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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65화 (16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65화

난 합참의장의 혜안에 속으로 찬사를 보냈다.

말은 안 했어도 실은 나 역시 그 생각쯤은 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조금 의외인 것은 그의 말투다.

그동안 육군의 과도한 욕심을 질책해왔던 것과는 상반되는 저 말투.

혹여 자리가 생각을 바꾸게 만든 건가.

“그래서, 의장님의 생각은요?”

난 즉시 그를 떠봤다.

내 표정을 읽은 듯, 그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쳐다본다.

“진 회장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나도 육군의 편을 들어 줄 수밖에 없군요. 다른 걸 떠나서 차후 운용비용과 편의성을 생각하면 그편이 합리적이니까요. 해서 말인데,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내가 먼저 나서서라도 사업 진행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김 의장은 말끝에 정 회장과 나를 의미심장한 표정을 쳐다봤다.

마치 이건 당신들을 위해서 내세우는 고집이 아니야. 하는 듯한 표정 같달까.

막상 그 고집스러운 태도를 보고 있자니 내가 사람 하나만큼은 정말 잘 봤다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막말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데, 해군 출신으로서 제 식구보다 남의 식구를 먼저 챙긴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일까.

더군다나 진정한 국방력 증가를 위해서 일의 우선순위를 정확히 따지고 드는 저 대범함은 실로 박수를 쳐줄 만했다.

“전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이만…….”

이후 정 회장은 일정을 핑계로 먼저 자리를 떴다.

선대 회장의 죽음 이후 여전히 집안 문제가 복잡한 걸까, 그로선 제법 희소식이었을 것임에도 끝내 표정이 굳어있었다.

“현우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참 우려되는군요. 선대 회장의 죽음 이후 영…… 저러다 로템에까지 불똥이 튀면 XK2 개발사업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같은 생각을 한 듯 멀어지는 정 회장의 뒷모습을 보며 합참의장이 말을 뱉어냈다.

역사와는 달리 1차 왕자의 난 이후에도 치열하게 진행 되고 있는 현우 가의 골육상쟁.

그로 인해 세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었는데, 아마 합참의장도 그 점이 내심 염려되기는 했었나 보다.

그나저나 정말로 현우의 가내 권력투쟁으로 사업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겠지?

만약 그렇게 되면 나로서도 로템의 운명을 두고 좀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다른 걸 떠나서, 이건 내게도 영향을 끼치는 문제니까.

아니, 군 전력에까지도.

“말이 나왔으니 하는 건데, 솔직히 전 요즘 들어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김해웅 의장이 앞뒤 없는 말을 던졌다.

또 뭔가 싶은 마음에 쳐다보자 그가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 상황을 거론했다.

“아무래도 미국 발 부동산 폭락 사태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칠 것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이제 막 기지개를 피기 시작한 국방비 문제가 또 대두될 것이 우려된다는 거죠.”

“글쎄요…….”

사실 그건 나도 장담할 수 없는 문제였다.

워낙 뒤바뀐 것이 많은 터라 이 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이제 알 수 없는 문제니까.

원 역사처럼 아시아는 그나마 이 위기에서 피해를 덜 보게 될지.

아니면 이번엔 격류에 함께 휘말려 휘청댈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쩌면 이 위기가 나로서는 또 한 번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아니, 기회가 되게끔 만들어야 하겠지.

‘흠…….’

***

[재우그룹은 오늘 재우에너지 제2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음을 알렸습니다.]

2007년 4월 1일.

그동안 일본의 딴지로 인해 미뤄졌던 재우에너지의 전고체 배터리가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안정성을 비롯하여 활용도가 워낙 무궁무진했던 탓에 사전 계약이 이루어진 전 세계 전자업체의 수만도 벌써 수백여 곳에 이르는 상황.

어디 전자분야 뿐일까, 기계를 비롯하여 에너지 저장장치를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서 수요가 폭발하다 보니 매출의 상승이 거의 혁명이라 불릴 정도였다.

[애플사는 오늘 자사가 출시한 스마트 폰에 재우의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또한 삼정 전자 역시 출시 예정 중인 스마트 폰에 동종의 배터리를…….]

세상은 역사보다 조금 앞서 본격적인 스마트 폰의 시대가 열렸다.

덕분에 고효율과 안전성을 제공하는 전고체 배터리의 수요는 더더욱 증가했고, 공장 증설이 완료된 지 고작 수개월 만에 제3, 제4의 공장 증설요구가 빗발쳤다.

“해외 생산 기지 건설을 검토해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김영기 대표는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는 재우 에너지 솔루션의 현 상황을 해외기지 건설로 극복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하지만 기술유출의 가능성으로 인해 그건 반려되었고, 정부와의 합의 하에 평택 인근에 10조 원 가량을 투자하여 세계 최대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 관련 부처에서 아주 입이 찢어졌던데요?”

“그럴 수밖에요. 고용인원은 둘째 치고 생산 유발 효과만도 어마어마하니까요.”

나로선 사실 그 점이 해외공장 건설 반대의 주요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자동화 되어가는 시스템으로 인해서 고용유발 효과야 다른 산업에 비해 조금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관련 산업과 인근 경제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니까.

더군다나 향후 몇 년간은 전 세계 경제에 암흑기가 도래한다.

즉, 국가 경제의 타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거지.

“참 테슬라의 신형 모델 출시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답니까?”

김영기 대표는 그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서류철 하나를 들이밀었다.

에버하드의 이름으로 날아온, 수십여 장의 신차 개발 및 공장 증설. 그리고 전장 업체 인수와 관련된 정기 보고서.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신차에 장착될 전고체 배터리 팩에 관한 것이었는데, 조금은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50퍼센트의 에너지 저장용량 증가라고요?”

“네, 전고체 전지의 경우 과도한 분리 막의 사용이 배제되는 제품이니 만큼 30퍼센트 가량 에너지 저장용량이 늘어난다고 하더군요. 그 상황에서 셀을 파우치나 허니콤 방식으로 가면 빈 공간의 활용이 가능하니까 최고 50퍼센트 까지 주행거리 향상이 기대 된다고 합니다.”

“그럼 한번 충전으로 최고 1200킬로미터를 주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리군요.”

“그렇죠. 게다가 충전 속도도 10분 내외로 가능하다 보니 내연기관 기반의 승용 차량 시장을 충분히 잠식 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렇겠죠. 인프라만 제대로 갖춰지면.”

“네, 바로 그 인프라가 문제인데, 아무래도 그 부분은 미국 정부 기관들과 협의가 필요할 상황 같습니다.”

미국 정부 기관과의 협의 부분은 아마도 에버하드의 제안이었을 거다.

본격적인 상용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는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을 테니까.

문제는 그가 그 정도의 대형 프로젝트를 밀고 나갈 기반이 없다는 것.

해서 그는 지금 내게 이 서류를 통해 암묵적인 부탁을 해 오고 있는 거다.

‘충전 인프라를 미국 전역에 갖추려면 확실히 미 정부의 조력이 필요하기는 하지.’

게다가 미국에서 먼저 성공을 해야 이 나라에도 먹혀 들 가능성이 크기에 나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부탁이고.

“알겠습니다. 분위기를 봐서 내년쯤 제가 미국에 직접 방문하겠다고 전하세요. 그동안 공장 증설은 물론 인수한 전장 업체의 관리에 신경을 쓰라고 하시고요. 참, 라이언에게도 미리 정치권 접촉을 시도하라고 언질을 해둬야 할 겁니다.”

“로비를 하시게요?”

“그렇습니다. 인프라 구축 문제에 있어서 정치권의 협력은 필수니만큼 로비를 배제하고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겁니다.”

난 결국 에버하드의 요청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미국 내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의 방해를 생각하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결국 한 번쯤은 부딪쳐야 할 문제인 것을.

‘가만!’

그때,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이제 곧 최악을 향해 달려갈 미국의 부동산 위기와 그로 인한 금융위기.

내 기억에 의하면 그 여파로 미국 내 자동차 업계는 그야말로 고사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

그 상황에서 과연 저들이 테슬라의 본격적인 시장진출을 방해할 여력이나 있을까?

당장 정부에 살려달라고 손을 벌여야 하는 입장에서?

“흠…….”

물론 내 예상과 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쉽게 말해서 당장 자국의 자동차 업계가 죽어 나갈 상황이니만큼 미 정부도 보수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하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테슬라도 미국 업체다.

하니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의 편만 들 수는 없을 터.

결과적으로 내가 어떻게 저들을 설득시키느냐. 즉 어떤 방식으로 로비를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건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앞으로 미국 내 부동산 경기는 끝을 모르고 추락할 텐데, 이때야 말로 충전 인프라 시설을 갖출 기반을 확보하기엔 최고의 시기가 아니냐는 말이다.

‘결국 돈 있는 놈은 살아남게 되는 것이 현실이 되는 세상이 도래하는 거지. 아니, 오히려 자본이 있는 놈들은 더 부자가 되는.’

생각이 그에 미치자 문득 최근 정리 중인 미국 내 자산들이 떠올랐다.

애초 이번 위기에 대비하여 일부 기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투자처는 정리 단계에 들어갔었기에 여유자금은 가히 천문학 적인 수준.

물론 그중 대부분은 위기가 터진 이후 다시 나락을 쓸어 담을 종잣돈이 되겠지만.

그동안 워낙 불려놓은 돈이 많아서 인프라 구축을 위한 부동산 매입도 어렵지는 않을 거다.

‘누군가에게 위기는 또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는 거지.’

“저 그런데…….윤 부회장님에 관한 소문이 사실입니까?”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김영기 대표가 넌지시 말을 던졌다.

안 그래도 그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퍼뜩 정신을 차린 채 그를 쳐다봤다.

“네, 사실입니다. 윤상현 부회장님께서는 최근 회사 일에 더는 신경을 쓰시지 못할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있는 상태십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연로하신 편은 아니지 않습니까.”

김영기 대표는 자못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탈레스로의 이직 이후 누구보다 윤 부회장과 가까운 사이였다 보니 안타까움은 더 했을 터.

하지만 윤 부회장의 경우 나이에 비해 유독 건강이 안 좋았던 것은 사실이고, 이젠 스스로도 물러나길 원하고 있기에 어쩔 수가 없다.

“남은 생은 유유자적 하고 싶다더군요.”

“윤 부회장님다운 말이군요.”

김영기 대표는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더는 할 말이 없었던 걸까, 이내 보고서를 챙기고 나서는 그를 향해 툭 하고 말을 던졌다.

“그래서 말입니다. 부회장 자리는 이제 현철 형님께서 혼자서 감당하는 것으로 하고, 그 밑으로 그룹 전반에 걸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그룹총괄 전략기획실장이라는 보직을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김 대표님을 앉힐 생각입니다만.”

“네?”

김영기 대표는 그 말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 있는 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

아무래도 그게 부담스러운 눈치인데, 나로선 아무리 주변을 살펴봐도 그 외에 선택지가 없다.

“제 생각에 재우에서 김 대표님 만큼 그 자리에 어울리는 분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김영기 대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절한다고 해서 내가 고집을 꺾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는 거지.

예상처럼 한참을 눈만 끔뻑이던 그가 결국엔 도리질을 하며 말한다.

“그거 아십니까? 솔직히 기쁘다기보다는 걱정부터 된다는 것.”

“…….”

“절 대체 얼마만큼이나 부려먹으실 생각이신지 그게 걱정이라는 말입니다.”

그 말에 헛웃음을 뱉어냈다.

이내 다시 밀린 서류에 사인을 하려는 차, 농담조의 말이 날아든다.

“그나저나 그 전략기획실장이라는 자리가 KAI의 안 대표보다는 윗선인 겁니까?”

“그룹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그렇죠. 한데 갑자기 그건 왜 따지시는 겁니까?”

“글쎄요. 그냥 자존심 같은 거죠. 솔직히 우리끼리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좀 있거든요. 국정원장 출신과 국방장관 출신 사이에선. 아무튼, 이제야 속이 좀 후련합니다. 그 능구렁이에게 대접을 좀 받아보는 것이 소원이었거든요.”

“…….”

“참, 그런데 소식은 들으셨죠?”

“무슨 소식 말입니까?”

뜬금없이 뱉어진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마치 희열에 젖은 듯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스친다 싶더니 속삭이듯 말한다.

“전에 회장님께서 은밀히 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개발을 지시하셨던 군집 드론 말입니다. 이스라엘에 제공했었던 제품을 기반으로 한. 그게 곧 실증 테스트가 가능할 것 같다고 합니다.”

“그게 벌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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