2. 어떻습니까?”
***
끼익!
이후 내가 발길을 한 곳은 재우연구소였다.
“오랜만이다.”
도착과 동시에 나를 맞은 것은 역시나 희원.
부쩍 체중이 불어 있는 놈의 모습에 아주 잠깐은 놈의 얼굴을 못 알아봤다.
“체중관리 안 하냐?”
“냅둬. 먹는 재미라도 없으면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어떻게 버티냐. 그나저나 이번엔 좀 의외다?”
“뭐가?”
“저 중장갑형 외골격 말이야. 막상 개발을 끝내기는 했어도 난 저게 대체 언제쯤에나 세상에 빛을 볼까 싶었거든.”
놈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현재 개량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그 수준과 개념 자체가 다른 물건.
2025년도에서도 적용을 해보지 못했던.
아니, 그 이후로도 과연 저게 전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을까 싶던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세상이 점점 달라지고 있잖아. 그것도 아주 빠르게…….”
“달라지긴 달라지고 있지. 난 이렇듯 돼지가 되어 가고, 넌 여전히…… 가만, 그러고 보니 이거 뭔가 이상한데?”
읊조리듯 대꾸하던 놈이 난데없이 나를 휙 쳐다봤다.
또 무슨 실없는 말을 꺼내려나 싶은 순간 놈의 손이 턱 하고 내 얼굴에 닿는다.
“이 팽팽한 피부는 뭐지? 안 본 사이에 혼자 뭘 처먹은 거야.”
탁!
난 놈의 손을 뿌리치곤 눈을 흘겼다.
이내 연구소로 들어서는 사이, 놈은 끊임없이 내 피부를 두고 중얼댄다.
“의리 없는 새끼. 그런 좋은 것이 있으면…….”
“시끄럽고, 동력전달장치 문제는 해결된 거야?”
들어선 연구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뜨인 것은 시험장 한편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던 중장갑형 외골격이었다.
전신 방탄 수트에 복합재 골격. 그리고 그 위에 초경량 분자구조로 재구성한 티타늄합금을 두른 형태.
그건 단순히 스켈레톤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추가무장의 무게와 제어의 어려움 때문인데, 외관만 보면 꼭 게임에 등장하던 미래병사를 재현해낸 것 같았다.
“말도 마라. 각 관절 부위의 동력전달이 어찌나 까다롭던지, 그거 해결하느라 족히 1년은 허비했어.”
“그래서, 해결은 했고?”
희원은 재촉하는 나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듯한 표정.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려는 차에 놈이 저편을 향해 손짓한다.
“네 눈으로 직접 봐라.”
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외골격이 움직였다.
“깜짝이야!”
아마도 내가 도착하기 전 이미 누군가가 장착을 하고 있었던 모양새.
헬멧의 안면보호대까지 완전한 일체형인 터라 그 점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었다.
“괜찮네. 관절 부위마다 동력전달장치가 장착되어 있는 와중에도 저렇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정도면.”
“괜찮다고? 얌마, 저게 얼마나 극악의 계산이 필요한 작업인지 알아? 신경 전달 신호를 해석하고 그걸 다시 적절하게 각 부위에 전달하는 것은…….”
“알겠고, 무장제어에는 별문제 없었어?”
“그것도 네 눈으로 직접 봐.”
놈은 잔뜩 볼멘소리로 대꾸하곤 다시 저편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외골격을 장착한 사내가 즉시 곁에 놓여 있던 커다란 장비를 들어 올렸고.
철컥!
이내 그걸 어깨와 등판으로 이어지는 도킹 클립에 장착한다.
“저거 혹시 40밀리 미사일 터렛이야?”
확신이 서지 않은 탓에 한 질문이었다.
다른 걸 떠나서 저건 내가 제안했었던 것과 형태가 많이 달랐거든.
기잉!
특히나 모터에 의해 구동되듯 손을 대지 않고도 위아래로 방향을 트는 방식.
저건 나조차도 엄두를 낸 적이 없던 것이었다.
“뭘 어떻게 한 거야?”
씨익.
희원은 당황하는 나를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내 내 눈이 다시 잔뜩 찌푸려지려 할 때쯤, 서둘러 말을 뱉어낸다.
“조인트에 구동장치를 장착했어. 그걸 헬멧의 신호와 연결해서 상하 움직임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거야.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 표적 지시도 헬멧에서 가능해.”
“HMD를 헬멧에 도입했다고?”
“빙고!”
놈은 또다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도 잠시 한껏 구겨진 내 얼굴에 슬그머니 눈치를 본다.
“표정이 왜 그래?”
“야 이, 미친놈아. 너 대체 단가를 얼마나 높여 놓으려고…… 외골격 하나를 무슨 전술차량 가격에 팔아먹을 생각이야?”
놈은 그 말에 찔끔했다.
그럼에도 끝내 변명은 하고 싶었던 듯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 댄다.
“그래 봐야 고작 1억밖에 안 오르…….”
“1억이 애들 이름이야? 안 그래도 저 외골격 하나의 가격이…… 됐다. 내가 앓느니 죽지.”
난 솟아오른 짜증을 애써 내려놨다.
하긴, 7억이나 8억이나.
어차피 재원을 사우디가 감당하는 상황에서 당장은 비용문제로 열을 올릴 필요가 없지.
‘흠…….’
그나저나 성능향상 만큼은 왠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렛의 구동과 운용을 굳이 손을 쓰지 않고도 가능하다면 또 다른 무장의 운용 가능성도 커지니까.
예를 들면 대물 저격총 같은.
상황이 이러면 그야말로 소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은 형국이다.
“그래, 차라리 나를 짤라라. 내가 이런 대우를 받으며 네놈 옆에 남아 있을 바에야…….”
“수고했어.”
애꿎은 내 타박에 폭발했던 놈은 그 한마디에 눈이 동그래졌다.
뭐가 됐건 놈의 도전이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한 것은 사실.
더 이상의 타박보다는 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걸로 제수씨 명품 가방이나 하나 사드려.”
내민 것은 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카드였다.
검은 빛깔이 영롱하기 그지없는.
순간 놈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거의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카드를 낚아채 간다.
“그 명품의 기준은 어디까지냐.”
“많잖아. 샤넬을 비롯해서 구찌나 루이비통 같은…….”
“혹시 헤르메스도 해당되냐?”
“…….”
시발, 간땡이 큰 새끼 같으니.
***
[정부는 오늘 오전 사우디 정유시설의 보호를 목적으로 비호 자주대공포를 사우디에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의 주요 석유 수입처 중 하나인 사우디의…….]
[사우디 정유시설 공격의 배후로 지목 되어왔던 유일신과 성전 측에서는 오늘 우리나라의 비호 파견 소식에 새로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의 내용은 우리나라를 향한 보복을 천명하는 것이었으며…….]
며칠 후, 뉴스에선 우리나라를 향한 IS의 보복 성명이 발표되었다.
그 탓에 군과 경찰은 지금 비상사태.
공항의 검색은 더욱 철저해졌고, 각 정부 기관들의 관리감독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끼익!
[좋은 아침입니다. 회장님.]
보안 수준이 달라진 것은 공공기관만은 아니었다.
재우 역시도 당분간은 비상체제에 들어간 상황.
그 탓에 본사를 드나드는 모든 인물들에 대한 검문검색이 전과는 비교조차도 되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워졌고 나타샤 역시 평소와는 달리 눈에 빛을 밝혀둔 상태다.
[유다희 씨. 요즘도 게임 성적이 저조합니까?]
[…….]
나타샤는 슬쩍 건넨 농담에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만큼 일할 때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따르려는데, 저편에서 갑자기 요란한 굉음 소리와 함께 덤프 차량 한 대가 이쪽을 향해 질주한다.
쿵!
순식간에 인도로 뛰어든 차량은 접근방지용 콘크리트 기둥을 들이받아 쓰러트렸다.
“차에서 내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경호원들과 국정원 요원들이 즉시 다가갔지만, 덤프는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며 그들을 위협.
탕탕!
결국 국정원 직원들의 총이 불을 뿜고 나서야 차량이 멈춰 섰다.
“내려 이 자식아!”
잠시 후 끌려 내려온 사내는 아랍계의 인물로 보였다.
재빨리 수갑을 채우는 국정원 직원들.
잠시간의 소란은 그렇게 정리되는 듯 보였다.
부우웅!
한데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SUV 한대가 엄청난 속도로 무너진 차단 기둥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
탕탕!
다급했던 국정원 직원들의 총탄세례가 쏟아졌지만, 기세를 잃지 않은 SUV는 끝내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며 근처에 있던 경호원들을 들이받았다.
휙!
마침 나를 안전지대로 이끌던 나타샤는 온 힘 다해 나를 엘리베이터가 있던 방향으로 밀어냈다.
두두두!
뒤이어 들려온 기관총소리.
당황스러운 마음에 재빨리 쳐다봤지만 다행히 나타샤는 땅을 구르며 총탄을 피하는 중이었다.
[이리로!]
난 재빨리 나타샤를 향해 손짓했다.
한데 그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화악!
갑자기 강한 열기와 함께 치솟은 불길이 이제 막 나를 향해 달려오던 나타샤를 덮쳤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