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86화 (18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86화

[얼마 전 한국에선 북한의 핵실험 성공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상승 단계 탄도미사일 요격실험을 행했음을 대외적으로 공표했습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조만간 영상을 대외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개발한 상승 단계 요격시스템은 총 2가지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무인기를 통한 상시 감시를 통한 방법이며, 또 하나는 지상에서…….]

며칠 후, 우리의 상승 단계 요격시스템 성공 소식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어 졌다.

서구 국가들은 물론 사우디와 UAE 같은 우호국들의 경우엔 순수하게 한국의 과학 기술력과 군사력 수준을 높이 사주는 반면,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주변국들은 교묘하게 논조를 뒤틀어 성과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탄도미사일을 상승 단계에서 요격한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을 해낸 겁니다. 하지만 북한과 남한은 거리가 그만큼 가깝기에 가능한 것이고, 범위를 확대해 본다면 그다지 쓸모 있는 시스템이라고는 할 수 없죠. 뭐 쉽게 말해서 반쪽짜리 방어시스템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그 말도 일부는 맞는 말이었다.

북한이 상대인 경우 워낙 종심 거리가 짧기에 빠른 탐지와 요격이 가능하다지만, 그 외의 국가들에서 쏘아댄 핵마저 상승 단계에서 요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거든.

‘예를 들면 중국 내륙 같은, 우리의 고고도 정찰기의 탐지거리 밖에서 쏜 핵을 상승 단계에서 요격하기란 힘들다는 거지.’

하지만 그건 문제될 일이 아니다.

애초 우리가 상승 단계 요격을 추구하는 이유는 발사당사국에게 더 큰 피해를 주기 위함일 뿐.

그에 더해 종말 단계에서의 그 엄청난 속도로 인한 실패확률을 줄이기 위함이기도 하고.

정작 중요한 것은 마하 9 이상의 속도를 내는 요격체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탄도미사일을 격추했을 정도로 제어 시스템이 정밀했다는 건데.

그게 결국엔 종말 단계에서의 그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 격추도 가능하게 할 핵심 기술이기도 하고.

하지만 저들은 그 점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연신 엉뚱한 부분만 긁어대고 있다.

‘혹시 그건가? 자국 국민들이 불안감을 갖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사실 이 결과는 핵보유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슴에 가득 안고 살아가는 중국 인민들에게는 그 자부심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는 거고.

핵이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일본 국민들에게는 질투심을 가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테니까.

하면 당연히 자국 정부를 향한 반발이 커질 테니 사실을 호도하겠다는 것이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크겠군. 그나저나 미국이 조용한 것은 좀 수상한데, 이쯤이면 연락이 왔어도 진즉에 왔어야 하건만. 혹시 그런 건가? 어차피 요격체의 경우야 자신들도 개발 중인 상태니 굳이 욕심을 낼 이유는 없다는.’

어쩌면 그럴 가능성도 컸다.

예전 리암과 전차 미션 문제로 협의를 하던 당시, 그가 분명 미국도 극초음속 요격체의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했었지 않던가.

‘하지만 막대한 G가 걸리는 상황에서의 초정밀 제어기술은 아직까지 보유하지 못했을 텐데…… 그럼에도 아직 연락이 없는 이유는 뭐지?’

미국 같은 나라가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설마 이런 역사적인 물건의 탄생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라도 터진 건가.

“바보들 아닙니까?”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김영기 실장이 넌지시 말을 걸어왔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어 쳐다보자 그가 TV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저 뉴스 말입니다. 명색이 군사 분야 전문 기자들이라는 자가 핵심을 못 보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솔직히 우리야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뭐가 들었을지 모르니까 상승 단계 요격을 시행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해서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 시스템이 종말 단계의 그 엄청난 속도마저도 요격이 가능하다는 건데, 그 사실은 일부러 배제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뭐랄까, 이건 꼭 우리의 기술 발전에 불안해 할 자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수작 같은 느낌?”

함께 뉴스를 지켜보던 김영기 실장이 갑갑하다는 듯 말했다.

역시나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던 거지.

웃으며 그를 향해 말했다.

“너무 분하게 생각하실 것 없어요. 일본과 중국이 저런 식으로 자위하며 제 국민들의 눈을 속이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겐 좋은 현상이니까.”

“네?”

김영기 실장은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저들은 우리의 경쟁 국가이자 가상의 적국입니다. 한데 그런 국가들의 국민들이 똑똑해져 버리면 우리로선 낭패가 아닙니까. 저들이 자국 국민들을 우민화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로서는 이익이라는 소리죠.”

“우민화 정책이라…… 하긴, 정보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만큼 비극은 없죠.”

김영기 실장은 그제야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한 다는 듯 말했다.

이내 한참을 헛웃음과 함께 중얼 거리던 그는 아차 싶은 표정과 함께 들고 있던 보고서 뭉치를 내게 들이민다.

“저 뉴스 때문에 잠시 제가 올라온 목적을 잊고 있었네요.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난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서류를 받아 들었다.

총 2개에 달하는 보고서들은 업무와는 그다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

의아한 마음에 쳐다보자 김영기 실장이 웃으며 대꾸한다.

“회장님께서 꼭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은 문제들이라서요.”

“뭐 육군 개혁안 문제를 제가 몰라서야 곤란하긴 하죠. 한데 청와대에서 왜 갑자기 그 일을 서두르는 겁니까?”

“그게 완성되어야만 향후 중기 국방계획안이 효율적으로 집행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되물었다.

여전히 육군 내부에서는 병력감축안에 격한 반발을 하는 파벌이 존재하는 상태.

더군다나 그중 일부는 군의 핵심 보직을 맡은 자들도 태반인 터라 그게 쉬울 리가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질질 끌려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해서 이번엔 청와대도 마음을 단단히 먹은 모양입니다. 뭐 기회가 기회이기도 하고요.”

“기회라니요?”

“이번 청문회 사태 말입니다. 육군의 병력감축 반대파로서도 이용재 의원 같은 인물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것은 꽤 부담이었을 겁니다.”

“…….”

“솔직히 그런 거물도 날아가는 마당이면 장성들 몇 날아가는 것이 일이겠습니까. 청와대도 기왕 분위기가 뜬 마당이면 그 기회에 처리해 버리겠다는 거죠.”

“흠…….”

어찌 보면 그건 내가 채찍질한 말에 편승하겠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최악의 상황에선 내가 또 조치를 취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고.

하지만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나 역시 제 밥그릇만 챙기기 바쁜 육군의 일부 장성들이 하루빨리 뒷방으로 밀려나기를 바라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니까.

‘이 기회에 육군을 정리한다?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스윽.

생각을 정리한 채 두 번째 서류를 들춰봤다.

최근 구속된 이용재와 두 신문사 대표들의 근황에 대한 내용들.

한참을 쳐다보다간 절로 헛웃음이 뱉어졌다.

“두 신문사 대표들이 구치소에서 구타를 당했다고요?”

“네, 그들의 경우는 그냥 일반 죄수들과 합방을 하고 있던 터라 그 안에서 하필 임자를 만난 모양입니다.”

“…….”

“그간 두 신문사에 악감정이 쌓인 사람들이 한둘이겠습니까.”

그 말에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뭐 악감정을 떠나서 성폭행 혐의가 확정된 죄수들에게 가해지는 감방 내 대우가 유명하긴 하지.

그렇다 해도 사회지도층이었던 터라 특별 관리쯤은 했을 텐데.

게다가 독방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크고.

그런데 어떻게 그런 결과가 발생한 것인지가 조금은 의문이다.

“설마…….”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가늘어진 눈으로 김영기 실장을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잔뜩 입매를 뒤튼 그가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인다.

“네, 구치소 소장을 비롯하여 교도관들에게 좀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절대로 두 신문사 대표들에게 편한 생활을 보장하지 말라고요. 아! 이용재의 경우는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거물에게까지 손을 댔다간 자칫 문제가 커질 것 같아서요.”

“그거야…… 한데 김 실장님 이제 보니 꽤나 무서운 분이시군요.”

“솔직히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 반사회적인 죄를 지은 자들에게 편한 구치소 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마음 같아선 수감생활 내내 괴롭히고 싶은 심정입니다.”

난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순간 뇌리를 스친 상상은 잠조차도 편하게 자지 못할 그들의 모습.

그들로 인해 억울한 경우를 당해왔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사실 그걸 뭐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군대에 다시 들어간 기분이겠군. 아니지, 뭐 그런 자들이 군 생활이나 제대로 했을지도 의문이기는 하지만.’

***

끼익!

휘하부대의 현지시찰을 핑계로 사령부를 빠져나온 미사일 사령부의 부사령관 한용호 준장은 음성 소재의 한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가 미사일 사령부로 발령 난 것도 벌써 1년.

그사이 통 얼굴을 보지 못했던 선배들의 느닷없는 방문 때문인데, 안 그래도 최근 복잡하게 돌아가는 육군의 문제로 머리가 복잡했던 터라 그로서도 반가움이 앞섰던 상태였다.

“오랜만입니다, 선배님.”

한용호 준장은 뒤늦게 식당에 도착한 선배들을 향해 깍듯이 경례를 올려 붙였다.

대부분이 하늘과도 같은 육사 선배이자 무려 3성 장군들.

애초 모임의 특성만 아니었다면 감히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도 힘에 부쳤을 인물들뿐이다.

“요즘 통 모임에 얼굴도 안 비치길래 우리가 직접 찾아왔네.”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미사일 사령부가 꽤나 분주했던 터라.”

한용호는 그 말에 애써 변명을 늘어놨다.

최근 있었던 극초음속 요격체의 공개 테스트를 비롯하여 사령부의 확장으로 인해 바빴던 자신의 현실을.

딱히 질책하기 위한 말은 아니었던 듯 선배들은 웃으며 그의 등을 두드리곤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자네 혹시 그 소식 들었나?”

한참 식사가 이어지던 와중 선배 중 하나가 넌지시 말을 뱉어 냈다.

젊었을 적부터 유독 머리숱이 없어 각하라는 별명을 가진.

마침 오리 다리 하나를 집어 들던 한용호 부사령관은 무심코 그를 쳐다봤고, 선배는 슬며시 수저를 놓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정부가 조만간 대대적인 육군의 인사개편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하더군.”

“어차피 인사이동이야 예고되었던 것 아닙니까?”

한용호 부사령관은 별스럽지 않는 소식이라는 듯 대꾸했다.

뭣 때문일까, 쯧 하고 혀를 찬 예의 그 선배가 한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본다.

“이 친구 음성에 처박혀 있어서 그런지 영 소식이 꽝이군.”

“네?”

“이번 개편은 전적으로 우리를 타겟으로 한 거야. 즉, 우리 모두가 줄줄이 목이 날아가게 생겼다는 뜻이란 말이야.”

“…….”

한용호는 그제야 커다래진 눈이 되어 주변을 둘러봤다.

하나같이 불평이 가득한 얼굴들.

순간 스치는 생각에 그는 재빨리 되묻는다.

“육군 개혁안에 반대하는 파벌들을 숙청하는 겁니까?”

“맞아, 미루고 미루더니 이젠 드디어 칼을 들 모양이야.”

“미친 것 아닙니까? 후폭풍을 어찌 감당하려고요. 막말로 여기 계신 선배님들 한분 한분이 군의 핵심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지휘 공백은 어떻게 감당하려고요.”

“그쯤이야 각오하겠다는 거지. 그에 더해서 우리의 반발쯤은 밟아 버릴 자신도 생긴 거고.”

“…….”

“이용재 의원 말이야. 그 정도 인물도 한순간에 날아가는 판국에 장성 몇 날리는 것이 일이겠나? 그나마 자네나 되니까 말하는 건데, 현재 그 분위기가 군 전체에 이미 퍼져 있어. 해서 그나마 중립을 지키던 장성들 대부분이 등을 돌린 상황이야.”

한용호는 그 말에 마른침을 삼켰다.

뒤이어 떠오른 것은 오늘 이 자리의 진정한 의미.

아마도 저들은 곧 털려 나갈 자신들의 미래를 논의하려는 모양이었다.

“정환이 자네는 자넨 어쩔 생각이야?”

“나야 뭐 옷 벗으면 정치판에라도 뛰어들어야지. 문제는 내가 갈만한 당이 현 여당밖에는 없다는 건데, 안 그래도 대통령 눈 밖에 나서 쫓겨나는 판국에 입당이 가능하려나 모르겠군.”

“안 되면 야당이라도 들어가면 그만이지.”

선배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용호는 점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건 마치 옷을 벗는 것이 기정사실화 된 것 마냥 떠들어 대지 않던가.

불현듯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며 불쑥 말을 뱉어 냈다.

“그럼 전 어쩝니까. 최소한 소장까지는 달고 나가야 그나마…… 그 마당에 선배님들께서 이렇듯 쉽게 물러나시면…….”

“흠흠…….”

선배들은 그 말에 일제히 딴청을 피웠다.

불길함이 한층 더해지는 순간, 각하라 불리던 예의 그 선배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애써 여기까지 찾아온 것 아닌가. 자네도 미리 준비하라는 의미에서. 듣자 하니 이정호 사령관이 합참의장과 막역한 사이라던데, 어차피 자네 직속 상관이니 도움을 좀 받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요. 여태 비육사 출신이라고 그 양반을 무시하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요.”

선배들은 그 말에 서로 눈치만 봤다.

결국 대책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마음 같아선 욕이라도 한 사발 해 주고 싶다만 애써 참아냈다.

‘빌어먹을…… 이걸 이제 어쩌지?’

이후 그의 귀엔 아무런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살아 남기 위한 방법을 떠올리는 것에 온 정신이 쏠려있었을 뿐.

“죄송하지만 저 먼저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그는 양해를 구하곤 저리를 털고 일어섰지만, 막상 선배들 중 누구도 그를 나무라거나 만류하는 이는 없었다.

‘하아, 이것 참…… 명색이 선배라는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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