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84화 (184/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84화

[검찰은 이용재 의원을 상대로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회기 중 불체포 특권으로 인해 출석 여부에 응할지 알 수는 없지만, 현행범의 경우 불 체포 특권이 인정되지 않음으로 인해 최악의 경우 강제구인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게 무슨…… 검찰이 왜?”

대일일보 조양은 회장은 소리 소문도 없이 이용재를 향해 칼날을 겨눈 검찰의 태도에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 검찰총장을 비롯하여 핵심 검사장급 인물들 대부분이 그와 더불어 이용재의 커넥션에 속해 있는 존재들.

한데 상황이 이러면 혁명. 아니 반란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지 않던가.

“이상훈 총장과 아직 연락이 안 닿는 건가?”

그는 다급한 마음에 몇 번이고 비서를 재촉했다.

“네, 오전부터 일절 전화를 안 받고 계십니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총장과 통화를 연결할 방법은 없었고, 덕분에 그의 마음은 더더욱 불안감에 사로잡혀갔다.

‘가만, 그런데 내가 불안해할 이유는 없잖아.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용재지 나는 아니니까. 솔직히 정부가 무슨 명목으로 언론사인 우리를 건드릴 건데.’

그는 현실을 곱씹으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정작 여당 핵심 의원이 검찰의 타겟이 되어 버린 초유의 상황 탓일까, 노력이 무색할 만큼 다시금 불안감이 몰려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대통령이 미치지 않고서야 자신의 지지기반인 여당의 의원을 건드릴 이유가 뭐냐는 말이지. 하면 혹시 청와대의 의지가 아닌 건가? 진현승…… 그자가 꾸민 일인가?’

사실이라면 꽤나 난감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컸다.

정부야 언론탄압이라는 명목으로 반격할 방법이 있지만 진현승의 공격인 경우엔 달리 대처할 방법이 없으니까.

막말로 온갖 음해성 기사를 쏟아내고도 여론의 행방을 돌리지 못한 지금만 봐도 그렇지 않던가.

‘이런 떠그럴.’

더군다나 검찰이 돌변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힘에 부치게 될 거다.

아무리 언론이라 해도 털어서 먼지가 안 나올 리는 없을 터.

그들이 마음먹고 달려드는 상황이면 어떤 수단으로도 막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설마 검찰이 보다 확실한 동아줄을 붙잡겠다는 건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었다.

다른 걸 떠나서 재우만큼 이 나라에서 미래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곳은 없는 상태.

당장 퇴임 후의 미래를 보장받아야 하는 검찰총장이나 여타 검찰 측 인물들로서는 절로 허리가 숙여질 만하지 않던가.

어차피 정치판으로 뛰어들어 성공하는 검사들의 수는 한계가 있고, 결국엔 재우 같은 대기업의 품으로 안겨야 미래가 확실하게 보장될 테니까.

‘상황이 그렇다면 내내 재우를 까 내리기 바빴던 내게도 칼날이 돌아 올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한 순서잖아.’

생각이 그에 미치자 이젠 두려움마저 몰려들었다.

‘두렵다고? 이 조양은이?’

하지만 곧장 발동 된 자기방어기재.

오늘보다 더한 위기를 숱하게 겪었던 그의 과거가 다시금 용기를 북돋아 줬다.

‘그래 봐야 기업은 결국 언론의 힘을 이기지 못하지. 내 손에 무너진 기업들이 어디 한두 곳일까. 진현승…… 너야말로 생각 잘못한 거다.’

충만하게 오른 자신감에 다시 조양은의 입매가 뒤틀렸다.

공격을 퍼붓는 자의 확실한 정체를 알았으니 반격을 가할 차례.

그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 즉, 기사를 휘갈겨 줄 자를 호출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

“회장님!”

그때, 그의 비서가 노크도 없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평소 같았다면 치도곤을 내야 했을 것이건만, 워낙 다급해 보이는 표정으로 인해 이유부터 묻는다.

“무슨 일이야?”

“방금 영업부에서 연락이 왔는데, 광고주들이 대거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해 왔답니다.”

“……몇 곳이나 해지를 했다는 건데?”

“대략 90퍼센트 정도에 달한다고 합니다.”

툭!

조양은은 들고 있던 수화기를 떨어트렸다.

하지만 곧 부르르 하고 머리를 털어 낸 그는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을 뱉어 낸다.

“호들갑 떨 필요 없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일 테니까. 기업이 광고를 멈추는 순간 어떤 보복을 당할지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영업부장님의 전언에 따르면 왠지 이번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데요.”

“심상치 않기는. 이런 일 한두 번 겪어? 헛소리 그만하고 가서 각 부처별 선임기자들에게 당장 광고 취소한 기업들 위주로 탐사 보도 시작하라고 해.”

버럭 내질러지는 그의 호통에 비서가 재빨리 방을 나섰다.

무심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양은은 퍼뜩 정신을 차린 채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윤 회장님? 저 대일일보 조양은입니다.”

상대는 그와 한 배를 타고 있던 한서일보의 윤두준 회장이었다.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걸까, 윤 회장의 목소리 역시도 평소와는 달리 착 가라앉아 있던 상태다.

-지금 광고주들이 집단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난리도 아닙니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맙시다. 그게 기껏해야 6개월 정도밖에 더 가겠습니까? 그사이 우리가 지속적으로 아픈 곳을 찔러 주면 아마 손을 안 들고는 못 버틸 겁니다.”

-나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이용재 의원이죠. 그나마 우리가 밀고 있던 인물이 천하의 병신이 되어버렸으니 이거 원.

“버릴 패는 빨리 버려야죠.”

-…….

순간, 저편에선 침묵이 감돌았다.

미처 그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던 듯.

하지만 조양은은 태연하게 다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이용재가 우리의 히든카드는 아니었잖습니까. 그저 이익을 공유하는 자에 불과했지.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차라리 이용재를 우리 손으로 보내버리는 편이 나을 듯싶습니다.”

-…….

***

[이용재와 조선사들과의 커넥션은 그야말로 정경유착의 표본.]

다음 날, 대일일보와 한서 일보는 연신 이용재의 비리를 들춰내기 바빴다.

어디 들춰내다 뿐일까, 다른 언론들은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실들마저 단독으로 터트리기까지.

그 탓에 이용재를 향한 혐의들은 더해졌고, 여타 언론사들은 갑작스레 포지션을 바꿔 버린 두 신문사를 향해 혀를 내둘렀다.

“안철웅 회장님? 혹시 시간 되시면 저녁 식사나 함께 하시죠.”

이후 조양은은 광고를 중단한 각 업체들을 각개격파해나갔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기업이 어디 있을까.

실제 몇몇 기업들은 이미 협박에 굴복하여 다시 광고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동의했고, 일부는 암암리에 후원하는 쪽으로 결의를 다졌다.

“제 놈들이 그럼 그렇지.”

오늘의 마지막 약속 대상.

대웅그룹 회장과의 약속장소로 향하는 조양은은 이번에도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단지 불만인 것은 명색이 언론사 회장이라는 그가 고작 광고 따위에 매달려야 하는 이 참담한 현실.

이게 다 그 빌어먹을 진현승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자 참아왔던 분노가 다시 치솟아 올랐다.

“뉴스라도 좀 틀어 봐.”

갑갑한 마음을 라디오 뉴스로 달랠 생각이었다.

마침 들려오는 뉴스에선 여전히 이용재에 대한 혐의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는 소식들.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어도 죄의식 따위는 들지 않는다.

‘죄의식은 무슨. 결국 다 각자도생하는 거지. 그나저나 우리가 돌아섰다는 걸 알고 딴 마음을 품지나 않을까 걱정이군.’

막상 들었던 염려와는 달리 그가 이용재에게 꼬투리를 잡힐 만한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설사 잡힌 꼬투리가 있다 해도 이용재가 그걸 들춰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

어차피 그가 가진 아킬레스건은 대부분 이용재와도 연관이 있는 것.

미치지 않고서야 제 무덤을 파지는 않을 테니까.

[다음 소식입니다. 검찰은 오늘, 그동안 청원이 빗발치던 김양 자살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재 조사에 들어갈 것을 천명했습니다.]

그때, 귀를 의심케 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소, 소리 좀 높여봐.”

당황한 그는 즉시 기사에게 명령했고, 이후 재빨리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윤 회장님. 혹시 지금 뉴스 들었습니까?”

-들었습니다. 아니 그 사건을 왜 이제 와서…… 막아야 합니다. 만약 그 여배우 자살 사건이 다시 대두되면 곤란해질 자가 한둘이…….

윤 회장은 패닉에 빠진 목소리였다.

차마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도 없던 듯 즉시 전화가 끊겼고, 이후 조양은은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돌렸지만 하나같이 통화가 불가능했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그 일을.”

***

[그동안 김양 자살 사건의 핵심 연루자로 지목 되어 왔던 대일일보 조양은 회장과 한서일보 윤두준 회장이 오늘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김양의 자살 원인은 사회지도층들과 일부 언론사 간부들의 지속적인 성폭력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검찰은 오늘 두 언론사 대표는 물론 이용재 의원을 비롯하여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김양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어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입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쯧. 구린 것도 많은 놈들이 무슨 자신감으로…….”

TV를 통해 들려오는 두 신문사 대표의 구속 소식에 조금이나마 속이 시원했다.

인간의 기본적인 소양조차도 갖추지 못한 자가 무슨 언론사의 대표라고.

썩어 빠질 대로 빠진 이 나라의 모순이 이로써 조금이나마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원할 뿐이다.

“출발 안 하십니까?”

어느새 방으로 들어선 김 비서의 말에 재빨리 수트를 챙겨 들었다.

오늘은 국회에서 예정된 2차 청문회에 참석하는 날.

하지만 정작 청문회를 이끌어야 할 핵심 의원이 부재중인 상태기에 청문회 자체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되지 싶다.

“이용재 측에선 어떻게 하고 있답니까?”

국회로 향하는 차량 안, 오늘은 특별히 나를 따라나선 김영기 실장에게 이용재의 근황을 물었다.

슬며시 지어지는 미소.

뭔가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이용재가 자진 출석을 하겠다고 했답니다. 뇌물 수수는 둘째 치고 김양 사건에 대한 증거가 워낙 확실하다 보니 버텨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거겠죠.”

“그렇군요. 하면 오늘 청문회는 그나마 좀 마음 편하겠습니다.”

“언제는 불편하셨습니까?”

“…….”

“아! 하도 청문회에 임하시는 태도가 당당하셔서 해 본 말입니다.”

김영기 실장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겉으로야 태연한 척은 했어도 어디 말처럼 편하기야 했을까.

옅은 미소로 대꾸하곤 창밖을 향해 시선을 주려는데, 문득 궁금했던 점들이 떠올랐다.

“이용재의 보좌관을 회유한 것은 누구 생각입니까?”

“그야 당연히 안 대표의 생각이었죠. 사건 터지자마자 가장 먼저 이용재의 주변부터 캐고 다녔던 모양인데, 이용재와는 전혀 맞지 않는 보좌관의 성향에 주목했었던 모양입니다.”

“검찰은요.”

“검찰은 제 발로 우리에게 줄을 댄 상황이었습니다. 뭐 안 대표가 조금은 푸시를 하기는 했지만.”

“푸시를 하다니요.”

“검찰이라고 찔리는 구석이 없었겠습니까. 안 대표가 그 부분을 파고드는 것은 또 일가견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자칫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자존심 강한 검찰에게 협박이라는 것은.”

“그래 봐야 재우의 힘에 대항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한 거겠죠. 막말로 회장님께서 마음먹고 움직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그들이 더 잘 아니까요.”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로써 난 정말로 그림자가 되어가나 싶은 마음에.

“흠.”

뭐 그렇다고 그게 불만은 아니다.

어차피 힘을 가질 거면 차라리 그 정점에 서는 편이 무얼 하던 수월할 테니까.

조금 걱정인 것은 차후 내가 판단력을 잃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사회악이 될까 두렵다는 점.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인복 하나는 타고난 모양이군요.”

그 말은 진심에서 나온 것이었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이런 어려운 문제들을 척척 해결해 버리는 저들의 능력.

그건 바닥이 잘 다져진 것에서 오는 결과였을 수도 있지만, 저들의 능력이 한몫을 한 것도 사실이지 않던가.

“무슨 기자들이 저렇게 많이…….”

도착한 청문회장은 예상처럼 기자들로 넘쳐났다.

차 밖으로 발을 내딛기가 두려울 정도.

하지만 그들은 곧 동행했던 경호원들에 의해 주르륵 밀려났고, 덕분에 간신히 땅에 발을 내디딘 순간 어디선가 의미심장한 질문 하나가 날아들었다.

“진현승 회장님! 이용재 의원의 사건에 대해 특별히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얼핏 들으면 마치 내가 이용재의 사건에 개입되어있는지를 묻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하긴, 이 상황에선 누구라도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

또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그걸 밝힐 수는 없는 노릇.

난 질문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딱히 할 말은 없군요.”

“그렇다기에는 너무 상황이 절묘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아마 그래서 그런 말이 생겨났나 봅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

뭐 이번엔 그 까마귀가 정말로 배를 떨어트린 것은 사실이지만.

***

빰빠빰!

2009년 2월 15일.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전력화를 서두른 고고도 무인기가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외관은 글로벌 호크를 쏙 빼닮은 모습.

다른 것이 있다면 단순히 정찰 임무만을 수행하는 글로벌 호크와는 달리 날개에 하드 포인트를 장착 하고 있다는 건데, 그건 공중발사형 극초음속 요격 체의 탑재를 위한 것이었다.

“고고도 무인정찰기에 요격미사일을 장착한다…… 그런 발상을 한 진 회장도 대단하군요.”

함께 행사를 지켜보던 대통령은 감회가 새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던, 내 손으로 만든 무인정찰기가 전력화 된다는 사실 때문일까.

나 역시 평소와는 달리 기분이 묘하다.

“무인기를 동원한 상승 단계 요격체계는 그렇다 치고, 지상 발사형 요격체계의 도입은 언제쯤 가능할 것 같습니까.”

왠지 지나치게 서두른다 싶어 가만히 쳐다봤다.

순간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인 대통령은 변명하듯 말을 잇는다.

“아! 다른 게 아니고, 저건 작전 범위가 한계가 있다고 들은 것 같아서요. 사실 핵미사일 방어라는 것이 단 한 순간의 방심으로 무용지물이 되는 건데, 되도록 만전을 기하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상발사형 요격체계 역시 준비는 끝난 상태기에 정부에서 결심만 하면 당장에라도 도입이 가능합니다.”

“하면 뭘 주저합니까. 1개 포대만이라도 휴전선 인근에 배치합시다.”

“진심이십니까?”

“왜요, 1개 포대가 설마 수 조 원씩 하는 겁니까? 설사 그렇다 해도 해야지 어쩝니까. 국민들이 안심할 방법은 그것뿐인 마당에. 아니, 우리 국민은 둘째 치고, 북한을 향한 경고 측면에서도 할 것은 해야죠.”

사실 북한 입장에선 당황스럽기는 할 거다.

기껏 핵을 개발했는데, 그게 정작 쓸모가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문제는 역시 의회.

곧장 그 부분을 지적했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에 군비 확장 문제로 청문회까지 겪었는데, 그것마저 시행하면 또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립니까, 당장 나라가 핵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마당에. 뭐 그게 아니라도 의회도 전과는 다를 겁니다.”

대통령은 자신하듯 말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라도 한 걸까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가 갑자기 휙 하고 나를 쳐다본다.

“진 회장께서 이번에 워낙 몽둥이를 제대로 휘두르셔서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죄다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

“솔직히 그 점은 내가 진 회장께 미안하기도 하고, 또 고맙기도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제게 미안하실 일이 뭐가 있다고요.”

“어려웠을 상황에서 딱히 도움을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랄까.”

대통령은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던 차, 그가 재빨리 말을 돌린다.

“자, 그럼 이제 재우가 개발한 고고도 무인기의 성능을 좀 봅시다.”

때마침 무인기에는 극초음속 요격체가 장착되고 있었다.

아마 조금 후면 세상은 또 한 번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겠지.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오른 탄도미사일이 제 고도에 도달하기도 전에 파괴되는, 상식 밖의 장면을.

“김 실장님. 상황실에 연락해서 현무미사일 발사준비 하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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