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87화 (18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87화

“사령관님. 잠시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육군 미사일사령부.

아침나절 그를 대신하여 인근 이동기지의 시찰을 나갔었던 부사령관이 다급히 그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뭣 때문인지 잔뜩 흥분되어있는 모습.

혹여 예하 부대에 무언가 사고라도 터진 건가 싶어 바짝 긴장한 사령관은 서둘러 되묻는다.

“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그건 아니고, 개인적인 면담을 좀 했으면 싶습니다.”

그 말에 비로소 안도한 이정호 사령관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 손수 차라도 대접하려는 듯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 그는 다시 부사령관을 쳐다봤고, 마침 눈이 마주친 부사령관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뱉어 냈다.

“죄송하지만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순간, 사령관은 그의 목적을 깨달았다.

육군 개혁 반대파의 일원 중 하나인 부사령관.

하지만 점점 입지는 좁아져 가고, 결국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궁금하군. 왜 갑자기 노선을 바꾼 건지.”

의아한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뒷배가 육군의 실세들인 것을 내세우며 기세등등했던 그가 이제 와서 왜.

게다가 비육사 출신들은 그간 선배 대접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 그동안의 태도가 아니었던가.

“현재 육군의 변화.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효율적인 전력 재편인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 마당에 마냥 병력감축을 반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령관은 그 말에 가만히 찻물을 들이켰다.

저 말이 눈곱만큼도 진심으로 와닿지 않았기에.

이후 계속해서 그가 돌변한 원인을 생각해보던 사령관은 어느 순간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혹시 이번 청문회 때문인가?”

“…….”

“하긴, 여당 핵심 의원은 물론 대한민국 굴지의 신문사 대표가 둘이나 한꺼번에 날아가는 걸 보고도 동요가 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부사령관은 그 말에 얼굴을 붉혔다.

아직 채 할 말이 끝난 것이 아닌 듯 다시 사령관의 말이 이어진다.

“물론 그동안 자네의 고충도 이해는 하네. 육사 출신도 아닌 나를 상관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딴에는 힘들었겠지. 해서 더더욱 지금 소속된 파벌에 집착했었을 테고, 하지만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군인은 정치를 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

부사령관으로서도 딱히 할 말은 없었을 거다.

눈앞의 존재가 바로 그걸 몸소 증명해 보인 인물이니까.

오로지 군의 발전을 향한 일념으로 살아온.

해서 비육사 출신으로 소장까지 올랐으며 사령관이라는 직함까지 단.

하지만 그때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충고를 이제 와서 받아들일 리가 있을까.

결국 부사령관은 찌푸려진 얼굴로 말한다.

“맞는 말씀입니다만, 군이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해선 결국 정치가 필요한 겁니다.”

“…….”

“좋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곧 육군에 대대적인 정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대통령과 장관께서 이번 재우 사태를 빌미로 육군의 개혁도 마무리 지으시려는 듯싶습니다.”

그러리라는 예상은 사령관도 했었다.

그 말 많은 의회를 침묵시킨 마당에 군의 반발 따위를 정리하는 것이 뭐가 어려울까.

특히나 이용재 같은 거물이 한 방에 날아가는 것을 본 군 장성들. 즉, 감축 반대파들로서는 아마 피가 마를 상황일 거다.

“ 문제는 전 아직 군을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거죠.”

“지금 떠나기 아까운 것은 사실이지. 자네 능력을 생각한다면.”

사령관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뱉어 냈다.

왠지 희망적인 말투다 싶어 화색을 밝히려는 차, 뒤이어 튀어나온 사령관의 말이 다시 그를 절망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그건 내 소관 밖일세.”

부사령관은 한껏 가늘어진 눈으로 사령관을 쳐다봤다.

적어도 저게 거짓말임은 잘 알고 있기에.

막말로 현 합참의장과 사적으로도 막역한 친구 사이인 그가 못한다면 누가 가능하다는 말인가.

결국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겠다는 의미인 거지.

“알겠습니다.”

끝내 거절당한 부사령관은 결국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지막 자존심이나마 지키고 싶었던 걸까, 무어라 말을 뱉어내는 그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뭐라 그러는지 잘 못 들었네만.”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사령관은 돌아서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묵묵히 쳐다봤다.

이내 자신 역시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곤 창밖을 쳐다보자 불현듯 생뚱맞은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진현승.’

대체 그는 어떤 존재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변화를 일으키는 걸까.

정치와 경제. 그리고 군대까지.

그러고 보면 전에 이용재 의원이 떠들어댔던 말도 딱히 틀린 것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그의 뇌리를 스친다.

이 나라의 실세는 진현승이라는.

‘뭐 그럴 수도 있겠군. 그나저나 저 친구…… 지나치게 차분한 것 아닌가? 이 왠지 마음에 걸리는데.’

***

[정부는 오늘 육군의 대대적인 인사이동을 실시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작심했던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예상과는 달리 육군 내부의 반발은 그리 심하지 않았던 상황.

그동안 내내 반발을 염려하여 끌어왔던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한참 뉴스를 보던 와중 김영기 실장이 방으로 들어섰다.

그가 내 방을 찾을 때면 늘 사건 사고, 내지는 제법 중요한 과제가 던져지던 터.

지친 얼굴로 쳐다보자 그 역시도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번엔 또 뭡니까?”

“전에 뒷조사를 지시하셨던 연구원 말입니다. 아! 정확히는 연구원과 교제 중이라는 그 중국 유학생에 대한 조사결과입니다.”

그 부분은 마침 궁금해 하고 있었던 터라 재빨리 보고서를 들췄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인 것은 ‘중양그룹’이라는 이름.

가늘어진 눈으로 다시 김영기 실장을 쳐다보자 그가 설명을 잇는다.

“중양그룹은 중국 공산당이 실질적인 주인인 회사입니다. 그리고 그 유학생은 중양그룹이 지원하는 장학금을 받고 한국으로 온 케이스고요.”

“결국 스파이 활동을 할 가능성이 큰 인물이라는 뜻이군요.”

“그렇다고 봐야겠죠. 한데 이제 어쩌실 생각입니까.”

“어쩌긴요. 해고 통지를 해야죠.”

“네?”

주저하지 않고 뱉어낸 대답에 김 실장이 난색을 표했다.

하긴, 아직은 별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은 연구원을 무작정 해고부터 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긴 하지.

그렇다고 ‘네 애인이 스파이일 가능성이 크다.’라는 이유를 댄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되고.

하지만 이유야 만들면 그만이다.

또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만큼은 사양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도록 하죠.”

결국 김영기 실장은 수긍하며 서류를 다시 받아들었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하나.

난 이제 막 그의 손으로 넘어가는 서류를 다시 빼앗아 들곤 한참을 고민하다 그에게 제안했다.

“……그 유학생을 역으로 이용한다고요?”

이후 난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내내 듣고 있던 김 실장이 눈을 끔뻑이며 말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고 말고.

그게 중국의 욕심을 조금이나마 꺾을 방법이 될 테니까.

“앞으로 이 나라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기술탈취는 어마어마하게 증가할 겁니다. 지금 사회적으로 이슈화 시켜놔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경각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기업은 물론 정부 역시도.”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죠.”

김 실장은 마른 침을 삼키며 다시 서류를 받아들었다.

미래를 모르는 그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을 이야기들.

하지만 난 굳이 그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다음 서류를 검토했다.

“응?”

막상 쳐다본 서류는 합참의장이 보낸 제안서였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의뢰서라고 해야겠지.

사실 군이 방산 업체에 사업시행에 앞서 금액 산출을 위한 의뢰서를 보내는 것이 별스러운 일은 아니다만, 문제는 그 사업내용이었다.

“미국에서 공여한 아파치를 해병대용으로 개조하는데 필요한 금액을 산출해 달라고요?”

“네, 대략 20대가량을 상륙 지원용 공격헬기로 개조하고 싶다는군요.”

“개조비용을 산출해 주는 것이야 문제 될 것은 없지만 그걸 미국에서 허락하겠습니까?”

“쉽지 않겠죠. 아마 그래서 회장님께 공문을 보내온 걸 겁니다.”

“…….”

“뭐 한마디로 청탁인 셈이죠.”

그 말에 슬며시 펜을 내려놨다.

군의 생각이 당황스러워서라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 싶은 마음에.

그게 얼마나 큰 난제인지는 알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 듯 김영기 실장 역시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합참에서도 딴에는 머리를 쓴다고 쓴 모양입니다. 어차피 ‘포사’를 개량하여 증산하는 것은 예산 문제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니 기왕이면 미국에서 공여한 물품을 활용해 보자는…….”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개조 권한은 단순히 정비 권한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나마 정식 수입도 안 한 우리에게 정비 권한을 준 것만도 다행인 판국에 개조 권한까지 달라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요. 미 정부를 떠나서 보잉이 그걸 허락할 리가 없으니까.”

“저도 그 점은 인정합니다. 생산업체로서는 당연히 난색을 표할 수 있겠죠. 특히나 자신들이 직접 판매한 물품도 아닌 마당에야 더더욱. 해서 저도 이 부분은 큰 기대를 하지 말라고 합참의장에게 언질을 해 둔 상태입니다.”

김영기 실장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웃으며 다른 서류를 집어 들려는 차,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가능만 하다면 확실히 해병대 전력상승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인데…….’

난 생각의 끝에 시계를 쳐다봤다.

어차피 결과는 내가 정하는 것은 아닌 상황.

하면 찔러 보는 것까지는 상관이 없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뭐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마는 거고.

뚜르르르!

-이게 누굽니까.

다행히 리암 회장은 아직 취침에 들기 전인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꽤 늦은 시간.

난 몇 번이고 미안함을 표하고 나서야 본론을 끄집어냈다.

[죄송하지만 이번에 미국에서 공여한 아파치에 대한 개량 권한을 획득할 수 있겠습니까?]

-개량 권한이요? 그걸 굳이 개량할 이유가 뭐가 있기예요.

[군에서 일부 수량을 해병대 상륙 지원용으로 활용하고 싶은 생각인 모양입니다. 문제는 그걸 위해선 대대적인 방청 작업 및 일부 핵심 부품들에도 손을 대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흠…… 아무리 공여 물품이라지만 개량을 허용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리암은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나로서도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기에 딱히 실망이랄 것도 없다.

[이해합니다. 늦은 시간에 이렇듯 무리한 부탁을 해서 죄송하군요.]

말을 뱉어냄과 동시에 김영기 실장을 쳐다봤다.

별 소득을 얻지 못한 것을 눈치챈 듯 그가 실망의 표정을 지어 보였고, 난 다시 형식적인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러지 말고 진 회장께서 직접 보잉과 만나보시는 것이 어떻겠소.

그때, 수화기 너머에서 예상치 못했던 말이 들려왔다.

재빨리 자세를 고쳐 잡자 리암의 말이 이어진다.

-어차피 재우와 보잉은 조만간 신형 수송헬기 공동 개발 문제로 자리를 마주하기는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때 직접 제안을 해 보라는 거죠.

왠지 그럴듯한 말이다 싶었다.

어차피 난 조만간 여러 문제로 미국에 가야 할 상황이지 않던가.

수송헬기 공동 개발사업은 둘째 치고,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 문제나, 곧 약속된 기한이 끝나는 대형 항공기 시장진출금지 문제 때문에라도.

특히나 대형 항공기 문제는 애초 보잉으로부터 비롯되었던 것.

어차피 그들을 만나야 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아무래도 그게 좋을 듯하군요. 한데 사전에 회장님께서 미리 언질을 좀 해 주시면 꽤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만.]

혹시나 싶어 넌지시 그를 떠봤다.

우리 사이에 맺어졌던 암묵적인 협력 관계.

그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싶은, 갑작스러운 궁금증의 결과랄까.

한데 예상과 달리 제법 긍정적인 대꾸가 들려온다.

-그야 당연히 도와야죠.

순간 당황스러움이 몰려들었다.

혹여 사안의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

하지만 리암 같은 존재가 그걸 모를 리가 있나.

그럼 결국 우리가 맺었던 그 협력관계란 것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범위를 가졌다는 건데, 이거 왠지 기분이 으스스해져 온다.

-반응이 왜 그럽니까.

한동안 이어진 침묵에 리암이 넌지시 말했다.

끝내 말을 잇지 못하자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진 회장께선 아직 우리의 협력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못하고 계신 모양이군요. 나와 동맹을 맺었다는 것은 나를 얼마든지 활용해도 된다는 암묵적인 허락을 뜻하는 겁니다.

[…….]

난 이번에도 차마 제대로 된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저 조만간 만날 날을 기대하겠다는 말 외엔.

그때, 수화기 저편에서 또 하나의 예상치 못했던 말이 날아들었다.

-참, 북한의 핵 개발 자금 중 일부가 중국에서 흘러 들어간 돈이라고 하던데, 그건 알고 있습니까?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죠?]

당황스러운 마음에 절로 눈이 치켜 떠졌다.

쩝 하고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다시 그의 말이 이어졌다.

-며칠 전 모사드 국장이 내게 그러더군요. 중국에서 북한 정권에 지원해 준 통치자금 중 일부가 핵 개발에 전용되었다고.

[그걸 미국 정부도 알고 있습니까?]

-당연히 알고 있죠.

[그래서요, 앞으로 어쩔 생각이랍니까.]

정상적이라면 중국을 향한 막대한 제재가 따라야 할 거다.

하면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터.

혼란스러운 기분을 다잡으며 대답을 기다리는 와중 당황스러운 말이 들려온다.

-아마 미국은 침묵할 겁니다.

[침묵하다니, 왜요?]

-중국은 말 그대로 통치자금을 지원한 것이니까요.

[…….]

-진 회장도 알다시피 중국도 북한이 핵을 가지면 곤란해지는 곳 중 하나입니다. 그 마당에 그들이 개발비를 지원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쉽게 말해서 이번엔 중국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겁니다.

일견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북한은 최악의 상황이면 그들이 점령해야 할 곳. 그 마당에 북한 핵을 보유하는 걸 지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하지만 뒤통수를 맞았건 앞 통수를 맞았건 자금 지원 자체가 결국엔 결의안을 어긴 것이고, 제재를 받아 마땅한 거다.

[그렇다 해도 북한을 향한 통지자금 지원은 유엔 제재안을 어긴 것이죠. 그에 대한 제재마저 하지 않는다는 건 문제 아닙니까?]

-그렇죠. 하지만 현 미국 정부는 당장 중국을 제재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왜요?]

-그야 뭐, 빚 때문이겠죠.

[…….]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번 미국 발 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은 대략 3조 달러가 넘는 돈을 세계에 풀었소. 문제는 그게 미국 정부의 요구에 호응한 결과라는 거죠.

[…….]

-더군다나 현 미국 정권은 아직까지 중국에 대한 환상을 깨버리지 못하고 있소. 그 마당에 제재가 가능하겠습니까.

[환상이요?]

-그동안 공산주의를 수출하지 않고 미국의 말을 잘 따르던 것이 중국이잖소. 오바마는 지금 그 점을 강조하며 아직은 중국을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게요.

사실 그 점은 회귀 전에도 그랬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미국의 결정적인 패착이었고.

젠장, 한동안은 역사와 달리 중국을 향한 경계심을 빨리 드러내기에 세상이 좀 바뀌나 싶더니만.

난 도무지 미국 정치권이 돌아가는 판세를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지금 미 정치권에선 엄청난 파도가 치고 있소.

[하면 회장님은요?]

난 넌지시 그의 의중을 물었다.

이번엔 저편에서 침묵이 이어지더니 한참 후가 되어서야 대답이 들려온다.

-내가 왜 진 회장은 물론 러시아의 푸틴과도 협력을 다짐했다고 생각하시오.

[…….]

-아무튼 그 이야기는 진 회장께서 미국에 오는 날 따로 만나서 합시다.

마지막 말은 왠지 의미심장했다.

마치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또 있기라도 한 듯.

하지만 그는 끝내 차후를 기약했고, 결국 통화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뭐랍니까?”

김영기 실장은 내게 통화내용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재촉했다.

어차피 나조차도 답을 얻지 못한 중국과 북한 문제를 거론해봐야 이야기만 길어질 터.

난 애초 문제의 시작점인 아파치 개량에 대해 리암과 나눈 대화만을 전달했다.

“그럼 언제 미국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글쎄요, 당장 예정된 행사가 워낙 많아서 빨라야 다다음 달은 되어야 할 겁니다. 일단 합참의장께는 통화내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세요. 아! 그리고 만약 이 일이 성사되었을 경우 재우가 챙길 몫은 확실하게 준비해 두시라고 해 두시고.”

“네?”

“왜요, 그럼 그런 엄청난 일을 공짜로 해결해 줄 생각이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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