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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63화 (163/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63화

[최근 FOX TV 기자들에 의해 촬영된 이라크에서의 한국군 전투장면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틱!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국군의 전투능력은 실로 경악스러울 지경입니다. 족히 200여 명에 가까웠던 반군 세력들과 그들의 장갑차들이 고작 보병들에 의해 와해되었다는 것은…….]

틱!

[바로 이 장면입니다. 이 특전사 병사들의 무장. 이건 한마디로 전술의 진화나 다름없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습니다.]

틱!

해외 주요 외신들의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 않았다.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과 러시아. 하다못해 동남아에서조차도 연일 FOX TV에서 방영했던 영상을 가지고 온갖 분석에 나선 상황.

처음엔 단지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싶었지만.

마치 한때 미국의 F22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의 깊이는 더해졌고, 이젠 재우라는 이름이 외신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이 거의 일상이 되어갔다.

[이 수트를 창조해낸 곳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체인 재우 그룹이라고 합니다. 요 몇 년 사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재우 그룹은 방위산업체의 영역을 넘어서 자동차와 기계. 그리고 첨단 소재 분야는 물론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 분야에까지 손을 뻗고 있는 거대 그룹입니다.]

“흠…….”

뉴스를 보며 떠오르는 말은 오로지 하나 뿐이었다.

폭스 TV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하나가 앞으로 꽤 많은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것.

그걸 증명하듯 워리어플랫폼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더 깊어졌고, 이제까지 사람들의 관념에 박혀 있던, 지상전은 오로지 전차와 포가 지배한다는 개념은 조금씩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가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주연과 조연이 바뀔 수는 없지. 누가 뭐라 해도 지상전의 핵심은 기갑전력인 것이 사실이니까.’

사실 사람들도 그 점을 모르지는 않을 거다.

아무리 병사들의 무장이 발전한다 해도 결국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이 절대 무적이 될 수는 없다는 것.

그럼에도 저렇듯 열광하는 것은 이제껏 희생물에 불과했던 병사들이 당당히 주역으로 올라선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뭐가 됐건, 상황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 앞으로 워리어플랫폼 개발은 속도가 빨라지겠지.’

******

끼익!

며칠 후, 난 그동안 내내 지속했던 갈등을 떨치고 워리어플랫폼 개발 센터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내 방문에 희원은 와락 눈살을 찌푸렸고, 난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말들을 쏟아냈다.

“앞으로 워리어 플랫폼 개발 센터를 대폭 확장할 생각이다.”

“아 또 왜?”

난 놈의 투정을 뒤로하고 노트북을 켰다.

이내 놈을 향해 보여준 것은 며칠 전 뉴스를 통해 전해졌던 우리 특전사들의 전투장면.

하지만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희원은 여전히 멀뚱멀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걸 보고 뭐 느끼는 것 없어?”

“내가 무슨 변태도 아니고, 전쟁 장면을 보면서 오르가즘이라도 느껴야 하는 거냐?”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보면 알겠지만 이 영상 속 반군들의 무장수준은 절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었어. 변변한 방호력을 갖추지 못한 트럭이야 그렇다 쳐도 장갑차까지 동원된 것은 솔직히 의외였달까. 한데 그 결과는…… 우리 군의 압승이었지.”

“그래서?”

“해서 난 이걸 본 순간 깨달음을 하나 얻었어. 잘하면 앞으로는 병사들 하나하나가 기갑 세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뭔 헛소리야?”

희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꾸했다.

표정으로 봐선 정말로 이해를 못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미래가 두려운 것에서 나온 반응인 듯한 느낌.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놈의 운명인 것을.

“물론 저 수트와 외골격이 만능은 아니야. 게다가 저 40밀리 미사일의 한계도 명확하고. 해서 난 앞으로 좀 더 화력이 강화된 워리어플랫폼을 개발할 생각이라는 거다.”

“굳이 그럴 필요가 뭐가 있어. 어차피 지금의 성능 정도로도 반군 정도야 충분히 상대가 가능한 마당에.”

희원은 반론을 제기했다.

뭐 따지고 보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그건 내 꿈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나온 반응이었다.

“우리가 언제까지고 중동 지역의 반군 세력만 상대할 거라고 생각해?”

“…….”

놈은 여전히 멍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마친 책상 위엔 펜과 종이가 있던 상태.

즉시 그걸 가져다 그림을 그려 보였다.

“뭐, 뭐냐 이건…… 40밀리 유도 미사일을 다연장 발사 시스템으로 가자고?”

“맞아, 최소 6연발 정도. 이걸 외골격 수트에 견착하게끔 해서 병사 하나를 아예 움직이는 미사일 터렛이 되게 하는 거지. 물론 모든 외골격을 전부 이렇게 개조하자는 것은 아니야. 소대 또는 분대당 한 명씩이라도 보직을 새로 구성하자는 거지.”

“…….”

“그렇게 되면 보병 자체가 진짜 기갑 세력이 되는 거야. 그럼 북한은 물론 중국의 육상 전력을 상대하는 것에도 엄청난 도움이 되지 않겠어?”

사실 그 개념은 회귀 전에도 군에 제기 되었던 것이었다.

부족해진 분대 지원 화기를 대체하기 위해 저구경의 스마트 포탄을 다연장 시스템으로 갖추어 보병에게 일임하자는.

물론 내가 회귀하기 전까지 그게 현실화 되지는 않았지만, 외골격 시스템과 연계하면 충분히 가능한 개념이었기에 한동안은 신중하게 논의가 되었었다.

“이런 미친…….”

희원은 헛웃음을 뱉어냈다.

상식을 파괴하는 명제긴 했어도 그게 영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낀 거지.

따지고 보면 외골격 역시도 현실성이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기어이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아니, 어디 만들어지기만 했을까, 결국엔 이렇듯 엄청난 성능을 보이기까지 했지.

“아! 마침 말이 나왔으니 하는 건데, 구동부 보호를 위한 개량도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전투 중에 충격으로 인한 고장이 발생했다더군.”

막상 그 생각을 하자 문득 이라크에서 전해졌던 소식 하나가 떠올랐다.

다행히 그 소식은 그도 알고는 있었던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한다.

“나도 들었어.”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해.”

“글쎄, 일단 문제를 일으킨 외골격을 다시 공수해 와서 분해를 해봐야 확실하게 알 것 같다만, 아마도 한계 이상의 충격에 구동부의 부품들이 못 버틴 거지 싶다.”

“티타늄의 비율을 높인다면?”

“그것도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아. 단순히 강도만 높이는 것엔 한계가 있거든. 더군다나 생산 비용의 증가도 무시할 수 없고.”

“흠…….”

“그렇다 해도 운용상에 별문제는 없을 것 같으니 너무 걱정 할 건 없어.”

뜬금없는 놈의 말에 힐끗 쳐다봤다.

마침 마네킹에 장착된 외골격을 손으로 가리킨 희원은 제법 그럴듯한 말을 뱉어냈다.

“솔직히 이번에 고장을 일으킨 개체는 좀 특수한 상황이었잖아. 난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해.”

듣고 보니 그도 그랬다.

성능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상황이면 굳이 운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지.

왠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머쓱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문득 들려오는 놈의 말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놈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것은 동영상과 함께 띄워 놓았던 이미지 파일.

그 역시 보병들의 전투능력 증강을 위해 구상 중이었던 부분이었던 터라 즉시 설명을 이었다.

“보병들을 온전한 기갑 세력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조건이지.”

“……이 폴라베어가?”

놈은 그 말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하긴, 얼핏 보면 저건 그냥 폴라베어의 모습이니까.

난 즉시 다른 이미지 하나를 더 띄우며 놈에게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보병들에게 가장 위험이 되는 것은 전차와 공격헬기들이야. 막말로 그들에게 걸리는 순간이면 중무장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몰살은 시간문제지.”

“그거야 어쩔 수 없는 보병의 운명 아니야? 장갑차량들이라면 모를까, 아무리 강화된 무장을 갖춘 병력이라도 전차와 공격헬기들을 상대할 수는 없으니까.”

희원은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웃으며 놈의 어깨를 두드리곤 설명을 이었다.

“그걸 당연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거야.”

“…….”

“쉽게 말해서 최대한 발각되지 않고 먼저 적을 섬멸할 기회를 갖게 하자는 거다.”

“당최 무슨 소린지 원.”

놈은 도리질을 하며 쳐다봤다.

즉시 파일 하나를 더 띄우며 설명을 이었다.

“이 폴라베어에는 메타 물질 코팅을 시도할 생각이야. 그렇게 되면 적외선 탐지에 대한 위험에서도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되지.”

“차량을 스텔스화 하자는 거야?”

“맞아, 그리고 차량 자체에 대전차 미사일과 대공 미사일을 탑재할 생각이다.”

놈은 그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도 잠시, 부르르 머리를 털어낸 놈이 다시 말한다.

“대전차 미사일은 그렇다 치고, 전술 차량에 대공 미사일을 탑재한다고?”

“그래, 그것도 사거리가 대략 15킬로미터쯤은 보장된 것으로. 그렇게 되면 적 공격헬기들은 쉽게 접근할 수가 없어지게 되는 거야. 대부분의 공격헬기들이 보유한 대전차 미사일들은 사거리가 길어야 10킬로미터 내외인데, 그 범위 밖에서 먼저 대응이 가능해져 버리니까.”

“……하지만 그 정도 사거리가 나오려면 미사일의 크기가 커져서 폴라베어가 감당하기가 힘들 텐데?”

희원은 제법 핵심적인 부분을 짚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대책을 세워둔 상태.

즉시 마우스를 클릭하여 다른 이미지 파일을 띄워 보였다.

“이건 최근 탈레스가 개발한 고체연료 기반 추진 시스템이야. 이걸 기초로 하면 사거리 20킬로미터 급의 미사일을 휴대가 가능한 수준으로 스케일링다운 할 수가 있어.”

“탈레스에서 이걸 개발했다고?”

희원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이제껏 재우의 브레인 역할을 하던 것은 희원이 담당하고 있던 연구소였지 탈레스가 아니었으니까.

쉽게 말해서 기술의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사실 나로서도 그 점은 조금 의외였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건데, 이제 연구소도 분발해야 할 거다. 탈레스의 수준이 어느 순간 확 뛰어 올라와 버렸으니까.”

난 다시 놈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웃어 보였다.

충격이 꽤 컸던 걸까, 놈은 연신 눈을 끔뻑이며 되묻는다.

“탈레스에서 천재들이라도 영입한 거냐?”

“아니, 근래 들어서 탈레스 연구소에 인원이 확충 된 적은 없었어. 다만, 기존 연구원들이 미친 듯이 연구에 매진 한 덕분인 거지.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는 좀 분발해야 할 거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젠 탈레스에서도 제법 그럴듯한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잖아. 하니 나로선 당연히 지원을 해주는 수밖에.”

“아니 왜 굳이 이중으로…… 너 설마 연구소들을 경쟁체제로 만들 생각이냐?”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내내 표정이 바뀌던 희원은 덥석 내 옷깃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야, 이 악덕 회장 놈아. 내가 너 때문에 아직까지 애도 없어. 그 마당에 뭐? 경쟁체제? 죽고 싶냐?”

“…….”

***

-좋은 소식 하나 알려드리죠. 의회에서 방금 특별예산이 통과되었답니다.

며칠 후, 마이클은 뜬금없는 소식 하나를 내게 전해왔다.

미국의 특별예산 통과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의아한 마음에 침묵으로 일관하자 수화기 저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예산이 고스란히 재우에게 갈 돈이니 진 회장님으로서는 좋은 소식 아니겠습니까?

[설마…… 우리 특전사들이 갖추고 있는 무장을 미군에서도 도입하겠다는 겁니까?]

당장은 생각나는 것이 그것뿐이었던 터라 되물었다.

들려오는 것은 긍정의 웃음.

당황스러운 마음에 즉시 대꾸했다.

[하지만 능동형 외골격의 경우 아직 개발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닙니다.]

-아! 그 문제라면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문제야 차차 해결을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전장을 통해 오류들을 수정해 나간 것처럼.

[…….]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미군이 보유한 무기들 중 대부분은 사실상 전장을 통해 그 운용검증을 거쳐 왔던 상태.

게다가 검증은 검증일뿐,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저들의 입장에선 굳이 배제할 이유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 어느 정도 물량이나…….]

-이번에 편성된 특별예산의 규모는 이라크에서 작전중인 101 병력들을 무장시키는 정도일 겁니다. 사실 그 정도도 워낙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요.

그렇다 해도 아마 수조 원에 육박할 거다.

뭐 몇 년 사이 1600억 달러나 전비로 퍼부었던 것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겠지만. 그래도 이건 왠지 지나치게 과한, 아니 서두르는 느낌.

그 탓에 자연스레 뇌리를 스친 것은 혹시 저들이 이걸 통해서 발을 걸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었다.

쉽게 말해서 적당한 선물을 던져주고 공동개발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진 회장님께 알려드릴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곧 의심을 증폭시켜줄 만한 말이 들려왔다.

절로 마른 침이 넘어가려는 차, 그의 입에서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가 거론됐다.

-몇 년 전 미 국방부와 재우 사이에 워리어플랫폼 공동개발에 대한 합의를 했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그랬죠.]

순간 드는 난처함에 절로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하필 그걸 이 상황에서 거론하는 의도야 뻔하니까.

물론 나로서도 이젠 공동개발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보다 확실한 이익을 보장 받는 형태가 아닌, 이런 식으로 꼬투리가 잡혀 끌려가는 것은 원했던 방식이 아니다.

-하하, 너무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난 지금 그걸로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는 아니니까요.

그때, 마이클이 서둘러 변명했다.

침묵으로 일관하자 그가 넌지시 말을 잇는다.

-이건 어떻습니까. 진 회장님의 고집으로 봐선 전신 방탄 수트의 기술을 내놓으라는 것은 무리일 테고, 외골격만큼은 재우가 지분의 60%를 확보하는 선에서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것으로.]

[…….]

-아! 물론 대가가 주어져야겠죠.

그는 내가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다시 단서를 달았다.

무얼 제시할 생각일까.

내심 기대감을 가지려는 차에 깜짝 놀랄 만한 말이 들려온다.

-전자전 포드 기술을 이전해 드리죠. 그리고 현재 레이시온과 보잉이 진행 중인 EMP탄 개발 사업에 재우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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