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38화
그로서는 꽤나 놀랄 일이었을 거다.
철저한 보안을 위해 그동안엔 오로지 성호와 나만이 구체적인 개발 방향을 잡아두었던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이젠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니만큼 그가 안다 해도 상관은 없다.
아니, 사실 김 대표에게까지 끝내 비밀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사실입니다. 그래서 비밀을 지키기 위해 공개 테스트를 안 하려는 것이고요.”
“하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 아니 그건 둘째 치고, 그 비밀이 언제까지 지켜지겠습니까. 정작 배치가 되고 운용을 시작하면 무장을 운용하는 주체들이 대번에 눈치를 챌 텐데요.”
“압니다. 해서 당분간은 함정의 레이더와 미사일의 운용프로그램 알고리즘과 탐지밴드 대역에 일정부분 락을 걸어둘 생각입니다. 오로지 군의 주요 지휘관들 및 함장 외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그리고 정말로 필요한
순간에만 그걸 활용할 수 있도록.”
“…….”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겁니까?”
“당분간은 그래야 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게 알려지면 스텔스 전투기 무용론이 등장할 텐데, 당장 미국이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김 대표가 인상을 찌푸렸다.
누구보다 미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사실을 알게 되었을 미국의 반응이 자연스레 떠오른 거겠지.
기왕 말을 꺼낸 김에 난 또 하나의 사실을 알렸다.
“알아두셔야 할 점은 KFX에 장착될 다중펄스방식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역시 스텔스 킬러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
“사실 저 미사일의 시커가 바로 그걸 기반으로 개발 된 것이거든요.”
“……그럼 KFX의 AESA 레이더도 스텔스기의 탐지가 가능하다는 겁니까?”
“그야 물론입니다.”
“그걸 왜 이제야……. 그러고 보니 대통령님과 공군 주요 지휘관들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님께는 얼마 전 보고를 올렸습니다. 그 외엔 아직…… 이건 자칫하면 미국과의 전면적인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는 사항인데, 굳이 발 없는 말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군의 주요 지휘관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KFX의 무장이 완전히 갖춰지는 날이 될 겁니다. 그것도 철저한 기밀 유지 약속을 받아낸 이후에야.”
“이거 상황이 좀 우습게 돌아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군요. 운용주체에게조차도 기능을 숨겨야 한다니. 그나저나, 이걸 정말 믿어야 할지 원……. 스텔스기를 탐지하고 잡는다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실 스텔스 탐지와 추적능력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시커의 성능을 극대화 하다보니 부수적으로 따라온 거죠."
그는 힘이 풀리기라도 한 듯 축 어깨를 늘어트렸다.
하긴, 이 시대의 상식으로 그걸 이해한다는 건 무리지.
그렇다고 그걸 이 자리에서 죄다 설명하기는 무리.
난 재빨리 차에 오른 후 그를 재촉했다.
“일단 타시죠.”
기잉!
차에 오르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운전석과의 소음 차단이었다.
새로 제공된 방탄 차량엔 다행히 칸을 분리하는 방탄유리가 설치된 상태.
즉시 그걸 올린 후 다시 김 대표를 쳐다봤다.
“원래 K밴드 대역은 스텔스 탐지에 용이한 주파수 대역 대입니다. 그리고 주파수의 파장이 짧아 레이더의 소형화가 가능하며 고해상도를 가졌죠. 하지만 K대역대가 대체적으로 대기 중의 물 분자에 의해서 신호감쇠 현상이
잘 발생하는데, 그래서 그동안엔 레이더 시스템 운용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
김 대표는 그게 무슨 소린가 싶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옅은 웃음을 뱉어내곤 다시 말했다.
“쉽게 말해서 우린 그 상식을 뛰어 넘었다는 말입니다.”
“어떻게요?”
“그거야 말씀을 드려도 못 알아들으실 테고, 일단 우린 KA밴드 대역 대의 주파수를 활용하여 다면 탐지 시스템으로 이용한다는 점만 알고 계십시오. 그로인해 고분해능과 기만능력을 갖췄고, 전자전 대응능력까지
갖췄지만, 문제는 밴드대역대의 특성상 스텔스 전투기도 잡아낼 수 있게 된 거죠.”
“전 당최 무슨 소린지 원……뭐가 됐건, 한마디로 이 기술은 절대로 유출 되면 안 된다는 것이 결론이군요. 이게 유출 되면 미국도 미국이지만 우리도 피해를 입으니까.”
“맞습니다. 이건 한마디로 양날의 검이죠. 하지만 정작 실물만 가지고는 기술에 접근하는 건 불가능하니 그리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
“일단 이걸 개발하려면 소자 자체부터 개발 개념을 달리 가져야 하는데, 당장은 우리 외에 그게 가능한 곳은 없거든요.”
“그나마 다행이군요. 그럼 결국 우리 연구원들만 철저하게 단속하면 된다는 건데, 이 기회에 미사일 개발 센터의 보안 수준을 더 끌어 올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안 그래도 청와대와 합의는 봤습니다. 미사일 개발 센터를 1급 보안 시설 수준으로 관리해 달라고. 아마 며칠 후면 군과 국정원에서 조치를 취할 겁니다.”
김영기 대표는 그 말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생각일까, 힐끗 뒤를 돌아본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나를 빤히 쳐다본다.
“왜요?”
“회장님도 회장님이지만 친구분도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솔직히 그걸 만들라고 했다고 진짜로 만들어 버린 사람이 어디 정상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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빰빠바바밤~
8월 15일.
대통령과 군의 주요 내빈들이 죄다 거제도로 집결했다.
오늘은 광복절이자 우리나라 1호 이지스 함정인 세종대왕함을 드디어 군에 인도하는 날.
굳이 광복절을 인수일로 지정한 것은 대통령의 생각이었는데, 의미를 생각하면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오늘 우리는 광복의 기쁨과 함께 이 나라의 바다를 지킬…….]
이미 서울에서 한차례 광복절 연설을 마친 대통령은 다시 연단에 올라 연설을 시작했다.
앞으로 4년간에 걸쳐 제작될 총 9척의 이지스 함정들에 대한 대국민 보고.
감회가 새로웠던 걸까, 연설 중간에 그는 잠시 눈시울을 붉혔고, 그게 마치 전염성 병원균처럼 좌중에 퍼져갔다.
“수고가 많았습니다.”
이제 막 출항하는 세종대왕함을 지켜보던 대통령이 감격에 찬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역사상 최초로 거의 완벽한 무장을 갖춘 채 해군에 인도된 구축함.
계획대로라면 1년간의 운용검증을 시작할 텐데, 사실 그건 별 의미가 없는 요식 행위에 불과할 거다.
적어도 저건 그동안의 운용 경험이 오롯이 녹아든 함정이니까.
“근접 방어를 해상형 HVP가 감당하는 것은 미국 외엔 최초지요?”
불현듯 대통령의 질문이 뱉어졌다.
우리가 RAM을 대신하여 선택한 근접 방어 시스템은 바로 해상형 HVP.
하지만 주포를 온전히 방어에만 사용할 수는 없기에 76밀리 HVP전용 고속함포를 추가로 설치해둔 상태였고, 그걸 위해 포탄의 개량도 끝냈다.
“그렇습니다. 미군도 예전 우리의 도움으로 HVP를 근접 방어에 적용했죠.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린 미군처럼 주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76밀리 고속함포를 따로 추가 장착했다는 겁니다.”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군요. 솔직히 난 함포로 근접방어체계를 구축한다는 개념은 생각도 못 했거든요.”
“근접방어의 핵심은 어차피 요격확률입니다. 그런 면에서 HVP는 최적의 물건이죠.”
“그거야 나도 잘 알고 있죠. 그나저나 투사체를 76밀리 크기까지 줄인 것은 굉장히 놀랍군요.”
대통령은 HVP용 투사체의 소형화 부분을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하지만 반도체 기술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그건 당연한 결과.
단점이 있다면 기존 127밀리 HVP용 투사체에 비해서 사거리가 짧아졌다는 건데, 그래도 기존 근거리 방어체계들의 사거리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편이라서 문제 될 건 없다.
아니, 정확도와 가성비 측면에선 그야말로 대박인 거지.
“한가지 염두에 두실 점은 127밀리 주포 역시도 HVP와 연동하여 방어에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즉, 근접방어 시스템을 이중으로 장착한 상태라는 거죠.”
“그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만, 한데 해군은 왜 거기다가 추가로 CIWS까지 장착하는 것을 주장한 건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실제 해군은 HVP 시스템 외에 추가로 CIWS까지 장착하는 것을 적극 주장했었다.
나야 물론 오버스팩을 이유로 거부했지만 결국 세종대왕 함에는 골키퍼까지 장착한 상태다.
“해군의 욕심을 누가 꺾겠습니까.”
피식.
그 말에 대통령이 헛웃음을 뱉어냈다.
마치 그 점은 더 없이 확실하게 동의한다는 듯.
힐끗 저편에 있던 해군참모총장을 쳐다보곤 다시 마주 웃어 보이려는데, 대통령의 말이 이어졌다.
“하긴, 해군의 욕심이야 우주전함을 가져다줘도 부족하다고 할 테니까. 어디 해군뿐이겠습니까, 공군도 육군도 그건 마찬가지지. 참, 말이 나왔으니 하는 건데. 소식은 들으셨죠? 지금 도입 중인 이순신급 구축함의 총
도입 수량도 향후 6년에 걸쳐 12척까지 늘리기로 했다는 것.”
그건 나도 며칠 전에야 들은 것이었다.
공군의 전력 증강에 고무되어 나선 해군의 요구로 인해 KDX-II의 추가 도입이 결정되었다는 것.
아직 완편도 되지 않은 구축함의 추가 건조요구가 설마 받아들여질까 싶었지만 결국 청와대는 그걸 수용했고, 최근엔 그 문제로 꽤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 미친 듯이 군비증강에 힘을 쏟는 것이냐는, 온갖 반대 세력들의 공격으로 인해서.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감당해야죠. 전에 내가 했었던 말 기억 하실 텐데요? 난 꿈이 꽤 크다고.”
아무래도 대통령은 마음을 확실하게 굳힌 모양이었다.
육해공 전 분야에 걸친 고른 발전을 이루겠다는.
그 때문일까, 최근엔 육군 병력의 감소가 도드라져가고 있는 상태인데, 안 그래도 잔뜩 날이 서있던 육군의 반발은 그로인해 더더욱 심해져가고 있었다.
‘쯧, 그렇다고 무작정 병력만 줄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정작 첨단 무기체계의 도입과 전차 및 자주포의 수량 증가를 통한 전체적인 전력상승은 왜 생각을 안 하는지 원.
결국 그들의 반대는 장성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에서 오는 어깃장에 불과한 건데, 아무튼 이 나라는 제 한 몸만 생각하는 똥별 들이 문제다.
“심적 부담이 크시겠습니다.”
“크죠. 병력을 줄이는 대신 장비수준을 끌어 올리겠다고 해도 받아들일 생각을 안 하니까.”
“그렇다 해도 군의 통수권자는 대통령님인 마당에 뭘 어쩌겠습니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요. 일부 정치군인들이 언론을 동원해서 공격을 하는 상황이라서.”
나도 그게 우려되기는 했었다.
향후 정치에 입문하려는 장성들과 언론의 협잡.
그 탓에 이동욱 장관과 김태익 합참의장역시 몇 번이고 그들을 설득했었지만 그게 어디 마음처럼 쉬울까.
결국 군복을 벗고 박차고 나온 일부 똥별들은 끝내 대통령과 각을 세웠고, 청와대로서는 그게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일단 병력이 준다 해도 당분간은 장병들의 월급은 당분간 최소한의 선에서만 인상할 생각입니다. 조금 미안한 일이기는 해도 한정된 예산안에서 군 전력 증강을 하루라도 빨리 완성하려면 어쩔 수 없죠.”
그 점은 역사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그의 성향과는 왠지 방향이 다른 태도랄까.
딱히 할 말이 없어 침묵하자 그가 툭 내 어깨를 건드린다.
“표정이 왜 그럽니까? 내 말이 그렇게까지 의욉니까?”
“네, 솔직히 조금…….”
어색한 미소로 대꾸하곤 다시 출항하는 세종대왕 함을 쳐다봤다.
미처 확신하지 못했던 이순신 급의 추가 건조 사실로 인해 벌써 마음이 요동친다.
‘이순신 급 구축함마저 추가 건조한다? 아무래도 2000년대 초반이 정말로 이 나라 미래의 분깃점이 될 모양이군.’
“그나저나 세종대왕함의 화력과 대공방어 시범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아니겠죠?”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대통령이 말했다.
워낙 극비에 속하는 무장들이 많은 터라 마음 같아선 솔직히 그냥 넘어가고 싶지만 어차피 저것도 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인 터라 그건 힘들겠지.
난 웃으며 대꾸했다.
“군의 운용평가가 끝나는 즉시 공개 시범을 할 생각입니다. 물론 밝히지 말아야 할 것은 제외하고요.”
대통령은 이미를 이해한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멀어져 가는 함정을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선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표정이 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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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전자는 오늘아침 휴대폰을 비롯한 일부 가전 분야에 재우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할 것을 공표했습니다. 비단 삼정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휴대폰 제조업체들과 2차 전지를 기반으로 하는 가전 분야의
업체들 대부분이 전고체 전지의 개발을 환영하고 있으며…….]
상온 전고체 전지의 개발 소식은 시간이 갈수록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최근 재우 에너지에 접촉을 해온 업체들의 수만 무려 백여 곳.
원통형 셀마저도 생산 가능성을 열어둔 터라 관련 업체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일본 배터리 업체들은 오늘 아침 비상대책 회의를 주도했다고 합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무려 3천억 엔에 달하는 자금을 관련 업체에 지원하여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누구보다 똥줄이 탄 것은 일본 배터리 업체들이었다.
정작 자신들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리튬 이온 배터리도 한국 업체들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있었던 와중에 이번엔 아주 카운터펀치를 맞게 생겼으니 그거야 당연한 결과.
어디 일본 업체뿐일까.
LC 역시도 초상집 분위기인 것은 마찬가지였고, 그들 역시 최근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높이기로 의결했다는 소문이다.
-하나를 얻기 위해선 하나를 포기해야죠.
우리와의 관계를 고려한 삼정은 배터리 분야에서의 철수를 결정했다.
어차피 나와 충돌을 일으켜봐야 얻을 것이 없다는 결론에서 나온 고육지책.
덕분에 삼정 SDI의 배터리 사업부는 우리가 흡수하기로 했고, 이제 SDI의 주된 사업 영역은 디스플레이로 국한 되게 되었다.
“신규 공장 건설 부지는 정부와 협의를 지속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당분간은 삼정의 배터리 공장을 전면 개수하여 제2 생산 거점으로 삼습니다.”
삼정과의 원활한 협의는 생산시설 부족에서 조금은 숨통을 트일 계기가 되었다.
당장 공장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짓는 것보다야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다 해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소비물량을 전부 감당하는 것은 무리.
이제 얼마나 빨리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느냐에 따라 배터리 시장 장악 속도가 달라지게 되었고, 덕분에 나도 한동안은 정부 관료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회장님!”
11월의 어느 날.
삼정으로부터 인수받은 공장 개수 작업에 관한 서류를 검토하던 차에 김 비서가 다급히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좀처럼 흥분한 적 없던 그녀와는 많이 다른 모습.
의아한 마음에 쳐다보자 그녀가 당황스러운 말을 던진다.
“일본 화낙에서, 배터리 공장 증설에 필요한 로봇 및 장비들의 납품을 거절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