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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77화 (17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77화

[상황종료. 인질들은 모두 무사하며, 대원 중 몇몇이 피탄에 의한 부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피해는 없습니다.]

“우아아!”

위성 전화를 통해 들려온 소식에 상황실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조금 후, 다시 켜진 스크린에는 이제 막 현장을 정리 중인 UDT 대원들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는 상태.

조금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닥에 널브러진 해적들의 시체였는데, 그 수가 족히 10명은 되어 보였다.

“살아있는 해적들은…….”

말이 채 끝맺어지기도 전 카메라가 돌며 생존한 해적들을 비추었다.

대략 다섯 명.

그중에는 얼핏 이제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듯한 아이도 있었다.

“맙소사!”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합참의장은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이내 재빨리 전화기를 들고 현장 지휘관과의 통화를 시도한 그의 입에선 한참이 지나서야 안도의 한숨이 뱉어졌다.

“수고가 많았네. 그 짧은 순간에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었을 텐데.”

그건 아마도 저 아이를 살려둔 현장 지휘관의 판단을 칭찬하는 것이었을 거다.

하긴, 해적이라고는 해도 저렇듯 어린아이가 시체가 되어 뒹굴었다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겠지.

불현듯 현장 지휘관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았다.

“작전 당시 녹화영상 전송 중입니다.”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작전 장교가 소리쳤다.

이번 작전에선 최근 재우가 군사용으로 내놓았던 소형 디지털 캠이 대원들의 헬멧에 장착 되었던 상황.

아마도 그 메모리를 벌써 전송하려는 모양이었다.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소식을 들은 합참의장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날로그 세대인 그로선 나날이 발전해 가는 디지털 문물이 익숙하지 않았던 거지.

어색한 미소로 대꾸하자 그가 툭 하고 내 등을 건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서 함께 보시죠. 진 회장께서도 궁금하실 것 아닙니까.”

난 그의 제안에 두 말없이 뒤를 따랐다.

이내 도착한 정보실에선 작전장교가 분주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고, 곧 켜진 2대의 모니터에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이 고스란히 리플레이 되고 있었다.

“대원들도 대원들이지만, 이러면 외골격의 성능을 칭찬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저 높은 갑판까지 오로지 줄 하나에 의지해서…… 아니, 올라가는 것이야 가능하다고는 해도 전 대원들이 불과 수 분 만에 그걸 해낸다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작전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합참의장은 연신 외골격의 성능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솔직히 저것 하나로 인해 작전의 방향성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

하지만 도구는 도구일 뿐,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 그리고 어떤 결과는 낼 지는 결국 사용자의 능력에 달렸다.

즉, 그만큼 저들의 활약은 칭찬을 해 주어 마땅하다는 거지.

투투투!

어느덧 화면은 함교를 정리하는 상황을 비추고 있었다.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리는 장면.

이름이 한율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전신 수트의 성능을 믿었다곤 해도 쉽지 않았을 결정이었을 텐데.

대체 얼마만큼의 사명감이면 저게 가능한지 궁금할 지경이다.

[움직이지 마!]

그때, 두 번째 모니터에서 대원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얼핏 확인한 캠의 번호는 13번.

즉, 기관실로 향했던 작전조가 찍은 영상인 것 같은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아 보인다.

[손들어. 마지막 경고다.]

대원들은 이제 막 무언가를 배의 벽면에 설치 중이던 해적들을 향해 소리치는 중이었다.

움직임이 워낙 격했던 탓에 화면에선 그게 뭔지 정확히 잡히지 않는 상황.

합참의장과 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면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고, 그 순간 화면 속 UDT 대원 이 다시 소리친다.

[폭발물인 것 같은데요?]

“…….”

그 말에 나와 합참의장이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다.

이내 사실 확인을 하려는 듯 합참의장은 재빨리 전화기를 집어 들었고, 난 여전히 화면을 주시하며 작전 진행 상황에 몰입했다.

탕!

그때, 경고를 무시한 채 무언가를 집어 드는 해적들을 향해 대원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저건 이미 과거의 일.

하지만 워낙 현장감이 넘치다 보니 마치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정말로 폭발물이 있었다고?”

저편에선 현장과 통화를 하던 합참의장이 경악스러운 투로 말을 뱉어 냈다.

이내 나를 향해 이유를 묻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그걸 내게 물어봐야 소용없는 일.

난 어깨를 으쓱해 보이곤 외려 질문을 뱉어 냈다.

“해적들이 폭발물을 소지 중이었다면, 설마 배를 폭파시킬 생각이었다는 겁니까?”

“아무래도 그런 듯한데요. 사실이면 작전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던 겁니다.”

합참의장은 오금이 저린다는 듯 부르르 손을 떨며 대꾸했다.

이유가 뭘까.

내 시선은 자연스레 다시 화면으로 향했고, 이후 한참을 생각의 늪에 빠졌다.

‘뭔가 이상한데, 배의 침몰이 목적이었다면 왜 굳이 시간을 끈 거지?’

문득 그 점이 떠올랐다.

놈들이 배를 납치한 시점에서부터 지금까지 족히 48시간 이상이 흐른 상태.

애초 배의 침몰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시간을 끌 이유는 없었지 않던가.

‘흠…….’

더군다나 배가 끊임없이 항해 중이었다는 것도 뭔가 이상하다.

그것도 저들의 근거지가 있는 방향이 아닌, 전혀 다른 곳으로.

이건 마치 배 자체를 어딘가로 빼돌리려는 듯한…….

“이것 봐라?”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저절로 눈매가 좁혀졌다.

“왜 그러십니까?”

의아했던 듯 합참의장이 나를 재촉했고, 난 넌지시 머릿속을 스쳐 갔던 생각들을 뱉어 냈다.

“아무래도 저들의 목적은 돈을 삥 뜯겠다는 것이 아니라 배에 실린 물건들을 노렸던 것 같군요.”

“…….”

“배에 실려 있는 물건들이라면…… 대체 뭐를 말입니까?”

그 말에 난 도착 전에 확인했었던 삼영호의 이송품목을 되새겨봤다.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콩고에서 싣고 오던 코발트.

막상 그게 떠오르는 순간 온갖 생각들이 동시에 떠오르며 퍼즐이 하나씩 맞춰진다.

“사실이라면 누군가 재우가 곤란해지기를 바라고 있다는 건데…….”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답답함에 지친 합참의장이 되물었다.

난 즉시 화면 속 삼영호를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현재 저 삼영호에는 리튬 전지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 합성물이 실려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양은 가히 재우에너지 솔루션이 3년에 걸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죠.”

“…….”

“해서 만약 그걸 탈취 당했다면 재우로서는 꽤 곤란한 지경에 처했을 겁니다.”

“그게 그렇게 비싼 겁니까?”

“비싸서가 아니라 확보할 방법이 없어서죠. 코발트는 전 세계 생산량의 65퍼센트를 콩고가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필요로 하는 것이 우리만은 아니죠. 최근 동향에 따르면 삼영호에 실린 정도의 물량을 다시 확보하려면 1년은 기다려야 할 텐데, 그것만큼 곤란한 경우가 어디 있겠습니까.”

“허어…….”

합참의장은 비로소 상황을 이해한 듯 눈을 끔뻑였다.

그사이 다시 생각을 정리한 난 넌지시 말을 이었다.

“ 문제는 해적들이 왜 그걸 노렸냐는 점입니다. 자신들에겐 하등 쓸모도 없는 것을…….”

“…….”

“게다가 처지가 여의치 않자 배를 침몰시키려던 것도 좀 이상합니다. 이건 꼭 누군가 시킨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십니까?”

“누가요…….”

합참의장은 침을 꿀꺽 삼키며 되물었다.

막상 유추는 해 봤지만 나로서도 그 건 짐작이 가지 않는 상태.

그런데 그때, 눈빛이 돌변한 합참의장이 툭 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뱉었다.

“혹시 일본 아닐까요?”

“…….”

“모든 흉계는 그에 따른 이익을 보는 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점을 생각하면 전 일본이 제일 유력한 것 같은데요. 재우의 배터리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제일 득을 보는 것이 바로 그들 아닙니까.”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왜지?

이번만은 왠지 일본이 배후라는 확신은 서지 않는다.

“글쎄요, 일본은 아닐 겁니다.”

“왜요?”

“이 문제는 들통나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지나치게 크거든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둘째 치고 전 세계의 비난을 감당해야만 하는데, 일본이 그렇게까지 무모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흠…….”

합참의장은 다시 생각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당장은 결론이 나지 않을 상황이기에 난 즉시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건 차차 밝히는 것으로 하고, 생포한 해적들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청와대에선 이쪽으로 송환할 생각인가 봅니다. 미국에서도 그 부분은 인정한 모양이더군요.”

“흠…….”

그 말에 문득 2011년도의 사건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도 잡았던 해적을 끌고 왔었지.

문제는 살아남은 놈들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그들을 끌고 온다 해서 배후를 밝히기는 힘들 거라는 점.

우두머리의 죽음이 이제야 조금은 아쉽다.

“그럼 일단 국정원을 통해서 죽어 버린 해적 우두머리에 대해 조사를 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일 겁니다. 뭐 정 뭣하면 모사드에게 협조를 구하든지 해 봐야겠죠.”

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돌아섰다.

이후 상황실을 나서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향후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것.

아무래도 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지 싶다.

***

[현지시각 어제 새벽 5시. 소말리아에서 해적들에 의해 피랍되었던 삼영호가 우리 해군의 작전에 의해 풀려났습니다.]

이튿날, 뉴스는 온통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으로 도배되었다.

어디 우리뿐일까, 외신 전체가 어제 있었던 작전을 다루고 있는 상태.

특히나 이번엔 정부에서 영상 일부를 언론에 공개해 버린 덕에 화제성은 더해졌다.

[한국의 UDT 대원들은 줄 하나에 의지한 채 배에 올랐습니다. 여러분도 보고 계시듯 그 많은 수의 대원들이 배에 오르는 것에 걸린 시간은 불과 수 분에 불과했는데 이건 단순히 훈련만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해적들 중에는 고작 10대 초반의 어린아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휘관의 빠른 판단으로 아이는 별다른 상처 없이…….]

[러시아는 피해를 입은 대원들에게 특진과 함께 합당한 보상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또한 러시아 정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거의 일주일간 이어지던 소말리아 사태에 대한 외신들의 관심은 이제 러시아의 작전 실패로 방향을 틀었다.

덕분에 우리 UDT 대원들의 피해 없는 작전의 성공이 더 부각이 되고 있는 상황.

몇몇 군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두 나라의 작전 전개 방식에 대한 철저한 분석까지 이루어지고 있었다.

-러시아의 실수는 보트를 이용하지 않은 거야.

↳그건 나도 동감. 아무리 허접한 해적들이라도 위에서 대놓고 날아오는 적을 그냥 둘리가 없잖아.

↳틀린 말은 아닌데, 어차피 보트로 접근을 했다 해도 그렇게 밝은 시간대에서는 발각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걸?

-그러고 보면 우리 해군이 똑똑했지. 시간대도 잘 골랐고, 이중으로 시선을 끌어 버린 것도 그렇고.

↳그러게. 가뜩이나 어두운 시간대라서 소리가 아니면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막상 보트가 접근하는 소리를 그 큰 배에서 듣기란 쉽지가 않지.

↳다 집어 치우고, 난 그 높은 곳을 맨 줄 하나에 의지해서 올라갔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리 대원들을 향한 칭찬이 대부분이었다.

뭐 차후 분석 결과 작전 진행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대중들로서는 오로지 성공 여부만이 중요할 테니까.

다행스러운 것은 이후 합참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거다.

똑똑!

“회장님 청와대 비서실에서 전화가 왔는데, 혹시 시간 되시면 면담이 가능하시겠냐고 여쭤봐 달랍니다.”

웃으며 스크롤을 올리려는 순간, 밖에서 김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청와대의 호출.

의아한 마음에 문을 열자 들어선 그녀가 조금은 흥분한 표정으로 다시 말한다.

“이거 굉장한 사건인 거 아시죠?”

“뭐가 말입니까?”

“청와대 말이에요. 지금처럼 정중히 면담이 가능하겠냐고 묻는 건 처음이잖습니까.”

“…….”

“전엔 이쪽 스케줄 따위는 별로 신경 안 쓰던 것이 관례였는데, 지금은…… 그만하면 솔직히 사건 아닌가요?”

최근 나를 대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사실이었다.

언제부터였더라.

아마 리암의 방문이 있고 난 이후부터쯤?

아무래도 리암의 예언. 아니 계획은 현실이 되어 가려나 보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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