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85화 (18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85화

육군 미사일 사령부.

불과 1년 전 출범한 미사일 사령부는 육군의 핵심 전력으로 발돋움 중인 곳 중 하나였다.

2006년 유도탄사령부로 출범했으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탄도미사일의 수량으로 인해 확장 된 상태.

군사 기밀이었던 터라 정확한 수량이 대외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현재는 대략 3000기에 가까운 현무 미사일을 통합 관리 및 운용하고 있으며, 차후 그 보유 수량은 더 증편될 예정이다.

“행사처에서 방금 현무4 미사일의 발사 요청이 왔습니다.”

사령관 이정호 소장은 작전장교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곤 수화기를 들었다.

이내 통화를 시도한 곳은 화천 인근에 있는 이동식 발사기지.

이날을 위해 현재 그곳엔 영상 정보시스템을 가동 중이었고, 이제 그곳에서 행해지는 미사일 발사 장면은 곧바로 이곳 사령부 상황실로 전송될 거다.

[카운트 들어갑니다.]

스피커에선 해당 기지에서의 진행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10에서 출발했던 숫자가 0이 된 순간,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발사 신호를 받은 현무 미사일이 사출기를 벗어나 빠르게 하늘로 치솟는다.

쿠우우우!

현지 관계자에 의해 촬영된 영상은 별다른 문제 없이 상황실로 전달됐다.

아니, 상황실만이 아니라 대통령이 참관 중인 청주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고 있는 중일 터.

이제 중요한 것은 탐지를 담당할 고고도 무인기가 발사 신호를 제때 포착했느냐는 점이다.

스윽.

불을 뿜으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지켜보던 이정호 사령관은 슬그머니 스톱워치의 버튼을 눌렀다.

유효 요격 가능 시간을 가늠하려는 의도.

한데 그게 불안감으로 비쳐진 걸까, 곁에 서 있던 작전장교가 슬그머니 다가오며 말한다.

“걱정되십니까?”

“걱정이 안 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하지만 재우는 이미 마하 9에 달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도 개발한 업체 아닙니까. 그 정도 속도라면 시간 내에 충분히 도달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만.”

“난 지금 거리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야. 그런 엄청난 속도로 기동하는 요격체가 고작 점 하나에 불과한 탄도미사일을 정확하게 요격하는 것이 가능한지가 걱정인 거지.”

사령관은 짧은 대꾸를 내뱉곤 스크린을 쳐다봤다.

어느새 미사일은 시야에서 벗어났고, 이제 요격의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은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와 연결된 저 스크린만이 유일한 수단이니까.

그때, 상황실의 또 다른 작전장교 한 명이 발사 상황을 보고했다.

“유효 요격 시간이 80초 남았습니다.”

사령관은 그 말에 부쩍 긴장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건 무모한 일이라는 생각에.

사실 말이 극초음속 요격체를 활용한 탄도미사일 방어지, 이건 어느 군사 선진국들도 아직은 이루어내지 못했던 것이 아니던가.

“아니, 또 모르지.”

그렇다고 성공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었다.

이미 재우에선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을 활용한 정밀타격을 성공해 보였던 곳.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한 요격체라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네?”

“아니. 그냥 혼잣말일세.”

더군다나 이번 테스트는 지상에서 요격체를 투사하는 방식이 아닌, 미리 고고도 정찰기가 발사 신호를 포착하여 요격하는 방식이다.

즉, 대응 시간의 이점이 있는 상황이라는 거지.

그 경우 속도를 조금 줄임으로써 안정된 유도를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 문제는 그게 자칫 꼼수가 될 수 있다는 거지.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목적인 만큼, 쯧, 그렇게 되면 이번 실험은 별반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것 아닌가?’

아니길 바라지만 그럴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행사장인 청주에서 발사기지인 화천까지는 직선거리로 대략 150킬로미터 안짝.

그 정도면 마하 6의 속도만으로도 유효 요격 가능 시간 안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한데, 그럼 차라리 속도를 조금 줄이고 유도의 정밀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던가.

‘특히나 테스트를 성공시켜야 하는 재우로서는 더더욱…….’

생각이 그에 미치자 걱정은 더해졌다.

그렇게 되면 당장이야 성공의 기쁨에 취할 수는 있겠지만, 정작 요격체의 정확한 성능 파악은 힘들게 되니까.

이보다 더 먼 거리에서의 요격 성공 가능성.

그리고 더 높은 속도에서의 유도시스템의 정확성 등등.

그 마당에 정말로 재우가 그 유혹을 떨쳐 낼 수 있을까?

그들 역시도 이익집단에 불과한 마당에?

“요격 유효시간 50초 남았습니다.”

꽤나 길었던 것 같았던 그의 상념은 고작 수십 초에 불과했었던 모양이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터.

“모니터링 확실하게 해.”

그는 다시 긴장의 끈을 조이며 스크린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어?”

그때, 대공 감시용 AESA 레이더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현무를 향해 접근하는 물체를 잡아냈다.

당황스러운 것은 모니터에 표기된 추정 속도가 무려 마하 12에 달하고 있다는 것.

사령관은 물론 함께 모니터링 중이던 모든 장교들과 부사관들은 경악스럽다는 탄성과 함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요격체로 확인됐습니다.”

누군가의 외침으로 물체의 정체가 확증됐다.

상황이 이러면 지금껏 했던 상상은 뭐가 되는 거지?

사령관은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모니터를 향해 시선을 주었고, 그 순간 이동 중이던 현무의 신호가 레이더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사령관은 재빨리 관측 담당 부사관을 향해 다가가며 물었다.

여전히 당황스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담당 관측관은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며 대꾸한다.

“아무런 신호도 잡히지 않습니다.”

그건 요격에 성공했음을 의미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가졌다는 미사일 사령부의 AESA가 표적을 놓쳤을 리는 없으니까.

놀라운 것은 요격 유효시간을 한참이나 더 남겨둔 상태에서 성공했다는 것.

여전히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사령관은 연신 입술만을 달싹거린다.

“이게 정말로 가능하다고?”

“…….”

읊조리듯 뱉어낸 그의 말은 상황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사위가 그만큼 침묵으로 물들어 있었다는 증거.

연이어 침묵을 깬 것은 곁에 있던 작전장교였다.

“사령관님. 이렇게 되면 북한 어느 곳에서 핵을 쏴도 요격이 가능하다는 의미 아닙니까?”

“그렇지. 남은 유효시간과 거리상으로 보면 북한의 핵 발사 가능 지역을 모두 커버하게 되는 셈이니까.”

“그런데 탐지를 어떻게 이렇듯 빨리 해낸 거죠?”

작전장교는 그게 의문인 듯했다.

현재 운용 중인 탐지수단은 고고도 무인정찰기 하나뿐.

하면 그 무인기 하나가 발사징후 포착을 위한 각종 수단들을 죄다 갖추었다는 말이 되지 않던가.

“소문에 의하면 글로벌 호크와는 달리 통합 지상 감시 시스템을 탑재했다고 듣기는 했는데…….나도 지금 그게 놀라울 뿐이야.”

사령관은 넋이 나간 얼굴로 대꾸했다.

뒤늦게 부산스러워지는 상황실.

퍼뜩 정신을 차린 그는 다시 작전장교를 쳐다봤다.

“뭐해. 빨리 청주에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작전장교는 그 말에 재빨리 수화기를 들었다.

곧 상황 보고를 끝낸 그는 슬그머니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중얼댄다.

“맙소사! 우리가 정말로 핵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니, 전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사령관은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는 작전장교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고로 핵이란 방어가 절대 불가능한, 최고의 무력수단이라는 것이 당연한 상식.

하지만 오늘 이후, 그 최고의 무력수단도 결국엔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지지 않았던가.

“현지 책임자와도 다시 통화해 봐. 그쪽에서 관측된 결과로도 요격 성공이 확실한 건지.”

물론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완전한 핵의 무력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 탐지에 실패하는 경우.

그리고 여러 변수에 의해 요격체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엔 핵이 왜 최고의 무력수단인지 그야말로 온몸으로 경험하게 될 테니까.

“확인 결과 요격된 것이 확실하답니다.”

하지만 0과 1은 엄연히 다르다.

0은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는 절대적인 절망이라면 1은 최소한 기대감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는 수.

즉, 방어 수단이 아예 없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는 거다.

‘그래, 0과 1은 분명히 다르지. 그나저나 대단하군. 꼼수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건가?’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며칠 전 정부는 핵미사일의 상승 단계 요격 시험의 성공적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오늘은 MBS가 단독으로 입수한 요격 장면을 보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테스트가 진행된 지 이틀 후, 탄도미사일 상승 단계 요격 시험 성공으로 잔뜩 흥분한 이 나라의 분위기는 MBS의 보도로 인해 다시 달아올랐다.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는 현무의 궤적이 화천 인근 거주자에 의해 촬영되었던 것.

그날따라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이었던 터라 운 좋게도 촬영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저걸 촬영하다니, 대단하군.”

물론 요격 장면 전체가 정확하게 촬영이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무가 내뿜은 긴 연무. 그리고 하늘 저편에서 반짝 빛을 발하는 것만큼은 카메라에 잡힌 상태.

하필 촬영당사자가 망원렌즈를 지닌 전문 촬영감독이라는 것도 운이 좋다면 좋았다고 할 수 있을 거다.

-나 화천인데, 당시 요격체인지 뭔지가 엄청난 속도로 꼬리를 남기고 지나간 걸 본 것 같음.

↳어디서 구라를 치고 있어. 그 높은 고도에서 지나간 것이 눈에 보인다고?

↳아니야, 자세히 보면 꼭 전투기가 연무를 남기고 지나간 것처럼 궤적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해.

↳시발, 다들 무슨 시력이 몽골 유목민 급이냐? 왜 남들은 보지도 못하는 걸 보는 건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닐 텐데? 발표에 의하면 요격체의 속도가 마하 12를 찍었다잖아. 그건 전혀 놀랍지 않은 거냐?

↳미친 거지. 그걸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만들어낸 재우는 더 미친 거고.

↳나도 지금 황당함에 말이 안 나오는 중임. 솔직히 마하 9에 달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코웃음 쳤었거든. 아니 미국도 못 하는 걸 우리가 어떻게 하냐고. 그런데 그걸 넘어서 12를 찍어 버리네.

↳미국도 못 하는 걸 주로 해내는 것이 재우의 특기였지. 더 놀라운 것은 그게 주로 진현승의 머리에서 나온 거라는 사실이고. 솔직히 이쯤이면 그의 정체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본다.

↳뭐, 또 외계인 타령하려고?

↳외계인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보다는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존재라는 걸 의심해 보는 것이 더 과학적일 거다.

↳지랄들 하고 있네. 그거나, 그거나.

↳농담이 아니라 나도 그건 좀 의심스러워. 솔직히 그 나이까지 결혼도 안 하는 걸 보면 더 이상하고.

↳어이, 진 회장의 정체와 결혼은 별개의 문제 아니냐? 어째 논점이 좀 꼬인 기분이다?

↳아니야, 여태 결혼 안 하는 건 사실 좀 수상쩍기는 해. 막말로 사지 멀쩡하고. 인물도 그 정도면 어디 가서 꿀릴 정도도 아니고. 그 마당에 뭐가 부족해서 여자 하나 없는 건지 이상하잖아.

↳여자가 있는지 없는지 그걸 어떻게 알아. 재벌들이야 몰래 여자 하나 만드는 건 일도 아닌 마당에.

↳진현승 같은 인물이?

↳혹시 그거 아닐까, 여자와 관계를 맺으면 내공이 사라지는 그런 특수한 무공의 소유자.

↳븅신. 이 자식은 아주 상상력이 주화입마 수준일세.

↳시끄럽고. 난 그거라고 본다. 어쩔 수 없이 여자를 가까이 하지 못하는 존재.

↳?????

↳왜 그거 있잖아. ‘내가 고*라니!’

“풉!”

여전히 TV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와중 갑자기 김 비서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 부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할 자료를 정리하고 있던 상태.

오늘은 특별히 해외 군사 동향을 첨부해 달라는 내 요구에 참고 자료를 찾던 차였건만. 뭔가 웃기는 것이라도 발견한 모양이었다.

“왜 그럽니까?”

궁금한 마음에 즉시 몸을 기울였다.

뭣 때문인지 화들짝 놀란 그녀는 재빨리 노트북을 덮어 버렸고, 곧 황당해하는 나를 향해 한껏 붉어진 얼굴로 말한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당황합니까.”

“저 그것이…… 회장님과 관련된 댓글들을 보다가 좀 웃기는 걸 발견해서요.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인데, 오늘은 절대로 포탈 검색 같은 것은 안 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그 말에 절로 눈매가 뒤틀렸다.

말투로 봐선 그다지 좋은 의미의 댓글은 아닌 듯한 느낌이었거든.

뭐 굳이 눈으로 확인해서 상처받을 필요까지는 없지 싶어 포기하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갑자기 노크 소리와 함께 나타샤가 방으로 들어섰다.

뚜벅뚜벅.

심각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그녀의 손에는 스마트 폰이 들려 있었다.

최근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명목으로 대 유행을 하더니 결국엔 나타샤도 하나쯤은 장만한 모양새.

가만, 그런데 느닷없이 전화기를 들고 온 이유는 혹시……

‘드디어 푸틴으로부터 전화가 온 건가?’

우주 발사체 기술이전에 대한 결정을 통지하려는?

[죄송하지만 이것 좀 확인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순간 그녀가 예상처럼 휴대폰을 내게 들이민다.

쳐다본 스마트 폰 화면에는 포털사이트가 띄워져 있는 상태.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하자 그녀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하필 점심시간이라서 비서실에는 아무도 없고, 경호 요원들에게 묻기는 좀 껄끄럽고, 그나마 김 비서 언니는 회장님 방에 있는 것 같아서 부득이하게…….]

[줘보세요.]

난 헛웃음을 지으며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이후 눈에 들어온 것은 나를 대상으로 한 댓글들.

때마침 나타샤가 댓글들 중 하나를 다시 손으로 짚으며 물었다.

[여기 이 글자 옆의 별 표시가 뭐죠? ‘내가 고***이라니!’ 하는 이 부분. 이 별 표시가 뭘 의미하는 겁니까?]

아…… 이런 개***

어떤 새낀지 내가 꼭 잡아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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