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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93화 (193/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93화

[오늘 오후 4시. 공군은 미국 주도로 이루어졌던 레드플래그 행사에 참여했던 우리 공군 소속 기체들이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복귀했음을 알렸습니다.]

열흘간의 레드플래그 훈련을 마친 조종사들은 서울 공항으로 복귀했다.

원래는 주둔기지인 예천공항으로 향했어야 정상이겠지만 합참이 주관하는 행사로 인한 결과였다.

“수고가 많았다.”

합참의장은 이제 막 전투기에서 내리는 편대장을 향해 한껏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역사적인 성과를 올린 것은 물론 대한민국 공군의 능력을 그야말로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되었으니 입이 찢어지는 것도 당연한 결과.

오랜 비행으로 피곤했었을 것임에도 편대장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경례를 올려붙인다.

“재우 그룹 진현승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환영객들 속에는 나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그렇듯 많은 변수가 난무하는 훈련과정에서도 오로지 F22에게만 킬마크를 허용.

게다가 상대방을 끝내는 전멸로 몰아가 버린, 어마어마한 전과를 올린 인물들.

명색이 고스트 이글의 아버지인 나로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던가.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16전투비행단 소속 안혜진 소령입니다.”

손을 맞잡는 편대장의 얼굴엔 옅은 흥분이 매달려 있었다.

뭐랄까, 재벌이 아닌 연예인을 쳐다보는 듯한 눈빛.

이후 줄줄이 이어진 다른 조종사들 역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거 압니까? 여러분들의 공으로 우리 재우의 이름이 전 세계에 새롭게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

“저희는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 최선에 감사하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복귀하기 전에 회사에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총괄실장님께서 여러분들에게 소정의 선물을 준비했다니까요.”

나름 진심을 전달하곤 힐끗 김영기 실장을 쳐다봤다.

당장은 워낙 바쁜 탓에 이후의 일정은 그에게 미루겠다는 의미.

마침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악수 순서를 기다리던 김 실장은 그게 무슨 생뚱맞은 말이냐는 듯 나를 쳐다본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선물이라니요.”

“뭐 선물은 핑계고, 작전 과정에 대한 데이터는 얻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난 한껏 낮은 목소리로 김 실장에게 속삭였다.

그제야 의도를 눈치챈 그는 아! 하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내게 속삭인다.

“그런데 갑자기 선물을 준비하라고 하시면…… 대체 뭘 줘야 합니까?”

“그거야 알아서…… 적당한 게 그렇게 없습니까?”

답답한 마음에 입을 가린 채 말했다.

계속되는 우리 둘만의 대화가 의아했던 듯 파일럿들의 고개가 갸웃해지고, 결국 난 급한 마음에 당장 떠오르는 걸 입으로 뱉어냈다.

“정 없으면 쌍웅에서 생산 중인 차라도 한 대 씩 선물하면 되지 않습니까.”

“네?”

김 실장은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내 어색한 미소를 내비친 그는 갑자기 파일럿들을 향해 뜬금없는 말을 던진다.

“빌어먹을. 자네들이 몹시도 부럽군.”

“…….”

파일럿들은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뒤늦게 표정을 고친 김 실장은 곧 변명의 말을 뱉어낸다.

“아! 그저 군의 선배로서 자네들이 자랑스럽다는 뜻일세.”

힐끗.

난 은연중에 속내를 드러낸 김 실장을 눈으로 타박하곤 시계를 쳐다봤다.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당장에라도 출발해야 할 상황.

아쉽지만 이쯤에서 빠져야 할 듯했다.

“미안하지만, 난 따로 시간을 내어야 할 것 같군요.”

파일럿들은 그 말에 부쩍 아쉬움의 표정을 내비쳤다.

애써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려는 차, 불현듯 묻고 싶었던 것이 떠올라 다시 돌아섰다.

“참, 이번에 유독 자위대와 자주 공방전을 벌였다죠?”

“그렇습니다. 총 6번에 걸쳐 적의 입장이 되어 교전을 치렀습니다.”

대답을 한 이는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던 파일럿이었다.

얼핏 확인한 명찰에 써 있는 이름은 이상화.

보고서에 적힌 대로라면 아마도 그가 도그파이팅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인물이지 싶다.

“느낌이 어땠습니까, 자위대의 작전능력을 경험한 느낌말입니다.”

“느낌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저들은 그저 무조건적으로 통제에 따르기만 하는 스타일이었으니까요. 뭐랄까 자신의 판단은 전혀 없는 로봇 같았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작전 중 파일럿이 통제관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난 질문을 되돌렸다.

지나치게 눈빛이 강렬했던 걸까, 이 대위는 순간 머뭇거리며 곁에 서 있던 제 상관의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통제를 따르는 것은 중요하지만, 현장 지휘관의 의견 역시 무시해선 곤란합니다. 게다가 이번 훈련에선 그 통제과정이 전적으로 옳지는 않았다는 것이 문제죠.”

“…….”

“후에 알려진 사실인데, 이번 훈련에선 통제관이 실수를 하는 경우도 변수에 포함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위대의 경우 그 실수를 알고서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실수를 범했죠.”

무슨 의미인지는 뒤늦게 이해했다.

하긴, 공방훈련이라는 것이 꼭 전투기 조종사들만을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 해도 대부분은 그 실수를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 현실.

아니, 설사 알았다 해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그걸 재빨리 캐치 해내고 바로잡았던 여러분들이 더 대단했다고 해야겠군요. 아무튼 속은 시원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일본을 상대로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주의거든요.”

난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을 애써 끄집어냈다.

이내 슬쩍 입매를 뒤틀며 다시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편대장이 나를 향해 소리친다.

“저 또한 그 말에 동의합니다. 일본을 상대로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그게 어디 우리뿐이겠습니까.”

난 웃으며 다시 돌아서려 했다.

순간 안 소령이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연다.

“그런데…… 그런 큰 선물을 받아도 되는 겁니까?”

“아! 그거…… 상관있겠습니까. 이건 뇌물 따위가 아니라 기업이 국가의 영웅들에게 주는 보답 차원인 마당에.”

“그럼 색깔은 저희가 골라도 되는 겁니까?”

“…….”

***

[LA행 아메리카 에어라인 645편을 이용하실 승객께서는 지금 즉시…….]

꼬박 13시간에 걸친 비행 끝에 워싱턴에 도착했다.

다른 때와는 달리 전세기를 이용한 터라 동반 경호 인원이 거의 20여 명에 달하는 상황.

지나치게 유난을 떠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과 함께 게이트를 빠져 나오려는데, 갑자기 저편에서 우리 경호원들의 두 배 정도쯤 되는 수의 사내들이 나를 향해 우르르 몰려든다.

[처음 뵙겠습니다. 시온 컴퍼니의 경호책임자 ‘터너’라고 합니다.]

순간 떠오른 것은 비행기에 오르기 전 리암과 나눴던 통화내용이었다.

안전을 위해 따로 경호 요원들을 대기시켜 놓겠다는.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기에 흔쾌히 응했건만, 이건 수가 지나치게 많다.

[회장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에 계십니다.]

그 말에 주저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워낙 많은 수의 인원들이 한꺼번에 움직여서였을까,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로 향한다.

[혹시 리암 회장님에게 최근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차량에 오르기 전, 문득 떠오른 생각에 경호책임자를 향해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가 지나친 느낌이었거든.

아니나 다를까 질문을 받은 경호책임자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실은, 보름 전쯤에 회장님을 향한 테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테러요? 아니, 대체 누가…….]

당황스러운 마음에 되물었다.

하지만 경호책임자는 힐끗 주변을 둘러본 채 오로지 내가 차량에 오르기만을 재촉했다.

[그건 직접 여쭤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소.]

도착한 호텔 로비에는 리암이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테러의 위협이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었던 걸까.

호텔은 입구에서부터 경비가 철저했고, 정작 우리 일행들과 리암 일행 외엔 손님조차도 받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소식은 대충 들었습니다만,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차차 이야기 합시다. 자, 여긴 보잉사의 CEO인 ‘아담 스미스’ 씨요. 먼저 인사들이나 나누시죠.]

리암은 애써 대답을 피하곤 자신의 곁에 서 있던 인물을 내게 소개했다.

당장 그가 왜 테러의 대상이 되었는지에 대해 궁금한 것은 굴뚝같았지만, 아무래도 그걸 밝히는 것은 미뤄야 할 분위기.

서둘러 아담이라는 사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재우 그룹의 진현승입니다.]

[저야 진 회장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죠. 일단 앉으시죠.]

난 즉시 소파에 엉덩이를 걸치며 아담이라는 자의 면면을 살폈다.

정보에 의하면 9년째 보잉의 CEO 자리를 맡고 있다는 인물.

유독 실적에 민감한 것이 미국 경영계.

그런 곳에서 무려 9년간이나 적자를 내고서도 여전히 CEO로 남아 있다는 건 어찌 보면 의미가 깊은 일일 거다.

[제게 하고 싶으신 말씀은 사전에 리암 회장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상태였습니다.]

그는 굳이 시간을 끌지 않은 채 본론을 끄집어냈다.

뭐 나로서도 그편이 편한 상황.

자세를 고쳐 잡으며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자 그가 힐끗 리암 회장을 한번 쳐다보곤 입을 연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요청하신 개량 권한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단, 우리 측 요구에 응해 주신다면.]

[조건이야 당연히 따르겠죠. 어디 말씀해 보시죠. 제가 무얼 내드려야 할지.]

아담은 별스럽지 않다는 듯 대꾸하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무엇 때문인지 조금은 긴장한 빛이 엿보이는 상황.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하자 곁에 앉아 있던 리암 회장이 너털웃음을 뱉어낸다.

[이거 아담 회장이 꽤 긴장한 모양이군요. 하긴, 그간 진 회장께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 과정들을 귀가 닳도록 전해 들었을 테니 무리는 아닙니다.]

그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내 호텔 직원이 막 내어온 커피잔을 들어 올리려는 차, 아담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포사의 방탄 판 소재기술을 원합니다.]

난 그 말에 잔뜩 눈매를 뒤틀었다.

이건 뭐 말이 말 같아야 들어주지.

분위기를 인지한 듯 아담은 서둘러 변명을 잇는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증착기술을 달라는 것은 아니니까. 증착은 단지 프린터만 제공해주시면 되고, 2중 복합금속재들의 배합 비율만 제공해주시면 됩니다. 아! 프린터의 경우도 관리감독은 당연히 재우가 맡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지나치게 교환비가 안 맞는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고작 아파치 몇 대 개량하는 것에 내가 그런 출혈을 감당해야 할 이유가 뭐죠?]

아담은 그 말에 서둘러 자신이 가져온 가방을 뒤졌다.

곧 한 뭉치의 서류들을 꺼내든 그는 슬며시 그걸 들이민다.

[맞는 말씀입니다. 해서 이건 제가 따로 준비한 보상안이죠.]

받아 든 서류들을 찬찬히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대형 항공기 제작에 대한 기술 제공합의서.

무슨 의도일까 싶어 쳐다보자 그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끄집어낸다.

[재우와 미 정부와의 사이에서 맺어졌던 협약이 앞으로 한 달 후면 끝이 나죠. 모터시치 인수 대가로 10년간 대형 항공기 시장진출을 안 하겠다는 협약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당시 보잉이 워낙 난리를 쳐대서 그 방법밖에는 없었죠.]

아담은 뼈를 때리는 내 말에 잠시 얼굴을 붉혔다.

[그 부분은 뭐라 할 말이 없군요. 아마 제가 진 회장님이었어도 감정의 앙금은 남아 있었을 겁니다.]

[뭐 딱히 생각하시는 것만큼은 …….]

[아니요, 그 부분은 분명히 사과드리겠습니다. 물론 당시엔 제가 보잉의 CEO는 아니었어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거니까요.]

[…….]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만약 재우에서 증착용 프린터의 제공과 금속복합재의 배합 비율 및 정확한 소재 비율을 공개해준다면 우린 재우가 필요로 하는 모든 대형 군용 항공기에 대한 기술을 제공해 드리겠다는 겁니다.]

[제안이 솔깃하긴 한데…….]

잠시 뜸을 들였다.

마른 침을 삼킨 듯 아담의 목울대가 움직였고, 난 다시 말을 이었다.

[미안하게도 실은 우리 역시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모터시치를 통해 대형엔진 개발도 끝난 상태고, 기체설계 역시도 일정 수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부정적인 말이었음에도 아담은 넌지시 웃어 보였다.

뭔가 꼭 회심의 한방이 있는 듯한 느낌.

아니나 다를까 그의 눈이 한껏 초롱초롱해진다.

[저 역시 미안하지만 엔진이나 동체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잠 초계기의 핵심 장비들. 그리고 공중급유기의 전체적인 시스템에 대한 것들을 말한 거죠. 만약 재우가 그걸 얻게 된다면 그 분야들에 있어서 얼마든지 자체 개발이 가능해지지 않겠습니까.]

어라?

이러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고작 방탄 소재기술 하나와 그 많은 것을 바꾸겠다고?

그렇게 된다면야 나야 거부할 이유가 없지만, 문제는 왜 저들이 스스로에게 불리한 조건을 내세우냐는 점이다.

[그게 끝은 아니겠군요.]

슬쩍 운을 때봤다.

역시나 이면 조건은 따로 있었던 듯 잔뜩 어색한 미소가 아담의 얼굴에 감돌았다.

[당연히 끝은 아닙니다. 한데 진 회장님께서 제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그건 제가 판단할 테니 일단 말씀해 보시죠.]

아담은 그 말에 곁에 앉아 있던 리암을 쳐다봤다.

이거 왠지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 싶은 기분.

혹시나 싶어 내가 먼저 돌을 던져봤다.

[설마 고스트 이글과 연관된 것은 아니겠죠? 예를 들면 고스트 이글의 오퍼레이터 시스템 자동화 기술을 요구할 생각이라던가.]

그건 이번 레드플래그 훈련에서 고스트 이글이 거둔 성과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미국과는 달리 컴퓨터가 오퍼레이터를 대신하는 시스템.

굳이 인간이 그걸 대신해야 하는 미국의 현실로서는 당연히 욕심이 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럴 리가요. 물론 그 부분이 탐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진 회장님께서 내주시겠습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그건 아닌 듯했다.

그나마 조금은 부담을 떨쳐내겠다 싶어 마음에 여유를 찾으려는데, 그가 툭하고 다시 폭탄과도 같은 말을 던졌다.

[재우와 보잉 말입니다. 두 회사가 민간 항공기 제작 분야에서 손을 좀 잡아보면 어떨까요?]

[…….]

[쉽게 말해서 합작 회사를 차려 보자는 겁니다. 오로지 민간 항공기 부분만을 위한. 그 경우 민항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

뭐냐, 이 갑작스러운 전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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