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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41화 (141/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41화

“……우리가 뭘로요?”

“그걸 상의하기 위해 여러분들을 부른 겁니다.”

대통령은 양태용 원장을 향해 짧은 대꾸를 한 후 곧장 나를 쳐다봤다.

마치 내게 발언권을 넘기겠다는 듯.

나 역시 생각이 같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대꾸함에 있어 주저할 이유가 없기에 곧바로 운을 띄웠다.

“제게 방법을 물으시는 거라면 솔직히 수도 없이 댈 수는 있습니다. 정작 정부가 그걸 실행할 의지가 있느냐가 문제죠.”

“의지가 있다는 가정하에 말씀해 보시죠.”

대통령은 다짐하듯 말했다.

숨을 고른 채 다시 나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들을 향해 말을 내뱉었다.

“그럼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역시 일본이 꼭 필요로 하는 소재들의 수출을 막는 거죠. 예를 들면 재우가 그간 개발한 특수목적 합금소재들이라던가, 이미 도레이사를 아득히 능가하여 일본 산업계에 뿌리 내리고

있는 탄소기반 소재들이 치명적일 겁니다.”

“탄소기반 소재들은 이미 일본도 세계적인 수준인데 그걸 수출 금지한다고 해서 타격이 있겠습니까?”

대통령은 의아함을 표했다.

“물론 일본이 탄소기반 소재의 선진국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더 나은 제품생산을 위해  이미 3년 전부터 저희가 개발한 탄소기반 소재들을 각종 산업계에 적용하고 있었죠. 만약 그걸 막는다면 자동차 업계를

비롯하여 여러곳에서 꽤 곤란을 겪을 겁니다.”

“…….”

“수출 시장에서 우리가 만든 탄소기반 소재들의 효과를 톡톡히 본 산업계에게 과거로 회귀하여 질 떨어지는 제품을 쓰라고 요구하는 것은 쉽지가 않거든요. 아무튼, 당장은 탄소기반 소재를 예로 들었지만 사실상 일본이

곤란을 겪을 만한 소재들은 충분하고도 넘칩니다. 기존 대비 내구성이 두 배 이상 강화된 폴리카보네이트라던가, 여타 석유화학기반 제품들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군요.”

“흠…….”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묵묵히 찻잔을 들어 올리려는 차, 불현 듯 제법 그럴듯한 생각하나가 더 떠올랐다.

“당장 일본 업계를 자극하여 내각을 흔들기엔 이것도 괜찮겠군요.”

“…….”

사람들은 그 말에 다시 나를 쳐다봤다.

“손해배상 청구 말입니다.”

“…….”

양태용 원장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와는 달리 순간 눈빛이 빛나는 대통령과 두 기업인들.

대통령은 둘째 치고, 역시나 이런 부분에 있어선 계산이 빠른 것이 바로 기업가들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지금 일본 정부의 수출 중단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 측 업체들 대부분은 이미 물품 대금 중 일부를 일본 업체들에게 지급한 상황일 겁니다.”

“그렇겠죠. 거래에 있어서 계약금이라는 것은 필수니까.”

양태용 원장은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그런데 우린 물건을 제때 납품받지 못했으니 당연히 계약 위반에 대한 청구를 해야죠. 단순히 계약 위반에 대해서만이 아닌, 생산 지연에 따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청구까지도.”

“…….”

“아마 그렇게 되면 일본 업체들도 꽤 손해가 커질 테니 일본 정부를 압박할 겁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우리의 불법적 제3자 수출을 트집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 법을 들고나오면 면피 소지가 충분해요.”

양 원장은 내 주장에 반박했다.

뭐 그들이야 당연히 그런 식으로 나오겠지.

하지만 그게 일본 정부의 행위를 정당화 하지는 못한다.

“그렇다 해도 일본정부는 지금 순서와 절차를 무시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수출부터 막고 제재안을 발표했다는 거죠. 그 영향으로 피해를 본 다른 기업들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재우나 현우. 그리고 삼정이 불법수출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거죠.”

사실 그 부분은 일본의 조치가 과하다는 국제적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다못해 미국도 제재대상 기업이 있을 경우엔 제재안을 먼저 발표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순서였거늘.

더군다나 북한을 상대로 한 제재 물품 반입 사건이 한두 번 일어난 일도 아니고.

우리처럼 국제사회에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가를, 그것도 다짜고짜 나라 전체를 상대로 시비를 거는 행위가 정당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은 없다.

“흠…….”

양태용 원장은 슬슬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로 우리 기업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하게 되는 경우, 후에 벌어질 일들을 상상한 거겠지.

아니나 다를까, 그는 방금 전까지와는 전혀 달라진 표정으로 말한다.

“그렇게 되면 정말 일본 업체들이 똥줄이 타겠군요. 수조 원에 육박할 수도 있을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아마도요. 하지만 그게 끝이면 곤란합니다. 기왕 시작을 했으면 뿌리를 뽑아 버려야죠. 다시는 이런 헛짓거리를 하지 못하도록.”

“뿌리를 뽑다니요?”

양 원장과 두 기업인들은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으며 나를 쳐다봤다.

솔직히 지금부터 나올 말은 내 입으로 내뱉기는 부담스러운 명제.

슬쩍 대통령을 쳐다보자 그가 이해 한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말을 이었다.

“그건 제가 말씀을 드리죠.”

대통령은 짧게 운을 뗀 후 이영훈을 향해 시선을 줬다.

갑작스러운 그의 시선에 당황한 이영훈은 멀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건 전적으로 이 회장님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을 하셔서 결정을 해 주시죠.”

이영훈 회장은 이후 나올 말이 뭔지를 짐작한 듯 꿀꺽 하고 마른 침을 삼켰다.

솔직히 이 상황에서 나올 말이 뭔지를 눈치채지 못했다면 바보지.

역시나 그는 대통령이 다시 말을 꺼내기도 전에 툭 하고 먼저 말을 뱉어냈다.

“혹시 일본 기업을 향한 반도체 수출을 중지하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특히나 지금 막 전자업계에 공급되고 있는 45나노 공정 위주로.”

억! 하는 소리가 그의 입에서 절로 튀어나왔다.

뭐 이해해.

솔직히 나도 처음엔 분한 마음에 그 같은 요구를 하려했지만, 정작 삼정이 입을 피해를 생각하면 또 무리라는 생각에 주저하고 있었던 문제거든.

하지만 지금은 국가가 나서는 상황.

손해에 대한 보존문제만 해결 된다면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을 거다.

“맙소사! 반도체 수출을 중지한다고요?”

듣고 있던 양태용 원장이 동그란 운을 하고 되물었다.

어디 그 한사람 뿐일까, 정태민 회장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

한동안 집무실은 침묵으로 감돌았고, 잠시 후 다시 입을 연 것은 대통령이었다.

“아마 그렇게 되면 일본이 받는 타격은 우리보다 더할 겁니다. 우리는 그나마 돈은 좀 들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저들은 아예 없으니까.”

“그건 대통령님 말씀이 맞습니다.”

난 즉시 대통령의 의견에 동조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다시 내게로 향했지만 상관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물론 그 경우, 국제적으로 우리 역시 비난을 받을 수는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피해를 입는 것은 일본만이 아닐 테니까요. 특히나 미국의 경우는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데, 그걸 어떻게 극복할지 정도는

생각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곧장 수긍했다.

뭔가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은 있는 모양새.

그렇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다시 말을 이었다.

“현실을 직시하면 일본은 그야말로 자충수를 둔 겁니다. 아직까지 45나노 공정기술은 삼정을 제외하곤 양산에 성공한 곳은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거죠. 그 상황에서 우리가 만약 수출을 중지하면 일본은 시대에 뒤처진

180나노 기반이나 90나노 기반 반도체로 물건을 만들어서 팔아야 합니다.”

“…….”

“문제는 그것도 쉽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슬슬 몰락의 수순을 밟고 있기에 90나노조차 원활한 수급이 가능할 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니까. 그렇게 되면 과연 일본의 제품들이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일본으로서야 45나노의 수급이 막히면 막대한 타격을 받기야 하겠지만, 우리도 그만큼 손해가 큽니다.”

“인정합니다. 삼정도 족히 수조 원의 매출 타격을 입겠죠. 하지만 그로 인해 삼정이 국민들로부터 받는 지지를 생각하면 그리 손해도 아닐 겁니다.”

뒷말이 무슨 뜻인 줄은 이영훈도 충분히 이해했을 거다.

한때 불법적인 승계과정으로 인해 바닥을 쳐 버린 그에 대한 인식.

그걸 뒤집을 기회라는 것.

그렇다 해도 손해를 온전히 감당하라는 것은 무리일 테니 그에 대한 보상은 당연히 보존해 주는 것이 정상일 터.

난 즉시 대통령을 향해 말했다.

“삼정에서 그렇게까지 한다면 정부도 그에 합당한 보상 정도는 하겠죠?”

“그야 당연합니다. 당장 그 보상의 기준이 뭐가 될지는 확답을 드릴 수 없지만 정부도 최선을 다해 삼정의 손해를 보존해 드릴 생각입니다.”

이영훈 회장은 대통령의 대답에 다시 마른 침을 삼켰다.

쐐기를 박기 위해 난 기어이 한마디를 더 보탰다.

“이건 여담인데, 이제 곧 KFX를 비롯하여 수천 발에 달할 미사일들의 시커. 그리고 이지스함정과 이순신 급의 레이더에 필요한 각종 반도체들의 수요가 급증할 겁니다. 얼추 계산을 해보니 그 금액대만 족히 수조 원에

달하더군요. 그걸 향후 우리가 전부 삼정에게만 밀어드린다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겠습니까?”

“…….”

이영훈 회장은 그럼에도 차마 속 시원한 대꾸를 하지 못했다.

솔직히 그래 봐야 삼정에게는 한해 손해분에 대한 보상에 불과할 테니까.

하지만 그건 사안의 흐름을 모르기에 갖는 생각이다.

“주지하실 점은 그것이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종식시킬 수 있는 열쇠라는 겁니다. 막말로 단 6개월만 반도체 공급을 못 받아도 일본의 전 산업계가 패닉에 빠질 텐데, 일본 정부가 그걸 버틸 여력은 없을 테니까요.”

“…….”

*******

[우리 기업들은 오늘 오전 법원에 일본 업체들과 정부를 상대로 한 집단적 손해배상 청구를 실행했습니다. 또한 정부는 세계무역기구에 정식으로 일본을 제소했으며…….]

며칠 후, 내 주장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집단적 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의 반응은 냉담한 상황.

마치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한 저들의 태도는 마치 회귀 전 세상을 되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오늘 아침 정부는 재우 그룹이 생산중인 소재들의 대 일본 수출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정부는 한때 일본의 일부 단체들이 대북지원에 일조한 근거들을 포착하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만약 이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며…….]

하지만 뒤이어 나온 조치들에선 반응이 조금 달랐다.

당장 산업계에 치명타가 될 소재수출의 전면금지소식에 일본 산업계가 들끓기 시작했고, 우리 정부가 일본의 대북지원 사실마저 거론하자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내각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린 절대로 대북지원을 한 사실이 없으며…….]

‘헛소리도 저 정도면 예술의 경지군.’

오리발을 내미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아마 곧 정부는 모사드로부터 제공받은 구체적인 증거들을 국제사회에 제출할 거다.

“그나저나 반도체 수출 금지는 최후의 카드로 남겨둘 모양이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워낙 양쪽 모두에게 파급력이 큰 부분이라서 대화가 아주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면 쉽게 꺼내기가 어렵죠.”

곁에서 함께 뉴스를 보고 있던 김영기 대표가 내 혼잣말에 대꾸했다.

앞에는 산처럼 서류 더미들을 쌓아놓고 있던 상태.

자신의 집무실을 두고 굳이 내 집무실에서 저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혹시 방을 누군가에게 뺏기셨습니까?”

“그럴 리가요.”

“하면 왜 매번 제 방에서 업무를 보시는 겁니까?”

“아 그게. 매번 보고 드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때마다 올라오기도 귀찮습니다.”

황당한 마음에 째진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머쓱한 웃음을 뱉어낸 그는 뭔가 떠오른 듯 아 하는 표정과 함께 말을 이었다.

“참, 어제 연구소 김희원 박사에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회장님과 직접 연결이 안 된다면서. 보내주신 자료는 잘 받았다고 전해 달라더군요.”

그건 어제 하루 종일 전화기를 꺼놨기 때문일 거다.

비서실 역시 밀린 업무에만 집중할 테니 어지간한 일로는 연결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었고.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그가 넌지시 되묻는다.

“실례가 안 된다면 무슨 자료를 보내신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건 컨트롤러와 서보모터 개발에 대한 자료입니다.”

“컨트롤러요?”

컨트롤러는 공작기계의 제어장치를 뜻한다.

세계시장에서 일본의 화낙이 절대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분야.

그게 개발되어야만 제대로 된 공작기계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한 상태기에 난 곧장 데이터 칩에서 회귀 전 현우가 개발한 iTROL의 기술을 연구소에 넘겨준 상태였고, 서보모터 역시 개발을 지시해둔 터였다.

“그것들을 왜…… 설마, 산업용 기계와 로봇 분야에 진출하시려고요?”

“이번에 3대 그룹이 청와대에서 의견을 모았습니다. 향후 10년간 공동출자를 통해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모든 분야에 걸쳐 우리나라의 중소 업체들을 지원하기로.”

“하지만 이건 지원이 아니라 직접 개발을 시도하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컨트롤러의 경우는 중소업체의 힘만으로는 개발에 한계가 있거든요. 해서 그 부분만큼은 우리가 직접 개발을 하려는 겁니다.”

난 별스럽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여전히 멍한 그의 표정.

들고 있던 팬을 내려놓은 채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어찌 보면 이건 우리 산업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하니 기회가 왔을 때 해야죠.”

“하지만 가능하겠습니까? 그 분야에 대해선 일본이 수십 년을 앞선 부분인데.”

물론 쉽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면 컨트롤러만큼은 이미 일본을 따라잡을 만한 물건이 내게 있다는 것.

그게 현실로 구현되면 2년 안에는 화낙의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들끓고 있습니다. 각계각층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있으며…….]

틀어놨던 TV에선 여전히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매운동에 관한 것들.

몇 번을 느끼지만, 우리 국민들은 참 대단하다 싶다.

이 작은 나라에서 그렇듯 지역을 나눠 싸우다가도 또 외부와의 충돌이 있으면 똘똘 뭉쳐버리거든.

마치 아무리 가족이 미워도 남에게 처 맞는 꼴은 못 보겠다는, 그런 심리 같달까?

“가시죠, 이러다 늦겠습니다.”

웃으며 서류에 사인을 다 마친 난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적지인 진해까지 가려면 또 한참의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래도 헬기가 있으니 다행이기는 한데…… 젠장, 다행은 개뿔.

또 게워내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네.

“전 이미 준비 끝났습니다.”

김 대표는 즉시 수트를 챙기며 일어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향하는 길, 그가 흥분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회장님께선 흥분되지 않으십니까? 세종대왕함과 KFX가 모든 국민들을 상대로 앞에서 그 성능을 증명하는 날인데요.”

“글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른 걸 떠나서 오늘이 지나면 KFX가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게 되니까.

의외였던 것은 정부가 애초 예정에는 없던 초음속 대함 미사일과 이지스함의 공개 화력시험까지 오늘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건데, 그건 일본을 향한 메시지의 성격이 강했다.

뭐 한마디로 그런 거지.

눈깔 똑바로 뜨고 봐라.

그리고 혹시라도 무력도발을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라…… 이런 거.

하긴, 오늘의 모든 행사는 TV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기에 그게 일본에게는 큰 경고가 되기는 할 거다.

‘아니, 단순히 경고 수준이 아니라 오금이 저릴 수도 있지.’

부르르!

막 헬기에 오르려는 차에 어디선가 휴대폰 진동 소리가 들렸다.

내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한 상태.

슬쩍 김 대표를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통화버튼을 누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

김 대표는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이내 짧은 대꾸와 함께 전화를 끊은 그는 득달같이 나를 향해 묻는다.

“혹시 최근에 푸틴 대통령과 통화 하신 적 있으십니까?”

“아니요. 한데 여기서 갑자기 두목 불곰 이야기가 왜 나옵니까?”

“방금 러시아 전략 폭격기가 일본 영해를 침범했답니다. 그래서 지금 일본에서 난리가 났다는데요?”

“…….”

******

[조금 전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가 일본 영해를 침범했습니다. 일본은 강력한 항의를 했지만 정작 러시아는 무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입니다.]

진해로 가는 동안 들려온 뉴스에 절로 입이 찢어졌다.

이거야 말로 절묘한 타이밍.

나로선. 아니 우리로선 마치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놈을 두고도 억지로 참고 있는 와중 동네 형이 그걸 대신해 주는 형국이나 다름없는데, 덕분에 들끓었던 속이 조금은 후련해진 느낌이다.

“일본만큼 영공 침범에 민감한 나라는 또 없죠.”

김영기 대표는 마치 속이 시원하다는 듯 말했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

웃으며 그를 향해 말했다.

“2차 대전 이후, 제 나라의 하늘을 무언가가 지나가는 것에 유별나게 민감한 것이 일본이죠. 특히나 러시아의 전략폭격기는 우리 생각보다 저들에게는 악몽입니다.”

“그래서 제가 회장님께 물었던 겁니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보니 전 혹시라도 회장님께서 부탁을 하신 것은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럴 리가요.”

난 애초 그런 부탁을 할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다.

설사 했다 해도 그게 쉽게 들어줄 만한 부탁도 아니고.

막말로 이건 한 국가와 긴장을 유발하는 문제인데, 단순히 나와의 친분으로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던가.

“그럼 결국 러시아도 목적이 있기는 하다는 건데, 대체 이유가 뭘까요?”

김 대표는 끝내 의문을 떨쳐내지 못했다.

나 역시 그건 마찬가지.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대입해 보고 있는 와중 불현듯 최근 들어 일본과 부쩍 갈등을 겪고 있는 쿠릴 열도가 뇌리를 스쳤다.

피식.

“푸틴, 이런 여우같은 곰을 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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