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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97화 (19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97화

우르르!

갑작스레 들려온 사우디의 소식으로 인해 모하메드 왕세제와 우리 일행은 즉시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부릉!

이후 향한 곳은 모하메드의 집무실.

애초 행사 참여가 목적이었던 나로선 당연히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차마 모하메드의 간절한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인 거야?]

집무실에 도착한 모하메드는 마침 대기 중이던 자국의 국방장관을 향해 물었다.

[아 그, 그게…….]

순간 국방장관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이유를 눈치챈 듯 모하메드는 곧장 손사래를 쳤고, 장관은 그제야 목청을 가다듬으며 보고를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1시간 전쯤, 아람코의 정유시설 한 곳이 드론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드론이요?]

당황스러운 마음에 나도 몰래 말을 뱉어냈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닌 상황.

난 은근슬쩍 다시 입을 다물었고, 곧바로 질문을 이은 것은 모하메드였다.

[미사일이 아니라 드론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공격 주체는?]

[조금 전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단체에서 자신들의 소행임을 중동 곳곳의 방송국들을 통해 발표했습니다만, 아직은 확실치 않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유일신과 성전.

그건 곧 IS의 전신을 뜻하거든.

회귀 전 역사에 의하면 차후 꽤 골칫거리가 되는 집단.

한데 그들이 왜?

역사대로라면 사우디의 정유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후티 반군이어야 하잖아.

더군다나 시기는 또 왜 이렇게 빨리…….

[그들이 왜?]

때마침 모하메드의 입을 통해 같은 의문이 뱉어졌다.

내 시선은 자연스레 장관의 입술을 주목했고, 그는 속이 타는 듯한 표정과 함께 말을 이었다.

[저들의 발표문에 따르면 현 이라크에서의 미군과 한국군의 주둔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라크 문제를 왜 사우디에게 추궁한다는 말입니까]

모하메드는 그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는 듯 장관을 쳐다봤다.

그 말을 기다렸던 걸까, 장관은 즉시 종이 한 장을 그에게 건넨다.

[이건 유일신과 성정 측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발췌한 겁니다. 직접 확인 해 보시죠.]

모하메드는 즉시 종이를 받아 들었다.

나를 배려한 듯 곧 평소보다 톤이 올라간 목소리로 읽어 내려간다.

[미군과 한국군은 이 거룩한 땅에서 우리 형제들의 피를 흩뿌리고 있다. 더 참담한 것은 그런 형제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사우디와 UAE가 오히려 서방과 야합하고 있다는 것이며, 우린 그런 저들의 이단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

성명을 읽어 내려가던 모하메드는 이단적 행위라는 대목에서 잠시 입술을 짓씹었다.

하긴, 아랍계 인물들에게 이단이라는 단어야말로 치욕스러움의 극치.

저렇듯 분을 참고 있는 것만도 용한 일일 거다.

[해서 우리의 요구사항은 즉각적인 미군과 한국군의 철수다. 만약 이 경고를 무시하는 경우, 두 번째 단죄 대상은 UAE가…… 이런 빌어먹을!]

모하메드는 결국 성명서를 끝까지 읽어 내려가지 못 했다.

곧 무얼 의미하는지 모를 그의 눈빛이 국방장관에게로 향했지만, 희한하게도 장관은 그 눈빛의 의미를 이해한 듯 즉시 대답을 뱉어냈다.

[아직 우리를 향한 공격 징후는 보이지 않는 상태니 너무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 해도 시간문제일 거요. 혹시 모르니 당분간 군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 지역의 검문을 철저하게 하라고 하시오. 그나저나 유일신과 성전이 왜 이라크 문제에 끼어든 겁니까?]

[최근 이라크 반군 세력들 중 일부가 유일신과 성전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첩보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지도부를 부추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건 회귀 전 나도 들은 적이 있었다.

IS에 이라크 반군 출신들이 대거 유입되었다는.

하지만 그들이 유일신과 성전의 지도부를 쥐락펴락 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역사는 또 내가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뒤틀릴 모양이다.

[하면 미국에선 뭐라고 합니까.]

[미국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명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우디의 하사드 왕세제께선 이번 방산전시회의 참여일정을 취소하시고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라고 합니다.]

[흠…….]

모하메드는 한숨을 뱉어내며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하!]

그때, 달려오는 또 다른 군의 인물.

곧 모하메드를 향해 무언가를 속삭인 그의 시선이 웬일인지 나를 향해 꽂혔고, 이내 모하메드의 말이 이어진다.

[하사드 왕세제께서 진 회장을 찾는다는군요. 혹시 시간 되시면 나와 함께 사우디로 갑시다.]

[…….]

***

[어서들 오세요.]

몇 시간 후, 사우디 왕실에 도착한 나와 모하메드는 한껏 수척해져 있는 하사드 왕세제와 마주했다.

상황이 급했던 듯 인사치레를 생략한 그는 즉시 나를 향해 사건의 개요를 설명했다.

[워낙 저공비행으로 접근을 한 탓에 HVP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더군요.]

[그야 당연합니다. 설사 탐지했다고 해도 지나치게 자유로운 비행궤적을 가진 드론이라면 요격이 쉽지도 않고요.]

[하면 뭔가 방법이 없겠습니까.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면 우리도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요.]

그 말에 뇌리를 스친 것은 비호였다.

회귀 전, 사우디가 이와 유사한 사건을 겪으며 우리에게서 도입했었던 물건.

물론 현재의 비호는 아직 신궁이 결합된 형태의 물건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원형은 내가 회귀한 시점 보다 먼저 완성이 되어 있었고, 난 주변에서 재기하는 효율성 문제를 애써 무시하며 유지하고 있던 터였다.

바로 오늘 같은 사건이 언젠가는 터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문제는 아직 개량을 거친 물건이 아니라서 화망의 정확도와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건데…… 뭐 그거야 개량을 거치면 그만이니까.’

[방법이야 존재합니다만, 그 전에 드론의 출처에 대해서 좀 알아야겠습니다. 그래야 제가 생각하는 수단이 제대로 된 대책일 수 있을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난 잠시 대답을 미룬 채 그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순간 하사드의 시선이 근처에 서 있던 사우디군 4성 장군에게로 향했고, 시선을 받은 장군은 곧장 사진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이게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군요. 아마도 미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추락했던 드론인 것 같은데, 정유시설 인근에서 30분 전쯤 발견한 것입니다.]

난 재빨리 사진을 받아 들곤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인 것은 부품의 구성과 설계방식.

대번에 출처가 어딘지 짐작이 간다.

[중국의 것이군요.]

[중국이요? 아니 중국이 이런 수준의 드론을 만든다고요?]

하사드와 모하메드는 그 말에 꽤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나도 놀란 것은 사실.

앞으로 몇 년 후라면 모를까, 이렇듯 조기에 중국의 드론 제작수준이 발전했을 줄은 미처 예상 못했거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게 우리 기술과는 다른 형태라는 건데, 어쩌면 이스라엘의 기술을 탈취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한데 중국의 드론이 어떻게 테러단체로 흘러 들어간 겁니까?]

하사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긴, 자칫하면 이건 국제적인 분쟁 거리가 될 문제니까.

하지만 중국이 바보도 아니고, 아마 직접적인 지원을 한 것은 아닐 거다.

[중국이 어딘가로 수출한 것이 흘러 들어갔겠죠.]

또는 흘러 들어가도록 유도를 했거나.

가만, 그런데 정말로 그런 거면 이거 문제가 좀 있는 것 아닌가?

정황을 따져보면 결국 미국과 우리를 곤란에 빠지게 하려는 의도라고 밖엔 볼 수 없잖아.

역사와는 달리 이제 이라크는 거의 안정기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다시 발을 빼기가…….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군요. 얼마 전 예멘에서도 중국산 무기들이 발견 되었다는 보고가 있기는 했습니다.]

하사드는 뒤늦게 수긍하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건 아마도 채 마무리 짓지 못한 대책에 관해 묻는 것일 터.

난 잠시간 들었던 생각을 떨쳐내곤 미뤄뒀던 대답을 뱉어냈다.

[재우디펜스에 발칸을 대체하기 위한 근거리 저고도 방공시스템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다만, 아직은 탐지 레이더와 사통컴퓨터의 개량이 필요한 상황이죠.]

막상 말을 뱉어내고 보니 아쉬움이 뒤따랐다.

사우디 정유시설 공격 사건이 이렇듯 일찍 벌어질 줄 알았다면 진즉에 개량을 서둘렀을 텐데, 싶은.

하지만 누가 이렇게까지 빨라 질 줄 알았을까.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하면 언제까지 개량이 가능할 것 같습니까. 만약 우리가 당장에라도 발주를 한다는 가정하에.]

[…….]

예상은 했지만 지나치게 적극적인 태도였다.

아무리 마음이 급하기로서니 아직 개량이 시작되지도 않은 물건을 발주하겠다니.

머뭇거리는 와중 하사드가 다시 말한다.

[얼마가 됐건 개발비는 내가 대겠습니다. 대신 그 빌어먹을 중국의 드론이 다시는 내 정유시설에 위협을 가하지 못할 만큼 완벽한 물건만 만들어 주시오.]

[…….]

어지간히도 속이 타들어 가는 모양새였다.

속에서 헛웃음이 뱉어지려는데, 하사드의 말이 이어졌다.

[참,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기존의 시스템을 임시로 배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요격 확률이 문제죠.]

[그래도 아예 방어수단이 전무한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

난 차마 대꾸를 하지 못했다.

슬며시 TV를 향해 시선을 돌린 하사드는 마침 화면 속에서 불타고 있는 정유시설을 보며 이를 갈았다.

[아마 당분간은 유가가 요동칠 거요.]

[…….]

[그 상황에서 또 공격을 받게 되면 유가는 정말 대책이 없을 것이고.]

아!

빌어먹을…… 그 생각을 못했네.

***

휘이이이잉!

이틀 후, 난 홀로 귀국했다.

급한 대로 시제 차량들이라도 먼저 제공을 해달라는 하사드의 요구에 더해 한시가 멀다 하고 걸려오는 청와대로부터의 전화까지.

결국 계약을 비롯한 대부분의 일 처리는 김영기 실장에게 일임할 수밖에 없었다.

“전 방금 인천공항에 잘 도착했습니다. 김 실장님께는 죄송하지만, 그곳에서 저 대신 고생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너무 서두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UAE와 사우디 측에선 다른 업체들과의 계약은 생각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사고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는 거였다.

사우디와 UAE는 이미 차기 장갑차량 확보사업은 물론 대공방어 시스템의 추가확보까지 죄다 재우를 사업자로 임시 선정한 상태.

특히나 레드백을 향한 두 나라의 관심은 아직 완전한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도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이거 바쁘신 분을 불러들여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도착한 청와대엔 대통령을 비롯한 군의 핵심 참모들이 죄다 모여 있었다.

시간을 아끼려는 걸까, 짧은 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자 합참의장이 대뜸 한 무더기의 서류들을 내 앞에 들이민다.

“이게 다 뭡니까?”

합참의장은 그 질문에 대통령을 쳐다봤다.

오고 가는 눈빛.

곧 다시 나를 쳐다본 합참의장이 진중한 표정으로 말을 뱉어낸다.

“오늘 오전, 백악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우리 병력들 중 일부를 사우디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검토를 요구하더군요.”

“우리 군을 왜요?”

“그야 당연히 사우디 정유시설에 대한 보호가 목적이겠죠.”

그 말에 야릇한 기분이 뇌리를 맴돌았다.

물론 우리로서도 역사와는 달리 사우디의 중요성이 더 없이 커진 상황.

하지만 현시점에서의 사우디는.

그러니까 미국의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인 지금으로서는 미국이 더 나서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그 마당에 굳이 우리를 내세우는 이유를 나로선 이해할 수가 없다.

‘가만…….’

한데 그때, 불현듯 하사드가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내 손을 굳게 맞잡으며 했었던.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설마 그게 비호의 빠른 개량을 두고 하는 부탁이 아니었던 건가?

“혹시 사우디의 요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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