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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92화 (192/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92화

“사령관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는 오전에 들려온 양측의 교전 소식을 듣고 패닉에 빠졌다.

다른 것도 아닌 F22가 피격된 사건.

아마 지금쯤 사령부만이 아니라 미 국방부 전체가 들썩이고 있을 거다.

“이봐, 가뜩이나 머리가 울려서 죽겠는데 좀 조용히 말할 수 없나?”

사령관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부관을 나무랐다.

“아…… 죄송합니다.”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한 부관은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쳤지만, 이미 사령관의 시선이 꽂힌 후였다.

“아일슨 공군기지에선 그 소식 외엔 다른 연락 없었나?”

“아 그게…… 아직은 훈련 기간이 8일이나 남아 있으니 명예회복의 기회는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명예회복?”

“이대로 고스트 이글에게만 F22의 킬 마크를 달아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쉽게 말해서 고스트 이글도 반드시 격추시켜 킬 마크를 획득할 기회와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겠다는 거겠죠.”

사령관은 그 말에 코웃음 쳤다.

그건 단지 패배자의 발악에 불과하니까.

여태 참아왔던 훈련책임자에 대한 불평이 비로소 튀어 나갔다.

“쓸데없는 짓거리들을 하고 있군. F22 같은 기체가 고작 4.5세대 전투기에게 격추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충격인 마당에.”

“4.5세대라고는 해도 상대 역시 전자전기였습니다. 그것도 그라울러와 동급의 성능을 지닌…… 하니 꼭 그게 불명예라고는…….”

“됐고, F22가 격추된 당시의 작전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오기나 해.”

사령관에게 중요한 점은 바로 그거였다.

이미 벌어진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

그는 상한 자존심에 묶여 있기보다는 원인 파악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의고, 그게 미 공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자신의 진정한 역할이라 생각했다.

따르릉!

그때, 사령관의 전화가 요란한 소리를 뱉어냈다.

발신 번호는 미 국방부.

재빨리 전화를 받은 그는 저편에서 들려오는 말에 시시각각 표정이 변한다.

“고스트 이글을 상대로 미 공군의 전시 작전 상황을 전부 테스트하라고요?”

그건 바로 조금 전 부관이 전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의 요구였다.

모든 전시상황을 가정한 훈련에 고스트 이글을 투입하라는.

뭔가 이상한 기분에 이유를 되묻고 싶었지만 애써 참아내고 말았다.

“일단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사령관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의문을 억누르며 전화를 끊었다.

이내 한참을 더 생각의 늪에 빠져 있던 차, 문득 떠오른 생각에 눈을 빛내며 부관을 쳐다본다.

“자네 혹시 전에 내게 했었던 말 기억하나?”

“뭘 말씀이십니까?”

“왜 국방부 무기획득 기획단에 있다는 자네 동기가 해줬다는 말 있잖아.”

“아! 미 공군이 새로운 4.5세대 기체의 확보사업을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는…….한데 그건 갑자기 왜 물으십니까?”

“아무래도 단순히 자존심을 챙기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명령이라고는 생각되지가 않아서.”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관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되물었다.

대꾸를 하기도 귀찮았던 걸까, 사령관은 손사래를 치며 뱉어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한다.

“아무튼, 그거 믿을 수 있는 정보야?”

“글쎄요. 공군장관께서 마이클 단장과 직접 나눈 대화 내용을 들은 것이라고 했으니 아주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사령관은 그 말에 다시 눈을 빛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왜 이런 황당한 요구를 해오는 건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설마 그동안 우리가 했었던 지속적인 요구를 이제야 수렴할 생각인 건가?’

오로지 F22만으로는 운용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물론 정부도 그 요구에 맞춰 운용 효율성이 좋은 통합 전투기를 개발해왔고 또 조만간 배치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작전 효율성 면에서 보면 4.5 세대 기체들의 완전한 퇴역은 불가능하기에 그 부분을 충족할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는 요구 말이다.

‘맞아, 그래서 고스트 이글을 낙점했을 수도 있지. 해서 이번 기회에 온갖 작전 상황에서의 성능을 검증해 보겠다는 의지인지도…….’

가능성은 충분했다.

솔직히 F-15를 개량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겠지만, 이미 고스트 이글이 저 정도의 성능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그게 성에 차기나 할까.

하니 기왕이면 좀 더 진보된.

아니 이 상황이면 F22에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게 될 고스트 이글의 도입을 고려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상이 아니던가.

‘ 문제는 현 미국의 무기획득 시스템에서 그게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

걸리는 것은 그 점이었다.

첨단 무기의 경우는 무조건 자체적인 개발로 요구를 충족해 왔던 미국이.

그것도 전투기 같은 최첨단 기술의 총아를 타국에서 도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흠…….”

물론 예외인 경우도 있긴 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해리어.

하지만 해리어의 경우는 가까운 우방인 영국에서 개발한 기체였고, 개발 당시부터 해군과 해병대에서 함께 관여를 했었던 것이기에 완전한 수입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럼 또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지는데. 젠장,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생각이 깊어질수록 사안은 더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드는 일말의 기대감.

그는 잠시 고스트 이글을 미 공군이 도입했을 경우를 상상해보며 입가에 미소를 내비쳤다.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야 우리로선 더 바랄 것이 없겠는데…… 하아, 이거 괜히 혼자서 설레발을 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

***

[오늘 훈련에는 안혜진 소령의 기체는 제외합니다.]

훈련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5일째.

오늘따라 지휘부는 상식 밖의 요구를 해왔다.

당황한 대한민국 공군 소속 조종사들은 일제히 서로를 쳐다봤고, 안 소령은 슬며시 손을 들며 이유를 물었다.

[뭣 때문입니까?]

[이번 훈련은 전적으로 미군 주도하에 벌어지는 교전을 테마로 합니다. 해서 오늘 주어진 훈련 역시 철저하게 미군의 전력을 기초로 하는데, 이번엔 미 해군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 즉 전자전기의 지원이 없는 상황을 상정한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얼핏 이해할 수 있는 변명이다 싶었다.

미 공군의 경우 EF-111A RAVEN의 퇴역 이후론 전자전 분야는 해군의 지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 찜찜한 기분은 뭐지?

안 소령은 가늘어진 눈으로 작전장교를 쳐다봤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브리핑을 지속했다.

‘혹여 지나친 전과 때문일까?’

작전장교의 계속된 브리핑을 한 귀로 흘려넘긴 안 소령은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이건 어쩌면 지난 네 번의 교전 상황에서 단 한 차례도 격추된 적이 없는 고스트 이글을 향한 일종의 질시일 지도 모른다는.

미국으로서는 자존심에 극심한 상처를 입었을 테니 그걸 회복하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는.

“이상화 대위. 잠시 나 좀 보지.”

브리핑이 끝난 후, 안 소령은 즉시 이상화 대위를 향해 다가갔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한 것은 마찬가지였던 듯, 이 대위 역시 표정이 잔뜩 굳어있는 상태였다.

“방금 들었다시피 이번엔 편대를 전통적인 체제로 갈 모양이야.”

“네, 아무래도 그럴 모양입니다.”

“하면 우리 고스트 이글로 하나의 편대를 꽉 채울 확률이 높다는 것쯤은 자네도 알고 있지?”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런데 혹시 제가 편대장 역할을 하는 겁니까?”

이 대위는 슬며시 주변을 둘러보며 되물었다.

“내가 빠지는 상황이니 그야 당연하겠지. 문제는 그 경우 본격적인 기종 대 기종의 싸움이 될 거라는 거야.”

“…….”

이상화 대위는 그 말에 마른침을 삼켰다.

기종 대 기종의 싸움.

하면 최소한 고스트 이글의 얼굴에 먹칠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로 인해 부담감이 더해진 거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그동안 해왔던 훈련대로만 해. 막말로 자네만큼 고스트 이글을 잘 알고 있는 조종사가 또 어디 있나.”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테스트 파일럿 출신인 그는 고스트 이글을 그야말로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갔었던 존재.

덕분에 기체의 성능에 대해선 어느 누구보다 꿰뚫고 있다.

“그래도 이건 실전과 다름없는 훈련 상황인데, 제가 해낼 수 있을까요?”

“할 수 있고말고. 자넨 그저 한 가지만 기억하면 돼. 고스트 이글은 단순한 4.5세대 기체가 아니라는 사실.”

“네…….”

이상화 대위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곤 기체로 향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 안 소령은 되돌아서는 길에 힐끗 주기장 저편을 쳐다봤다.

“출발하려는 모양이군.”

그곳엔 레드 팀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순간 드는 의문은, 지난 4번의 공방전 훈련 동안 매번 자위대 소속 기체들이 고스트 이글의 상대진영에 소속되어있었다는 사실.

무려 16개 국가가 참여한 훈련에서 이렇게까지 특정 국가와의 잦은 교전이 과연 정상일까, 싶은.

‘아무래도 일본 애들이 또 농간이라도 부리는 모양이군.’

어쩌면 그럴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고로 공방훈련의 기본은 각국 조종사들의 기량을 재보려는 목적도 있는데, 유독 한국과 일본 팀만 주구장창 적군으로 만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던가.

더 특이한 것은 자위대 놈들의 태도인데,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매번 F22하고만 팀을 고집하고 있었다.

‘결국 F22의 전력에 편승해서 승점이라도 건져보겠다는 건가? 아무튼 잔머리 굴리는 것은 민족의 DNA인가 보군.’

생각이 그에 미치자 헛웃음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이건 마치 제 형의 힘을 빌려 자신을 때린 놈에게 복수하려는 초등학생과도 같은 형국이니까.

한데 그런 식으로 챙긴 승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안 소령은 도무지 이해 못할 저들의 사고방식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야, 오늘은 저쪽 팀에 F22가 2대나 되네.’

그때, 이제 막 이륙을 준비 중인 F22들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정작 전자전기는 배제되는 상황에서도 F22는 무려 2대나 상대팀으로 출격하는 상황.

갑자기 속에서 무언가 확 치밀어 오르며 절로 몸이 되돌아졌다.

“이봐, 이상화 대위!”

“네?”

안 소령의 외침에 이제 막 전투기에 오르려는 이 대위가 뒤를 돌아봤다.

바로 조금 전과는 달리 한결 안정된 표정.

그는 마치 더 이상은 자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든다.

“최선을 다하고 올 테니…….”

“아니,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는 부족해.”

“네?”

“죽을 때 죽더라도 자위대는 꼭 발라 버려! 일본 놈들을 상대로는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라고. 알아듣겠나?”

“…….”

***

[9시 뉴스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미 알래스카에서 진행 중인 레드플래그 훈련에서 우리 공군 소속 고스트 이글이 F22를 격추시키는 이변을 연출했다고 합니다.]

늦은 퇴근을 하려는 중, 마침 틀어놨던 뉴스에선 고스트 이글이 올린 성과가 화제가 되었다.

고작 4.5세대에 불과한 기체로 세계 최강의 전투기를 잡아냈다는 사실 때문인지 돌리는 채널마다 죄다 같은 이야기뿐이다.

“미국 애들이 열이 단단히 받은 모양이던데요.”

곁에서 함께 뉴스를 보던 김영기 실장이 넌지시 말해왔다.

무얼 의미하는지는 나도 알고 있던 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였다.

“그런가 보더군요. 남은 기간 동안 전시를 상정한 모든 방식의 작전 상황을 연출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그건 어떻게든 고스트 이글을 격추했다는 성과를 얻겠다는 의도 아니겠습니까.”

“너무 쪼잔한 것 아닙니까?”

“글쎄요, 쪼잔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또 이해도 갑니다. 하필 격추된 것이 F22라면야…….”

난 웃으며 대꾸했다.

이내 늦은 퇴근을 위해 몸을 일으키려는 차, 갑자기 김 비서가 노크와 함께 방에 들어섰다.

“회장님, 방금 합참으로부터 현재 알래스카에서 진행 중인 연합훈련의 5일 차 공방전 결과를 알려왔습니다.”

“그래요?”

옅은 흥분 감을 억누르며 서류를 받아 들었다.

당황스럽게도 첫 문구는 2기의 고스트 이글이 격추되었다는 소식.

실망스러운 마음에 미간이 찌푸려지려는데, 작전 내용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도그파이팅을 했다고요?”

괜한 질문이었던 듯싶었다.

비록 방산 업체 회장 비서라곤 해도 공중전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까지 그녀가 알 리가 없으니까.

웃으며 다시 서류를 쳐다보려는데, 어느새 김영기 실장이 한걸음 다가와 목소리를 높인다.

“아니, F22 같은 기체와 도그파이팅을 할 상황이 주어지기는 하는 겁니까? 어지간하면 BVR 교전으로 상황이 종료 되는 것이 정상이었을 텐데요?”

난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은 채 다시 서류를 쳐다봤다.

이걸 믿어야 하나?

서류엔 무려 20분에 달하는 BVR 교전에서 결판이 나지 않아 결국엔 근접전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적혀 있었다.

“그나저나 일본 자위대 소속 기체들은 초장에 죄다 작살났군요.”

김영기 실장은 그 부분을 손으로 짚으며 웃어 보였다.

나 역시 입매를 뒤틀며 이후의 내용을 확인하려는 순간 김 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럼 결국 2대의 F22와 4대의 고스트 이글이 도그파이팅을 했다는 거네요.”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는 듯한 말투였다.

4대2의 싸움,

그 상황에서의 승리는 의미가 퇴색 되는 것이 아니냐는.

난 즉시 그를 일깨워줬다.

“중요한 것은 그 기동력 좋은 F22가 죄다 격추됐다는 겁니다. 그것도 도그파이팅의 상황에서.”

“…….”

“더군다나 우리 기체는 지금 다운그레이드 상태임을 감안하셔야죠.”

“…….”

김 실장은 그 말에 눈을 끔뻑였다.

뒤늦게 사실을 인식한 거지.

난 슬며시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고스트 이글이 레이더의 성능을 죄다 발휘하여 스텔스 탐지를 시도했다면. 그리고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시커 역시도 그 성능을 완전히 드러냈다면 어땠을 것 같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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