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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37화 (13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37화

“김 비서.”

헬기에서 내리는 순간 곧바로 김 비서를 불렀다.

무얼 말하려는지 이미 눈치를 챈 듯 김 비서는 입을 꾹 다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지만, 그럼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 터라 끝내 주의를 줬다.

“이건 무덤까지 가져가야 합니다. 기장님도 마찬가지고요.”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기장의 대답은 왠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벌써 입가에 지어져 있는 미소가 그걸 증명하거든.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다시 김 비서를 쳐다보자 그녀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한다.

“전 그저 밀가루 반죽이 쏟아졌다…… 라고 생각하겠습니다.”

“…….”

힐끗 눈을 부라리곤 돌아섰다.

어느새 다가온 성호 놈은 분위기가 이상했는지 연신 주변을 기웃거리더니 갑자기 코를 부여잡으며 소란을 떤다.

“어우! 이게 웬 개가 토한 냄새야.”

이 새끼. 일부러 저러는 것 같은데.

난 놈을 향해 속으로 욕을 뱉어내곤 즉시 자리를 떴다.

이미 현장엔 테스트를 위한 모든 준비가 마쳐진 상태.

목표를 타격할 미사일을 단 KFX 시제기는 이미 대구 공항에서 떠서 발사 명령을 대기 중인 상태였고, 발사 후 불과 수분 만에 저편에 떠 있는 퇴역함을 날려 버릴 거다.

“어서 오십시오.”

미리 도착해 있던 공군참모총장 이상화 대장은 나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비공식 행사인 덕분에 그와 몇몇 공군 관계자들 외에 다른 VIP들은 참가하지 않은 상태.

앞으로 펼쳐질 엄청난 광경을 모두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함미사일 발사했습니다.]

그들과의 담소가 이어지던 중, 테스트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과 함께 KFX가 성공적인 대함 미사일 발사를 시행했음을 알려왔다.

표적 확보 및 전투제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다는 증거.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의 성공적인 발사도 발사지만, 이로써 KFX무장제어 능력도 부분적으로는 증명이 됐다.

즉, 향후 있을 무장 KFX의 전면적인 무장 테스트에 부담이 사라졌다는 말이지.

쉬익!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와중 어디선가 공기를 찢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으로는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바다 위에 생긴 물보라뿐.

그건 미사일이 시스키밍을 시도하며 일으키는 공기와의 마찰에 의해 발생한 현상이었다.

쿠궁!

표적이었던 전함에서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물기둥이 일더니 이후 표적함이 폭발을 일으키며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화력 하나만큼은 정말 끝내주는군요.”

지켜보던 공군참모총장은 연신 박수를 치며 탄성을 내질렀다.

어차피 예상했던 결과.

난 즉시 표적에서 시선을 떼고 하늘에 떠 있던 헬기를 주목했다.

“저 헬기가 미사일 궤적을 촬영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2차 테스트가 끝나면 비디오 판독이 가능할 겁니다.”

질문을 받은 직원은 재빨리 대답했다.

그나저나 2차 테스트라니.

의아한 마음에 다시 직원을 향해 시선을 주자 그가 바다 저편에 떠 있던 바지선을 손으로 가리킨다.

“기왕 테스트를 하는 마당이면 확실하게 하자는 센터장님의 말씀이 있으셔서 컨테이너를 대상으로 한 무탄두 테스트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무탄두 테스트란 화약을 탑재하지 않은 상태로의 테스트를 뜻했다.

만약 화약을 장착했다간 단순히 컨테이너만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지선 자체가 침몰해 버릴 가능성이 크기에 일반적인 테스트에서 사용하는 방법.

아무래도 성호가 주장한 모양인데, 놈도 자신이 개발한 미사일의 성능을 확실하게 판명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2호기 발사했습니다.]

조금 후 안내방송을 통해선 두 번째 초음속대함 미사일이 발사되었음을 알려왔다.

쐐애액!

이전보다 더 확실하게 들려오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

이내 쿵 소리와 함께 바다 위에 떠 있던 바지선 위의 컨테이너들이 우르르 무너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더 테스트할 이유가 없겠군요. 방금 전엔 컨테이너에 그려진 X자를 정확히 뚫고 들어갔습니다. 그것도 정 가운데를.”

망원경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참모총장이 만족스러운 미소로 말했다.

이로써 하나의 숙제는 해결한 건가.

웃으며 그가 내민 손을 맞잡으려는데, 불쑥 그의 입에서 아쉬운 투의 말이 뱉어진다.

“기왕이면 RAM이나 CIWS로 방어가 가능한지를 확인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랬다간 그 비싼 무기체계들이 함께 수장 될 텐데, 그 정도로 우리가 여유롭지는 않죠.”

난 웃으며 대꾸했다.

과한 자신감처럼 보였던 듯 참모총장이 눈을 끔뻑였고, 난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현존하는 RAM이나 CIWS. 즉 근거리방어체계로는 마하 4에 달하는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막는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왜죠? 접근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일단 그 점이 가장 주요 원인이죠. 기존의 탐지 센서와 시스템으로는 마하 4의 속도로. 그것도 시스키밍 방식으로 날아오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탐지하고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거든요. 쉽게 말해서,

대응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거죠. 설사 탐지와 대응 시간에 합격점을 받았다 해도 그 정도 속도로 회피기동을 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정밀 유도 시스템을 갖춘 나라는 우리 외엔 없습니다.”

“호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개발한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스텔스 설계를 적용한 상태입니다. 즉, 탐지 자체가 아예 어려운 물건이라는 소리죠.”

“그래서 미사일의 모양이 그렇듯 미래지향적으로 생긴 것이군요.”

참모총장은 화색을 밝혔다.

공군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바로 우리 군을 위협하는 적 함대를 제거하는 것.

그걸 가장 확실하게 처리할 무기가 주어졌으니 그로서는 반길만한 일이었을 거다.

“그나저나 함대공 미사일의 개발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앞으로 몇 개월 후면 세종대왕함이 군에 인도를 앞두고 있는데, 그 소식은 영 못 들어서요.”

세종대왕함은 우리 군의 1호 이지스함의 함명이었다.

회귀 전 역사를 따라 내가 제안한 이름.

이제 곧 인도를 앞두고 있으며 무장제어 시스템의 성공적인 이식으로 곧 각종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사실 이지스함의 가장 중요한 것은 함대공 능력이기에 그걸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습게도 질문한 자가 공군 참모총장이라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다.

“아! 실은 도착하기 전에 해군참모총장께 부탁을 받았습니다. 꼭 소식 좀 전해달라고.”

내 표정을 본 이상화 대장은 다급히 변명했다.

이미 해군에 개발 진척 상황은 꾸준히 보고를 해왔던 상태기에 모를 리는 없을 터.

이건 사실 나를 향한 은근한 재촉이었다.

“안 그래도 함대공 미사일의 개발도 조만간 완료 될 예정입니다. 해군참모총장님께 너무 걱정하시지 말라고 전해주시죠.”

“그거 다행이군요. 그런데…….”

이상화 대장은 다시 말을 잇다간 주저했다.

또 뭔가 꺼내기가 꺼릴 만한 말이라도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가 확 인상을 찡그리며 말한다.

“그런데 아까부터 어디서 냄새 안 납니까? 그 왜, 취객이 길거리에다 쏟아낸 토사물 냄새 같은…….”

시벌, 다들 무슨 개코냐?

******

따르릉!

초음속 대함 미사일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도 벌써 보름 전.

미사일 개발 센터에선 또 하나의 희소식이 들려왔다.

곧 인도를 앞두고 있는 세종대왕함의 방공망을 책임질 함대공 미사일의 개발이 완료되었다는.

“2005년은 정말 바쁜 한해군요.”

함께 소식을 들은 김영기 대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KFX에 이어 초음속 대함미사일.

그리고 함대공 미사일까지.

어디 그것뿐일까, 조만간엔 1호 이지스함의 군 인도를 앞두고 있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각종 대공방어 시스템의 공개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니 그로서는 정신이 없다고 느껴질 법한 상황이기도 하다.

“제가 말했잖습니까. 2005년이 아마 분수령이 될 거라고. 이제 시작이니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웃으며 대꾸하는 나를 김 대표가 빤히 쳐다봤다.

또 무슨 할 이야기가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말을 뱉어낸다.

“전 왠지 각종 미사일들의 선도개발을 추진하신 이유가 이것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나하나 따로 개발하게 되면 군 전력증강의 시간이 그만큼 길어질 테니 미리 손을 쓰셨다고요.”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솔직히 이지스함만 달랑 건조하면 뭐 합니까. 정작 무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속 빈 강정인 것을. 하지만 군의 사업 진행 방식을 따르다간 또 한세월을 보낼 테니 내가 선도할 수밖에요.”

“그랬다가 정작 군이 선택하지 않으면 말짱 꽝 아닙니까. 그 모험을 그렇듯 쉽게 결정하신 것이 대단하다는 거죠.”

“아니요, 군이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요. 우리가 개발한 것들은 대부분 경쟁하는 것조차도 무리다 싶을 정도로 고성능의 물건들이니까. 김 대표님 같으면 손에 기관총을 들고 권총을 쳐다보겠습니까?”

“…….”

김 대표는 지나치다 싶은 내 자신감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나로선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었으니 사실상 쫄릴 이유는 없었고, 그게 지금의 결과다.

결국 우리군의 선택은 재우가 만든 무기체계가 대부분이었다는 것.

“그리고 설사 우리 군이 선택하지 않았다 해도 수출을 추진하면 그뿐인 겁니다. 뭐 그게 좌절되면…….그냥 돈 버린 거고.”

“…….”

김 대표는 다시 한번 황당하다는 투로 나를 쳐다봤다.

“저 돈 많습니다. 그 정도 출혈쯤은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로.”

마지막으로 뱉어낸 농담에 김 대표가 헛웃음을 지었다.

이내 뭐가 떠오른 건지 아! 하는 표정을 지은 그가 대뜸 테스트를 운운한다.

“그러고 보니 함대공 미사일도 정식 공개 테스트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요, 이번에도 공개 테스트는 하지 않습니다.”

재촉하는 김영기 대표를 만류했다.

내 말이 의아했던 걸까.

김영기 대표는 눈을 끔뻑이며 나를 쳐다봤다.

“굳이 공개 테스트를 안 하시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겁니까?”

“네, 그건 워낙 특별한 물건인 터라 공개 테스트를 못 합니다.”

“…….”

“실은 이번에 개발된 중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이야말로 절대로 성능이 유출되어선 안 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니, 공개 테스트는 어불성설이죠.”

“…….”

김영기 대표는 그게 무슨 뜬금없는 말이냐는 듯 다시 나를 쳐다봤다.

상관하지 않은 채 난 즉시 몸을 일으키며 수트를 챙겼다.

“가시죠. 그 이유를 보여드릴 테니까.”

“…….”

******

끼익!

잠시 후, 센터에 도착한 나와 김 영기 대표는 즉시 성호를 찾았다.

연구소 한편에서 연신 완성된 실물을 만지작대고 있던 그는 나를 보자 화색을 밝히며 말한다.

“봤냐? 아, 아니. 보셨습니까? 아무리 내가 만들었지만 이 미사일의 시커는 정말 예술이라고 밖엔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가 손으로 가리킨 것은 우리가 개발한 질화갈륨 소자를 기반으로 한 KA밴드 AESA 레이더 시커였다.

X밴드보다 높은 12~40GHZ의 K밴드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그로 인한 가장 큰 장점은 세종대왕함의 멀티 밴드 레이더가 포착한 스텔스 전투기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추적 및 격파가 가능하다는 점인데, 사실 바로 그 점 때문에 극비 중의 극비로 삼아야 할 물건인 거다.

막말로 이건 스텔스 전투기가 만능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건데, 그런 물건이 탄생했다는 것을 굳이 만천하에 알려 경계심을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특히나 미국이 가장 경계할 국가인 마당에 굳이 그걸 밝혀 분란을 조장할 필요는 없지.’

최소 10년. 아니 가능하다면 그 이상이라도 논쟁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할 수 있으면 그때까지 비밀을 지키는 것이 옳다.

“그런데 이게 과연 스텔스 기체들을 완벽하게 잡아낼 수 있을까?”

성호는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은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이 기술은 2025년. 그러니까 내가 회귀 직전 이미 검증을 통해 확인되었던 것.

난 자신하며 말을 뱉어냈다.

“초기 추적만 성공한다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지. 어차피 근거리에 진입하는 순간이면 여타 센서들도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이라 이후로 목표를 놓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래도 일단 테스트는 해봐야 할 텐데, KFX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외부무장을 완전히 탈거한 상태라면 F22급의 탐지율을 보이는 것이 바로 KFX니 사실상 테스트에 적합하기는 하지. 일단 KAI에 시제기 동원을 부탁해 놓을 테니까 내일이라도 추적 테스트를 진행해 보자고.”

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곤 돌아섰다.

다시 센터를 빠져나오는 길.

내내 벙찐 표정으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 대표가 득달같이 다가와 되묻는다.

“스, 스텔스기를 잡아내다니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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