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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91화 (191/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91화

안 소령에게는 결단의 시간이었다.

곧 날아올, 종말 기동능력이 뛰어난 암람들을 영국군 조종사들이 회피기동과 체프만으로 극복하는 것은 무리.

즉, 이제야말로 지원 재밍이 필요한 시점인데, 문제는 여전히 위치 확인이 불가능한 F22다.

‘포드를 사용하는 타이밍에 F22가 전혀 다른 곳에서 역 재밍을 시도하면?’

그건 처음 들었던 고민의 연속 선상이었다.

F22가 가진 뛰어난 전자파 관리 알고리즘.

그리고 재밍이 가능한 하드웨어로 인한 전자전 시도 가능성.

그걸 완벽하게 제압하기 위해선 역시나 재밍 포드의 힘이 절대적인데, 문제는 F22가 하필 그 타이밍을 노릴 가능성이다.

‘혹여 그걸 노린 걸까?’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쪽 전술을 역으로 이용하겠다는.

즉, 고스트 이글이 재밍 포드를 가동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미 서로가 탐지거리 안에 들어와 있음에도 F22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은 확실히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하면 이제 어쩌지?’

이미 미사일은 날아오고 있는 상태고.

그렇다고 아군기들에게 몸으로 위험을 감당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편대장님? 시간이 촉박한데요?]

온갖 경우의 수를 떠올릴 무렵, 영국군 조종사가 재촉을 해왔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

“가만!”

그런데 그때, 제법 그럴듯한 생각 하나가 안 소령의 뇌리를 스쳤다.

레이더를 이용한 재밍은 F22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

어차피 고스트 이글의 AESA 역시도 재밍이 가능한 알고리즘이 적용 되어있다는.

‘하면 이 시점에 굳이 포드를 작동할 필요는 없지 않던가.’

당장 날아오는 미사일은 레이더의 자체 출력으로 만들어낸 재밍으로 떨궈 버리고 포드의 압도적인 출력은 F22를 위해 남겨두는 거지.

[자체 레이더로 재밍을 시도한다.]

결정을 내린 안 소령은 즉시 AESA의 출력 범위를 재 산출 했다.

무려 2000개가 넘는 모듈의 조사범위를 죄다 날아오는 미사일들에 집중한 것.

한데 미처 실행 사실을 알리지 않은 탓일까, AWACS의 통제관이 다급히 무전을 날려 온다.

[신호 이상 확인. 편대장은 즉시 고스트 이글의 레이더 상태를 확인 바란다.]

[상태 이상이 아니라 레이더 재밍을 위해 출력을 조절한 거다.]

[…….]

무전에선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아마도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의도일 터.

조금 후 다시 들려온 무전에선 경악스러워 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맙소사! 고스트 이글의 레이더가 이 정도 출력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이 수준이면 F22와 거의 맞먹는…….]

안 소령은 통제장교의 외침에서 성공을 직감했다.

F22의 수준과 맞먹는 수준의 출력률.

하면 그 결과 역시도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통제장교가 다시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해 온다.

[오! 상대편에서 방금 레드 팀에서 발사한 2기의 암람들이 모두 소실판정 됐음을 알려왔다. 다시 알린다. 블루 팀을 향해 날아오던 암람들의 시커 회로가 모두 타격을 받아 제 기능을 상실했다.]

[오오!]

그 말에 가장 크게 환호한 것은 타이푼 조종사들이었다.

하긴, 격추 판정을 받을 운명에서 벗어난 상황이니까.

하지만 기쁨의 시간도 잠시.

갑자기 F-15를 조종 중이던 미군 측에서 불길한 소식을 전해 온다.

[잠깐, 이거 뭔가 이상한데요? 레이더상의 적의 위치가 중구난방입니다. 이거 아무래도 교란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안 소령은 그 말에 즉시 레이더 화면을 주시했다.

초기 BVR 교전으로 인해 4기만 남아 있어야 할 적기들의 수가 여전히 6기를 유지하고 있던 상태.

게다가 그 위치 또한 이전과는 방위가 상당 부분 다르다.

[F22 출현.]

상황을 눈치챈 안 소령은 즉시 편대에 경고를 남기곤 AESA의 안티 재밍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치직!

그러자 F22로부터 날아온 재밍 신호를 극복한 AESA는 즉시 정상 가동 되었고, 통합시현장비 역시 다시 제 기능을 되찾았다.

‘어디 있는 거냐.’

이후 안 소령은 F22의 위치 추적에 나섰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F22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

F22라면 몰라도 미사일은 스텔스 화하지 못한 것이 현실.

쉽게 말해서 미사일이 노출되는 지점을 근거로 F22의 위치를 파악하겠다는 의도다.

“잡았다…….”

그때, 9시 방향에서 갑자기 미사일 신호가 포착됐다.

거리는 대략 18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

신호를 증폭하자 극악에 가까운 RCS 값을 가진 물체 하나가 레이더에 잡힌다.

[마킹!]

안 소령은 간신히 잡아낸 F22를 놓칠까 싶어 포착된 신호에 마킹을 시도했다.

즉, 다른 잡스러운 신호들과는 구분하여 스크린 상에 계속 표기하는 기술.

그렇다 해도 F22의 경우는 워낙 기동력이 좋은 기체인 터라 언제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F22가 암람을 발사했다. 이번에도 표적은 타이푼이다.]

편대에 짧은 경고를 날린 안 소령은 재빨리 기체의 방향을 틀었다.

이제부터는 재밍포드의 출력을 아낄 이유가 없는 상황.

우우웅!

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자 포드에 달린 프로펠러가 필요전력을 보조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한다.

[암람 추락. F22의 레이더도 현재 교란 상태에 있음.]

통제기에선 연신 F22가 처한 상황을 알려왔다.

실전이었다면 상대방 기체의 상태마저 알 방법이야 있었겠냐만 이건 엄연히 훈련 상황이니까.

뭐 저쪽 역시도 이쪽의 상황을 전해 듣는 것은 마찬가지기에 딱히 불공평한 일은 아닐 거다.

[락온. 파이어!]

안 소령은 즉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신호는 즉시 통제기로 향했고, 곧바로 진행 상황이 들려온다.

[F22가 역 재밍을 시도한다.]

F22 조종사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미사일을 향해 즉시 역 재밍을 실시했다.

하지만 전자전 포드의 막대한 전력이 만들어낸 교란 신호를 극복하는 것은 무리일 터.

아마 F22는 실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이 아니라 교란된 신호. 즉 거짓 미사일을 향해 역 재밍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F22의 역 재밍 실패. F22가 격추됐다! 다시 전한다, F22가 격추됐다!]

[오! 이런 세상에.]

조금 후, 통제기에서 떠들어대는 소리들이 무전을 통해 여과 없이 전해져왔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격추된 기체는 미국의 핵심 전력이자 최고의 전략무기.

그게 한낱 4.5세대 기체에게 격추 되었으니 충격이 크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거다.

[남은 적기들을 정리한다.]

하지만 안 소령은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아직은 훈련이 끝난 것이 아니니까.

의도를 이해한 편대는 두말없이 재정비에 나섰고, 안 소령은 날아오는 다른 적기들을 향해 다시 재밍을 시도했다.

[야호!]

정리는 타이푼의 몫이었다.

전자전기가 버젓이 살아남아 있는 팀을 상대로 공중전은 무의미한 것.

예상처럼 눈을 잃어버린 적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내렸으며, 결국 B조는 단 하나의 기체도 소실되지 않은 채 폭격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대공 레이더 신호 탐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고스트 이글의 날개 양 끝에 설치되어 있는 K-384 리시버가 대공 레이더 신호를 포착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블루 팀을 격추하기 위해 대공미사일을 발사준비하고 있다는 의미.

하지만 그건 크나큰 실수다.

전자전기가 포함된 폭격기 편대를 상대로 대공 레이더를 가동한다는 것은 ‘나 여기 있으니 빨리 잡아 잡수시오.’ 하는 것과도 같은 형국이니까.

‘오늘 밤 브리핑에서 레드 팀 대공미사일 기지 책임자가 꽤 추궁을 당하겠군. 전자전기가 날아오는 상황에서 레이더를 조사하는 바보 같은 짓을 했으니…….’

막상 허술함은 비난했어도 그게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음은 안 소령도 이해는 하고 있었다.

어차피 레드 팀에게 남은 방어 수단이라곤 대공미사일뿐인 마당에야.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해보고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신호분석.]

안 소령은 생각을 뒤로하고 미션 컴퓨터에 신호분석 명령을 내렸다.

일반적인 전자전기였다면 뒤에 타고 있던 오퍼레이터가 해야 할 역할.

하지만 고스트 이글의 경우는 그걸 컴퓨터가 대신하는 상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재우는 정말 미친 집단이지 싶네. 오퍼레이터를 컴퓨터가 대신하게 만들다니…… 뭐야 벌써 결과가 나온 거야?’

짧은 감상에 젖어 있는 사이 신호분석 결괏값이 출력됐다.

[적 방공 레이더 전파특성 확인.]

남은 것은 이제 그에 합당한 신호 주파수대로 재밍 신호를 투사하는 것.

이제 곧 포드에서 발생한 막대한 전자파가 방공 레이더를 무력화 할 거다.

[적 레이더 신호 다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말이 신호 다운이지, 적 레이더의 전자 회로는 죄다 타버린 상태일 터.

물론 훈련 상황이기에 당장은 실제로 그런 일까지는 발생하지 않지 않겠지만.

어쨌건, 이제 저 레이더 기지에게 주어진 운명은 하나뿐이다.

[‘섬멸’ 작전에 돌입한다.]

안 소령은 편대에 무전을 날렸다.

기다렸던 걸까, 대기 중이던 F-15 조종사들의 흥분에 찬 대꾸가 들려온다.

[접수. JDAM투하.]

명령을 받은 F-15는 곧장 JDAM을 투하했다.

폭장량이 엄청난 기체다 보니 투하되는 폭탄의 수도 어마어마한 상황.

결국 단순히 레이더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기지 자체가 초토화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적 레이더 기지 소멸.]

표적 제거 소식을 들은 B조는 다시 2차 목표지점으로 향했다.

레드 팀이 목숨 걸고 지켜야 했던, 오늘의 최종목표인 적의 지상지휘부.

이후 다시 2대의 F-15와 타이푼에서 투하된 어마어마한 폭탄에 의해 레드 팀에게는 궤멸이라는 불명예가 주어졌다.

[훈련을 종료한다.]

통제관의 목소리에 안 소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유가 생긴 탓일까, 그동안의 과정이 필름처럼 뇌리를 스치며 비로소 흥분감이 찾아왔다.

‘내가 F22를 격추했다니…….’

[오오! 시발, 우리 팀 미친 것 아닙니까? F22를 격추했다니! 이거 해외 토픽 감입니다.]

감격에 젖은 것은 안 소령만은 아닌 듯했다.

뒤늦게 F22 격추 사실로 무전은 온통 흥분의 도가니가 된 상태.

특이한 것은 통제기의 반응이었는데, 이번엔 웬일인지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뭐…… 미국인으로서는…….”

***

[축하합니다, 안 소령님.]

다시 도착한 아일슨 공군기지는 예상대로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같은 블루 팀은 물론이고 상대진영이었던 레드 팀의 조종사들까지 죄다 안 소령을 향해 몰려든 상태.

워낙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질문을 쏟아내는 터라 안 소령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A조는 어떻게 됐습니까?]

잠시 대답을 미룬 안 소령은 재빨리 같은 블루 팀에 소속 되어 작전에 나섰던 A조의 상황을 물었다.

순간 표정을 굳히는 A조 조종사들.

이내 일제히 그들이 시선을 준 것은 저편에서 죽을상을 하고 있던 프랑스군 소속 조종사들이었다.

[말도 마십시오. 공대공 임무를 맡은 라팔이 초장부터 죄다 피격되어 버려서 변변한 작전도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그나마 B조의 활약이 아니었으면 오늘 블루 팀은 초상집 분위기였을 겁니다.]

대꾸를 한 이는 같은 블루 팀에 배속 되었던 이스라엘군 소속 조종사였다.

궁금한 마음에 안 소령은 다시 자세한 경위를 물었고, 이스라엘군 소속 조종사는 곧장 정황설명을 이었다.

[우리 조에 배속되었던 그라울러가 초장에 적기들을 재밍하는 것에는 성공했는데, 어디선가 숨어 있던 F22가 우리 기체들을 향해 역 재밍을 실시했습니다. 이후 라팔이 줄줄이 꽝! 무슨 말인지 아시죠?]

그건 안 소령이 작전 당시 예상했던 시나리오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어쩌면 상대가 이쪽의 전술을 역으로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것.

한데 그게 사실이라면 정작 프랑스 군을 나무랄 일은 아니지 싶다.

어차피 안 소령 역시도 고스트 이글이 아니었다면 저들과 다를 것 없는 처지가 되었을 테니까.

[그나저나 고스트 이글도 F22 정도의 재밍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면서요? 와! 그럼 저걸 단순한 4.5세대 기체라고 치부하는 건 무리 아닙니까?]

[아, 네…….]

안 소령은 그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통제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쏟아지는 온갖 질문들에 일일이 응대했다간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이기에.

우연이었을까, 그때, 저편에서 털썩 주저앉아 있는 마츠다와 정면에서 눈이 마주쳤다.

‘저 새끼는 또 왜 눈깔을 저렇게 뜨고 지랄이야?’

안 소령은 자신을 마치 죽일 듯 노려보고 있는 자위대 3좌를 애써 무시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을 감지한 듯, 뒤따라오던 영국군 조종사가 슬며시 그의 귀에 속삭인다.

[자위대 조종사들로서는 기분이 엿 같기는 할 겁니다. 편대장님이 최초로 격추시킨 2기의 레드 팀 전투기들이 전부 자위대 소속 기체들이었거든요.]

그 점은 안 소령도 대충 예상은 했었다.

확인된 표적기의 RCS 값을 보면 F-15가 분명했거든.

게다가 당시 레드 팀 B조에 할당된 F-15 기체들은 자위대 소속뿐이었기에 안 소령도 격추 순간엔 내심 쾌재를 불렀었다.

[그나저나 조심해야겠는데요? 앞으로 8일이나 더 공방훈련이 남았는데, 저 친구들이 바짝 약이 올라있으니 말입니다.]

영국군 조종사는 내심 걱정이라는 듯 말했다.

한데 왜 웃음이 날까.

걱정은커녕 안 소령은 앞으로 남은 8일간이 더 기대가 된다.

‘철저하게 현실을 깨닫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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