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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88화 (18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88화

리암과의 통화가 있었던 것도 벌써 보름 전.

이후 난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시작된 지상 발사형 요격시스템의 생산현황 점검을 위해 미사일 개발 센터를 찾았다.

고작 1개 포대에 불과하다지만 이 나라의 안전을 책임질 핵심 전력 중 하나.

앉아서 결과만 기다리기엔 지나치게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이 이유다.

“수고들 많으십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센터는 오늘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긴, 배치 중인 KF-02에 장착해야 할 중거리 및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물론 현무 시리즈와 공중발사형 극초음속 요격체의 생산까지.

그에 더해서 이젠 지상 발사형 극초음속 요격체의 생산까지 당겨졌으니 오죽 정신이 없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배치가 예정되어 있는 물량이 불과 한 개 포대뿐이라는 건데, 그렇다 해도 당분간은 3교대로 생산 체계가 돌아가야 하지 싶다.

“조만간에 미국에 간다며?”

힐끗 나를 발견한 성호 놈은 지나가듯 말했다.

얼굴엔 불만이 잔뜩 쌓여 있는 상태.

아마도 내 미국행에 대해서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었다.

“놀러 가는 것 아니다.”

“누가 뭐래? 그래도 오는 길에 잡지나 좀 사다 줘.”

“무슨 잡지?”

“플레이보이. 허슬러 등등. 홀로 외로이 연구소에만 처박혀 있는 남자들을 위로하는 것들 있잖아.”

황당함에 코웃음 쳤다.

씨도 먹히지 않을 말이란 것쯤은 알고 했던 건가, 놈 역시도 피식 웃으며 화제를 돌린다.

“그나저나 우주 발사체도 개발한다는 선언을 했다던데, 너 설마 그걸 우리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겠지?”

센터의 책임자인 성호 놈의 관심사는 오로지 그것에만 있는 듯했다.

그렇듯 체력을 자랑하던 놈도 이젠 한계에 다다른 거지.

뭐 나도 그렇게까지 부담을 안겨 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안심해. 우주 발사체 개발은 따로 사업부가 설립 될 테니까.”

“진짜?”

성호는 이게 웬 횡재냐 싶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지만 곧 찌푸려지는 얼굴.

이후 놈의 입에선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이거 좀 시원섭섭하네.”

“뭐가?”

“나 또한 엔지니어이자 학자야. 그 마당에 액체 로켓 기술을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없겠어?”

“그럼 너도 참여를 하던지.”

“그럼 이 센터는 어쩌고.”

“센터는 이제 적당한 책임자를 다시 뽑아야지. 사실 앞으로를 위해선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기는 한 시점이야. 그래서 조만간 인력풀(pool)을 만들어 볼 생각이기도 하고.”

성호 놈은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력 확보 수단이 마련된다는 사실에 기대감이 든 걸까.

이후 놈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

“거 괜찮은 생각이네. 그나저나 정부에서 정찰자산 사업을 확정 했다면서. 프로젝트 명이 뭐라고 했더라?”

“425 사업.”

난 주저함 없이 대꾸했다.

어감이 촌스럽다고 느꼈던 듯, 놈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되묻는다.

“프로젝트 명이 왜 그 모양이야. 무슨 특별한 의미라도 있어?”

“SAR 위성 4기와 EO/IR 위성 1기를 확보하겠다는 의미에서 나온 거야. 정확하게는 SAR-EO인데, 그걸 그냥 편하게 숫자로 표현해서 425라고 하지.”

사실 425 사업은 앞으로 10년도 훨씬 지나서야 등장했어야 할 사업이었다.

회귀 전, 우리 군의 킬 체인 전략에 부흥하여 정찰자산을 자력으로 확보하겠다는 의도에서 시작 된.

하지만 이미 킬 체인은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

덕분에 정부는 정찰자산 확보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난 당시의 생각을 떠올리고 그 이름을 추천했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촌스러운가?

“SAR와 전자광학 위성은 그렇다 치고, 너 설마 미국에서 받아낸 키홀 위성의 광학렌즈 기술을 활용할 생각인 건 아니겠지?”

내심 드는 불만에 입매를 삐죽 거리고 있을 때쯤 성호가 제법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뭐 기왕 광학 위성을 갖출 거라면 키홀 수준을 구축하는 것이 좋기는 하겠지.

무려 10cm급의 해상력을 가져서 마치 바로 앞에서 찍은 것 같은 선명도를 보여주는.

아니, 들리는 말에 의하면 물리적 한계인 5cm 이하 급도 구현을 했다는 말이 있기는 했지만 그거야 확인된 사실이 아니니 알 수 없는 문제고.

어쨌건 우린 아직 그 정도 위성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키홀 위성은 렌즈의 지름만 2.5미터가 넘어. 그 정도 수준의 크기와 무게의 정찰 위성을 하나 띄우려면 족히 2조 원은 필요하고. 우리 예산 수준에서 그게 가당키나 하겠어?”

“2조 원? 그렇게까지 돈이 많이 들어가?”

놈은 화등잔만 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웃으며 툭 하고 놈의 어깨를 건드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미국이 키홀 위성 2기를 띄우는데 정확히 50억 불이 들어갔어. 하니 대충 그 정도쯤은 필요하다고 봐야 할 거다.”

“젠장, 그래서 천조국 천조국 하는 거구먼. 하면 우리가 띄울 예정인 위성들에 할당된 예산 규모는?”

“총 다섯 기의 위성을 띄우는 것에 대략 1조 원 정도가 책정됐어.”

“에게…… 위성 다섯 기를 띄우는 마당에 고작 1조 원?”

“알아, 솔직히 여유로운 편은 아니지. 그 탓에 위성은 우리가 제작하지만 발사체는 러시아의 것을 빌려야 할 상황이기도 하고.”

“그래서 네가 우주 발사체 개발을 서두르는구나?”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차후 본격적인 위성확보 사업에 발을 걸쳐 놓을 생각에서지.”

“본격적인 위성확보사업?”

“뭐 예를 들면 자체 GPS 확보라든가.”

“꿈도 야무지네. GPS가 위성 한 두 개 띄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가 어느 세월에 그 정도 예산을 확보해.”

성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이내 손에 쥐고 있던 캔 커피를 들이켜려던 놈은 무슨 생각에선 휙 하고 나를 쳐다봤다.

“너 설마…… 재우가 자체적으로 GPS를 확보할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글쎄,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어차피 GPS야 활용도가 높으니 우리가 먼저 띄우고 정부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것도 방법일 수는 있으니까.”

“이런 미친…….”

성호는 황당하다는 투로 나를 쳐다봤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그의 입에서는 처음과는 달리 제법 긍정적인 투의 말이 뱉어졌다.

“아니지, 어차피 너야 돈이 남아도는 마당에 못할 것도 없지. 게다가 GPS가 꼭 군사용으로만 쓰이는 것도 아니니 수익구조야 만들어내면 그만이고.”

“웬일이냐. 네가 그런 창의적인 생각도 다 하고.”

“나 원래 창의적이었어! 아무튼, 정작 중요한 것은 역시나 발사체 기술이잖아. 그건 어떡할 건데?”

난 그 부분에서 눈을 빛냈다.

역시나 눈치 빠른 성호 놈은 잔뜩 가늘어진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너 설마…… 러시아를 믿고 있는 거냐?”

“글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그것이지 싶다.”

“하지만 푸틴이 그 중요한 기술을 내줄까?”

물론 그건 확신할 수 없다.

우주 발사체 기술은 러시아가 가진 최고의 카드 중 하나니까.

하지만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이다.

어차피 극초음속 추진체 기술 같은 전략자산도 내놓았던 마당에 구시대적 유물이나 다름없는 우주 발사체를 끝까지 쥐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

더군다나 아쉬운 것은 그쪽이 더 많은 마당에야.

“곧 전화가 온다는 것에 내 손목을 걸지.”

자신하듯 놈을 향해 말했다.

뭣 때문인지 순간 입매를 잔뜩 뒤튼 놈은 힐끗 내 하체를 쳐다본다.

“손목 말고 거기를 걸어. 어차피 쓸모도 없는 것 떼어 버려도 되잖아.”

“…….”

“몰랐어? 너 고***라고 소문난 거.”

“미친놈, 그걸 믿는 거냐?”

“믿기야 하겠냐. 문제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거지. 솔직히 그 인물에 그 재력에. 부족한 것 하나 없는 놈이 여태 여자 하나 없는 건 이상한 거 아니냐?”

“내가 연애 따위나 할 시간이 어디 있어.”

“연애하는데 시간이 무슨 상관이야. 불꽃만 튀면 잠자는 시간 줄여서라도 하는 거지. 아무튼 메마른 자식 같으니.”

“그렇게 할 거 다 하고 살았으면 여기까지 못 왔지.

장단을 맞춰 주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핀잔을 주고 돌아섰다.

한데 그 순간, 놈이 읊조리듯 중얼거린 말이 귀에 콱 틀어박혔다.

“그나저나 미안하게 됐다.”

멈칫!

“뭐가 미안해?”

“응? 모, 못 들었으면 그냥 넘어가고.”

놈은 꽂힌 내 시선에 부쩍 말을 더듬으며 딴청을 부렸다.

하지만 여전히 가늘어진 눈으로 쳐다보자 핼쑥해진 얼굴로 다시 말을 잇는다.

“그, 그냥 장난이었어. 나도 그게 그렇게까지 이슈가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고.”

“그러니까 뭐를.”

“그, 그게…….”

“너 혹시 **포털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 뭐냐?”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되물었다.

예감이 맞았던 걸까, 놈이 슬슬 뒷걸음질 치더니 재빨리 문을 향해 내달린다.

“하, 나 이거.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만. 그 빌어먹을 댓글이 그러니까…….”

***

빰빠빠빠밤~

2009년 4월.

미국 출장을 불과 이틀 앞두고 있던 어느 봄날 마침 재우조선해양에선 이순신급 구축함의 추가 건조사업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총 확보 수량은 6척.

그 6척의 확보를 위해 싸워 온 과정이 유독 치열했기 때문인지 오늘의 행사는 전과는 또 감회가 달랐다.

“6척이라고는 해도 왠지 든든하군요. 한 척 한 척이 준 이지스급에 달하는 구축함들이 될 테니 말입니다.”

막 도크로 이동 중인 자재들을 바라보던 합참의장 역시도 감격스러워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긴, 해군 출신인 그로서는 더더욱 감회가 남달랐겠지.

게다가 주변국들과 부쩍 차이가 심하던 해양군사력의 간극을 이로써 한결 더 좁힐 수 있게 된 상황인 마당에 왜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그의 말에는 오류가 있다.

준 이지스급.

따지고 보면 앞으로 건조될 이순신급 구축함들을 그리 불러서는 곤란하거든.

“탐지거리가 무려 500킬로미터에 달하는 AESA 레이더시스템. 그리고 총 3단계의 다층방어망 구축은 물론 수직 발사기의 전체적인 체급 확장까지 이루어진 것을 고작 준 이지스급이라고는 부르면 곤란하죠.”

“아! 참, 그렇죠. 그동안 주변국들을 의식해서 하도 스펙을 깎아서 대외에 알리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합참의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 고충을 내가 왜 모를까.

하지만 이젠 사업이 본격화 된 상황.

더 이상은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을 거다.

“아무튼, 그동안 진 회장께서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사업하나 성사시키자고 청문회까지 겪었으니 원. 한데 첫 결과물이 완성되면 주변국들 반응들이 꽤 볼만 할 것 같군요.”

“그렇겠죠. 이순신급들마저 죄다 완편되면 우린 실질적으로는 최첨단 방공구축함을 무려 18척이나 보유하게 되는 거니까요.”

넌지시 뱉어진 그의 말에 웃으며 대꾸했다.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점이라도 있는 걸까, 그의 얼굴에 옅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조금 아쉽군요. 기존 이순신급들도 신형 수준으로 개량이 되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난 그 말에 헛웃음을 뱉어 냈다.

이래서 사람 욕심이란 끝이 없다는 생각에.

나로선 그나마 개량사업이 함께 통과 된 것만도 감사할 따름이건만, 정작 군의 욕심은 나보다 더한 듯하다.

“개량되는 기존 이순신 급들의 레이더가 비록 모듈의 수는 적어도 자체적인 탐지능력만큼은 전과 비교 불가한 수준입니다. 아니, 솔직히 그 정도만 해도 준 이지스 급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렇게 되면 우리 해군은 15척에 달하는 이지스 급 방공함과 6척에 달하는 준 이지스급 방공함을 보유하게 되는 건데, 그게 실망하실 일은 아닐 듯합니다만.”

“그, 그건 그렇죠.”

합참의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어색한 웃음을 내비치곤 이제 막 시작된 첫 강판 절단 식을 지켜보려는 차, 주머니에서 요란한 진동이 느껴졌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확인한 액정엔 긴 번호가 떠 있었다.

국제전화임을 짐작할 수 있는.

혹시나 싶어 통화버튼을 누르자 예상대로 푸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축하 하오 진 회장.

아마도 그건 최근 성공한 상승 단계 요격의 성공을 두고 하는 말이었을 거다.

이때쯤이면 전화가 오리라는 것은 예상했던 상태.

절로 뒤틀리는 입매를 간신히 바로잡으며 말했다.

[러시아의 도움이 컸죠. 극초음속 추진체의 공동 개발이 아니었으면 결과를 내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공치사를 받자고 전화 한 것은 아니오.

그의 말속엔 뼈가 있었다.

아니, 심사가 뒤틀린 느낌이랄까.

왠지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생각에 웃음으로 일관하자 그가 다시 투정에 가까운 말을 뱉어 낸다.

-거참 희한하지 않소? 분명 극초음속 미사일은 두 나라가 함께 개발했는데, 왜 우린 아직까지 속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정밀제어 능력은 또 왜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건지 말이오.

그게 딱히 이상할 일은 아니다.

우린 공동 개발로 이룬 결과물에 안주하지 않았으니까.

이후 또다시 자체적인 개량을 거친 것은 물론, 추가적인 열 차단 소재의 개량까지.

특히나 어마어마한 G를 감당하면서도 날개를 정밀 제어하는 모터의 개발과 제어프로그램의 알고리즘 개선은 최인배의 영혼이 갈려 나간 결과다.

-뭐 아무튼, 축하하는 것은 축하하는 거고, 전에 말했던 대화나 좀 마무리 지읍시다.

[무슨…….]

-우주 발사체 기술이전 말이오. 원한다면 기술이전을 고려해보죠.

씨익.

이런 속 보이는 곰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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