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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47화 (14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47화

한동안 이순신 급 구축함의 정부 제안 안에 대한 사내회의는 계속 됐다.

각 분야별 담당자들을 의견을 조합하여 내 놓은 결론은 역시나 함의 전체적인 스팩 확대.

우린 결국 며칠 후 있을 공청회에 그걸 제안하기로 결의했다.

똑똑!

“회장님. 나타샤가 잠시 회장님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자료들을 살피던 와중 김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며칠 전 푸틴의 호출을 받고 러시아로 잠시 귀국했다는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었던 터.

꽤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불과 3일 만에 복귀한 것을 보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닌 모양이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검토 중이던 서류를 덮고 소파로 향했다.

동시에 불쑥 방으로 들어선 나타샤는 마치 그 자리가 자신의 것이기라도 한 양 자연스레 내 맞은편에 마주 앉는다.

“그간 살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

그녀의 단어선택은 여전히 어설펐다.

그대로 대화를 했다간 내 정신세계가 피폐해질 것 같은 느낌이었던 터라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냥 영어로 합시다.]

[아! 제 한국어가 그렇게 어설픈가요?]

[네, 그것도 아주 많이. 듣고 있노라면 말로도 사람을 몇 번은 죽일 것 같습니다.]

[그 정도 인가요? 뭐 아무튼, 그간 별일 없으셨는지를 묻고 싶었던 겁니다.]

[다행이도요. 그런데 푸틴 대통령께선 왜 갑자기 나타샤를 부르신 거랍니까?]

단도직입적인 내 질문에 나타샤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생각이 많은 듯한 표정 같달까.

뭔가 중대한 일이라도 생겼음을 직감한 순간, 그녀의 손이 갑자기 가슴께로 향한다.

“흠…….”

뭐 이젠 그다지 당황스럽지도 않네.

그나저나 이번엔 또 뭐기에 저기에 보관을 한 거지?

스윽.

잠시 들었던 생각을 떨쳐내기도 전에 그녀의 가슴께에선 메모리가 하나 빠져나왔다.

이내 그걸 내게 건넨 그녀는 마치 당장에라도 확인하라는 듯 내 책상 위에 있던 노트북마저 가져온다.

딸칵!

난 말없이 메모리를 꽂은 후 파일을 클릭했다.

순간 화면에 떠오른 것은 위성에서 찍은 듯 보이는 사진들.

의아한 마음에 다시 그녀를 쳐다보자 어색한 표정과 함께 말이 뱉어진다.

[러시아 군사위성이 찍은 중국 조선소입니다.]

[조선소?]

[네,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재 중국 내 10여 곳의 조선소에서 1만 톤급이 넘어가는 구축함 들이 건조 중이죠.]

그 말에 즉시 사진을 다시 쳐다봤다.

그녀의 말처럼 거대한 함정들이 도크에 늘어선 모습.

대략 건조율이 90%쯤은 되어 보이는데, 굳이 폐쇄형 도크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거다.

[이건…… 설마 중국이 이지스 급 방공구축함을 건조하고 있는 겁니까?]

[러시아 대외정보국의 증언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총 건조 수량은 12척. 앞으로 계획 중인 건조 수량 역시 15척에 달할 거라고 합니다.]

[…….]

난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 시기에 중국이 이지스 급 함정의 건조라니.

그것도 무려 27척에 달하는.

이건 타임라인에 오류가 생긴 것을 넘어서 현실 상황을 무시하는 결과나 다름없다.

‘아무리 경제 규모가 과거와는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커졌다곤 해도 중국이 이 시기에 이지스 함을 붕어빵 찍듯 한다고?’

아니 그걸 떠나서, 지금의 중국은 발톱을 숨기고 있을 시기인데, 대체 왜 갑자기 그걸 드러내려는 거지?

[미국에서 한국을 1급 동맹수준으로 격상했다죠?]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나타샤가 넌지시 말했다.

묵묵히 쳐다보자 그녀의 입이 다시 열린다.

[아마 이게 미국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이건 누가 봐도 대양함대를 준비 중이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것 곧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하는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거죠. 쉽게 말해서

미국으로선 당연히 그에 대한 대처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게 한국이었을 거라는 소립니다.]

[그게 러시아 대외정보국에서 내린 결론입니까?]

[뭔가 더 있는 느낌이었지만 그건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설사 안다 해도 제가 말씀 드릴 입장도 아니고. 아무튼 정보국은 물론 푸틴 각하께서도 중국의 움직임이 해양 영토 확대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이제 어쩔 생각이랍니까? 우리가 미국의 1급 동맹이 되는 것에 대해서.]

어차피 화두가 된 김에 직설적으로 물었다.

의도를 이해한 듯 나타샤가 빙긋이 웃어 보인다.

[푸틴 각하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전해 드릴까요?]

[그래 주면 좋죠.]

[빌어먹을 아메리카! 엿이나 처먹어라.]

[…….]

당황스러운 마음에 눈만 끔뻑였다.

이거 큰일 난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뇌리를 스치려는 차, 그녀가 피식 웃으며 다시 말했다.

[그런 표정 지으실 것 없습니다. 어차피 푸틴 각하와 미국 대통령 사이엔 이미 핫라인을 통해서 대화가 오고 간 상태니까.]

[……무슨 대화요?]

[그거야 저도 모르죠. 아무튼, ‘당장은’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 각하의 의중입니다.]

[…….]

[제가 짐작 가능한 것은 러시아도 중국의 팽창을 경계하는 것은 확실하다는 겁니다.]

아마 말은 그렇게 했어도 정작 러시아 역시 미국과 끝내 척을 지기는 힘들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론일 거다.

미국이 진심으로 힘을 쏟으면 결과가 어떻다는 것쯤은 직접 경험한 러시아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더군다나 러시아는 지금 무너진 경제를 한참 재건 중인 시기.

당분간 그걸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푸틴은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아니, 또 모르지. 뭔가 다른 이유가 또 있는지.'

[참, 그리고 푸틴 각하께서 더 미루지 말고 러시아에 한번 들러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달랍니다.]

뒤이어 뱉어진 그녀의 말에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나타샤가 갑자기 턱 하고 내 손을 붙잡으며 말한다.

[더 미루시지 말라고요.]

[…….]

의아한 마음에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순간 그녀의 손이 향한 곳은 노트북.

이후 다시 사진 파일들을 넘기더니 웬 눈 덮인 대지가 찍힌 사진들이 화면에 나타났을 때쯤에야 클릭 질을 멈췄다.

[푸틴 각하의 전언에 의하면 이곳에 매장 되어 있는 천연가스 개발에 재우가 동참했으면 하시더군요.]

[천연가스?]

순간 다시 화면에 시선을 주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사진파일의 이름.

그곳엔 야말반도 라는 글자가. 그것도 내가 알아보기 쉽도록 영어로 기록되어 있었다.

[야말반도?]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야말반도라면 전 세계 매장량의 30%에 달하는 천연가스를 품고 있는 곳.

해서 러시아가 2007년쯤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하는.

한데 그곳을 재우와 함께 개발 하겠다고?

[언제쯤 가면 됩니까?]

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즉시 되물었다.

지나치게 격한 내 반응에 놀란 걸까, 나타샤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아마 각하의 유럽 순방이후가 적당할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럼 대충 다 다음 달 중순쯤이면 …….]

삐익!

그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인터폰을 눌렀다.

이내 김 비서를 향해 해당 날짜의 러시아 행 비행기 표를 미리 예약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나타샤가 황당하다는 듯 나를 쳐다본다.

[푸틴 대통령님께 전해주십시오. 유럽 순방에서 돌아오는 즉시 찾아뵙겠다고.]

[그때 급한 일이라도 생기시면 어쩌시려고 벌써 약속을 확정하시려는 거죠? 그러다 또 약속이 미뤄지면 각하께서…….]

[약속이 미뤄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참, 혹시 뭐 가지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요. 지금 기분 같으면 집이라도 몇 채쯤 사주고 싶은 심정이니까.]

[…….]

*********

러시아로 향하기 보름 전.

합참에선 이순신 급 구축함의 추가 건조에 대한 군의 ROC 확정을 위한 사전 공청회가 열렸다.

자문을 위해 초대받은 업체는 현우조선과 재우 조선해양 두 곳.

이미 두 업체 모두 이순신 급의 건조에 참여 중인 곳이었던 터라 그건 당연한 결과다.

“진 회장님께서 직접 오신 겁니까?”

나를 발견한 해군 참모총장은 놀란 얼굴로 다가왔다.

하긴, 오늘 같은 자리에 조선사 대표도 아닌 그룹 전체회장이 참석한다는 것이 저들로서도 의외긴 했겠지.

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이건 단지 돈을 벌자는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 제대로 된 길을 잡지 않으면 향후 우리 해군의 전력에 막대한 영향을 주니까.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난 별스럽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오히려 내 참석이 다행이라고 여긴 듯 해군 참모총장은 화색을 밝히며 자리를 권했고, 난 한동안은 나서지 않은 채 돌아가는 회의 내용에만 집중했다.

“저희로서는 추가 건조 될 이순신 급 구축함의 제원을 기존의 설계 안대로 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편이 따로 설계를 진행하는 것에서 오는 시간 소모를 막기도 하거니와, 운용상의 편의성도 있을 테니까요.”

현우 조선은 건조시간 단축과 운용 편의성을 위해 기존 설계안을 유지하는 것을 주장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운용 편의성 문제가 무시할 것은 아니기에 관계자들의 호응을 얻기엔 충분한 터.

하지만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더군다나 이미 앞으로 이지스 함정들이 완편 되면 전술 데이터링크를 통해서 대공탐지능력은 얼마든지 공유가 가능합니다. 그 와중에 굳이 비싼 돈을 들여서 멀티밴드 레이더를 탑재할 이유는 없죠.”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잠시 장성들의 눈치를 살핀 현우 조선 대표는 추가로 설명을 이었다.

그것 역시도 객관적으로 보면 어느 하나 틀린 구석은 없는 말.

그럼에도 끝내 해군 관계자들의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고, 그 이유를 알고 있던 나로서는 오로지 사업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으려 노력 중인 현우조선의 대표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쯧, 이미 단맛을 본 해군에게 구형 시스템에 만족하라는 것은 그야말로 씨도 안 먹힐 일이지.’

아니, 꼭 그게 아니라도 현재의 이순신 급으로 향후 주변국들의 막강한 해양 세력 상대한다는 건 코미디나 다름없기에 저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엔 힘들 거다.

“만약 함대의 세종대왕급 함정들이 전부 피격 당하기라도 하는 경우엔 어쩝니까.”

난 불쑥 질문을 던졌다.

내가 직접 나서는 것이 의외였을까, 관계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해 꽂혔다.

“죄송합니다, 듣고 있자니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같아서요.”

“죄송하실 것 없습니다. 안 그래도 나 역시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으니까요.”

변명처럼 내뱉은 말을 해군참모총장이 거들었다.

착각이었을까, 힐끗 마주친 그의 눈빛에선 마치 속이 후련하다는 듯한 의미의 미소가 스쳐 간 기분이다.

“그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군요.”

해군 참모총장은 다시 현우조선 대표를 향해 대답을 재촉했다.

미처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던 듯 현우조선 대표는 한껏 붉어진 얼굴로 대꾸한다.

“현재 예정된 건조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 군에 배치 될 이지스함의 수는 9척에 달합니다. 그게 모두 피격 당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이지스 함정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고, 정작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해양 세력 중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지스 함정들이니까요.”

이번엔 내가 대신 대꾸했다.

스윽 하고 현우조선 대표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난 다시 좌중을 향해 말을 이었다.

“특히나 막강한 잠수함 전력이나 긴 사거리의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갖춘 전투기가 상대라면 절대 안심할 수 없습니다.”

“…….”

현우 조선의 윤 대표는 입술을 짓씹었다.

기왕 뱉어낸 것.

상관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물론 우리 이지스 함의 경우엔 기존 이지스 함정들보다 긴 탐지거리를 확보한 것은 물론 초음속 대함 미사일에 대한 대비가 그나마 잘 되어 있는 편이기는 하죠.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투에 있어서 늘 변수란 존재하며 승패는 카탈로그상의 스펙만으로 결정지어지는 것이 아님을 잊어선 안 됩니다.”

“…….”

“만약 그게 전부였다면 림팩에서 우리 장보고 급의 잠수함들에 의해 미국의 이지스 함정들이 격침당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

윤 대표는 그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리고 그걸 기회라 여긴 듯 해군참모총장이 넌지시 나를 향해 묻는다.

“그럼 재우조선의 의견을 좀 들어보고 싶군요.”

“우린 기왕이면 이순신 급도 멀티밴드 AESA의 탑재로 자체적인 대공방어가 가능한 수준이 되기를 권합니다.”

“그럼 가용 예산을 훌쩍 넘어간다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죠.”

윤 대표는 즉시 반발했다.

시선은 다시 내게로 향했고, 난 어깨를 들썩이며 대꾸했다.

“예산의 증가야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모듈의 수를 함의 수용 범위내로 조종한다면 비용의 증가가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닐 겁니다.”

“레이더는 그렇다 쳐도 기존 이순신 급 정도의 함정에 그걸 뒷받침할 무장과 전투시스템을 탑재한다는 것은 불가능 할 텐데요?”

“물론입니다. 해서 경하배수량을 6500톤 급으로 증가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6500톤급이요?”

“네, 그럼 만재배수량이 대략 8000톤급이 되겠군요.”

그건 회귀 전 우리나라가 추진했었던 한국형 구축함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일명 KDDX라고 명명되었던 물건.

“하지만 해군은 당장 올해라도 건조에 착수하기를 원합니다. 그 마당에 대체 언제 설계를 할 것이며…….”

예상대로 윤 대표는 다시 시간을 무기로 들고 나왔다.

스윽.

난 즉시 재우조선해양의 대표를 향해 시선을 주었고, 신호를 받은 이용 대표는 그 타이밍에 메모리를 꺼내어 흔들어 보였다.

“설계안이라면 이미 확보가 되어 있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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