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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73화 (173/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73화

“오랜만에 친구끼리 앉아서 밥 먹는 자리에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생각의 늪에 빠져 있던 나를 향해 희원의 타박이 날아들었다.

거의 수년 만에 갖는 식사 자리였음에도 친구인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옅게 웃음을 지으며 미안함을 표했지만, 다시 고민의 늪에 빠져드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희원이 놈의 말대로 러시아가 그걸 원하고 있기는 하지.’

게다가 마침 무동력의 경우는 기술유출의 우려가 그리 크지 않은 물건이고.

앞으로 전략적 가치가 커질 러시아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차라리 놈의 말처럼 그걸 수출하고 차후 아쉬운 말을 할 때를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안 해도 될 겁니다.

그때, 불현듯 리암이 했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뭐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아직은 전폭적인 러시아와의 협력까지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적용이 되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

씨익!

생각이 그에 미치자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미친놈처럼 보였던 듯 힐끗 나를 쳐다본 희원의 타박이 다시 날아들었지만, 난 손사래를 쳐 보이곤 다시 생각을 이어 갔다.

‘ 문제는 푸틴의 경우 정말로 기술이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무동력 외골격의 핵심 기술은 소재와 증착기술.

비록 동력 형 외골격에 비한다면 기술적 가치가 덜하다고는 해도 그게 또 단순히 돈에 팔아 버릴 것은 아니지 않던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과의 맞교환이라면 또 몰라도…….”

“뭐라는 거야. 너 오늘 뭐 잘못 먹었냐?”

희원은 무심코 뱉어 낸 내 말에 또다시 반응했다.

놈으로 인해서 자꾸만 생각의 흐름이 깨지는 느낌.

귀찮다는 생각에 이젠 대놓고 방해하지 말 것을 표하곤 생각을 이었다.

‘러시아에게 그럴만한 기술이 뭐가 있을까…… 어차피 아방가르드의 경우 저쪽에서 먼저 협력을 제안해 온 것이기에 내가 굳이 먼저 건드릴 필요는 없고. 굳이 건드려 보자면 우주 발사체 기술이나 플라즈마를 기체에 붙잡아두는 기술 정도?’

가장 처음 떠오른 것은 그 두 가지였다.

서방과 비교해서 전혀 꿀릴 것이 없는 우주 발사체 기술과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플라즈마 스텔스 기술.

특히나 플라즈마 기술의 경우는 더 욕심이 났는데, 막상 자신하기는 했어도 내가 그걸 러시아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실용화에 성공했던 러시아의 기술 수준을 생각한다면.’

기억에 의하면 러시아가 플라즈마 스텔스 구축에 성공한 것은 아마도 2021년쯤이었을 거다.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여겼었음에도.

그로 인해서 당시 서방세계는 다시 한번 러시아의 과학 수준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고, 나 역시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걸 얻을 수만 있다면 내부 무장창은 물론 보다 확실한 스텔스 성능을 갖출 수가 있지.’

특히나 레이더 파를 완벽하게 흡수해 버리는 플라즈마의 특성상, 단순히 RAM과 형상 설계만으로 이루어진 스텔스의 단점을 극복할 수도 있고.

만약 KF-02에 그게 적용 된다면, 우리 전투기는 F-22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은밀성을 보장 받게 되는 것도 꿈은 아닐 거다.

‘ 문제는 이 시대에는 러시아도 아직 개발 진척도가 그리 높지는 않을 거라는 점인데, 내가 가진 자료들과 비교연구를 한다면 시간 단축을 확실하게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안 되겠다.”

생각이 그에 미치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재빨리 수저를 내려놓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자 희원이 캑 하고 사레들린 소리를 뱉어 낸다.

“왜 그래?”

“마저 먹고 가. 난 일이 있어서 누구 좀 만나야겠다.”

짧은 말을 던지곤 재빨리 식당을 나섰다.

뒤편에서 기어이 희원의 악다구니가 들려온다.

“야 이 자식아! 계산은 하고 가.”

***

-생각보다는 일찍 우리 관계가 정립된 느낌이군요.

가는 길에 시도한 리암과의 통화에서 그는 부쩍 반가움을 드러냈다.

뭔가 목적을 잘못 받아들인다 싶은 생각에 난 즉시 무동력 외골격의 러시아 수출 문제를 입에 올렸지만, 그는 내 말은 무시한 채 계속해서 엉뚱한 말만을 늘어놨다.

-왜요, 아직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겁니까?

[그렇다기보다는, 아직은 내가 회장님과 같은 위치에 올라서지는 못했다는 것이죠.]

-하면 그렇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솔직히 방법이야 많습니다. 앞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한국과의 핵심 대화 채널로 진 회장만 고집하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 일수도 있고.

[…….]

-말하고 보니 그거 괜찮네요. 그 경우 한국 정부와 의회도 슬슬 진 회장의 존재에 대해 확실하게 인정하겠죠. 마치 미국 정치인들이 내 존재를 인정하듯.

순간 의문이 뇌리를 스쳤다.

대체 리암은 왜 그렇게까지 해서 나를 이 나라의 핵심 권력으로 밀어 올리려는 것인가, 하는.

그런데 나 역시 욕망을 가진 존재이기는 한 건가.

막상 그 말을 듣자 스멀스멀 욕심이 샘솟는다.

그래, 어차피 세상이 그리 돌아가는 마당이면 차라리 그 흐름에 제대로 뛰어드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싶은.

[한 가지 염두에 두실 것이 있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제가 설사 이 나라의 그림자가 된다 해도 유대 그룹의 이익만을 대변하기 위한 도구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즉, 어떤 문제건 간에 나는 내 이익을 먼저 생각을 할 것이라는 거죠.]

-하하하.

돌연 수화기 저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싶어 침묵하자 리암이 황당하다는 투로 말을 내뱉는다.

-오해 한 모양인데, 내가 유대 그룹의 이익만을 위해 이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만약 그랬다면 푸틴이 과연 내 생각에 동의 했겠습니까?

[…….]

-그리고 시온그룹은 단순히 유대인들만을 대변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하니, 그 점은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자, 그럼 진 회장의 결심은 들은 것으로 하고. 그 외골격의 수출 문제는 굳이 미국 정부의 의견을 물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그건 재우가 주도권을 가지고 시작했던 분야니까.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이 사업에 있어서의 모든 권한은 내게 있었던 상태.

즉, 내 결정을 미국이 막을 명분은 없다는 거지.

하지만 내가 그걸 몰라서 전화를 했을까.

정작 미국이 마음먹고 반대하면 일이 복잡해질 것을 우려했기에 한 거지.

-더군다나 프린팅 기술이 제외된 무동력 외골격 기술이전이라면 별 문제 될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 경우 기껏 소재기술만 넘어가는 걸 테니까. 아! 말이 나왔으니 하는 건데, 이제 슬슬 그 점도 생각을 하셔야죠.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무렵 리암이 의미 모를 말을 던졌다.

그 점을 생각하라니.

대체 뭘 지칭하는 거지?

[뭘 말입니까?]

-동력형 외골격에 탑재된 서보모터 말입니다. 이젠 슬슬 그걸 민간분야로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막상 뱉어진 그의 말은 제법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어느덧 화낙의 기술력을 능가해 버린 우리의 서보모터 기술.

사실 그걸 민간에 이양하는 문제가 보통 일은 아니긴 하지.

만약 그게 이루어지면 기계 산업계에는 엄청난 지형변화가 찾아올 테니까.

-솔직히 그 정도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서보모터를 언제까지고 군사용으로만 묶어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만약 그게 산업계에 풀리면 화낙은 그야말로 벼락을 맞는 형국일 텐데, 그건 진 회장도 원하던 바가 아닙니까?

리암은 마치 내 속을 들여다본 듯 말하고 있었다.

일본 산업계의 중추 중 하나를 부러트리는 것.

그나저나 말투로 봐선 발을 걸치고 싶어 하는 모양새인데, 그건 어불성설이다.

애초 그걸 막기 위해서 공동 개발 품목에서도 서보모터에 대한 부분은 빼놨던 건데, 내가 미쳤다고 그걸 나눠 먹겠어?

[안 그래도 저 역시 민간 이양을 준비하고는 있는 상황입니다만.]

-역시 그랬군요. 하면 혹시…….

[네, 그건 곤란합니다.]

난 그의 말이 채 끝맺어지기도 전에 대답을 뱉어 냈다.

의외로 저편에서 들려오는 것은 옅은 웃음소리.

이내 그가 예상치 못했던 말을 한다.

-난 지금 남의 밥상에 수저를 올리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재우가 그걸 세계시장에 놨을 때, 공급권이나마 얻었으면 하는 거지.

[공급권이요?]

그 정도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아니, 북미와 유럽에 뻗어 있는 시온 그룹의 유통망을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부탁해야 할 정도.

왠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제안이었던 터라 이유를 묻자 그가 웃으며 말한다.

-비록 어린 나이였기는 했어도 난 홀로코스트의 현장에 서 있었던 유대인 중 하나요. 해서 진 회장이 일본 전범 기업들에게 가지고 있는 앙금보다 더 심한 앙금을 아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죠.

[…….]

-참고로 그 엄청난 성능의 서보모터가 세상에 나온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일본 기업들만은 아닙니다. 기계 산업이라면 독일 역시도 한 가닥 하니까. 쉽게 말해서 나 역시 소심한 보복을 하고 싶다는 말이외다. 우리의 유통능력을 최대한 이용해서 독일 기업들을 고사시킬 생각이라는 거죠.

[…….]

***

-플라즈마 스텔스 기술을 우리와 공동 개발하자고요?

리암과의 대화 이후, 난 며칠에 걸친 고민 끝에 푸틴과의 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건 좀…….

첫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인 말투.

러시아로서도 자국의 핵심 기술을 내놓으라는 것이니만큼 무리는 아니다.

[대신 우린 러시아에 외골격 기술을 이전해 드리죠.]

예정대로 내가 준비한 카드는 외골격 기술의 이전이었다.

처음 외골격이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튀어 나왔을 때는 꽤 관심을 보였던 푸틴은 이후 그게 무동력 형에 국한 된다는 말에 실망한 투의 말을 뱉어 냈다.

-무동력 방식이라…… 그게 우리의 플라즈마 스텔스 기술과 교환비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저쪽이 손해인 것은 사실이니까.

특히나 핵심인 프린터의 경우 기술이전은 제외. 단지 기기판매만 허용되는 상황이면 그건 더하지.

그나마도 욕이 안 날아 온 이유는 만약 플라즈마 기술을 나와 공동 개발할 경우 개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내 자신감에 혹했기 때문일 거다.

-뭐 일단 그 문제는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가져봅시다.

푸틴은 다행히도 여지를 남겨 뒀다.

그래서일까,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협력만 가능하다면 우린 수년 안에 완전한 5세대기를 탄생 시키는 것도 무리는 아닌데…….’

물론 그게 지나친 낙관일 수도 있겠지만.

러시아의 자기장 유지 기술과 우리의 전자기기 계통의 통합 기술이 합쳐진다면 시간 단축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지 않던가.

‘그렇다고 내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는 없고……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군.’

***

빰빠빠빠!

2008년 6월.

성남공항에서는 이라크로 향하는 마지막 후속 부대의 파병식이 거행 되었다.

이미 선발대와 본진은 두 달 전 키르쿠크로 향했던 상태.

그 탓에 오늘 출발하는 병력들은 대부분 의료와 공병대의 병력들로 이루어진 비전투원들이었다.

“가시죠, 오늘은 제가 점심이라도 사겠습니다.”

병력 들을 태운 수송기가 이륙하는 것을 지켜보던 합참은 대뜸 내게 식사 대접을 제안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눈빛이었던 터라 기꺼이 응하자 그가 자신의 차량으로 나를 안내한다.

“어서 오세요.”

이후 도착한 곳은 성남 인근에 있던 어느 오리구이 전문 식당이었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별들로 인해 당황한 식당 주인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식사 준비에 나섰고, 우린 대기시간 동안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제 문제를 화두로 대화를 이었다.

“아직 소식 못 들으셨죠?”

“뭘 말입니까?”

“하긴, 청와대에서 당분간은 철저하게 비밀로 부치기로 했던 문제였으니 뭐…… 실은 미국에서 얼마 전 소말리아에 해군 전투함의 파견을 요청해 왔습니다.”

“소말리아요?”

순간 뇌리를 스치는 옛 기억들과 함께 절로 질문이 튀어 나갔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던 듯 합참의장은 옅은 웃음을 내비치며 말을 잇는다.

“네, 최근 소말리아에 해적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는군요. 문제는 진 회장께서도 아시다시피 그쪽 해역이 우리 상선들도 자주 이용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해서 이순신 급 구축함 한 척을 파견한 상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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