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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54화 (154/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54화

안 대표가 보고 있는 이미지 파일은 회귀 전 미국이 개발한 ‘디파이언트’. 즉 SB-1의 사진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걸 기초로 내가 연구소에 의뢰하여 보다 효율적인 설계로 창조해 낸 결과물.

워낙 기괴했던 모습 탓인지 안 대표는 한동안 대체 이게 뭐지? 싶은 표정만 짓고 있었다.

“동축 반전 로터를 채용한 수송헬기를 개발하시겠다는 겁니까?”

“어차피 우린 공격헬기 개발과정을 통해 완벽한 동축 반전 로터 기술을 보유 중입니다. 게다가 엔진 또한 효율성을 극대화한 상태죠. 하니 그걸 이용하여 수송헬기를 개발한다 해서 안 될 건 없지 않습니까.”

“…….”

“게다가 동축 반전 로터는 안정성 면에서 이미 보장된 시스템입니다. 뭣보다 안정성이 최우선인 수송헬기용으로는 딱이라는 말이죠.”

“그렇긴 합니다만…….”

안 대표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연신 턱을 만지는 폼이 여전히 디자인의 생소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

하긴, 나 역시 디파이언트를 처음 봤을 때 같은 느낌을 받았을 정도니 저 반응쯤은 충분히 이해 한다.

“나 이것 참, 그래도 그렇지 이것 하나 달았다고 해서 순항 속도가 460km에 달한다는 것이 영 믿기지가…….”

안 대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난 웃으며 노트북 화면을 다시 내 쪽으로 돌렸고, 이후 한참 동안 그걸 쳐다보다간 다시 말을 이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테일 로터 하나가 전체적인 속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죠.”

“뭐, 그거야 그렇다 치고. 순항속도가 460km에 달한다면 저고도 침투속도는 어느 정도까지 구현이 가능한 겁니까?”

“저고도 침투의 경우 대략 350km에 달하는 속도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정도면 사실 병력들의 적진 침투능력으로는 최고 아니겠습니까.”

“…….”

안 대표는 눈을 끔뻑이며 나를 쳐다봤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는 아닐 테고, 아마 그로 인한 육군의 작전에 미칠 변화를 상상하기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맙소사! 저고도를 350km으로 침투한다면…… 해병대 상륙작전용으로도 안성맞춤인 것 아닙니까?”

“그렇죠. 해서 차후 육군만이 아니라 해병대용으로도 개량이 가능합니다. 쉽게 말해서 다목적 수송헬기가 될 거라는 소리죠.”

안 대표는 순간 흥분에 젖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내 굳어지는 얼굴은 또 뭔가 문제점을 떠 올린 듯한 눈치.

아니나 다를까, 곧 그가 비용을 문제 삼는다.

“그런데 이정도 스펙이면 예산초과가 심할 듯싶은데요.”

“실은 나도 그게 염려되기는 합니다. 우리 군이 예상하고 있는 스펙과는 워낙 괴리가 커서…… 하지만 일단 제안은 해 볼 생각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불안함은 떨쳐낼 수 없었다.

가뜩이나 개발 사업 자체가 문제가 되어 소란을 겪은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예산을 아득히 초과할 기체의 스펙을 제시하면 또 무슨 뒷말이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최악의 경우, 이 기체는 그대로 사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똑똑!

“회장님, 김영기 대표님 오셨습니다.”

한참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김영기 대표가 내 방을 찾았다.

의외의 방문이었던 터라 고개를 갸웃한 순간, 그가 벌컥 문을 열며 말한다.

“혹시 지금 TV보고 계십니까?”

“아니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지금…….”

막 대꾸를 하려던 김영기 대표는 앞서 자리하고 있던 안 대표를 발견하곤 눈인사를 건넸다.

이후 말 대신 직접 TV를 틀어 보인 그는 재빨리 채널을 뉴스프로그램에 맞춘다.

[미국 정부는 오늘 우리나라를 제1 동맹국에 포함하였음을 정식으로 발표했습니다.]

뉴스에선 우리의 제1 동맹국 격상이 발효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어차피 예정되었었던 일.

웬 호들갑이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김 대표가 재빨리 말을 뱉어낸다.

“내일 미 국무부 장관이 한국으로 날아온다고 합니다. 아니 국무장관만이 아니라 마이클 단장을 비롯하여 경제부처의 각료들까지. 이거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 안 드십니까?”

“흠…….”

“서두르는 것은 동맹국 격상 문제만이 아닙니다. 국무장관이 오는 이유는 원화와 달러의 무제한, 그리고 무기한 스왑 협의 때문이랍니다.”

“원, 달러 무제한 스왑을 벌써 논의한다고요?”

그 말에 먼저 반응한 것은 안 대표였다.

나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

멀뚱히 쳐다보자 김 대표가 맞은편에 자리하며 말한다.

“회장님께서도 그게 뭘 의미하는 건지 아시죠?”

“알다마다요. 이제부터 원화도 신용화폐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뜻하죠. 더불어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것을 뜻하기도 하고.”

사실 그 부분에 있어선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일단 외환위기에 대한 대처 하나만큼은 확실해진다는 면에선 긍정적이었으나 자칫 방만한 재정 운용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거든.

마치 회귀 전 일본이 그랬듯.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과 같은 길을 걸으라는 보장은 없지만,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괜히 있을까.

조금만 삐끗하는 날엔 신용화폐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이니만큼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정말로 미국이 이렇듯 일을 서두르는 이유가 대체 뭐지?

이건 꼭 뭔가에 쫓기는 듯한 분위기잖아.

-리암 회장이 조만간 진 회장을 만날 계획이 있다더군요.

그때, 불현듯 푸틴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당시의 말투로 봐선. 그리고 이어지는 이 같은 일들로 봐선 결국 리암이 열쇠를 쥐고 있는 느낌.

애써 묻어두고 있던 그에 대한 의구심이 점점 되살아난다.

“참, 그리고. 마이클에게 다시 전화가 왔었습니다. 내일 한국에 도착하는 즉시 회장님을 찾아뵙겠다고 하더군요.”

김 대표는 또 하나의 소식을 더 전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개를 끄덕이려는 차, 그가 펼쳐진 노트북 화면에 있던 이미지 컷을 보더니 툭하고 멈칫한다.

“그건 뭡니까?”

“아, 정부에 제출할 기획안입니다. 차기 수송헬기 개발 계획의 모델로 제시할.”

김 대표는 그 말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내 한참을 설명을 들은 그는 안 대표와 다를 바 없는 반응을 보였고, 이후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나를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마이클이 통화 중에 우리의 수송헬기 개발 사업을 운운하던데, 혹시 그거 뺏어 먹으려고 오는 것은 아니겠죠?”

“우리 수송헬기 개발 사업을 운운했다고요?”

순간 불길한 예감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갑작스러운 그의 방문이 뭔가 좀 냄새가 나기는 했었던 상태.

어쩌면 동맹 격상에 따른 군수 분야 협력은 단지 핑계고, 실은 그게 진정한 목적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하면 뭘까, 그가 제시할 만한 것이.

UH-60의 개량?

아니면, 개조 권한을 포함한 한국에서의 자체생산?

“흠…….”

*******

[오랜만입니다. 미스터 진.]

다음 날, 예정대로 한국을 찾은 마이클은 즉시 재우 본사로 걸음 했다.

꼬박 1년 만이던가.

나 역시 반가운 마음에 손을 내밀자 그가 갑자기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생각해보니 이제 그런 호칭으로 부르면 안 되겠군요.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별 말씀을요. 상관하지 마시고 그냥 편하신 대로 부르시죠.]

[그럴 수야 있나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야 진 회장께서 워낙 젊은 나이였으니 그런 호칭이 딱히 어색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젠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 아닙니까.]

그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려 애썼다.

순간 뇌리를 스친 것은 어쩌면 김영기 대표의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것.

평소 그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농담을 던지는 그의 모습에서 더 확신을 얻었다.

[그나저나 저부터 찾아오신 이유가 뭡니까. 당장 우리 군부와 먼저 나누실 이야기도 많을 텐데요.]

난 우회적으로 그를 떠봤다.

그 역시도 내 의도를 눈치챈 걸까, 멋쩍은 미소를 내비치며 자리에 앉는다.

[작전 분야 협력 문제를 논의 하는 것은 내 역할이 아니니까요. 설마 내 보직이 뭔지 그새 잊으셨습니까.]

[그렇군요. 하면 결국엔 저와 담판을 지으실 일이 있어서 찾아오셨다는 건데, 말씀해보시죠.]

애써 목적을 숨기려 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 나도 더 이상은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내비친 그는 즉시 품에서 사진 하나를 꺼내 들며 내게 내밀었고, 난 순간 깜짝 놀라 다시 그를 쳐다봤다.

디파이언트.

그가 내민 이미지 속에는 분명 그게 자리하고 있었거든.

[이게 뭡니까?]

[현재 우리 정부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차기 수송헬기의 이미지 컷입니다.]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선 이제 JMR(통합 다목적 수직이착륙기 개발계획)이 수립하는 시기.

한데 이렇듯 완벽한 디파이언트의 이미지 컷이 벌써 존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던가.

게다가 이건 내가 알고 있던 디파이언트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단순히 상상에 의해서만 나온 이미지 컷이 아니라, 이미 디테일한 설계 방향까지도 잡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사실이라면 이거 안심하고 있을 일이 아닌데?’

결국 내가 일으킨 타임라인의 혼돈이 이젠 미국의 기술개발 속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 상황이온 거니까.

[이걸 언제부터 계획한 겁니까?]

혹시나 싶은 마음에 넌지시 그를 떠봤다.

의도를 알 길이 없을 그로서는 단지 혁신적인 방식의 디자인에 놀란 것이라고만 여겼을 터.

아니나 다를까, 별 의심 없이 말을 뱉어낸다.

[개발 계획이 수립된 것은 2년쯤 됐습니다. 보잉과 시콜스키사가 사업자로 낙점이 된 상태죠.]

[2년이라…….]

[왜 그러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걸 제게 보여주시는 목적은요?]

끝까지 의뭉을 떨며 되물었다.

순간 그는 마치 선수끼리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고, 난 긴 한숨으로 그의 말을 대신했다.

[결국 이걸 한국군 차기 수송헬기 사업에 제안하시겠다는 의도 같은데, 그럼 저를 찾아올 것이 아니라 합참을 찾아가셨어야 옳은 것 아닙니까.]

[맞는 말씀입니다만, 그래도 진 회장님께는 먼저 알려드리는 것이 예의죠. 더불어 위로가 될 만한 소식도 좀 전해 드려야 할 것 같고.]

[위로요?]

난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상황이 이러면 재우로서는 거대규모의 사업권 하나를 놓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 아닙니까.]

[…….]

[불쾌하게 들리실 말이라는 건 압니다만, 솔직히 이 사업권은 미국 업체가 가져갈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걸 떠나서 이제 한국군은 앞으로 우리와 연합 작전능력을 끌어 올려야 하는 입장이지 않습니까.]

[…….]

[하니 장비의 운용효율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테고, 결과적으로 그게 미국 업체에게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라는 소리죠.]

그는 마치 이번 헬기개발 사업권을 자국의 업체가 이미 획득하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감을 보였다.

하긴, 디파이언트 정도면 우리 군의 입장에선 혹 할 만 한 하지.

게다가 만약 기존 UH-60의 자체개량 권한을 부가조건으로 내세우기라도 하면 무게 추는 더 기울어 질 것이고.

현 상황. 그러니까 내가 계획이 없었다는 가정 하에서 보면 사실 그의 자신감도 무리는 아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 겁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를 무엇으로 위로하시겠다는 겁니까.]

[재우가 최근 개발한 K11복합소총을 우리 특수부대의 지원화기로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난 순간 헛웃음을 뱉어냈다.

솔직히 미 특수부대가 K11을 원하는 것은 그만큼 제품의 가성비와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지 대가 측면이라고는 볼 수 없거든.

더불어 그들은 실패한 것을 우리는 완벽히 교리를 바꾸어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더더욱 욕심이 났을 테고.

그걸 헬기 사업권을 빼앗는 것에 대한 대가랍시고 제시하고 있는 마이클이 나로선 애처로워보였다.

뭐 그나마도 나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애써 고육지책을 마련한 것은 칭찬해줄 일이긴 하다만.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 정도면 족히 수억 달러에 달할 규모이니 재우로서도 일정부분 손해를 만회할 수 있을 텐데요.]

스윽.

난 대꾸를 삼간 채 책상에서 노트북을 가져왔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마이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상관하지 않은 채 이미지 컷 하나를 띄워 보였다.

[이, 이게 뭡니까?]

마이클은 자신이 가져온 디파이언트의 이미지 컷과 무척이나 흡사한 내 디자인 컷을 보고 경기를 일으켰다.

왜 그렇지 않을까.

이건 바로 디파이언트를 기본 모델로 재구성한 것인 마당에.

여전히 당황하고 있는 그를 향해 넌지시 말했다.

[꽤 닮았죠? 단장님께서 가져오신 사진 속의 이미지와.]

[이건 단순히 닮은 것이 아니라…… 이걸 대체 어디에서 난 겁니까?]

[그야 당연히 제 머릿속에서죠.]

[…….]

[그렇게까지 놀라실 일은 아닐 텐데요? 아시다시피 우린 동축 반전 로터기술을 이미 완벽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엔진의 효율 또한 이미 러시아의 것을 아득히 뛰어넘었죠. 해서 그걸 기반으로 수송 헬기를 개발한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 텐데요?]

[하지만 이 테일 로터는…… 설마 이것까지 진 회장께서 직접 구상했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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