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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44화 (144/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44화

[오늘 아침, 미 국무부차관 도슨 메덕스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습니다.]

2006년 1월.

일본을 향한 반도체 수출 중지가 시작된 것도 꼬박 석 달에 들어서자 결국 미 국무부 차관이 한국에 왔다.

회귀 전에 있었던 일본의 경제 제재 때는 우리 측의 중재요청에도 그토록 꼼짝을 안 하더니.

필시 일본이 뒤에서 돈을 뿌린 모양인데, 역시 돈의 힘이란 대단하다 싶다.

피식.

난 TV에서 비춰지는, 미 국무부 차관의 천연덕스러운 태도에 실소를 내뱉었다.

같은 느낌을 받은 걸까, 함께 TV를 보던 김영기 대표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베가 미국으로 날아갔다더니 용돈 좀 두둑하게 챙겨준 모양이군요.”

“그랬겠죠. 아니었다면 저 무거운 엉덩이가 움직였겠습니까.”

“하면 이제 어쩌죠? 미국은 지금 자신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내세워서 우리에게 압력을 행사할 텐데요.”

“글쎄요.”

솔직히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선 짐작 가는 바가 없었다.

애초 이런 상황을 예견하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는 내 말에 대통령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니까.

그런데 그때,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요란한 진동을 울렸다.

“네, 진현승입니다.”

-국정원장입니다. 혹시 소식 들으셨나 해서요.

“무슨 소식 말입니까?”

-미국이 결국 중재에 나섰습니다.

그거야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던 터라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내세운 일본의 대북 지원문제는 어떻게 매듭을 짓고 넘어갈 것이냐는 점.

슬쩍 운을 띄우자 국정원장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그 부분은 관련 단체들을 제재하는 선에서 끝을 맺자는 군요.

“뭔가 또 얻어먹은 것이 있는 모양이군요.”

난 무심히 대꾸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피식 하고 헛웃음 뱉어지는 소리가 뱉어진다.

-역시 진 회장님의 눈치는 보통이 아니시군요. 맞습니다, 정보에 의하면 일본에서 보잉의 F-15를 80대가량 구매해주기로 했다는군요.

“F-15를 80대나 산다고요?”

왠지 기분이 묘했다.

우리가 도입을 무산시킨 터라 F-15의 운명은 이대로 끝을 볼 줄만 알았건만.

결국 독수리는 불사조가 되는 건가.

뭐 그대로 끝을 맞이하기엔 아까운 기체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가 긴장할 이유는 없다.

아무리 개량이 진행된다고 해도 태생 자체를 바꿀 수는 없을 테니까.

그게 KFX. 아니 이젠 KF-02라 명명된 우리 전투기에 비비기엔 한참 부족한 것이 사실이니까.

“그나저나 우리 정부는 어쩔 생각입니까? 이대로 사과도 받지 않고 끝나는 것은 아니겠죠?”

-대통령님이 어디 그러실 분입니까? 안 그래도 지금 대통령께서도 반드시 사과는 받아내겠다는 입장이십니다.

“쉽지 않을 텐데요? 여전히 우릴 식민지쯤으로 생각하는 자들인 마당에.”

-저도 그게 걱정이었는데, 이거 상황이 좀 우습게 됐습니다. 지금 회의 분위기로 봐선 미국이 일본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의외라는 생각에 되물었다.

마치 누가 듣는 것을 경계하려는 듯 한껏 소리를 죽인 국정원장이 다시 말한다.

-실은 얼마 전 우리가 명분을 하나 얻었습니다. 미국이 일본을 압박해야만 할 명분을.

“명분이요?”

-이틀 전, 모사드가 우리 국정원에게 몇 년 전 있었던 일본 극우단체의 대북 지원에 일본 정부도 직접 적으로 연루되었다는 증거를 건네줬습니다.

“……모사드가 왜요? 아니 그건 둘째 치고 모사드는 미국도 모르던 사실을 어떻게 입수했답니까.”

-그것까지는 저도 모르죠. 그리고 미국이 그걸 알고 있었는지 아닌지도 확신은 할 수 없고요. 아무튼, 대통령께선 만약 일본이 끝까지 사과를 안 할 경우 그걸 국제 사회에 공개할 생각이라고 메덕스를 압박했습니다.

일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면 확실히 승산은 있었다.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연관 사실이 밝혀지면 미국으로서도 더 이상은 일본을 커버해 줄 수 없을 테니까.

아니, 커버는 둘째 치고 외려 제재를 가해야 하는 상황인데, 미국이 일을 그렇게까지 악화시키지는 않을 거다.

막말로 이 사태가 밝혀지면 일본이라는 말 잘 듣는 푸들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어쩌겠답니까?”

-어쩌긴 뭘 어쩌겠습니까. 내일이라도 당장 일본으로 날아가서 우리나라에게 사과하도록 종용하겠다는 입장이죠. 솔직히 일본 정부의 대북지원 사실이 밝혀져 봐야 미국도 좋을 것은 없으니까요. 그나저나, 혹시 리암 에리코

회장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아십니까?

리암 에리코라면 시온 컴퍼니 회장의 이름이었다.

이 상황에서 그 이름이 갑자기 왜 거론되는 걸까.

의아한 마음에 되묻자 국정원장이 다시 말을 잇는다.

-메덕스가 조금 전 소식을 하나 알려왔는데, 미국에서 최근 한국을 제1 동맹국으로 격상하는 문제가 거론 되고 있다더군요. 그리고 그걸 주장한 사람이 리암이라는 인물이랍니다.

“제1 동맹국이라면 우릴 호주와 영국 같은 국가들과 동일 선상에 두겠다는 겁니까?”

워낙 의외의 말이었던 터라 리암이 이 상황에서 왜 튀어 나온 건지에 대한 의문은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

솔직히 당장은 제1 동맹국으로의 격상이 우리에게 이익인지 손해인지 부터 따져봐야 할 문제거든.

차후 주어지는 의무라던가. 또 원치 않는 일에 휘말릴 가능성 같은.

하지만 그건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명제.

나로선 그저 한가지 사실만 되새길 뿐이었다.

그동안 미국산 무기 도입과정에서 받아왔던 차별이나 국제 공조에 있어서의 차별이 이로써 완전히 해소 된다는 것.

"이해가 안 가는군요. 뜬금없이 왜 그런 제안을 하는 건지 말입니다."

-말로는 일종의 보상 차원이라더군요.

“…….”

-뭐 한마디로 그런 거죠. 양국의 수출 규제가 오래 가봐야 세계경제에 막대한 타격만 오니 이쯤에서 우리도 양보해라. 대신 우리 정부가 아쉬운 부분은 동맹국 지위를 격상해주는 것으로 보상을 해주겠다.

하긴, 우리가 끝내 고집해서 좋을 것은 없을 거다.

지금이야 명분에서 밀리지 않아도 그게 오래가지는 않을 테니까.

정작 자신들에게까지 피해가 오는 상황이면 다른 국가들도 우릴 비난할 거라는 거지.

결국 아니꼽긴 해도 일본에서 사과를 먼저 해오면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미국은 지금 그 대가를 동맹국 지위 격상으로 지불하겠다는 의도인 거다.

"하지만 그게 보상이기엔 좀 그렇지 않습니까?"

-압니다, 해서 메덕스 역시 또 다른 사탕을 하나 더 던졌는데, 2년 후 쯤, 전작권 전환도 추진해 보겠답니다.

"전작권을 전환해 준다고요?"

전작권 전환정도면 보상으로서는 충분했다.

놀란 마음에 나도 몰래 목소리가 커졌지만, 뒤늦게 중대한 사실이 하나 떠오른다.

“왜 미국이 그렇게까지 한다는 거죠? 배상은 일본이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원칙상으로는 그렇지만, 미국의 속내야 뻔하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퍼준 만큼. 아니 그 이상을 일본에게 받아내겠다는 거겠죠.

한마디로 그들은 이 와중에도 손익계산을 했다는 말이다.

우리에겐 무형의 이익을 주고, 결국 유형의 이익은 자신들이 챙기겠다는.

역시나 미국 답다고나 할까.

하지만 상관없다.

우리 입장에서야 돈보다는 그 편이 더 나은 것이 사실이니까.

“속셈이 뭔지는 몰라도 미국이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겁니다. 사탕의 크기를 떠나서 만약 미국이 마음먹고 달려들면 우리도 손해가 크니까요.”

-네, 정부도 그 점을 알기에 일본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향후 확실한 재발 방지 약속만 한다면 이번 사태를 종결지을 생각입니다. 말씀처럼 정말로 끝까지 갔다간 앞으로는 모든 국가들의 비난이 자칫 우리에게

돌아올 테니까요. 한데 좀 의아한 점이 있어요.

“또 무슨…….”

-메덕스가 언급한 리암이라는 존재 말입니다. 대체 그가 누구기에 미국 정부에 그런 주장을 할 수가 있는 건지 영 이해가 안 가거든요. 아무리 추궁을 해봐도 메덕스는 진 회장님께 물어보면 알 거라는 말만 남기고 갔습니다.

“…….”

난 차마 대꾸를 못한 채 머뭇거렸다.

그걸 부정의 의미로 받아들인 걸까, 국정원장이 한숨을 쉬며 다시 말한다.

-정말 모르십니까?

“한 번 만난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저도 유대인들의 연합체를 이끄는 존재라는 것 외엔 딱히 아는 것이 없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미국 정치권에 꽤 영향력이 있다고 하더군요.

-유대인 그룹이요?

“네, 꽤 전통이 있는 집단이라고 하더군요.

-유대인들이 미국 내에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은 저도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의 존재가 있다는 것은 좀 놀랍군요.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영향력이 강하다고는 하나 미국이라는 거대한 배의 동맹국 순위마저 좌지우지 할 정도라니.

아니 그건 둘째 치고, 그가 무얼 목적으로 그런 태도를 보이는 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혹시 동질감 때문인가?’

하도 답답하다 보니 그런 생각도 뇌리를 스쳤다.

그 역시 한때는 독일이라는 나라에 의해 피해를 입은 민족의 자손이기에 같은 제국주의를 내세웠던 일본에 대한 감정이 호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피식.

하지만 그건 사실상 말도 안 되는 상상이다.

국제 관계에 있어서, 그것도 유대인이 이익도 없는 일에 관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럼 대체 이유가 뭐지?

결국 난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한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튼, 메덕스 차관은 끝내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대통령님의 요구를 수용하여 결국 내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랍니다.

그 말에 잠시 일본 내각에서 벌어질 혼란을 상상했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은 미국으로서는 어마어마한 분노를 쏟아낼 터.

그리고 그걸 고스란히 받아내며 또 다른 대가를 치러야 할 일본 총리와 내각.

왠지 불쌍하기…… 는 개뿔. 앓던 이가 쑥 빠지는 기분이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일본이 더 붕괴되는 걸 보고 싶지만, 그건 오히려 우리가 자멸할 문을 여는 걸 테고.

어쨌든 미국이 중재를 위해 우리에게 그럴 듯한 선물을 내밀었다면 그걸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일본과의 충돌이 이걸로 끝일 리가 없다는 거지. 그땐, 상황이 또 다를 거다, 아마.’

-참, 말이 길어지다 보니 잊고 있었는데, 내일쯤 청와대로 들어와 주실 수 있습니까?

“저를요?”

순간 의도치 않게 목소리가 올라갔다.

솔직히 이젠 청와대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덜컥 내려앉거든.

마치 내 심정을 이해 한다는 듯 웃음을 내비친 국정원장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해상작전 헬기 도입 건이 본격적으로 토론될 모양입니다. 오늘 군이 정식으로 소요를 제기했고, 내일 군의 주요 지휘관들과 그걸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시는데, 진 회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답니다.

“해상작전 헬기를 소요제기 했다고요?”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었던 터라 놀라긴 했어도 그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니, 시기상 늦은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앞으로 취역할 구축함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 것을 생각한다면.

그렇다 해도 예산 문제로 몇 년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군과 정부도 이젠 한계에 도달했음을 느낀 모양이다.

-군의 주장에 의하면 시간상 자체 개발은 무리라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해상작전 헬기의 경우는 신뢰성이 중요한데, 그걸 처음부터 개발하고 신뢰성마저 갖춘 기체로 만들려면 최하 8년의 시간은 필요할 테니까요. 아쉽지만 그 부분은 해외도입을 검토해야 할 겁니다.”

-군의 주장도 같았던 모양입니다. 해서 내일 청와대에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 할 예정인데, 대통령님께서 진 회장님의 참석을 요구하십니다.

“저를요?”

-아무래도 그쪽 방면에 가장 정통한 사람은 진 회장님이니까요. 뭐 꼭 그게 아니라도 들어오셔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만, 그건 와보시면 압니다.

“…….”

******

끼익!

다음 날, 도착한 청와대에선 비서실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나보다 먼저 도착한 군의 주요 지휘관들과 본관에서 회의가 진행 중이라는 전언.

아무래도 회의가 예정보다 빨리 시작된 모양이다.

“이쪽으로 오시죠.”

안내된 곳은 별관이었다.

이미 한참 토론 중인 대통령과 군 지휘관들은 나를 보자 화색을 밝혔고, 난 그들과의 짧은 눈인사를 나눈 채 자리에 앉았다.

“마음이 급해서 회의를 조금 일찍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넥타이까지 풀어 헤친 모습이었다.

줄줄이 앉아 있는 군의 주요 지휘관들도 다들 단추를 하나씩을 풀어 헤친 모습.

꽤 격렬한 토론이 오간 느낌인데, 나로선 저 모습들이 왠지 생소하다.

뭐랄까, 이건 꼭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토론장을 보고 있는 느낌?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슬쩍 말을 던지곤 찻잔을 들어 올렸다.

이제 막 끓여 온 것이었던 터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에선 꽤 기분 좋은 향기가 풍겨왔다.

“문제가 아니라 희소식이 있습니다.”

대꾸는 대통령의 입에서 들려왔다.

묵묵히 쳐다보자 그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어제 메덕스 차관이 우리의 숙원 사업에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무슨…….”

“현재 우리가 자체 개발하여 KF-02와 세종대왕함에 적용한 링크K 말입니다. 그것과 미군의 링크16을 연동하는 것을 미국 측에서 동의했습니다.”

순간 나도 몰래 벌떡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그게 해결 됐다면 사실상 문제 될 만한 것은 이제 죄다 해소가 된 거거든.

한데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의아한 마음에 즉시 대통령을 쳐다봤다.

“앞으로 우리를 1급 동맹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마당에 연합작전에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허락한 거겠죠.”

“아!”

난 즉시 상황을 이해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 방법이 없다면 모를까 이젠 우리도 링크16에 준하는, 아니 이젠 그걸 넘어서는 완성형 시스템을 개발한 상황.

해서 작전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마당에 저들이 뭘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끝까지 연동을 거부했다간 정작 연합작전에서 불편을 겪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기에 속은 좀 쓰려도 어쩔 수는 없었을 거다.

‘흠…….’

막상 그 생각을 하고 보니 회귀 전의 일들이 떠올랐다.

무려 2020년까지 링크16을 적용하지 못했던 KF-16.

그로 인해서 미군과의 연합작전에는 오로지 F-15K만이 참가가 가능했었던.

이후 뒤늦게 개량사업을 추진했지만 정작 천문학 적인 금액을 요구하는 미국으로 인해 그 사업은 다시 논쟁거리가 되었고, 결국 KF-16에 링크16을 이식하는 것은 2020년 이후에야 사업이 확정 되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지. 굳이 큰돈 들이지 않고도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 업그레이드도 가능해졌고.’

“그나저나 미국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해왔습니다.”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대통령이 다시 말을 꺼냈다.

무심코 시선을 마주한 순간, 그가 또 하나의 놀랄 만한 소식을 전해왔다.

“미국이 곧 MH-60R의 양산을 준비 중인데, 만약 우리가 도입할 의중이 있다면 판매허가를 하겠다는군요. 그렇게 되면 가격대가 기존보다 30% 정도 낮아진다는데, 우리 해상작전 헬기에 그걸 도입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MH-60R을요?”

MH-60R은 미군도 이제 막 성능검증을 진행 중인 기체였다.

아마 본격적인 도입 시기는 2009년쯤?

경험상 성능 하나만큼은 나무랄 곳이 없는 기체인데, 그걸 무려 30%나 다운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면 그건 거부하는 것이 바보다.

“전술 데이터링크 문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지스 함과 연동하려면 그 역시 링크K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개조권한이 필요합니다. 물론 링크16과 연동이 되는 마당이면 운용이 불가능 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번 링크16과의 연동을 위해 암호를 부여 받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문제는 그 점이었다.

MH-60R의 경우는 우리가 만든 물건이 아니라는 것.

해서 링크K를 구축하려면 개조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그때, 대통령이 씨익 웃어 보였다.

“MH-60R에도 우리의 링크K 단말기를 이식하는 것은 물론 링크16과의 연동도 동의하겠다는 조건입니다. 해서 1차로 20대가량을 도입하면 어떨까 합니다.”

“개조 권한을 준다고요? 미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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