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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46화 (14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46화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히며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에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현 시간부로 일본은 한국을 향한 모든 제재안을 해제할 것이며 한국정부의 제재도 조속히 풀어줄 것을

부탁하는 바입니다.]

2006년 1월 24일.

결국 버티고 버티던 일본 내각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전면적인 사과의 뜻을 전해왔다.

그 결과 한국을 향한 기계 분야의 수출금지는 해제되었지만 우리 기업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

사실 그 부분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독일로 거래처를 이미 이전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 화낙에서 왔습니다. 죄송하지만 대표님을 좀 만나 뵐 수 있을까요?”

그로 인해 화낙을 비롯한 일본 기계와 소재 분야 업체들의 태도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일본정부의 변심에 대비하여 한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

특히나 화낙의 경우는 의외다 싶을 정도였는데, 그동안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폐쇄적인 기업문화를 유지하며 후지산 자락에만 짱박혀 있던 그들이 이젠 한국에도 공장 설립을 계획했다.

“본사에선 이번 사태에 대해 성의 있는 배상을 약속한다고 합니다.”

변화는 단지 그것만이 아니었다.

결국 수조 원에 달하는 배상금의 지급을 약속하기 까지.

아무리 세계시장에서 쏟아지는 불신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점유율 하락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그건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였다.

[우리 정부는 제주도에 군 전용 공항과 항만을 건설한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대략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우리 정부는 느닷없이 그간 일본과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미뤄뒀던 제주도의 군 기지 건설을 추진했다.

정보에 의하면 미국과의 물밑 접촉에 의한 결과라는데, 필시 1급 동맹격상 약속에 따른 우리 정부의 대처일 터.

그 때문인지 가장 반대해야 할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기현상이 벌어졌고,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중국 정부는 다급히 성명을 내놨다.

[우리 중국 정부는 한국의 제주도 군 기지 건설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며…….]

성명과 함께 이어진 중국의 대처는 역사의 재연이었다.

즉, 우리 시민단체를 비롯하여 언론을 동원한 방해 공작으로 응수하는 것.

“천혜의 땅에 군 기지가 웬 말이냐!”

당황스러운 것은 이미 경험이 있는 와중에도 효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인데, 사실 그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파고든 결과였기 때문일 거다.

자고로 돈에 흔들리지 않는 인간은 없는 법이라는.

[검찰은 오늘 아침, 일부 시민 단체들에 대한 후원자금 조사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돈의 힘도 무섭지만 경험의 힘도 무서운 법.

이미 과거의 사례를 통해 시민단체들의 순수함의 의심하기 시작한 대중들의 시선은 점차 싸늘해져 갔고, 처음엔 옳다구나 싶어 함께 날 뛰던 언론들 역시 논조의 방향을 급격히 틀었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각종 불이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끝내 자존심을 지키려는 중국 정부가 이후 택한 방법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제 발등을 찍는 격.

저 조치는 마치 골드러시처럼 중국으로 몰려가던 우리 기업들이 경계심을 갖게 만들어 주는 결과만 가져올 거다.

‘이렇게 반가울 때가 있나.'

난 뉴스를 보며 찢어지는 입을 관리하기 바빴다.

이대로 가면 중국에 진출했던 다른 국가들의 기업에게마저도 신뢰를 잃어버릴 터.

그건 많은 기업들의 중국 탈출이 가시화 될 것을 의미하는데, 인도시장 개척의 시기가 빨라지는 결과를 야기할 거다.

‘그래 차라리 이참에 인도시장 개척을 앞당기는 편이 나을 수도 있지. 그래야 중국을 견제할 또 하나의 세력 구축이 가능해질 테고, 중국의 기술탈취도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될 테니.’

난 잠시 회귀 전 과는 달라질 세상을 상상해봤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이 양분 된 상황을.

‘그렇게 되면 우리도 운신의 폭이 더 넓어지게 되겠지. 앞으로 10년. 그 기간이 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지도…….’

*******

[미국 정부는 내년 초 영국에서 있을 주요 동맹국 회의에서 한국을 정식으로 1급 동맹에 편입할 것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만약 회원국들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는 지금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달러와 원화간의 무제한 스와핑의 가능성도 점치고 있습니다.]

미국을 상대로 한 우리의 1급 동맹국 지위격상 소식은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그로 인해 온 나라는 한바탕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고, TV에선 이제 그로 인한 이해득실을 따지기 바빴다.

[1급 동맹국 지위가 단순히 이익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단적인 예를 들면 향후 우리는 미국의 국제정책에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원치 않는......]

득이 있으면 실도 있는 법.

동맹국 지위격상에 따른 불리함을 강조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외환위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이 나라 국민들이다보니 부정적 여론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우리 정부는 향후 10년에 걸쳐 설비와 3대 그룹이 주도하는 기계 분야 체질 개선사업에 2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이 끝난 지도 벌써 3개월 째.

산업계의 체질 개선 흐름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한번 당한 마당에 두 번은 당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뭐 우리 기업들의 태도가 그걸 끝까지 지켜갈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해도, 일단 긍정적인 흐름인 것은 사실이다.

“연구소 김희원 박사에게 전하세요. 내후년쯤을 목표로 32나노 공정을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라고.”

이번 기회를 통해 난 반도체 공정의 진화를 좀 더 앞당기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승리 요인은 압도적인 반도체 공정진화에 따른 것.

앞으로도 그걸 무기로 삼으려면 남들보다 항상 앞서야 하는 것이 답이지 않던가.

“32나노공정이요?”

김 비서의 눈은 순간 커다래졌다.

당연하겠지.

당장 세계는 45나노 공정은커녕 65나노 공정 개발에도 목을 매달고 있는 상황에서 32나노 공정까지 등장하면 상황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만약 내후년쯤 32나노 공정이 등장하면 전 세계의 반도체 업체는 또 한 번 절망을 맛볼 것이고, 그땐 적어도 반도체에 관한한 전 세계가 우리에게 종속 되어 가는 속도가 그만큼 더 빨라질 거다.

“참, 그리고. 라이언에게 연락해서 네덜란드 ASML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하세요. 더불어 다른 노광장비 업체들의 본격적인 협약과 인수도 진행하라고 하고요.”

그건 차후를 위한 조치였다.

지금은 몰라도 앞으로 미세공정에서 노광장비의 역할은 절대적이니까.

물론 국가적인 보호를 받는 곳이 태반이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결국 길은 찾으면 있는 법.

일단 투자를 선결 조건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릴 생각이다.

“삼정 이영훈 회장님에게 오늘 시간 되는지 좀 물어봐 주십시오.”

기왕 계획을 잡았다면 끝을 보자는 심산에서 한 말이었다.

내후년, 32나노 공정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양산이 가능하다면 그것보다 더 확실한 초 격차는 없을 테니까.

지시를 받은 김 비서는 곧장 삼정 비서실로 전화를 걸었고, 곧 긍정적인 대답을 전해왔다.

“약속이 있기는 하지만 캔슬하시겠답니다.”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전해주세요. 이 일이 그렇게 촌각을 다투는 것은 아니니까.”

김 비서는 다시 삼정의 비서실로 전화를 걸어 내 의중을 알렸다.

뭣 때문일까, 이영훈의 비서와 한참 통화를 하던 김 비서가 갑자기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왜 그럽니까?”

“이영훈 회장님이십니다. 그쪽 비서와 제가 통화하는 걸 들으시고 연결하신 모양인데요.”

난 고개를 갸웃하곤 전화기를 건네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선 전과는 달리 활기찬 이영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 회장님께서 만나자고 하시는데, 미룰 수야 있나요.

“아니요, 선약이 있으시면 굳이 캔슬 하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딱히 중요한 약속은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전부터 친분 있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면담을 요청한 거라서요. 안 그래도 지금 막 돌려보낸 참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요?”

“네, 엔디 루빈이라고. 휴대폰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친구죠.”

순간 번개가 뇌를 관통한 기분이었다.

엔디 루빈이라면 안드로이드를 창조해낸 존재의 이름이었으니까.

하지만 왜 이 시기에?

내가 아는 역사에 의하면 엔디 루빈과 삼정과의 인연은 2004년에 벌써 스쳐 갔어야 할 운명.

그게 이제야 현실이 되었다는 것에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혹시 휴대폰 운영체제를 제안을 한 겁니까?”

-어? 그걸 진 회장님께서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그건 차차 말씀드리는 것으로 하고, 그 친구를 오늘 처음 만나시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는 겁니까.

상황이 이러면 역시 타임라인이 뒤틀린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건 둘째 치고, 낭설에 불과하다는 삼정과 엔디 루빈과의 일화가 사실로 증명 되는 것.

그렇다면 기회를 잡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거다.

앞으로 안드로이드는 애플과 함께 휴대폰 시장을 양분하는 운영체제가 될 터.

그걸 역사대로 구글에게 인수되게 만들 수는 없지 않던가.

“그 친구 당장 잡으세요.”

-네?

“그리고 그 친구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건 당장 그 회사를 인수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이영훈은 침묵했다.

내 반응이 심상치 않았던 듯 이후 잔뜩 기가 죽은 목소리로 대꾸한다.

-하지만, 우리도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은 충분합니다.

“압니다. 하지만 지금 그 친구를 잡아야 삼정의 미래가 보다 확실하게 보장됩니다. 아니, 두고두고 후회를 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이건 삼정의 대주주로서 하는 말입니다.”

-…….

******

약 1시간에 걸친 설득 후, 이영훈으로부터 결국 엔디 루빈을 다시 붙잡았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다음 날 전해 들은 소식은 조만간 안드로이드와의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것.

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뱉어내며 이영훈에게 말했다.

“만약 내가 삼정의 대주주가 아니었다면 직접 나섰을 겁니다.”

그건 솔직한 심정이었다.

향후 천문학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 욕심이 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하지만 떡 하나 먹자고 내가 떡집을 차리는 것이 옳을지는 미지수다.

이영훈에게도 강조했듯 난 이미 삼정의 대주주인 상황.

삼정의 이익은 곧 내 이익으로 환원 되는 마당에, 내가 애써 모든 기반을 구축해가며 애를 쓸 필요는 없다는 거지.

‘그리고 어차피 난 애플의 2대 대주주이기도 한데 굳이 반대진영의 전면에 나설 필요도 없고.’

그것 역시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었다.

애플 역시 내게 천문학 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기업 중 하나라는.

그 마당에 내가 굳이 안드로이드 진영의 전면에 나서야 할까.

그것도 향후 미국의 견제를 온 몸으로 받아가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차라리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양손에 떡을 쥐는 것이 나로선 편하다.

-아무튼, 일단 진회장님의 조언에 따라 합병 계획은 세워둔 상태입니다. 혹시 시간이 나신다면 차후 엔디 루빈을 직접 만나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사실 처음엔 직접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까를 고민해 본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내겐 이미 모든 기술적 기반이 있으니까.

하지만 휴대폰 시장은 무기와는 달리 감성과 마케팅의 영역.

과연 내가 애플처럼 전설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건 또 확신을 얻기 힘들었다.

해서 불확실한 미래를 애써 개척하느니 투자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이미 보장된 애플의 전설에 편승하는 것을 택한 거고, 이번 경우 역시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죠. 안 그래도 그에 대해선 궁금한 것이 많았으니까. 의견을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명색이 삼정의 3대 대주주이신 진 회장님의 조언을 무시할 수는 없죠. 아니, 이젠 곧 2대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시는 건가요?

이영훈은 점점 삼정의 지분율을 높이고 있는 내 행보를 조심스레 거론했다.

의도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이해 되는 상황.

난 다시 한번 그의 경영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힘으로써 그를 안심시켰고, 그는 한층 밝아진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똑똑!

“김영기 대표님 오셨습니다.”

막 수화기를 내려놓을 무렵 김 대표가 내 방을 찾았다.

그를 뒤따라 들어온 것은 재우조선 해양의 이용 대표.

익숙하지 않았던 조합이었던 터라 목적이 궁금하다.

“두 분이 함께 있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무슨 일입니까?”

“이번에 정부가 발주할 이순신 급 구축함 때문에 회의 좀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불현듯 현실이 자각됐다.

곧 해군에서 이순신 급 구축함의 추가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는.

한데 벌써 준비를 하려는 것을 보니 정부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빠른 모양이다.

“정부가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에 주저하지 않을 생각인 모양이군요. 한데 구체적인 ROC가 나왔습니까?”

“그게 문제입니다. 군에서 정작 사업은 서두르는데 정확한 ROC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요?”

김영기 대표는 그 질문에 나를 빤히 쳐다봤다.

표정만 봐선 마치 너 때문이잖아. 하는 느낌.

눈매를 좁히자 비로소 그의 말이 이어진다.

“이번에 취역한 세종대왕함 때문에 해군 장성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습니다. 해서 기존에 건조 중인 이순신 급의 스펙으로는 만족을 못할 기세에요.”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순신 급을 세종대왕함의 스펙으로 채워 넣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나 역시 욕심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내겐 회귀 전 우리 군이 추진하던 계획 덕분에 미니 이지스함의 설계안이 존재하지 않던가.

게다가 향후 중국을 비롯한 일본의 해군력 팽창은 맹렬함 그 자체일 거다.

그 마당에 기존 이순신 급 구축함의 스펙으로 저들에게 대응한 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무리 9척의 이지스함이 절대적인 성능 우위를 보인다곤 해도.

“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언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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