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95화
[그건 또 무슨…….]
절로 눈이 찡그려졌다.
중국의 완전한 에너지 자립 가능성이라니.
물론 신장 지역 등 일부에서 일부 매장량이 확인되기는 했어도 그게 완전한 에너지 자립을 이룰 정도는 아닌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중국이 무슨 수로요. 자국 어딘가에서 사우디와 맞먹는 수준의 석유라도 펑 하고 터졌다면 모를…….]
난 말을 뱉어내다간 멈칫했다.
곧 설마 하는 눈으로 쳐다보자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맞습니다. 당장 터지진 않았지만 터질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아내기는 했죠.]
[…….]
[물론 아직은 가능성일 뿐이니 그리 심각한 표정 지을 것 없소이다.]
리암은 사색이 된 내 표정을 보며 다독였다.
순간 뇌리를 스친 것은 7광구.
즉시 그를 향해 되물었지만 막상 그는 부정적인 의미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론 7광구도 대량의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기는 하외다. 하지만 내가 말한 곳은 그와는 비교조차도 되지 않는 수준의 매장량을 보유한 곳이오.]
[그게 어디죠?]
[정보에 의하면 서해 어딘가라고 하는데, 그건 아직 확실하지 않소이다.]
[서해요?]
[그렇소. 한데 특이한 것은 코어의 형태가 워낙 특이해서 한국 측 수역에서도 채굴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정보가 있소이다.]
[…….]
순간 눈이 절로 끔뻑여졌다.
마치 기대했던 반응이라는 듯 리암이 빙긋이 웃으며 다시 술잔을 부딪쳐온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이해하겠소이까?]
[……우리 측 수역에서도 채굴이 가능하면, 향후 분쟁 가능성이 있겠군요. 중국 쪽에선 우리가 그걸 채굴하도록 순순히 용인하지도 않을 테니까.]
[정답이오. 지금은 비록 확인과정에 있기에 중국이 저렇듯 쉬쉬하고 있지만 만약 정확한 데이터가 확인 되면 아마 중국은 한국을 본격적으로 압박할 겁니다. 저들의 욕심으로 봐선 절대 그걸 나눠 먹으려 하지 않을 테니까.]
중국이라면 그렇고도 남은 존재들이긴 하다.
문제는 정말로 그 정도의 석유자원이 서해상에 있느냐는 것.
그게 사실이라면 회귀 전 이미 난리가 났었을 텐데,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그런 소문에 대해선 들은 적이 없거든.
‘하면 왜지?’
갑자기 그런 역사에도 없었던 일이 발생하는 이유가.
혹여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걸까.
아니, 우리 국민들만.
정부는 알고 있었음에도 골치가 아프다는 것을 핑계로 묻어두고 있었던 건가?
‘에이 설마…….’
난 즉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 정도로 막대한 석유자원이라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지키려 했겠지.
아니, 꼭 우리가 아니라도 아마 미국에서 그걸 온전히 중국 측에 넘어가도록 놔뒀을 리가 없다.
하면 정말로 회귀 전에는 없었던 일이 생겼다는 건데…….
빌어먹을, 이젠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군.
[그래서였던 겁니까? 중국이 최근 급격히 해군 전력을 키우는 이유가.]
고민의 와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역사보다 빨리 한해 수십 척씩 군함을 찍어내는 이유.
그게 어쩌면 향후 발생할 우리와의 분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함은 아닐까 싶은.
[그것도 이유가 되기는 하지 않겠소? 앞서 말했듯 욕심 많은 중국으로서는 그걸 한국과 나눠 먹기 싫을 테니까. 그 와중에 한국의 해군력은 미친 듯이 성장하고 있으니 나름 대처를 해 두려는 거겠죠.]
리암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이내 생각을 정리하기라도 하는 듯 잠시 먼 산을 쳐다보던 그는 한껏 진중한 표정이 되어 다시 말했다.
[자, 그럼 이쯤에서 우리 최악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
[중국이 수출이 가능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석유자원을 홀로 독식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말이오. 난 아마 그들이 가장 먼저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달러패권에 흠집을 낸다는 것에 한 표를 걸겠소.]
[…….]
[쉽게 말해서 석유 결제수단을 다각화 하려 노력할 수도 있다는 거지. 미국에 반대하는 중동의 산유국들. 그리고 남미의 전통적인 반미 산유국들과 연합해서.]
[…….]
[그 경우 확실히 달러에 대한 신용도는 전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겠소?]
[하지만 달러의 신용도는 꼭 석유대금 지불 수단 때문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미래를 살아본 경험에 의해 나온 반박이었다.
제법 핵심을 찌르는 대꾸였을까, 리암이 웃으며 쳐다본다.
[틀린 말은 아니오. 하지만 그게 현실화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외다. 특히나 지금처럼 위기상황인 미국으로서는.]
[…….]
[더군다나 벌써 결제수단으로 달러를 거부하는 산유국도 존재하지 않소.]
[이란 말입니까?]
[그렇소. 뭐 말로는 핵 개발을 핑계 대고는 있지만, 이란 제재의 결정적인 원인은 그들이 달러의 힘을 약화시키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진 회장도 아는 사실 아니오.]
물론 그 부분이야 나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역사와는 달리 강하고 갑작스러웠던 미국의 대 이란 제재.
그게 단순히 핵 개발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사실.
‘젠장.’
하지만 나로선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말로 서해상에 그 정도의 석유자원이 있다면 중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한 건데, 그걸 어떤 식으로 대처하느냐는 것이 문제지.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모양인데, 그렇다고 당장은 걱정할 것 없소. 어차피 매장 여부는 단지 가능성이 크다는 것일 뿐 확증된 것도 아니고, 아직은 중국이 한국을 압살할 만큼 해상전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니까. 뭐 그렇다 해도 10년 후 정도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리암이 위로랍시고 말을 뱉어냈다.
그게 딱히 위로가 될 수 없는 이유는 상대가 하필 중국이라는 것.
물량 공세에 능한 것이 저들임을 감안하면 솔직히 10년이라는 시간까지도 걸릴 것 같지는 않거든.
물론 물량만으로 기술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경험상 놈들은 그사이 악착 같은 기술탈취를 시도할 테고, 그렇게 10년 후쯤이면 아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는 이를 거라는 것이 문제다.
‘이거 기술유출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할 상황이 아닌가 싶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오.]
[아, 아닙니다. 그나저나 혹시 그 정보의 출처가 모사드입니까?]
[그렇소.]
[하면 정보 자체가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소리군요.]
[아무래도 그럴 거요. 중국 내에서도 서열이 꽤 높은 자들에게서 나온 정보니만큼. 해서 나 또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노력 중인 거고.]
리암은 웃으며 세 번째 잔을 들이켰다.
슬슬 붉어져 가는 그의 얼굴.
술기운이 꽤 오른 듯한 분위기다.
‘흠…….’
난 그 타이밍에 문득 생뚱맞은 상상을 해봤다.
왠지 지금이면 아까 해결하지 못한 의문을 풀어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은.
뭐 끝내 대답을 거부하면 차후를 기약하는 수밖에.
[죄송하지만 하나만 대답해 주실 수 있습니까? 대답하시기가 아주 곤란한 것이 아니라면.]
[…….]
순간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말의 요지를 이해했다는 증거.
다행인 것은 아까와는 눈빛이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게 저와 연관된 것임은 확실한 것 같은데, 끝내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은 성격상 용납이 안 되는군요.]
[흠…….]
리암은 갈등의 빛을 보였다.
하지만 술기운 때문일까, 역시나 전과는 달리 한결 유한 표정으로 잔을 내려놓는다.
[진 회장과. 아니 재우와 관련된 것은 맞소. 다만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나도 말을 아꼈을 뿐이지.]
[…….]
[좋습니다. 어차피 조만간에는 진 회장도 곧 알게 될 일인 마당에야 못 해줄 것도 없지. 실은 국방부에서 이번에 고스트 이글을 공군의 부수적인 전력으로 확보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오.]
[…….]
[해서 이번 레드 플래그 훈련결과를 기초로 다각도로 기체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 상태죠.]
[누구 마음대로 고스트 이글을 미국의 전력으로 확보한다는 겁니까?]
무심코 그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예상외의 반응이었던 듯 리암이 잠시 움찔 하며 나를 쳐다본다.
[아! 죄송합니다. 저로서도 고스트 이글은 워낙 애착을 가지고 개발한 것이라서…….]
[이해하외다. 실은 진 회장의 반응이 이럴 것 같아서 확정되기 전에는 알리지 않으려 했던 것이고.]
[…….]
[그런데, 우리 한 가지만 솔직해집시다. 정말로 미 공군이 고스트 이글을 도입하게 되면 재우로서는 좋은 것 아닙니까?]
물론 좋은 일인 것은 사실이다.
미 공군 같은 규모의 군대가 도입하는 수량이라면 KAI가 단숨에 세계적인 항공기 제작업체로 발돋움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하지만 문제는 미국의 도입방식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라이선스 생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상태.
그 경우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해선 우리도 주요 장비들에 봉인 처리 및 감시감독 권한을 요구해야 하는데.
회귀 전 우리가 F-16을 라이선스 생산하면서도 정작 핵심 장비들은 전혀 손대지 못했었던 것처럼.
자존심 강한 미국이 그걸 미국이 과연 수긍할 것이냐가 문제다.
[만약 도입이 확정되면 당연히 라이선스 생산이겠죠?]
[그야 당연하겠죠.]
[그럼 설사 제가 라이선스 생산을 허락한다 해도 다른 무기들과는 달리 기술이전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아십니까?]
[그거야 그렇겠죠. 더군다나 상대가 진 회장인 마당에 정부가 그런 무리한 요구까지는 못할 테니 그 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요, 염려를 안 할 수가 없죠. 단순 라이선스 생산의 경우엔 우리가 핵심 장비를 조립만 할 수 있는 형태로 수출하게 됩니다. 그 경우 봉인 처리가 이루어지며 내내 감시감독을 할 텐데, 그걸 미 정부가 인정하겠습니까?]
[…….]
리암은 그 부분에서 잠시 침묵했다.
이내 쩝 하고 입맛을 다신 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을 뱉어낸다.
[그 부분이 걱정이셨던 거군. 하긴, 미군으로서는 썩 달가운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결국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파는 법 아니겠습니까. 혹시라도 정말 미 공군에서 도입을 결정하게 된다면 그건 내가 책임을 지고 약속하죠.]
[…….]
워낙 의외의 대꾸였던 터라 잠시 당황스러웠다.
어지간하면 책임이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사업가들의 특징.
한데 저렇듯 자신 있게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다는 것이며, 또 자신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갑자기 난감해진다.
[미 공군에서 어지간히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군요. 뭐 그건 그렇다 치고, 혹시 생산업체는 보잉이 되는 겁니까?]
잠시 들었던 생각을 접고 되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갈 것 같거든.
예상처럼 리암의 고개가 즉시 끄덕여진다.
[그럴 거요.]
[그럼 보잉의 군수 분야도 부활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겠군요.]
[글쎄요, 부활의 실마리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단지 체력을 비축할 기회가 된다면 모를까. 내 예상인데, 아마 보잉은 그 자금을 기초로 F-15의 개량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F-15를 개량한다고요?]
[지금 보잉의 처지에 전혀 새로운 기체를 개발하는 것은 무리지 않소이까. 하니 살아남기 위해선 그렇게라도 해야지. 아까 아담이 그렇듯 불만스러운 투였던 것도 실은 그 때문이었을 거요. 그래도 한때는 세계 전투기 시장을 양분하는 회사가 그런 처지에까지 이른 상황에서 왜 자괴감이 들지 않겠소.]
그 점에 대해선 이해가 간다.
결국 미 정부가 고스트 이글을 낙점한다면 그건 곧 보잉의 군수 분야 몰락을 가속화 하는 것.
그 마당에 재우가 곱게 보일 리가 없지 않던가.
그럼에도 끝내 재우에게 손을 내민 아담의 태도야 말로 대단하다고 밖엔 표현할 길이 없는 거다.
‘가만, 그나저나 내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라이선스 생산을 허용해 줄 이유는 없잖아.’
막말로 패는 내가 쥐고 있는 마당에.
[하면 조건은요?]
[조건?]
리암은 불시에 뱉어진 내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저 노련한 장사꾼이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을 리는 없고, 아마 피해가고 싶었던 화두가 튀어나왔기 때문일 거다.
[젠장, 내가 이래서 진 회장과 오래 대화하기가 싫은 거요.]
꽂히는 내 눈빛을 견디지 못한 그가 다시 말했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이 아니라 욕이외다.]
[…….]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 나도 뭐라 말을 해주기가 조심스럽소이다. 하지만 공군의 지속적인 요구, 그리고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진 회장을 납득 시킬 만한 사탕을 제시해야겠죠. 해서 말인데, 난 재우가 차후 고스트 이글을 대외에 수출함에 있어서 미 정부가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제안을 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소이다. 물론 미국에 제공하는 것보다 다운그레이드가 더 행해진다는 가정 하에.]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