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42화 (142/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42화

순간 김영기 대표가 고개를 갸웃했다.

즉시 떠오른 것을 입에 올리자 그도 아! 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우리와의 긴장 상태를 이용해서 수저를 하나 더 올려보겠다는 거군요.”

“아마도요. 뭐 우리로서도 나쁘지 않은 상황입니다. 표면상으로만 보면 마치 우리의 편을 들고 있는 분위기니까.”

“하긴, 일본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나저나 일본도 좀 의외지 않습니까. 최근 들어 유난히 쿠릴 4개 섬을 상대로 러시아를 자극하는 것 같은데, 이건 꼭 싸움 못 걸어서 안 달이 난 암탉 같다고나

할까요?”

막상 그 말을 듣고 보니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최근 러시아를 향한 일본의 행보 역시 역사와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져 있는 것이 현실이거든.

뭐랄까, 무언가에 쫓기듯 조급해진 느낌?

특히나 쿠릴 4개 섬을 상대로 저렇듯 전보다 격렬하게 영토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타임라인을 부쩍 앞당긴 느낌이다.

혹시 그런 걸까?

북한과 러시아라는, 두 위협적인 세력들을 부각하여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꽤하겠다는.

“도착했습니다.”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어느덧 헬기가 진해에 도착했다.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멀미 증상은 전혀 없었던 상태.

이젠 몸이 슬슬 적응을 하는 모양이다.

“어서 오세요.”

도착한 진해 군항엔 군의 수뇌부들이 이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디 그들뿐일까, 각 방송국들의 기자들은 물론 여야 국회의원들까지.

우스운 것은 국회의원들의 반응이었는데, 그동안 매번 치고받고 싸우던 것과는 달리 이번 일본의 제재문제에 있어선 대부분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거다.

비논리적인 저들의 행태에 절대로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살다 살다 이런 일을 다 보게 되네.’

나로선 솔직히 저들의 태도가 의외였다.

아무리 국민 여론이 무섭다고는 해도 정치인들이 어디 이렇듯 똘똘 뭉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어야지.

특히나 일본 문제에 있어선 유별나게 의견들이 엇갈리기 마련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은 천지가 개벽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갑습니다, 진현승 회장님. 실제로 얼굴을 보게 되는 것은 처음이군요.”

참여한 여러 정치인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그 말이 불쑥 귓가를 때렸다.

눈이 마주친 인물은 최근 야당에서 유달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주환 의원.

안 그래도 최근 유달리 관심이 갔던 인물이었던 터라 퍼뜩 손을 맞잡자 그가 다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언젠가는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저야말로 영광이군요.”

옅은 미소로 대꾸하곤 그를 빤히 쳐다봤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시선을 마주한 그는 내게 차후 꼭 시간을 내 달라는 말을 속삭이며 돌아섰고, 난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의원들과의 인사를 이어갔다.

힐끗.

이후 이상하게도 이주환 의원에 대한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 그는 역사에는 없었던 인물이었거든.

그렇다고 존재 자체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린 것은 아니지만, 정치계의 주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달까.

최근엔 그로 인해 현 야당 내의 차기 대권 주자들이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는데, 나로선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다른 걸 떠나서 이러면 역사가 어디로 튀어 나갈지 예상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까.

“이주환 의원이 뭐랍니까?”

VIP들과의 인사를 마치고 돌아온 나를 향해 김영기 대표가 넌지시 물었다.

최근 돌아가는 정치판이 하도 복잡하다 보니 그 역시 관심을 가질 수밖엔 없었겠지.

난 힐끗 이주환 의원이 있는 방향을 다시 쳐다보곤 대꾸했다.

“차후 따로 시간을 좀 내달라더군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 말에 휙 하고 김 대표를 쳐다봤다.

역시나 이주환 의원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그는 속삭이듯 말을 잇는다.

“저 양반, 의외로 회장님과 비슷한 부분이 많거든요. 스스로도 그걸 알고 있기에 회장님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겠죠.”

“저와 성향이 비슷하다고요?”

“네, 추진력은 물론 사고방식까지도요. 게다가 50대에 불과한 나이에도 어찌나 당 장악력이 대단한지 벌써부터 차기 대권주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흠…….”

“왜요, 야당 유력 정치인과 따로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우셔서요?”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군요.”

“딱히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기업 총수야 여당이건 야당이건 두루 인맥을 쌓아두는 것이 이익인 것이 현실이고, 정부가 그걸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주환 의원은 청와대에서도 제법 호의적으로

대하는 인물입니다.”

“청와대에서요?”

“네, 대통령님도 그의 성향을 꽤 높이 사고 있거든요. 특히나 상식을 벗어난 정치풍토를 극렬하게 혐오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요. 사실 이번에 여당과 야당이 일본의 조치에 그렇듯 보조를 맞추는 이유도 저 양반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아니, 저 양반 아니었다면 야당 분위기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거라는 것이 중론이죠. 여전히 몇몇 야당의 핵심 의원들은 아직도 일본과 대화를 하라고 나서는 마당이니까요.”

“…….”

그 말에 다시 이주환 의원을 쳐다봤다.

현 야당에 그런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있다는 것이 의외였기에 한참을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던 차, 그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흠흠.”

어색한 마음에 즉시 고개를 돌리고 행사장 입구를 쳐다봤다.

마침 도착한 대통령의 차량.

이후 차에서 내린 대통령은 여야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유독 이주환 의원과의 대화 시간이 길게 느껴진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닐 거다.

“수고가 많습니다.”

준비된 지정석에 도착한 대통령은 나를 발견하자 즉시 손을 내밀었다.

눈에는 이미 기대감이 가득한 상태.

그에 호응하듯 하늘에선 2대의 KFX가 빠르게 행사장을 지나쳐 간다.

쐐애액!

“저건 언제 봐도 마음이 든든하군요.”

대통령은 마치 곡예 하듯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KFX들을 유심히 살피며 말했다.

각종 무장을 장착한 KFX들의 모습은 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을 터.

사실 내가 봐도 저건 지나치게 완벽한 모습이다.

[그럼 지금부터, KFX의 무장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안내방송과 함께 하늘에선 무인 표적기 한 대가 날아왔다.

아음속에 불과한 기체지만 무인기인 탓에 기동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특히나 쉴 새 없이 급격한 방향 전황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다.

“저기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몇 번이고 토사물을 쏟아냈겠군요.”

같은 생각을 한 듯 대통령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웃으며 시선을 마주하려는 차, 방송에선 현장과 10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인 또 한 대의 KFX가 덕티드 램제트 방식의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했음을 알려왔다.

“다중펄스 방식은 공개를 안 하는 겁니까?”

방송을 들은 대통령이 넌지시 속삭였다.

지금 상황에서 그걸 공개할 이유가 없지.

슬쩍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이해 한다는 듯 대통령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하긴, 굳이 그것까지 공개해서 서방 시선을 끌 이유는 없겠죠.”

대통령은 다시 허공을 쳐다보며 읊조렸다.

그리고 조금 후 들려온 것은 쐐액 하는, 공기 찢는 소리.

“…….”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시선이 소리를 따라 돌아갔고, 곧 행사장 위로 긴 궤적을 그린 미사일이 스쳐 지나갔다.

“오오!”

사람들은 순식간에 표적기를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의 모습에 탄성을 내질렀다.

아무리 파괴되는 것이 운명인 표적기라고는 하나 그냥 당할 수만은 없는 법.

미사일의 접근을 떨쳐내려는 듯 표적기 역시 순식간에 급 기동을 실시했지만 이미 꼬리를 잡은 미사일은 추적의 끈을 놓지 않는다.

“기동력이 장난이 아니네.”

거의 90도로 방향을 틀어버리는 표적기를 끝까지 뒤좇는 미사일의 모습에 대중들이 다시 탄성을 뱉어냈다.

쾅!

그리고 이어진 폭발음.

그토록 자유자재로 허공을 주유하던 표적기가 순식간에 산산 조각나자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른다.

후웅!

조금 후, 행사장 저편으로 다시 3대의 표적기가 등장했다.

이번엔 다중 목표물에 대한 대응 능력을 테스트할 차례.

예상처럼 방송에선 다시 KFX가 3발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연속해서 발사했음을 알려왔고, 이후 표적기들은 사방으로 방향을 흩어지며 시선을 어지럽힌다.

쐐애액!

전보다 거센 파열음과 함께 허공에 3발의 미사일이 궤적을 그리며 나타났다.

곧 짧은 추적 끝에 목표에 충돌하는 미사일들.

무려 3대의 표적기가 동시에 파편이 되어 비산하자 사방에서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뿌우우!

조금 후, 저 멀리 있던 세종대왕함이 경적을 울렸다.

제법 먼 거리에 있었음에도 그 덩치에 절로 압도될 정도.

촬영을 시작한 방송 기자들의 멘트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장내 안내방송에선 곧 세종대왕함의 대공방어 시스템 시범이 시작 될 것을 알려온다.

[조금 후, 창원 인근에서 대기 중인 KFX에서 3발의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발사할 예정입니다. 목표는 세종대왕함과 대략 1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바지선이며…….]

세종대왕함의 대공방어 능력을 증명하는 것에 쓰이는 표적은 커다란 바지선이었다.

그렇다고 세종대왕함 자체를 표적으로 쓸 수는 없으니 그걸 향해 날아들 미사일들을 요격하겠다는 거지.

뒤늦게 바지선을 발견한 VIP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선을 주었고, 개중 군사 분야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의문을 표했다.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요격한다고?”

“그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언제 개발했대?”

그들의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

애초 초음속 미사일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다음 달쯤.

그럼에도 굳이 공개를 서두른 것은 역시나 일본을 향한 시위의 성격이 강한데, 나 역시 그 점엔 동의한 상태였다.

초음속 미사일의 공개와 더불어 우린 그것마저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

이보다 확실한 무력시위는 또 없을 테니까.

[1호 대함 미사일 발사했습니다.]

안내방송과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바지선으로 향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세종대왕함의 수직 발사기에서 이번에 개발된 함대공 미사일이 불을 뿜으며 날아올랐고, 그건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곧바로 수평으로 방향을 틀어 바지선이 있는 방향으로 쇄도했다.

쐐애액!

순간 KFX에서 발사했던 초음속 대함 미사일이 바다 위를 스쳐 가며 바지선을 향해 접근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속도.

하지만 이미 발사된 함대공 미사일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그걸 추적했고, 대함 미사일이 미처 바지선에 채 닿기도 전에 충돌을 일으켰다.

쾅!

“…….”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던 터라 사람들은 그저 멍한 표정만 지어 보였다.

들려오는 것은 기자들이 쏟아내는 멘트들 뿐.

대부분은 마하 4에 가까운 초음속 미사일의 대단함도 대단함이지만 그걸 격추해 버린 함대공 미사일에 관심이 쏠려있었다.

[다음 시범은…….]

이후 이어진 안내 멘트는 무려 다섯 발에 달하는 아음속 대함미사일을 동시 방어하는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해상형 HVP의 정확성을 대중들에게 확증하겠다는 것.

멘트가 끝남과 동시에 바지선을 향해서 다섯 발에 달하는 대함 미사일들이 날아왔다.

쿵쿵쿵쿵쿵!

순간 저편에 있던 세종대왕함의 고속함포가 정확히 다섯 발의 요격체를 발사했다.

그와 동시에 불을 뿜는 골키퍼.

그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그야말로 최후방어 수단까지 동원한 건데, 정작 달려들던 미사일들은 죄다 HVP 요격체로 인해 파편화 되어 버린 터라 의미가 퇴색 되었다.

퍼퍼퍼퍼펑!

뭐, 그래도 눈요깃거리로는 충분하네.

이건 꼭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그러고 보니 그 영화가 뭐였더라?

쿠데타를 피해 미국의 핵잠수함에 승선한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그 잠수함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들을 러시아의 구축함에 장착된 CIWS가 전부 요격해 버리는.

꽤 재미있게 봤었던 영화.

“헌터킬러…….”

“뭐라고 했습니까.”

뒤늦게 떠오른 영화 제목을 읊조리자 대통령이 나를 쳐다봤다.

서둘러 손사래를 치자 그가 다시 바다를 향해 시선을 주며 말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군요.”

“네,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이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닙니까.”

아마도 그건 순식간에 증발해 버린 다섯 기의 아음속 대함 미사일들을 두고 하는 말일 거다.

하긴, 고작 근접방어 테스트를 위해 그 비싼 하푼을 다섯 기나 소모했으니 아깝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하지만 그건 내 의도에서 나온 결과는 아니다.

“확실하게 성능을 증명해 보여주자고 주장하신 것은 대통령님이셨습니다.”

“그렇긴 해도 아까운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한데 기왕 돈을 쓸 거면 확실하게 써야지. 왜 탄도미사일 요격은 왜 빼놓는 겁니까?”

“그거야 몇 번이고 해왔던 것 아닙니까. 이미 일본도 우리의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쯤이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돈 들일 이유가 없죠.”

대통령은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표정이 진중해진 그는 슬쩍 주변을 한번 살핀 후 속삭이듯 말한다.

“오늘 아침까지 일본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더군요. 해서 내일 발표할 생각입니다.”

“…….”

“반도체 수출 금지 말입니다.”

“그 의사를 일본 측에 전달하셨습니까?”

난 흥분된 마음으로 되물었다.

“아니요, 그거야 확실한 충격을 주자는 의미에서 하는 건데, 미리 김을 빼 놓을 필요는 없지요.”

"하면 얼마나 지속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요, 실은 그게 문제입니다."

대통령은 고민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내지르는 상황에서 그걸 고민할 이유가 뭐가 있다는 말인가.

난 즉시 그에게 말했다.

"저들의 확실한 사과를 받아낼 때까지는 해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야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게 가능 하겠습니까."

"가능합니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니까요.”

“……그때요?”

"아 그게, 불과 십 년전 말입니다.”

난 즉시 말을 얼버무렸다.

한동안 몽롱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대통령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아무튼, 부디 그랬으면 좋겠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