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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59화 (159/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59화

“저희 편대는 대기하라고요?

공중지원대의 이용화 소령은 들려온 소식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상전에서 공격헬기의 역할은 위험 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

한데 그런 중요한 수단에게 임무 대기를 명령하는 것은 이치에 안 맞는 일이 아니던가.

“대체 무슨 생각이랍니까?”

게다가 이번 임무는 특전사 요원들마저 대거 투입되는 상황이다.

그들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포사의 투입은 당연한 것 아닐까.

“어차피 아파치가 선두에서 위험 요소 제거작업에 나설 걸세. 그 마당에 굳이 포사까지 필요하지는 않다는 거겠지. 더군다나 포사는 아직 사막에서의 비행성능이 검증 되지 않은 기체 아닌가.”

김웅렬 대령은 심정을 이해 한다는 듯 이용화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결국엔 신뢰성의 문제.

이용화 소령은 그제야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지독한 모래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포사를 운용해 본적은 없던 상태니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럼 저희는 이대로 영내 대기만 하라는 겁니까?”

“대기라고는 해도 언제든 출동 준비는 해 두어야 할 걸세. 여기선 종종 후방부대가 급습을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니까.”

그 부분은 이용화 소령도 익히 들었던 문제였다.

요 몇 년, 미군의 희생이 가장 컸던 것이 반군의 후방부대 급습이라는 것.

하면 오히려 더 긴장을 해야 할 일인 건가.

그는 잠시 가졌던 불만을 날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지원 요청을 받게 되면 최선을 다해주게나. 자네들의 손에 우리 특전사 요원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몇 번이고 강조하는 김웅렬 대령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엿보였다.

하긴, 지휘관으로서 부하들의 안전이 걱정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덕분에 이용화 소령의 얼굴도 잔뜩 긴장으로 물들어 갔다.

*******

“선두로 출발했던 2대대가 약 20킬로미터 쯤 떨어진 외곽 지역에서 교전 중이랍니다.”

헐레벌떡 영내로 뛰어들어온 메이어 하사의 외침에 영내 대기 중이던 2중대 병력들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숱한 경험상 앞으로 벌어질 일들쯤이야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니까.

아마 적들은 막강한 본대의 화력을 피해 산개할 테고, 이후 재정비를 거친 그들의 공격은 후방을 노릴 것이라는 사실을.

스윽.

마크 중사는 잠시 시계를 쳐다봤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

선두조가 출발한 지 꼬박 3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곧 전투유지 지원대대가 출발할 시간이고, 그것 곧 후방을 맡을 2중대 역시 출발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뜻했다.

“각자 장비 점검 철저하게 하도록. 지난번처럼 전투 중에 총기 고장으로 허둥대는 일이 또 발생하면 곤란하니까.”

말을 뱉어내던 마크의 시선은 곧바로 메이어에게로 향했다.

마치 그게 ‘너를 두고 하는 말인 것은 알고 있지?’ 싶은 표정과 함께.

지은 죄가 있던 터라 메이어는 곧장 시선을 피했고, 이내 야시경을 비롯한 여타 장비들을 만지작대며 딴청을 부렸다.

“이놈의 야시경은 영 제값을 못하네. 그나저나 저 친구들은 지나치게 침착한 것 아닙니까?”

그 말에 마크의 시선이 자연스레 막사 밖으로 향했다.

오전부터 출동 대기 중이던 한국군들.

막상 그말에 호기심이 돋았던 걸까, 마크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대기 중이던 한국군을 쳐다봤고, 뒤이어 막사 안에 있던 미군 병사들 역시 죄다 그들을 향한 관심을 드러냈다.

“죽어라 총만 닦아대는 것으로 봐선 침착한 것이 아니라 긴장한 것 같은데요?”

누군가 뱉어낸 말에 막사 안에선 웃음이 번졌다.

하긴 전투가 벌어지면 저들로서는 최초로 실전에 참여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만큼 그럴 수도 있겠지.

자신의 첫 전투가 떠오르기라도 한 듯 마크 역시 헛웃음을 뱉어냈다.

“어?”

그때, 메이어 하사의 입에서 의문을 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툭 하고 턱을 떨어트리는 그의 모습에 마크의 시선은 다시 한국군이 있던 방향으로 향했고, 곧 그의 입도 한 뼘이나 벌어졌다.

“저, 저게 뭐야?”

그가 본 것은 한참 장비를 점검하고 있던 한국군 중 일부가 괴상한 장비를 몸에 걸치는 장면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걸친다기보다는 장착한다는 표현이 맞는 거겠지.

팔과 다리. 그리고 등으로 이어진.

놀란 것은 그만이 아닌 듯 막사 안은 순식간에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때마침 누군가의 입에서 그것의 정체가 밝혀졌다.

“저거 외골격 수트 아닙니까?”

“…….”

마크는 그 말에 다시 한번 눈을 끔뻑였다.

사실이라면 이건 혁명이나 다름없으니까.

다른 걸 떠나서 지상 최강이라는 미군도 아직 갖추지 못한 전투 체계를 동양의 작은 나라 군대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혁명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스윽.

그때, 막 장비 점검을 끝낸 한국군 병사와 마크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얼핏 스쳐 간 상대의 눈빛에선 느껴지는 것은 지독할 정도의 차분함. 마크는 비로소 그게 긴장 따위와는 상관없는 태도임을 확신했다.

“이거……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분위긴데?”

*******

부우웅!

[전방 이상 징후 없습니다.]

이동을 시작한 것도 어느덧 1시간째, 다행히 적의 출몰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1시간만 더 내달리면 쿠르드 족이 주둔하고 있는 안전지대로 들어서는 상황.

마크는 그제야 잔뜩 몸을 파고들었던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내려놨다.

“한국군은 잘 따라오고 있는 거겠죠?”

메이어는 걱정스럽다는 투로 후방을 쳐다보며 말했다.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군으로서는 모래사장이나 다름없는 곳을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다행히 거리는 벌어지지는 않는 상태였고, 그 모습을 본 메이어는 나지막이 칭찬의 말을 뱉어냈다.

“다들 운전 실력은 그래도 쓸 만 한데요?”

“그나마 다행이군.”

마크는 메이어를 따라 힐끗 뒤를 쳐다보곤 대꾸했다.

이내 무심한 표정으로 다시 전방을 주시하려는 차, 메이어가 뜬금없는 말을 툭 던진다.

“1중대 도넌 상사님의 말에 의하면 저들도 전투 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무슨 소리야? 한국군이 전투에 참여할 일이 언제 있었다고.”

“몇 년 전에 한국 의료지원단이 납치당했던 사건이 있었잖습니까. 그때 구출 작전에 참여했던 병력들 중 일부가 이번에도 파병을 자원했다고 합니다.”

“그래?”

마크는 의외라는 듯 대꾸하곤 다시 뒤를 쳐다봤다.

때마침 떠오른 것은 장비를 점검하는 저들의 빠르고 날렵한 행동들.

역시나 저들이 보였던 차분함은 긴장감 따위와는 상관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뭐 우리로서야 그편이…….”

털썩!

막 대꾸를 이으려던 순간, 갑자기 차량 밖으로 몸을 내밀고 있던 기관총 사수가 힘없이 주저앉았다.

순간적으로 마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사수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

“저격이다!”

당황한 마크는 즉시 무전기를 들고 소리 쳤고, 덕분에 앞서 달리던 차량들의 기관총 사수들이 재빨리 몸을 숨겼다.

쾅!

이후 어디선가 날아온 RPG에 당한 선두차량 한 대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뒤집어졌다.

놀란 행렬은 즉시 산개하며 RPG가 날아온 방향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

마크 역시 재빨리 차량에서 뛰어 내려선 차량을 방패막이 삼아 응사했다.

퍼엉!

그때, 또다시 날아온 RPG의 폭발력에 의해 후방에 있던 폴라베어 한 대가 옆으로 쓰러진다.

그나마 내부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던 듯, 낑낑거리며 차에서 빠져나오려는 병력들의 모습.

탕탕!

하지만 마치 그건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저편에서 다시 총탄 세례가 쏟아진다.

“빌어먹을, 저러다 RPG에 직격이라도 당하면…….”

지켜보고 있던 마크는 덜컥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필이면 적이 있는 방향을 향해 노출 되어 있는 곳이 가장 방호력이 약한 상부 였기에.

만약 적들이 저곳을 노리고 RPG를 날린다면 상황은 그걸로 끝인 거다.

팅팅!

다행히도 당장은 총탄만 날아올 뿐이었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다음엔 다시 RPG를 날려 대겠지.

마크의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 졌다.

“하필, 폐쇄된 시가지일 건 또 뭐야.”

뒤늦게 살펴본 주변은 온통 부서진 폐가들이 난무한 구도심 지역이었다.

선두에 의해 정리가 끝났다고 들었건만.

어딘가에 숨어 있던 잔당들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이런 곳에서 숨어 있을 곳이 한두 곳일까.”

마크는 채 빠져나오지 못한 동료들을 다시 쳐다봤다.

날아오는 저격 총탄으로 인해 그들은 여전히 몸을 빼지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부우웅!

그때, 뒤따라오던 한국군의 차량 한 대가 쓰러진 폴라베어를 막아섰다.

뒤이어 차량에서 뛰어내린 특전사들 중 몇몇이 재빨리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몇몇은 쓰러진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미군들을 빼내려는듯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πρστυο!”

한참 차량의 문을 붙잡고 낑낑대던 한국군 특전사가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마크 입장에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필시 문에 문제가 생긴 듯한 느낌.

절망적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던 순간 갑자기 저편에서 두 명이나 되는 외골격 수트를 장착한 특전사들이 달려왔다.

흔들!

그들은 재빨리 차량을 흔들며 무언가를 가늠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아무래도 차량을 다시 뒤집을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느낌.

하지만 곧 그건 포기한 듯 보였고, 이내 그들은 차량 내부에 갇혀있는 마크의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시작했다.

“뭘 하려는 거야?”

마크는 계속해서 주변을 경계하며 그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순간 외골격 수트의 특전사들이 갑자기 차량의 뒤편을 향해 돌아가더니 손에 쥔 무언가를 후방 창틈에 끼워 넣는다.

우직!

격한 소리와 함께 방탄유리창이 통째로 뜯겨져 나왔다.

그 단단한 폴라베어의 문짝을 뜯어낼 수는 없으니 대신 후방창문의 접합 부위를 노린 듯.

그 짧은 타이밍에 그런 생각을 한 것도 대단하지만, 그걸 가능하게 하는 저 외골격의 능력도 대단하다 싶었다.

“미친……. 군대가 아니라 로보캅을 보낸 거냐?”

퍽!

그때, 경계를 서던 한국군 중 하나가 몸을 휘청거렸다.

필시 저격에 당한 모양새.

하지만 충격으로 웅크렸던 한국군은 계속해서 미군을 빼내는 것에 몰두했고, 곁에 있던 다른 한국군은 재빨리 총탄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총을 겨눴다.

퉁!

이후 한국군의 총에선 제법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뭐랄까, 마치 유탄이 발사 되었을 때 들려오는 것과 같은 느낌의 소리.

이내 퍼벅 하는 폭음이 들려온 곳은 저편에 있던, 부서진 건물 2층이었다.

휙!

어둑한 탓에 즉시 야시경을 내린 마크는 재빨리 한국군이 노렸던 곳을 살폈다.

대체 저곳에 숨어 있는 적을 어떻게 찾은 걸까.

창문에 몸이 걸친 채 널브러져 있는 시체 한 구를 발견한 마크는 황당한 마음에 다시 한국군을 쳐다봤고, 곧 예의 그 한국군이 사방으로 총구를 돌리며 무언가를 다시 살피는 것을 발견했다.

‘아! 저 복합소총. 저 사통장치에 열 영상 장비가 달려있는 모양이군.’

퉁!

채 생각이 끝맺어지기도 전에 다시 한국군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퍼벅!

이내 들려오는 폭발음.

그건 저편에 있던 부서진 건물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뭐합니까! 빨리 빠져나갈 생각 안 하고.]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던 마크를 향해 한국군 하나가 소리쳤다.

퍼뜩 정신을 차린 마크는 그 말에 재빨리 자신의 차량에 올랐고, 이내 전력을 다해 악셀을 밟았다.

쾅!

순간, 마크와 그의 일행이 타고 있던 폴라베어가 갑자기 허공으로 치솟았다.

족히 1미터 이상은 튀어 오른 느낌.

이내 쿵 하고 차량이 다시 땅에 떨어져 내리자 마크와 메이어는 즉시 차량 밖으로 몸을 피했다.

“빌어먹을 급조 폭발물!”

다행히 큰 충격을 받지 않은 마크와 메이어는 즉시 몸을 굴려 벽 뒤에 숨었다.

그의 차량이 당하는 것을 본 걸까, 뒤편에서 줄줄이 따라오던 차량들이 일제히 서서 사방을 향해 기관총탄을 날려 댔다.

“젠장, 이대로 오래 서 있을 수는 없는데…….”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무시하고 가자니 또 어딘가에 묻혀있을 급조폭발물에 당할 것이 걱정이고.

그렇다고 이대로 서 있자니 어디에서 RPG가 날아올지 모를 일이고.

같은 생각을 한 듯 동료들 역시 슬금슬금 차량을 이동시켜 엄폐물을 찾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끼익!

그때, 한국군의 차량들이 일제히 마크가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이내 그의 앞을 가로막은 한국군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우르르 차량에서 내려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뭐…… 뭘 하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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