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61화
[사담 후세인의 사형 집행 소식이후 반군들의 결집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2007년 1월 23일, 키르쿠크.
위성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미국 뉴스 전문 매체에서는 격화되어 가는 이라크 반군들의 결집 소식에 우려를 표했다.
막사 안에서 TV를 지켜보고 있던 한국군 병력들의 입에선 절로 한숨이 뱉어졌고, 지원대의 이용화 소령의 입에선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젠장, 한동안 피곤해지겠군. 아니 아무리 악당이라지만 저렇게 사형집행 장면이 버젓이 돌아다니게 만들면 어쩌자는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악당이었다지만 그래도 한 국가의 대통령이었던 자인데, 저렇듯 모욕적인 장면을 보면 반군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겠죠.”
곁에서 듣고 있던 송이현 준위는 그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이내 볼륨을 좀 더 높이려는 듯 그가 TV를 향해 다가서던 순간, 갑자기 막사의 문이 벌컥 열리며 김웅렬 대령이 들어섰다.
“잠시 주목!”
스윽.
왠지 심상치 않아 보이는 지휘관의 태도에 지원대 전체엔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보통 저런 표정 뒤에 나오는 말은 늘 출동 대기 명령 내지는 정찰 활동을 지시하는 거였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막사의 중앙을 향해 걸어간 김웅렬 대령은 마침 그곳에 있던 화이트 보드에 무언가를 그려가기 시작했다.
“현재 후세인이 지원하던 수니파 세력 일부와 친위세력들 중 일부가 키르쿠크 외곽 지역에서 결집 중이라는 첩보가 들어왔다. 해서 25사단 병력들과 우리 특전사 병력들이 정찰에 나설 예정인데, 이번엔 여러분들도 투입된다.”
“아파치가 아니라 저희를 투입한다고요?”
그 말에 이용화 소령이 즉시 반응했다.
신뢰성을 문제 삼을 때는 언제고.
게다가 주둔지엔 현재 2개편대나 되는 아파치가 대기 중인 마당에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이 떨어진 건지 그로선 의문일 수밖에 없었다.
“아파치 편대 역시 작전에 투입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단, 그들은 키르쿠크 북쪽 지역을. 그리고 우린 남쪽 지역의 정찰을 맡았다.”
“그 말씀은,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펼친다는 말입니까?”
이용화 소령은 놀랍다는 듯 되물었다.
연합군이라고는 해도 늘 미군의 지휘 아래 모든 작전이 이루어지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
한데 이건 그 전통을 무너트리는 결과가 아니던가.
마침 그 점을 상기 시키려는 듯 김웅렬 대령은 한껏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 이번 남쪽 지역 정찰은 전적으로 우리군 지원 편대와 특전사들로만 구성된 병력들로 시행된다. 하니, 전보다 바짝 정신들을 차리고 임무에 임하도록.”
김웅렬 대령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막사를 빠져나갔다.
첫 독자적임 임무.
이용화 소령을 비롯한 막사 안의 모든 장교들은 멍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이거 상황이 골 때리게 됐는데?”
*******
척!
무장사의 손짓은 모든 무장이 정상장착 되었음을 알려오는 것이었다.
이후 미군 통제관의 안내에 따라 동체를 띄운 이용화 소령은 즉시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고, 곧 무전을 통해 편대기들과의 교신을 시도한다.
[신호 양호. 항속거리 유지.]
4기의 포사는 이용화 소령의 지휘에 따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비행을 시작했다.
레이더 상에 아직 이렇다 할 이상 징후는 탐지되지 않는 상태.
AESA의 탑지거리를 생각하면 이대로 40킬로미터 이상은 별 의미 없는 비행이 될 예정이다.
[북쪽에선 교전이 시작된 모양인데요?]
한동안 본대에서 날아오는 무전이 시끄럽더니 교전 소식이었던 모양이다.
산발적인 공격을 퍼붓는 반군들의 특성상 남쪽 지역도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
이용화는 잠시나마 늦춰 뒀던 긴장감을 끌어 올리며 레이더를 주시한다.
[11시 방향 32킬로미터 지점에 특이신호 발생.]
그때, 포사의 AESA에 무언가 잡혔다.
위험요소로 분류되는 모든 것들을 감지하여 우선 표시해주는 알고리즘의 특성상 일반적인 신호는 아닐 터.
이용화는 즉시 고도를 높여 SAR레이더의 모니터를 주시했고, 신호가 발생했던 지점에서 무수한 무장트럭들이 대기 중임을 알아냈다.
[놈들도 어지간히 운이 없군.]
그는 속으로 비웃음을 뱉어냈다.
나름대로는 아파치의 탐지 거리를 염두에 둔 집결지였을 터.
하지만 그보다 몇 배는 긴 탐지 거리를 가진 포사에게 걸렸으니 운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 않던가.
[2호기는 나를 지원하고 3, 4호기는 3시 방향으로 정찰지역을 수정한다.]
이용화는 즉시 편대에 명령을 내리곤 목표지점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어느덧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온 목표지점.
몇 번이고 무전과 피아식별장치를 통해 반군임을 확인한 이용화는 아주 잠시간의 갈등 끝에 결국 대전차 미사일의 발사 스위치를 당긴다.
푸슉!
짧은 진동과 함께 미사일이 날아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흑백 모니터 속에 있던 목표지점의 트럭 한 대가 산산이 박살 나며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푸슉!
뒤이어 발사한 로켓들은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차량들을 향해 날아갔다.
대부분은 대공방어용 무장들을 뒤편에 장착하고 있던 것들.
하지만 2대의 포사가 쏟아내는 로켓들은 단 한 대의 트럭도 놓치지 않았고, 이제 화면상에 포사를 공격할 만한 대공방어수단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접근한다.]
대공 방어 능력이 무력화된 상태에선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즉시 속도를 높여 목표를 향해 접근한 이용화는 다시 적외선 추적 장비를 향해 눈을 돌렸고, 이후 기관포를 이용하여 잔당들의 색출에 나섰다.
[클리어!]
이용화는 불과 15분 만에 반군 세력의 소탕에 성공했다.
단 2기의 공격헬기만으로 잡아낸 적 무장 트럭의 수만도 30여 대.
또한 체인건의 위력에 날아가 버린 적들은 차마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쯧…….]
기수를 돌린 이용화는 뒤늦게 따라오는 자괴감을 애써 삭혔다.
이건 사실상 전투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으니까.
하지만 감정에 휘말릴 여유는 없다.
만약 저들을 그냥 뒀다가 아군이 피해를 입을 텐데, 그땐 이 감정이 사치가 될 테니까.
안타깝지만 전쟁이란 바로 그런 것이며 이미 그 전장의 한복판에 있는 그로선 지금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곤란하다.
[복귀한다.]
******
부우우웅!
대한민국 특전사 병력들이 도착한 곳은 키르쿠크 남쪽 20킬로미터 지점에 있던 구도심 지역이었다.
일부 후세인 친위대 잔당 세력들이 이곳을 거점으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첩보.
이번 작전은 그들의 규모가 더 커지기 전에 미리 싹을 자르겠다는 지휘부의 판단에서 비롯된 거였다.
치직!
[위치 확인.]
작전 지휘관의 무전명령에 따라 병력들은 주변 건물들로 조심스레 스며들었다.
이후 각자의 임무에 따라 조가 나눠진 그들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난관을 염려하여 무장을 재점검했다.
철컥!
1조장 김해인 대위는 소총에 40밀리 유도미사일을 장착하며 헛웃음을 뱉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은 40밀리 유도 미사일이 이젠 전차를 격파할 능력마저 갖추었으니까.
사실이라면 이제 그들은 한 명 한 명이 걸어 다니는 기갑세력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대체 한국의 국방력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상승해 버린 것인지 영 실감이 나질 않았다.
[2조는 각 건물들끼리 연결된 지하 통로를 목표로 한다. 그리고 3조는 전방에 있는 백화점 건물의 옥상으로 침투하여 주변 상황을 주시한다.]
우르르르!
지휘관의 명령에 병력들이 움직임을 시작했다.
만약 이곳에 정말로 반군 세력들이 숨어 있다면 이미 접근쯤은 눈치를 챘을 터.
그럼에도 조용하기만 한 주변 분위기에 김해인 대위는 약간의 불안함을 느꼈다.
“백화점 건물부터 수색한다.”
김해인 대위의 명령에 1조 대원들이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1층 이상 무.]
[2층 이상 무]
곧이어 들려오는 무전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무저항의 연속.
혹여 첩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들 정도다.
탕!
순간, 어디선가 들려온 총소리와 동시에 김해인 대위의 코앞에 있던 벽에서 불꽃이 튀었다.
저격을 시도했던 듯한 느낌.
“엎드려!”
즉시 부하들을 향해 명령을 내린 김 대위는 즉시 옥상으로 향했을 3조를 향해 무전을 날렸다.
치직!
[백화점 4층 확인요망.]
[접수.]
무전을 받은 3조에선 짧은 대꾸가 날아왔다.
이후 들려오는 것은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
슬쩍 머리를 들어 저편을 확인하자 3조원 들 중 일부가 로프를 타고 백화점 4층 건물 내로 침투 중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탕탕!
이후 그곳에선 총소리가 난무했다.
갑작스러운 특전사의 침투에 당황한 저격수가 다급히 대응을 한 거겠지.
하지만 고작 5.56밀리 총탄으로 전신 수트를 뚫을 수는 없었을 터.
아마 조만간 상황이 정리 되었다는 무전이 날아올 거다.
[클리어!]
예상대로 곧 무전에선 저격수를 처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려는 차, 곳곳에서 산발적인 총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달려!”
김 대위는 빠른 목표지점의 확보를 위해 내달렸다.
그곳을 미리 점령해야만 혹시 있을지 모를, 외부지원 세력들의 진입을 차단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막 코너를 돌았을 무렵,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그들의 앞을 웬 청년 하나가 막아섰다.
“정지!”
김 대위는 다급히 총을 겨누며 청년을 쳐다봤다.
당황스럽게도 청년의 몸엔 사제폭탄이 둘러져 있던 상태.
즉시 놈의 손을 쳐다봤지만 격발장치는 보이지가 않는다.
“빌어먹을! 피해.”
김 대위는 즉시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하들은 바로 돌아서기만 하면 폭발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위치라는 것.
문제는 김 대위 자신이었는데, 이제 와서 피하기엔 청년과 그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다.
씨익!
순간 놈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내 무언가를 읊조리던 놈은 곧장 건너편 건물을 향해 시선을 준다.
우직!
김 대위는 다급한 마음에 놈이 열고 나왔던 방화 문을 뜯어내어 몸을 보호했다.
퍼엉!
그와 동시에 터져 버린 놈의 몸.
폭발의 영향으로 인해 김 대위의 몸은 문짝과 함께 수 미터를 날아가 버렸다.
“조장님!”
놀란 조원들은 다급히 그를 향해 달려갔다.
이내 그를 덮치고 있던, 철로 된 문짝을 걷어내자 김 대위가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허우적댄다.
“시발, 저 개자식 때문에 외골격이 망가진 것 같은데? 이봐, 이 중사. 나 좀 일으켜줘.”
“…….”
조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를 일으켰다.
외관상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이건만, 구동부가 나가기라도 한 모양인지 그는 연신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정말 다친 곳 없습니까?”
“없어. 저 방화 문이 대부분의 충격을 감당해 버려서.”
그 말에 대원들의 시선은 다시 방화문으로 향했다.
움푹 찌그러져 있는 방화문의 모습.
그나마 사제폭발물이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대원들의 머리를 스쳤다.
“파편형 폭탄이었다면 아무리 전신 수트였다 해도 감당하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나도 알아.”
김 대위는 짧은 대꾸를 끝으로 재빨리 무전기를 들었다.
분명 폭사한 청년의 손에는 격발 장치가 없었던 상태.
그건 곧 어디선가 무선으로 폭발을 유도했다는 건데, 마지막으로 놈이 시선을 주었던 건물이 수상쩍었다.
[4조. 현재 우리의 위치 건너편 건물을 수색하길 바란다.]
[접수.]
되돌아온 무전에 김 대위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조심스레 내려다본 스스로의 몸.
그 짧은 사이 방화 문으로 몸을 막을 생각을 한 자신도 대견하지만, 그걸 정말로 가능하게 해준 외골격 수트도 대단하지 싶었다.
******
스윽!
김 대위의 무전을 받은 4조장 한훈 대위는 조심스레 목표지점의 건물로 접근했다.
탕탕!
아직 사방에선 교전이 진행 중인 상태.
퍼엉!
간간히 폭발음까지 들려오는 것으로 봐선 적의 저항이 꽤 치열한 모양이었다.
“ﭥﭔﮕﮗﮆ!”
“ﭴﭵﭢﭳﮃﮔﮆ
건물 3층에 이르렀을 무렵 누군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심스레 접근한 한 대위는 슬쩍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봤고, 그곳에서 웬 미국인 한 무리가 묶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