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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78화 (17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78화

“용케 시간이 나신 모양이군요.”

약 1시간 후, 도착한 청와대에는 김태익 국방장관은 물론 합참의장과 해군 주요 수뇌부들이 모여 있었다.

분위기로 봐선 뭔가 중대한 회의가 진행 중인 느낌.

한데 막상 나를 호출한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다.

“아! 대통령님께선 지금 미국 국방부 장관과 통화 중이십니다.”

내 표정을 눈치챈 합참의장이 넌지시 이유를 설명했다.

아무리 미국이라곤 해도 상식적이라면 장관과의 대화는 장관이 맡았어야 옳을 터.

더더욱 드는 의문에 고개를 갸웃하려는 차 마침 대통령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바쁘신 분을 이리 오라 가라 해서 죄송합니다.”

건네는 말과는 달리 그의 표정은 잔뜩 어두운 편이었다.

또 무슨 일이라도 터진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말한다.

“진 회장님을 부른 것은 의견을 좀 묻고 싶어서입니다.”

“…….”

“이번 일을 계기로 해군의 사업들을 좀 앞당길까 싶은데, 재우조선이 현재 여유가 있는지가 궁금해서요.”

“해군의 사업을 앞당기다니요?”

“이순신급 구축함의 추가 건조 말입니다. 내년쯤 시작될 그 계획을 곧바로 시작했으면 싶습니다.”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도크 여유는 충분합니다. 예산만 받쳐준다면 동시 건조도 충분히 가능하죠.”

“그럼 다른 사업이 추가되었을 경우는요? 예를 들면, 군수 지원함을 비롯하여 대형 수송함 같은. 그에 더해서 기존 이순신급 구축함들의 개량사업까지.”

“…….”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어 침묵했다.

잠시 옅은 미소를 내비친 대통령은 힐끗 합참의장을 한번 쳐다보곤 다시 말했다.

“이번 소말리아 작전을 경험한 미국이 우리의 지속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파견을 지속하게 될 경우 해군전력에 예상보다 큰 전력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해서 추가 건조를 서두르겠다는 겁니다.”

그건 현재 해군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옳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고로 파견 임무라는 것이 달랑 구축함 한 척만 보낸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는 아니거든.

지속적인 작전을 위해 교체 투입할 함도 필요하고, 또 되돌아온 함을 정비하는 동안 작전에 나설 대체함도 필요하고.

즉, 하나의 파견 임무를 위해선 단순히 구축함만 해도 3척의 동급 함이 필요하다는 건데, 지금 현실로서는 사실상 무리긴 하다.

“그렇다고 군수 지원함과 대형 수송함도 이렇듯 갑자기 건조를 시작하자고요?”

“해군의 말에 의하면 지금도 늦었다고 하는데, 아닙니까?”

솔직히 늦은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나 대형 수송함. 즉 독도 급의 경우는 역사대로라면 2005년에 이미 진수했어야 할 물건.

하지만 그동안 나라가 워낙 벌인 일들이 많았던 터라 역사와는 달리 내내 미루어져 왔었고, 나 역시 그게 걱정스러웠던 터였다.

“예산은 어쩌시려고요.”

“예산의 압박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해야 할 것은 해야죠. 어차피 지금은 핑곗거리도 좋은 상황 아닙니까.”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한데 군수지원함의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시고 계십니까.”

“그게 고민인데, 사실 합참에서는 굳이 대형 상륙함을 따로 만들기 보다는 통합지원함의 형태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통합 지원함이라는 말에 떠오른 것은 카렐도어만급 지원함이었다.

만재배수량 2만 7천 톤에 이르는.

군수지원과 상륙함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다목적 지원함.

사실이라면 해군의 역사는 이 시점에서 막대한 변화가 오게 되는 거다.

“그럼 총 도입 수량은…….”

“그건 일단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예정입니다. 사업 규모가 그렇듯 커지면 아무리 내가 눈치를 안 보는 타입이라고 해도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듣고 있자면 대통령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한 모양새였다.

문제는 일이 그런 식으로 흘러갈 경우엔 재우조선의 상황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

단순히 이순신 급의 추가 건조 정도면 몰라도 수만 톤급에 달하는 군수지원함들마저 수용할 만큼의 여력은 없거든.

아니, 그건 둘째 치고 그런 대형 사업은 입찰이 필수가 아닌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인물들이었음에도 왜 내게만 그런 사실을 알리는 건지가 갑자기 의아하다.

“혹시 저 말고 다른 업체 대표들도 청와대로 들어오는 겁니까?”

대통령은 그 말에 또다시 합참의장을 쳐다봤다.

무언의 대화가 오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합참의장이 대통령을 대신하여 말한다.

“다른 업체들은 부르지 않았습니다. 설사 이 문제가 공론화된다 해도 참여할 만한 업체는 재우뿐이니까요.”

“그건 또 무슨…….”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그를 빤히 쳐다봤다.

때마침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만지작대던 합참의장은 시선을 받기 무섭게 그걸 내게 들이민다.

“얼마 전 국세청에서 조선업계의 동향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내일쯤 뉴스에 나올 텐데, STS를 비롯하여 한인 조선과 여타 중소 업체들 모두가 조직적인 분식회계의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아니 왜 그런…….”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태였다.

최근까지 조선업계는 대호황을 누려왔던 것이 현실.

그런 마당에 회계조작을 저지를 이유가 뭐란 말인가.

“글쎄요, 오너들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는데, 우리로서도 알 수 없는 문제죠.”

게다가 조선업계의 분식회계 사건은 역사적으로 지금보다 한참 후에나 벌어져야 할 일이었다.

그것도 이렇듯 다수의 조선업체가 연루된 것이 아닌, 오로지 STS조선에만 해당되었던 사건.

대체 뭐지?

굳이 회계까지 조작하며 자산과 이윤을 부풀렸어야 할 이유가.

“아! 참고로 재우는 해당 사항이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합참의장은 굳은 얼굴로 서류를 살피는 나를 향해 다시 말을 이었다.

당연하겠지.

재우조선이야 가뜩이나 실적이 넘쳐나는 마당에 분식회계는 무슨.

내심 드는 헛웃음을 뱉어내려는데, 합참의장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 문제는 이게 곧 언론에서 다뤄지게 될 테고, 그 경우 군의 입장에선 여론의 눈치를 봐서라도 도덕성이 결여된 업체들의 사업참여를 허락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현우조선은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다른 업체들은 몰라도 거긴 별다른 문제가 없을 텐데요.”

“현우는 다른 부분에서의 문제가 있습니다.”

“…….”

“아시겠지만, 이번에 소말리아로 파견된 문무대왕함은 현우에서 건조한 구축함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너무 많은 기능적인 문제점들이 발견되었고 그것 역시 조만간 방산비리로 비화될 가능성이 큰 것들인 터라…… 무슨 말인지 아시죠?”

말을 듣고 있던 와중 불현듯 생각이 하나 스쳤다.

저 많은 이유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단지 핑계에 불과한 것 같다는.

결국 재우에게 사업을 맡기기 위해 동원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아니나 다를까, 이후 대통령의 입에서 뱉어지는 말들은 내 생각을 더더욱 뒷받침해 줬다.

“그러지 말고 차라리 이번 기회에 재우가 문제의 조선업체들은 인수해 버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원하신다면 정부에서도 최대한 편의를 봐 드리죠.”

그 말에 한참을 고민해봤다.

머지않은 미래.

역사대로라면 현존하는 조선업체들 중 대부분은 찢기고 팔려나가는 것이 현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가 인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단순히 국가적인 손해나 수지타산 여부를 떠나서, 재우조선의 경쟁력 하나만을 놓고 봤을 때는.

“흠…….”

게다가 재우조선의 만성적인 도크 부족 현상은 앞으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걸 떠나서 야말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향후 막대하게 쏟아질 LNG 관련 수주물량들을 생각하면.

“물론 부담이 크실 거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재우가 나서준다면 정부 측에서도 최대한 편의를 봐 드리죠.”

눈치를 살피던 대통령은 거듭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어쩌면 이건 내게도 기회.

난 즉시 조건을 하나 던졌다.

“좋습니다, 한데 기왕 기업 인수를 시도할 거면 한 번에 해치우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해서 말인데, 말씀하신 업체들의 인수를 허용하는 대신 대인 항공도 제가 인수하는 것을 허용해 주십시오.”

“…….”

대통령의 얼굴엔 순간적으로 미소가 스쳤다.

이유를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

예상처럼 그는 곧 헬기 개량 사업을 입에 올렸다.

“노후된 수송 헬기 개량 사업을 염두에 두고 계신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가 보유 중인 UH-60은 물론 앞으로 미국으로부터 공여될 UH-60의 수도 만만치가 않죠. 꼭 그게 아니라도 현재 KAI의 기반만으로는 향후 진행 될 개량 및 신설 사업들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흠…….”

대통령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기어이 한마디를 더 보탰다.

“정 뭣하시면 군수 분야만 인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민간 항공 분야는 굳이 손대지 않겠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대인 항공으로서도 아마 한결 홀가분할 테니 나쁜 조건은 아닐 텐데요?”

대통령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입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동의한다는 의미일 터.

이거 잘하면 최소 십 수조 원대의 자금이 한 번에 지출될지도 모르겠다.

“좋습니다. 대인항공 문제를 포괄적으로 검토해 보죠. 문제는 지금까지의 대화 내용을 조선업체들이 수용하겠느냐, 하는 점인데. 저로서는 그 점이 조금 걱정입니다.”

그때 대통령이 느닷없이 현실을 직시하는 말을 뱉어냈다.

어쩌면 우리의 이런 대화가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엄밀히 따진다면. 그리고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분명 맞는 말이긴 한데, 난 사실 저 걱정이 별반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막말로 지금 거론되었던 업체들 중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정도로 떳떳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마당에야.

더군다나 분식회계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 나라에서야 힘 있는 자들의 눈감아주기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미국 같았다면 수십 년 형을 선고 받을 정도로 중범죄.

그런데 이번엔 정작 눈감아줘야 할 힘 있는 자들이 외려 그걸 문제 삼는 경우가 될 테니 사실상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일 거다.

“참, 그나저나 이거 조금 수상한 소식을 하나 들었습니다.”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대통령이 의미 모를 말을 뱉어냈다.

시선을 마주하자 이제까지 와는 다른 눈빛이 되어 말을 잇는다.

“얼마 전 있었던 소말리아 사태 말입니다. 우연찮게도 당시 미 해군소속 핵잠수함이 근처 해역에서 작전 중이었다는데, 하필 그곳에서 중국 원자력 잠수함을 탐지했었답니다.”

“잠수함이 근처에 있었는데 그걸 문무대왕함이 모르고 있었다고요? 대체 얼마나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그건 정확하게 전달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소름이 돋는 것은 사실이죠.”

당연히 소름이 돋을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인근에 잠수함이 작전을 하고 있는 것을 구축함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게다가 이 시대 중국의 핵잠수함의 경우는 거의 소음이 경운기 수준.

그럼에도 우리 구축함이 그걸 탐지 못 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소나 탐지거리가 미치지 못했던 거겠죠. 아니면 당시 상황이 상황인 터라 음탐관이 실수를 했을 수도 있고요.”

난 최대한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하지만 왜지?

이 떨쳐내지 못할 불쾌한 기분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난 이번 기회에 차라리 이순신급 구축함의 전면개량을 시작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합참의장께 들은 바에 따르면 솔직히 지금 이순신 급의 경우는 포지션이 상당히 애매하다고 하더군요.”

“…….”

그 부분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이 없어 침묵했다.

솔직히 당장 함 자체의 성능만 보면 나쁘지는 않은 상황.

하지만 그거야 당장의 상황만을 생각했을 때고, 향후 변하는 시대상에 비한다면 부족한 것은 사실이거든.

그나저나 말투로 봐선 이순신급의 개량 문제를 잠수함 탐지실패와 결부할 모양인데, 역시나 문제는 예산이다.

‘아니지, 어차피 중기 국방계획안이 확대된다면 그 정도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규모이기는 한 건가? 가만, 빌어먹을, 그런데 중국 잠수함은 왜 하필 그때 거기에 있었다는 거지?’

문득 스치는 생각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내내, 내 표정만을 살폈던 걸까.

그때 합참의장이 넌지시 말을 걸어온다.

“혹시 중국 잠수함 문제를 생각하시고 계신 겁니까?”

“네,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군요.”

“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해서 전에 진 회장님의 말씀을 토대로 생각을 해 봤는데, 상황이 이러면 중국의 연루 가능성을 무시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네?”

“하필 해적들이 삼영호를 계속해서 어딘가로 강제 이동시키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항로에 하필 중국 잠수함이 있었다는 것. 이거 뭔가 냄새가 풀풀 나지 않습니까?”

“하지만 중국이 왜요?”

“그거야 진 회장님께서 전에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만약 재우가 확보했던 코발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이득을 볼 업체들이 꽤 있을 거라고. 그게 중국 업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죠.”

일견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재우의 배터리 분야 장악은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터.

저들로서도 최대한 재우를 방해해야 할 명분은 있다.

하지만 설사 그게 성공했었다 해도 고작 1년쯤 시간을 벌려나?

어차피 결과가 바뀌지 않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그 정도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뿐이다.

‘그렇다 해도 가능성이 충분한 것은 사실이지. 대책 없는 무모함에 있어서 중국을 따라올 나라는 없으니까.’

***

[오늘 아침, 리먼브라더스가 결국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2008년 9월.

결국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리먼의 파산에 이은 금융사들의 연속된 파산.

그 영향으로 미국 주가는 대폭락을 시작했고, 우리나라 역시 대대적인 주가의 하락을 겪었다.

[오늘 오전 한인 조선은 재우조선과의 합병 추진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의 조치에 따라 STS 조선도 결국 재우조선과의 합병을 결정했습니다.]

문제에 처했던 조선업체들은 느닷없이 찾아온 금융위기에 발목을 잡혀 결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약속대로 정부는 재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막대한 채무를 조정했고, 대신 우린 고용 승계를 약속했다.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미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 중심 국가들의 타격 폭이 커질 예정입니다.]

날이 갈수록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커졌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역사와 달리 이젠 중국만이 아니라 인도 역시 충격흡수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그 탓에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은 빠르게 상쇄되어 가기 시작했다.

[오바마! 오바마!]

2008년 12월.

미국에서는 공화당 정권이 막을 내렸다.

그리고 역사대로 민주당 소속의 최초 흑인 대통령이 탄생.

예상대로 일본에 우호적인 민주당에 의해 장악된 미국 정부는 초반부터 우리의 신경을 건드렸다.

[동아시아에서의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오바마…… 하긴, 회귀 전에도 유독 일본의 편을 들어주던 인물이기는 했지.”

새해를 며칠 남겨둔 어느 날, 난 당선인 신분으로 TV 연설에 나선 오바마를 보며 홀로 읊조렸다.

어찌 보면 이제부터야 말로 진정한 격변의 시대.

물론 역사와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일본이 뿌려대는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미국 정치권의 태도가 어디 갈까.

앞으로 나 역시 좀 더 바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부르르!

순간 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일반적이지 않은 발신 번호로 인해 국제 통화임을 직감하곤 통화버튼을 누르자 저편에서 푸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입니다, 진 회장. 내가 일주일 후쯤 한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인데, 우리 얼굴 좀 볼 수 있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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