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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71화 (171/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71화

일본의 초음속 대함 미사일 개발 계획에 이은 우리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 완료 소식은 중국을 본격적으로 자극했다.

[중국 정부는 돌연 다음 달 말쯤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한다고 합니다. 우리 측 군사 전문가들은 대부분 그걸 이번에 발표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고 있으며…….]

그들이 택한 시위방식은 열병식을 통해 자신들의 무력을 대외에 홍보하는 것.

최근 열을 올렸던 각종 무기개발의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듯싶은데, 필시 대부분은 미국을 비롯하여 러시아를 통해 은밀히 수집한 기술들을 근거로 한 것들일 거다.

‘역사적으로도 그랬으니까. 그나저나 이쯤에서 나도 슬슬 연구소를 비롯하여 사업체들의 보안을 다시 점검해봐야겠군.’

막상 그 생각을 떠올리자 경계심이 앞섰다.

미국과 러시아도 기술탈취를 당하는 마당에 우리라고 예외는 아닐 테니까.

안 그래도 최근에는 다른 업체들에게서 종종 피해 소식이 들려오는 상태.

뭐 재우의 보안시스템이야 워낙 난공불락의 요새기에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만, 그래도 핵심인력관리에 중점을 두기는 해야 할 때다.

그 빌어먹을 천인계획인지 만인계획인지.

그게 영 무시할 일은 아니거든.

[북한은 10월로 예정되어있던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앞당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로 인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에 있으며…….]

중국이 반응을 보인지 며칠 후 북한 역시 시위에 나섰다.

아직 수개월이나 남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앞당긴 것.

단지 내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난 그걸 보며 저게 시위라기보다 일종의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심화되어 가는 남북 간의 군사력 격차에서 오는 인민들의 불안감을 잡겠다는.

‘가만. 그나저나 최근 왜 핵 개발에 대한 소식이 통 들려오지 않는 거지?’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셈을 해봤다.

역사대로라면 이미 북한의 핵실험 성공 소식은 진즉에 들려왔어야 하는 상황.

그럼에도 이렇듯 조용하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지 않던가.

‘설마 또 타임라인이 엉킨 건가? 젠장, 요즘 같아선 세상 돌아가는 걸 전혀 짐작을 못하겠으니 원…….’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3월 1일 독립기념일을 맞이하여 전 여러분 앞에서 몇 가지 선언을 하려 합니다.”

2008년 3월 1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대통령은 국민들을 향한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이번 독립기념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던 상황.

그건 아마도 이번 대통령이 유공자 집안의 후손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곧 있을 대규모 파병에 앞서 우리 역시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가 강해 보였다.

하나, 우리는 어느 외세의 침략과 위협에도 맞설 것을 결의합니다.

하나, 우리는 국가의 존립을 위협당하는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시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대응할 것을 천명합니다.

대통령의 선언은 주로 안보에 관련된 것이었다.

저 말을 짧게 요약하자면 우릴 건드리는 놈은 결코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그건 지난 정권의 독침 전략과도 일맥상통한 것이었는데, 사실 현재 우리의 상황에선 그게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했다.

[한국은 유사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이다. 현 정권은 우익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좌익성향의 전 정권을 답습하고 있다.]

대통령의 삼일절 선언 이후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은 사설을 통해 우리 정부를 비방했다.

전에는 없던 과격한 논조들.

이후 그 영향은 전 일본의 언론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쳤으며 그로 인해 일본 전체의 분위기가 혐한으로 물들어 갔다.

[한국 정부는 우리가 평화유지를 위해 지원한 자금을 자신들의 전력 강화에 전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통령이 직접 일한 외교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일삼고 있으며…….]

[지금 아시아는 한국으로 인해 무한한 군비경쟁 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와중 우리 일본은 GDP 대비 고작 1퍼센트만 국방비로 활용하고 있기에 차후 국방력의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공격무기 개발 필요성은 이로써 보다 확실해 졌습니다. 우린 이제 단순히 중국만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아닌…….]

“쯧쯧…….”

점점 노골화 되어가는 일본의 반응에 난 절로 혀가 차졌다.

불안한 심리는 이해한다만 저 정도면 거의 발악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정도.

필시 속내는 이걸 토대로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꿈꾸는 것일 텐데, 아마 그게 쉽지는 않을 거다.

“차량 준비됐습니다.”

마이클의 예언대로 리암 회장이 청와대를 방문한 상태였다.

대규모 경제인단의 대표 자격이라곤 해도 실질적으로는 그가 미국 정부의 입이라는 것을 청와대도 알고 있는 상황.

덕분에 꼬박 하루는 그와 대통령 사이에 대화가 이어졌고, 난 이튿날이 되어서야 초대를 받았다.

끼익!

“어서 오십시오.”

새로 비서실장에 오른 유인태는 나와도 몇 번은 만난 적이 있던 인물이었다.

이주환 캠프의 브레인 역할을 했었던 존재.

소문에 의하면 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들이 대부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는데, 난 그 공약들 대부분이 꽤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에서 후한 점수를 주었다.

“요즘은 골프 안 치십니까?”

“전 골프보다는 당구를 더 좋아합니다. 뭐 지금은 그나마도 시간이 없어서 언제 다시 큐를 잡아볼지 걱정이죠.”

넌지시 건네는 인사치레에 그가 농담으로 반응했다.

이후 그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한참 만찬회가 이루어지고 있는 별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눈에 뜨인 것은 역시나 리암 회장의 강력한 존재감이었다.

[오오! 이게 얼마 만입니까.]

그는 여전히 멋들어진 콧수염을 어루만지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짧은 악수 끝에 시선을 돌린 곳은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이 있던 곳.

잠시 리암에게 양해를 구하곤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 양반 아까부터 내내 문만 쳐다보더군요. 아무래도 진 회장님을 꽤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다가선 나를 향해 대통령이 웃으며 말했다.

필시 리암을 두고 하는 말일 터.

웃음으로 대꾸하자 그가 다시 속삭인다.

“우린 신경 쓰지 말고 가보세요.”

“네, 그럼…….”

조금은 편해진 마음으로 다시 리암을 향해 다가갔다.

어느새 손에 샴페인을 두 개나 들고 있던 그는 즉시 그중 하나를 내게 내밀며 말한다.

[러시아엔 잘 다녀오셨다고요?]

[네, 덕분에 가스전 개발사업의 지분 확보가 제법 수월했습니다.]

[그게 어디 내 덕분이겠습니까. 난 그저 덧없이 달러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상대로 에너지 자립의 어려움을 겪게 해주려는 의도였을 뿐인 것을요.]

리암은 느닷없이 달러패권을 거론했다.

놀란 나는 즉시 그를 쳐다봤고, 그는 옅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모르셨나 보군요. 하긴, 워낙 우리 측에서 강경하게 정보를 관리하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사실입니다. 중국은 얼마 전부터 이란을 비롯한 몇몇 산유국들에게 석유대금 지불 방식의 변화를 압박하고 있었죠. 달러가 아닌, 위완화로 결제하는 것을.]

난 그제야 시대를 앞선 미국과 중국의 관계악화가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를 깨달았다.

달러패권에 대한 도전.

사실이라면 그건 정말로 미국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인데, 미국이 그걸 용납할 리가 없지.

한데 의문인 것은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는 거다.

내가 아는 이 시기의 중국 지도자들 중 이렇듯 대놓고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자는 없거든.

더군다나 아직 중국은 그렇게까지 자신할만한 힘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우리 잠시 따로 이야기 좀 나눌까요?]

순간 리암이 내 등을 슬며시 떠밀며 조금 한적한 곳으로 이끌었다.

이내 주변의 시선이 어느 정도 차단된 기둥에 자리를 잡은 그는 슬그머니 마이클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마이클에게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초음속 대함미사일 보유에 대해 꽤 신경을 쓴다고요?]

다짜고짜 뱉어진 본론에 침묵했다.

뒤늦게 떠오른 것은 전에도 지금과 마찬가지였다는 것.

즉, 그의 성격이 애초 사족을 다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맞습니다, 해서 가능하다면 회장님의 힘을 좀 빌렸으면 싶군요.]

[흠…….]

리암은 의미 불명의 한숨을 뱉어냈다.

곧 무척이나 난처한듯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힘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한데 그거 압니까? 미 정부의 입장에선 일본이 꽤 중요한 동맹이라는 것.]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실 미국에게는 일본의 비중이 더 컸었던 것이 사실이지.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일이다.

엄밀히 따지면 우린 이제 미국과 경제, 군사. 그리고 정책수립에 있어서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상태.

옛 기억에만 매달려 그걸 잊으면 곤란하다.

[흠…….]

리암은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봤다.

태연하게 다시 그 점을 강조해 보이자 잔뜩 미간이 좁혀진다.

[무슨 말인지는 이해합니다만, 그래도 미국에게 있어 일본은 또 그 나름대로의 중요성을 가진 국가입니다.]

[그렇겠죠. 미국의 입장에서 일본만큼 벗겨 먹기 좋은 나라는 또 없으니까.]

[…….]

순간 리암이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사실이 그런 것을 어째.

어차피 질러버린 것. 난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재우는 미국 경제에 많은 보탬을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투자 철학은 미국에서 막대한 돈만 빨아들이는 일본의 투자방식과는 다르죠.]

리암의 미간이 그 말에 꿈틀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잠시 굴러다니던 그의 눈동자가 다시 내게로 꽂힌다.

[지금 하고 있는 말. 왠지 난 그게 협박처럼 들리는데, 내가 과한 생각을 하는 겁니까? 만약 내가 협조하지 않으면 재우의 막대한 투자금들을 회수하겠다는…….]

[그럴 리가요. 제 투자금이 아무리 많다 해도 그게 미국 경제에 얼마만큼이나 영향을 끼치겠습니까. 전 단지 우리가, 아니 내가 그렇듯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고작 그거 하나 해 주지 못하느냐고 투정을 부리고 있는 중입니다.]

리암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뭣 때문일까, 이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그가 툭하고 말을 던진다.

[하긴, 재우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투자와 사업들은 향후 미국 경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죠. 더군다나 이익을 온전히 회수하는 것이 아닌, 미국 내에서 재투자를 하시는 것만 봐도 난 진 회장이 일본의 사업가들과는 다르다는 것쯤은 인정합니다.]

사실 미국 내에서의 재투자는 꼭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행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시기가 그랬고,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 기회가 많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

그나저나 목소리 톤으로 봐선 왠지 벽을 조금은 허문 듯한 느낌인데, 그럼 슬며시 본론을 끄집어내도 좋을 듯하다.

[참고로 전 일본의 초음속 대함미사일 개발 자체를 막아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사실상 회장님에게도 부담이 되는 문제가 될 테니까요. 해서, 전 일본이 개발하겠다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에 사거리 제한을 두기를 원합니다.]

리암의 눈은 잔뜩 가늘어졌다.

뭔가 비난의 말이 날아올 줄 알았건만, 예상외로 긍정적인 신호가 들려왔다.

[거리 제한이라면, 어느 정도 선을 원하는 겁니까.]

[최대 100킬로미터. 그게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한계입니다.]

[100킬로미터? 그렇게 되면 전략적 가치가 제로가 되는 건데, 설마 지금 일본에게 족쇄를 채우자는 겁니까? 한때 한국에게 그랬던 것처럼?]

생각을 읽힌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굳이 사거리 제한을 주장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뭐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난 좀 더 허심탄회하게 말을 뱉어 냈다.

[맞습니다. 어차피 일본의 공격무기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 족쇄를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죠. 우리가 그랬듯, 쉽게 벗겨내지 못할 족쇄를. 솔직히 미국으로서도 주변국들의 저항을 생각하면 그 편이 덜 부담 되는 방법 아닙니까?]

[…….]

리암은 차마 대꾸를 하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니까.

막말로 일본의 공격무기 개발이 재무장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우리만 우려하는 거겠어?

결국 주변국들 역시도 이 사실을 알면 난리를 피울 텐데, 그런 식의 족쇄를 거는 상황이라면 미국으로서도 부담이 덜 되는 것은 사실이지 않던가.

[흠…….]

리암은 단호하게 말을 뱉어 내는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한동안 눈동자가 꽤 심하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힐끗 대통령이 있던 방향으로 시선을 준다.

[그게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입니까?]

순간 뜨끔했다.

엄밀히 따지면 그건 정부의 입장이라기보다는 내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답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그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나와 대통령 사이엔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을 거듭했었고, 결국 내 생각을 밀어 붙이기로 결론 내렸던 상태거든.

피식.

한데 그때 리암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랄까, 마치 어릴 적 참고서를 핑계로 용돈을 요구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빛 같은.

한데 왜지?

순간 묘하게 등을 간지럽히는 느낌이 물밀 듯 몰려들더니 왠지 그와는 좀 더 벽을 허물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이 뒤따랐다.

[결론이야 그렇지만, 제 생각이 다분히 반영 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겁니다.]

난 결국 다시 말을 고쳤다.

뒤틀리는 그의 입매.

이내 그는 슬며시 내게 한 걸음 더 다가서며 귀를 의심하게 할 만한 말을 툭 뱉어 냈다.

[진 회장의 생각이 다분히 반영되었다……좋습니다. 그 제안 받는 것으로 하죠]

[…….]

뭐지?

그걸 그냥 받는다고?

아무런 반대급부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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