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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68화 (16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68화

“허어…….”

왠지 당황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또 기분이 묘했다.

일본의 돈이 우리 전력상승에 도움을 주게 되는 이 현실.

일본도 그걸 모르고 있지는 않을 테고, 아마 지금 일본 내각은 끓어오르는 분을 삭히기 위해 어지간히도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뭐 그건 그렇고…….

“공정통제사까지 워리어플랫폼을 적용한다고 하셨습니까?”

공군 공정통제사는 공군의 특수임무 부대다.

주 임무는 적진에 침투하여 아군 수송기의 항공관제를 수행하는, 일종의 움직이는 관제사의 역할.

하지만 그들의 전투능력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임무 활동 범위 자체가 적진 깊숙한 곳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능력은 필수.

때문에 육해공 특수부대에서 무려 3년간의 위탁 교육 및 훈련을 이수 받아야 하며, 숙련된 통제사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선 최소 7년 이상의 시간이 소모 될 정도.

그런데 그들에게까지 워리어플랫폼을 적용한다?

뭐 임무의 특성상 온갖 장비를 소지해야 함은 물론 극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존재들임을 생각하면 그 결정도 딱히 무리는 아니다.

“공정통제사의 경우는 크게 무리가 아닐 겁니다. 그 수가 다 해봐야 고작 스무 명 정도에 불과하니까.”

생각이 깊어질 무렵 합참의장이 그들의 편제를 언급했다.

고개를 끄덕이려는 차 내심 욕심이 마음을 파고든다.

어차피 특수임무를 맡고 있기는 해병대 특수 수색대 역시 마찬가지인 마당에 그들을 빼놓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싶은.

뭐 UDT야 임무의 특성상 워리어플랫폼의 적용은 문제가 좀 있고, 해병대 특수 수색대는 경우가 좀 다르지 않던가.

“하면 해병대 특수 수색대는요?”

“거기까지는…… 앞으로 차차 고려를 해 볼 생각입니다.”

합참의장은 얼핏 긍정적인 대답을 내놨다.

200억 달러라는 금액이 주는 여유일 테지.

하긴, 그 정도 돈이면 실제 전장 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제외하고도 꽤 많은 금액이 남을 거다.

더군다나 대통령의 말에 의하면 파병에 필요한 일반 지상 병력들의 무장 역시도 미군이 지원한다고 했는데, 그럼 정작 우리가 지출하는 것은 파병 병력들의 수당과 여타 지원 물품 정도.

그럼 해병대 특수 수색대에게 워리어플랫폼을 적용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가 아닐까 싶다.

“혹시 파병 일자는 잡힌 겁니까?”

무심한 표정으로 말을 뱉어 냈다.

역시나 이미 정부는 마음을 굳혔던 건가.

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올 8월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규모는요?”

“우선 특전사 1개 여단 규모가 추가 투입될 겁니다. 그리고 기갑 및 기계화 부대에서 차출한 인원들이 대략 1만 5천 명에 가까운 규모가 될 테고요. 문제는 파병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전비 지원이 많다는 건데, 미국의 추가 요구에 따라 해병대 일부를 공중강습 여단으로 꾸려서 보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답은 대통령으로부터 들려왔다.

해병대의 투입.

그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던 터라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자 그가 빙긋이 웃으며 말을 잇는다.

“어차피 빚을 지울 거라면 확실하게 지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차후 전후처리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기겠죠.”

그 부분에 있어선 나도 동의하는 편이긴 했다.

파병이랍시고 눈치만 보며 시간만 때워봐야 공로를 인정받지도 못하게 될 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후의 대가를 확실하게 받아내자는.

“…….”

물론 위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자고로 희생 없는 전쟁은 불가능한 것.

그 경우 여론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자칫 이 땅에서 테러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같은 생각을 떠올린 걸까, 신임 대통령 역시도 말끝에 결국 긴 한숨을 내뱉었다.

“물론 차후가 걱정되기는 합니다. 혹시라도 다수의 희생자가 나오는 경우엔 난 천하의 죽일 놈이 될 테니까.”

“…….”

멋쩍은 미소로 응수했다.

순간 나를 쳐다보며 마주 웃어 보인 대통령은 툭 하고 농담조의 말을 던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반군들의 무장 수준이 정규군들에 비해 많이 뒤처진다는 것과 우리의 워리어플랫폼이라면 제법 희생을 줄여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뭐 아무래도…… 그나저나 임기 초반부터 돈을 너무 많이 쓰시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우리 세금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고는 해도.”

“그렇다고 그 돈을 애꿎은 땅 파는 것에 쓸 수는 없잖습니까. 어찌 보면 우리 젊은이들의 피 값이나 마찬가진데.”

받아친 내 말에 대통령은 제법 뼈가 있는 대답을 뱉어 냈다.

무얼 생각하는 걸까, 이내 순간적으로 미간을 좁힌 그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말을 끄집어냈다.

“참, 소식을 들으니 이번에 또 깜짝 놀랄 만한 것을 만들어내셨다고요?”

왠지 군집 드론을 두고 하는 말 같기에 무심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내 찻잔을 입가에 가져가려는 차, 그가 다시 무심한 투로 말을 뱉어 낸다.

“가능하다면 육군이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개량을 진행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

“들은 바에 의하면 여러 방면으로 활용도가 꽤 높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말을 뱉어내는 대통령의 시선은 합참의장에게로 향해 있었다.

즉, 그를 통해서 들었음을 의미하는 것.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문제였던 터라 태연히 대꾸했다.

“이라크 파병 병력들이라면 제법 도움이 될 수는 있겠죠. 특히나 반군들의 무장 수준과 공격 방식을 생각하면 더더욱.”

“내 말이 그겁니다. 해서 말인데, 이번 추가 파병물자에 포함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아직 운용검증도 끝나지 않은 물건입니다.”

“어차피 실증 테스트까지는 끝난 것 아닙니까. 그럼 현장에 투입한다 해서 무리일 것도 없죠.”

“…….”

“왜요, 내 말이 틀렸습니까?”

당황스러운 마음에 묵묵히 쳐다만 봤다.

단순히 군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에 하는 말은 아닌 것 같고.

필시 원래 성격 자체가 저렇듯 틀에 구애받지 않는 듯한데, 그걸 장점이라 여겨야 할지, 좀처럼 판단이 잘 서지가 않는다.

“솔직히 우리도 이젠 좀 융통성 있게 갈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

***

며칠 후, 결국 대통령의 의중대로 군집 드론의 조기 생산을 시작했다.

뭐 조기 생산이라고 해 봐야 일단은 이라크 파병 병력들을 지원하는 수준의 물량.

대략 1천 기에서 2천 기 사이가 1차 생산 목표다.

“탈레스에 최우선적으로 생산을 지시하기는 했습니다만, 이거 참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이렇듯 절차를 무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 않습니까.”

소식을 전하는 김영기 총괄 전략기획실장은 연신 적응하기 힘들다는 투였다.

그럼에도 그게 싫지는 않은 듯 표정만은 밝은 상태.

사실 나로서도 최근 돌아가는 정부의 정책실행 분위기가 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나저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의 개발이 완료됐다는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그건 나도 들어서 알고 있던 문제였다.

이틀 전쯤이던가, 성호 놈이 흥분한 채 소식을 전했었거든.

안 그래도 그 문제를 거론하려던 참이었던 터라 즉시 그를 쳐다봤다.

“테스트가 문제군요.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는 주변국들의 반응 때문에라도 아무 때나 테스트를 진행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저도 그게 걱정이긴 합니다. 군이나 청와대에서도 당분간은 개발 완료 사실을 대외에 공표하지 말자는 태도고요.”

이해는 간다만, 나로선 좀 갑갑한 일이었다.

개발 성공을 확증하기 위해선 테스트는 필수.

하지만 그걸 할 수 없는 상황에선 데이터 축적은 물론 개량도 진행할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러시아도 당장은 실질적인 테스트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그건 어쩔 수 없는 문제일 듯싶다.

“참, 그 문제 때문인지 나타샤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일단 들어나 보시죠.”

김영기 총괄실장은 말을 뱉어내곤 주섬주섬 서류들을 챙겼다.

마치 자신의 용무는 이것으로 끝이라는 듯.

이내 그는 짧은 눈인사와 함께 방을 나섰고, 곧 나타샤가 방으로 들어섰다.

[회장님은 날이 갈수록 더 젊어지시는 것 같아요.]

왠지 그녀답지 않게 입에 발린 말이었다.

웃음으로 대꾸를 대신하려는데,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왜 그럽니까?]

[죄송하지만 잠시만…….]

돌연 말과 함께 그녀의 얼굴이 불쑥 다가왔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슬쩍 몸을 빼려는 차, 그녀가 다시 황당하다는 투로 말을 뱉어낸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젊어지신 것 같은데요? 피부색이 전보다 환해지신 것 같아요.]

[…….]

난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분 탓일까, 뒤이어 벽에 걸린 거울에 비친 얼굴이 왠지 전보다 환해진 느낌을 주기는 한다.

“운동 효과인가?”

[네?]

[아, 아닙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내방엘 찾아온 겁니까?]

잠시 들었던 생각을 쫓아낸 채 되물었다.

그제야 퍼뜩 눈빛을 바꾼 그녀는 마침 손에 쥐고 있던 종이 한 장을 내게 들이밀었다.

[그건 또 뭡니까?]

[푸틴 각하의 친서입니다.]

[친서요?]

무심히 받아 들곤 내용을 살폈다.

수고를 덜어 주려는 듯 곁에서 보고 있던 나타샤가 읊조리듯 말을 잇는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의 개발이 끝났으니 그 프로젝트는 이것으로 종결지으시겠다는 내용입니다. 더불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시는 문서죠.]

[새로운 프로젝트?]

의아함에 대꾸하곤 다시 서류를 쳐다봤다.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된, 그동안의 성공적인 협력에 대한 인사말.

그리고 마지막엔 극초음속 활공체를 기초로 한 또 다른 미사일 공동 개발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즉, 아방가르드의 공동 개발을 제안하는 내용.

[이걸 왜…….]

절로 부릅떠지는 눈을 간신히 참아내며 그녀에게 물었다.

슬쩍 미소를 내비친 그녀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걸어왔다.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솔직한 제 느낌을 말해달라고 하시면 그 정도는 해 드릴 수 있죠.]

[해 보세요.]

난 즉시 수긍하며 되물었다.

그녀는 다시 나와 똑바로 눈을 마주치며 대답했다.

[한국과, 아니 재우와의 군사적 교류를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의중이시겠죠.]

그 말에 절로 눈이 가늘어졌다.

지속된 군사적 교류야 어차피 예정되어 있던 상태.

문제는 그걸 강조하는 시기가 꽤 애매하다는 말이지.

혹여 저들도 워리어플랫폼을 원하는 건가?

[그렇다고 그게 워리어플랫폼 때문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내 표정을 살피던 그녀는 서둘러 변명을 잇는다.

왠지 더더욱 의구심이 드는 말투.

뭐 이때쯤이면 러시아가 반응을 보일 것은 예상했기에 당황스러운 일은 아니다만, 앞으로가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수긍할 만한 다른 이유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

순간 그녀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막상 아니라고는 했어도 그녀 역시 장담하기는 힘들었던 거겠지.

헛웃음을 지어 보이자 그녀가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

[그럼 전 이만…… 아! 대답은 회장님께서 직접 각하께 전화로 해 주시면 됩니다.]

[…….]

***

끼익!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온 난 즉시 욕조에 물을 받았다.

딱히 피로가 쌓인 것은 아니었지만, 하루라도 반신욕을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

곧 뜨거운 증기가 올라오는 욕조에 몸을 담그곤 노곤해지는 기분을 즐겼다.

딩동!

한참 졸음이 쏟아질 무렵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밖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는 상태.

어지간한 인물이 아니면 집에 접근조차도 하지 못하는 상황임을 생각하면 익숙한 인물일 것이 분명했다.

“왜…….”

화면에 비친 것은 나타샤였다.

즉시 스피커폰의 버튼을 누르고 용무를 묻자 그녀가 종이 한 장을 흔들어 보인다.

[미처 전해 드리지 못한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즉시 가운을 몸에 걸치곤 문을 열었다.

문밖에선 경호원들이 그녀의 몸을 수색하고 있던 상태.

저게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난 즉시 그들을 만류했다.

“그냥 들여보내요. 어차피 그녀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이미 우린 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테니까.”

경호원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통과시켰다.

곧 집안으로 들어선 그녀.

가운만 입고 있는 내 모습에 잠시 얼굴을 붉힌 그녀는 즉시 손에 든 서류를 내게 건넸다.

[이게 뭐죠?]

받아든 서류엔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순간 뇌리를 스친 것은 불길함.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더니 손을 뻗어 왔다.

털썩!

당황하여 뒷걸음질을 치던 순간 그녀가 나를 덮쳤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뻗어온 손이 향한 곳은 내 얼굴.

이내 그녀의 입술이 순식간에 내 입술을 포갠다.

“읍!”

이후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그동안 참아왔던 육체의 욕망을 죄다 쏟아내는 느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격정에 온몸이 떨려오며…….

첨벙!

“억!”

비명과 함께 눈을 뜬 곳은 욕조 안이었다.

대체 얼마나 깊게 잠이 들었던지 물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렸을 정도.

더 당황스러운 것은 꿈의 내용이었는데, 왜 하필 그런 꿈을…… 게다가 상대는 또 왜 그녀였냐는 것이었다.

“…….”

순간 떠오르는 불길한 예감에 다시 욕조를 쳐다봤다.

황당함과 자괴감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미친 거 아니야? 나이 40에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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