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66화 (16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66화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가 현실화 되었습니다.]

2007년 6월.

드디어 미국 발 대공황의 첫 신호탄이 터졌다.

다행히 미국을 거점으로 하고 있는 JW 인베스트먼트는 이미 자산 재조정을 끝마친 상태.

사우디의 하사드 왕세제를 비롯하여 UAE의 모하메드 왕세제는 내 예언이 정말로 현실이 되자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알렸고, 라이언 역시도 현실이 채 체감되지 않는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당분간, 아니 내가 따로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는 절대로 자금을 움직이지 마. 아직 본격적인 위기는 시작도 안 했으니까.]

-그야 물론이지. 그런데 정말로 회복이 되기는 할까, 난 이대로 미국이 영원히 망해버릴까, 그게 걱정이야.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CDO를 근거로 한 파생상품들이 줄줄이 무너질 거라는데,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라이언은 미국에 종말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차마 셈을 할 수도 없을 정도의 금융손실이 발생할 상황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더군다나 이 사건으로 인해서 미국의 힘이 쭉 빠져 버리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미국이 이대로 종말을 고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다.

역사가 그랬고, 얼마 후면 곧 미국은 벤 버냉키라는 존재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테니까.

“흠…….”

사실 헬리콥터 밴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측면이 있었다.

차후 풀린 달러가 엄청난 타격을 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것과 시장 안정을 위해선 최고의 방법이었다는 주장.

뭐가 됐건 결과적으로 그의 정책이 빠른 시장 안정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기에 나로선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너무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어. 아니, 우리로서는 외려 기회인 셈이라고 생각하라고.]

-자네 덕분에 우리야 손해는 없지만…… 아무튼, 언제 미국으로 날아올 건데?

[언제가 됐건 날아가겠지만 당장은 아니야. 하니 자네는 그동안 정부를 비롯해서 의회 주요 인물들과의 교류를 지속하도록 해.]

아마 내가 미국으로 향하는 것은 내년 말쯤이 될 거다.

정확히는 리먼 사태가 터진 이후.

그때쯤이면 부동산을 비롯하여 우량기업들마저 위기에 허덕이고 있을 터.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그때가 적기다.

“흠…….”

사실 처음엔 공매도도 고려를 해봤다.

어차피 미국 경제의 흐름을 알고 있는 마당이니 나로선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니까.

하지만 그건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걸 떠나서 자칫 불에 기름을 들이 붙는 격.

미 정부와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그렇듯 눈치가 보이는 투자방식으로 인한 수익 실현은 득보다는 실이 크다.

‘차후 떨어진 나락을 줍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무리를 할 필요는 없지. 아무리 정당한 금융 활동이라지만 자칫 유대계 금융 자본가들로부터 적으로 규정당할 수도 있고.’

띠이!

“회장님, 에어로스페이스에서 행사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가 왔는데요.”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김 비서가 에어로스페이스의 행사 소식을 알려왔다.

그동안 개발을 진행해 왔던 군집 드론의 성능시험을 진행한다는.

어찌 보면 드론 역시 내가 구상하고 있던 패러다임의 변화의 한 축이었던 터라 난 당연히 참여를 결정했다.

“어서 오십시오.”

성능시험이 예정된 거제 조선소에는 KAI의 안 대표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를 필두로 김영기 총괄기획실장과 재우조선해양의 대표. 그리고 김해웅 합참의장까지.

남들이 보면 고작 드론 성능 테스트에 그토록 많은 주요 인물들을 부른 것을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오늘의 테스트가 가진 의미를 생각하면 딱히 무리는 아니다.

이건 고작 드론 따위로 방공함의 정점에 서 있다는 이지스함을 무력화하는, 전무후무한 실험이니까.

“좀 늦으셨습니다.”

내 손을 맞잡은 합참의장은 한껏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순간 문득 든 생각은 이 실험이 끝나고 나서도 과연 저들이 저렇듯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정이며, 미리 대책을 준비해야 할 명제니까.

뿌우!

악수를 나눔과 동시에 저편에서 세종대왕함이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그건 전적으로 오늘 테스트를 위한 해군의 지원이 이루어진 덕분.

난 다시 한번 합참의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렇게까지 협조를 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고맙기는요. 어차피 태풍으로 인해 피항이 결정되었던 상태라서 협조가 가능했던 거니 마음 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 말에 잠시 하늘을 쳐다봤다.

이른 태풍이 예고되어있던 탓에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었고, 이젠 슬슬 바람도 거세지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실험을 하는 겁니까?”

“말씀드렸다시피 드론을 이용한 대함 공격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아!”

뒤늦게 오늘 테스트의 목적을 제대로 파악한 김 의장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세종대왕함의 막강한 대공방어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 그의 입장에선 당연하겠지. 고작 드론으로 저 신의 방패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도 하지 않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 믿음은 곧 무너질 거다.

“이런 날씨에도 테스트가 가능하겠습니까?”

나를 따라 잠시 함께 하늘을 쳐다봤던 합참의장이 염려스럽다는 듯 되물었다.

좀 아슬아슬하기는 해도 불가능할 정도의 기상상태는 아닌 상황.

슬며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어찌 보면 기회일 수도 있죠.”

“…….”

“전쟁이라는 것이 좋은 날씨에서만 수행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악천후에서의 드론들의 제어 능력과 추진 체의 성능을 검증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날은 없을 겁니다.”

“글쎄요, 기상상태가 좋아도 이지스함에게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이렇게 날씨까지 좋지 않아서야…….”

아직 이 테스트의 진정한 목적을 모르는 합참의장은 여전히 표정이 밝았다.

이걸 어쩌나.

조금 후면 그 자신감이 무너져 버릴 텐데.

사실 그 점에선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기껏 완벽한 신의 방패를 만들어 손에 쥐여주고는 이번엔 또 그걸 뚫을 신의 독침들을 만들어 버렸으니까.

“왜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아, 아닙니다.”

난 퍼뜩 정신을 차린 후 이제 막 발사를 대기 중이던 다연장 시스템을 쳐다봤다.

아마 조금 후면 저곳에서 40 기에 달하는 자폭 드론들이 동시에 발사될 테고, 그건 곧 미리 입력된 행동 패턴과 알고리즘에 따라 군집과 분산을 반복하며 가상의 이지스함. 즉 저편에 대기 중인 바지선으로 돌진할 거다.

“흠…….”

막상 그걸 생각하자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했던 최인배의 능력이 다시금 감탄스러웠다.

내가 제공한 AI의 알고리즘은 미완의 것이었던 상태.

그걸 불과 몇 년 사이 저렇듯 실용화가 가능하게끔 만든 그의 능력은 진정한 천재라고 불러도 모자랄 정도랄까.

특히나 AI의 학습능력에 있어선 나조차도 놀랄 정도였는데, 이대로 계속해서 몇 년 정도 더 데이터가 쌓인다면 2020년쯤 이스라엘 엘타사가 보여주었던 무인 공격기 AI의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

“탄두를 장착한 상태에서 테스트를 시행하는 겁니까?”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김 의장의 말이 날아들었다.

정확한 테스트를 위해선 그건 당연한 것.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질문을 잇는다.

“이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만약 세종대왕함이 바지선으로 달려드는 드론들 중에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그땐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땐 방어에 실패한 것이라고 판단해야 하겠죠. 그리고 미안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

김 의장은 태연히 뱉어낸 내 대답에 당황한 눈치였다.

이내 피식 웃는 것은 필시 내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에서 나온 태도.

웃으며 그를 쳐다보자 그의 표정이 확 바뀐다.

“설마…… 정말로 뚫릴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난 그 질문에 단호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그는 대뜸 표정이 굳어진다.

“그게 말이 됩니까? 세종대왕 함은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대함 미사일도 막아내는 능력을 가진 함정이지 않습니까. 그 마당에 고작 드론 따위에게…….”

김 의장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 역시 회귀 전 미군이 시행한 군집 드론의 테스트 결과를 받아들고 저것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었거든.

고작 16기에 불과한 군집 드론에 의해 미 해군의 이지스 함의 대공방어망이 뚫렸었다는, 그 황당한 소식 앞에서.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또 이해는 간다.

불규칙적인 기동능력을 가진 드론들의 움직임을 미리 분석하여 대응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을 거거든.

게다가 세종대왕함과는 달리 미소 급의 물체에 대한 탐지능력이 제대로 갖춰진 함정들도 아니었을 테니 더더욱.

“보시면 압니다.”

하지만 지금은. 즉 이번에 개발된 드론들을 상대해야 하는 세종대왕함도 이제 처지는 마찬가지다.

저 드론들은 기존 드론들과는 달리 거의 음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것이 가능한 상태.

게다가 불규칙성이 극에 달한 저 물건들을 수십 기나 동시에 상대하는 것이 어디 쉬울까.

이건 단순히 탐지의 문제만이 아닌, 패턴 분석과 그 대응 속도에 대한 문제인데.

방어할 만한 방법이 있다면 오로지 하나뿐일 거다.

[발사대기 중…….]

순간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조금 후 신호와 함께 차례로 발사된 드론들.

이내 그것들은 목표로 지정된 바지선을 향해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위잉!

저편에 있던 세종대왕 함에선 76밀리 함포가 움직였다.

골키퍼 역시 드론을 향해 방향을 튼 것은 마찬가지.

“어?”

하지만 그때, 갑자기 드론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예상치 못할 비행 궤적을 그려가지 시작했고, 발사된 골키퍼의 포탄들은 연신 목표를 빗겨 갔다.

펑펑펑!

뒤이어 불을 뿜은 76밀리 함포에선 HVP 투사체가 발사되었다.

펑!

그나마 유도시스템의 정확도로 인해 몇 기의 드론을 격파하는 것에는 성공.

“맙소사!”

하지만 그때, AI의 명령을 받은 드론들이 갑자기 부스터를 점화 시킨 채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사방으로 방향을 바꾸며 탐지 시스템에 혼란을 주었고, 일부는 마치 대함 미사일처럼 시스키밍을 구하기 시작했다.

펑펑펑!

다시금 불을 뿜은 76밀리 함포에 의해 드론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갔다.

하지만 그건 상대가 세종대왕함이기에 가능했던 것.

컴퓨터의 성능과 비행 패턴 분석 프로그램의 성능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다른 함정들이었다면 저 정도의 성과는 보이지 못했을 거다.

“살아남은 드론의 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 아닙니까?”

김 의장은 끝내 살아남아 집요하게 바지선을 노리는 드론들을 보며 기함을 토했다.

그리고 그때, 안내방송을 통해선 세종대왕 함이 재밍을 실시했음을 알려왔다.

[재밍을 시작합니다.]

‘그렇다 해도 소용없을 거다. 저 개체들은 재밍에 대한 대응책을 갖추고 있는 것들이니까.’

난 짧은 생각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재밍을 뚫고 살아남은 드론들의 수는 무려 8기.

그것들은 마치 세종대왕함의 저항을 비웃듯 끝내 바지선에 충돌했다.

펑!펑!펑!

“…….”

순간 힐끗 쳐다본 김 의장과 VIP들의 표정은 가히 정말 그 자체였다.

이해해.

이건 우리의 이지스 시스템도 이젠 자칫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음을 증명하는 상황인 마당에야.

휙!

예상처럼 김 의장은 즉시 나를 쳐다보더니 잔뜩 원망이 담긴 투로 말을 뱉어냈다.

“아니 기껏 신의 방패를 만들어 놓고 저런 무식한 창은 또 왜 개발한 겁니까.”

“완벽한 신의 방패란 없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함이죠.”

난 태연히 말하곤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던 듯, 그가 잔뜩 눈살을 찌푸리며 군집 드론 발사 시스템을 손가락질한다.

“저게 양날의 검이란 것을 모르십니까? 저걸 만약 다른 나라에서 개발하면 어쩌려고요.”

“어쩌긴 어쩌겠습니까. 대책을 세워야죠.”

“…….”

“무슨 말씀인지는 이해하지만,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10년 안에는 저 정도로 완벽한 성능을 보이는 군집 드론을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 외에는 없으니까.”

김 의장은 황당하다는 투로 나를 쳐다봤다.

퍼엉!

마침 또 한 번의 폭발을 일으키는 바지선.

힐끗 시선을 주곤 방금 전 내가 했던 말과는 조금 어폐가 될 수도 있을 말을 뱉어냈다.

“하지만 결국엔 개발이 될 겁니다. 이미 드론의 효용성은 다른 나라들도 충분히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으니까요. 그럴 바엔 우리가 먼저 개발을 해 버리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 서두른 겁니다.”

“…….”

“더불어, 그에 대한 대처도 미리 해보자는 의도이기도 하고요.”

“……대응책이 있기는 하고요?”

난 그 질문에 입매를 뒤틀었다.

그걸 긍정의 신호로 여긴 듯 김 의장은 즉시 화색을 띄우며 되물었다.

“정말로 있는 겁니까?”

“그럼 제가 대책도 없이 우리가 가진 방패까지 구멍을 낼 창을 만들었겠습니까?”

“그 대책이 뭔데요?”

“그건 아직 밝혀드리기 곤란합니다. 보안 문제도 있고, 아직은 개발 단계에 있는 것이니까요. 차후 어느 정도 결과물이 나오면 그때 말씀을 드리죠.”

순간 김 의장의 표정이 애매해졌다.

마치 뒷간에 갔다가 처리를 제대로 못 하고 나온 자와 같달까.

하지만 그도 잠시, 그는 뭣 때문인지 갑자기 눈을 빛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저 군집 드론을 제어 가능한 범위가 어느 정도나 되는 겁니까?”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작전 반경은 200킬로미터쯤 될 겁니다.”

“하면 우리 함정에 설치하는 건 어떻습니까.”

난 그 말에 피식 웃어 보였다.

“비단 해군만이 아니라 육상 전력에게도 활용이 가능하죠.”

“육군에 저 군집 드론을 주자는 말입니까?”

“당장 우리 육군에 보급하는 것은 무리고, 발사기 수량을 줄여서 폴라베어에 탑재하는 형태로 가면 최소한 이라크 파병 특전사들이 활용할 수는 있을 거라고 봅니다.”

“…….”

김 의장은 부정적인 눈빛을 보였다.

하긴, 당장 예산 문제가 마음에 걸렸겠지.

하지만 그건 미국의 계획을 아직 모르기에 보이는 반응이다.

만약 파병이 이루어지면 우리 군의 무장에 필요한 자금은 그들이 댄 다는 것을.

‘그 경우,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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