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36화
속으로 히죽거리고 있던 차에 대통령의 말이 다시 날아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쳐다본 순간,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KFX의 양산물량 말입니다. 원래는 140대 정도가 예정되어 있었죠?”
“배치 1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이후, 5세대로 개량될 배치 2에선 60대가 예정되어 있고요.”
“그렇죠. 한데 어제 국방부와의 회의 결과 배치 1의 총 도입물량을 220대로 확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왜 갑자기…….”
“그거야 진 회장님 탓이죠.”
난 뜬금없이 돌아오는 화살에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묻어두고 있었던 우리 공군의 전력부족을 제기한 것이 진 회장님 아닙니까. 결국 그게 불씨가 되어 전체적인 전력의 재조정이 시작 되었으니 진 회장님 탓이죠.”
옅은 웃음과 함께 말을 뱉어낸 대통령은 이내 툭 하고 서류철 하나를 내게 건넸다.
살펴본 서류엔 향후 우리에게 필요한 공군 전력이 주룩 나열되어 있던 상태.
그 중 가장 눈에 뜨인 것은 역시나 T-50기반의 경공격기를 통해 F5를 대체한다는 계획이었고, 이후 발견한 것은 F4 일부 기체들의 퇴역과 그에 따른 전력 공백에 따른 대처방안이 주룩 나열되어 있었다.
“KFX를 추가 생산하여 F4의 임무를 대처하겠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아직 활용이 가능한 F4E 들은 셔틀로 활용하되 나머지 기체들은 전부 퇴역시키겠다는 거죠. 그리고 그 역할을 추가 도입하는 KFX 배치1 버전의 기체들과 KF-16이 대신하겠다는 겁니다.”
KFX의 경우엔 가능성이 충분했다.
항속거리는 물론 무장탑재량에서 F-15에 준하는 KFX라면 F4가 감당하고 있던 지상 폭격임무를 충분히 대처할 만하지.
정작 문제는 KF-16인데, 태생적으로 공대지 임무가 가능한 기체이기는 하지만, 미션 컴퓨터 용량 문제로 JDAM의 운용은 불가능한 물건이다.
그런데 그걸 공대지 임무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은.
“혹시 KF-16 미션 컴퓨터 교체사업도 진행하시겠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당장 미군의 개량형 까지는 아니라도 우선 JDAM이나 곧 재우에서 개발될 KGGB정도는 운용이 가능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렇다 해도 꽤 돈이 들어갈 것은 분명했다.
아무래도 작정을 하고 달려드는 모양새.
마른침을 꿀꺽 넘기는 차에 대통령의 말이 다시 날아들었다.
“그나저나 KFX는 멀티롤을 추구하여 하드 포인트를 증가시켰다고 알고 있는데, 그 경우 공중전을 수행하면서도 F-4만큼의 공대지 임무역시 수행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다시 한번 사실을 확인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질문인 듯했다.
단호히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설명을 보충했다.
“맞습니다. KFX만큼 완벽한 멀티롤 전투기는 또 없죠. 덕분에 호위기 없이도 단독적으로 적진을 파고들어 폭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건 여담인데, 혹여 온전한 공대지 임무만을 위해 호위기를 따로 붙인다면. 그리고
그걸 또 다른 KFX가 맡는다면, 최강의 조합이 될 겁니다. 공대공 미사일만 22발을 달고 BVR 교전을 시작하면 남아나는 적기들은 없을 테니까요.”
대통령은 그 말에 호흡이 가빠졌다.
마치 전투장면을 상상이라도 하고 있었던 듯.
이후 그는 또 한 번 놀랄 만한 말을 뱉어냈다.
“참! 이 말을 미처 못 했는데, KF-16이 당장은 부분적인 개수만 시행하지만, 차기정권에선 지금 미군이 진행하는 개량형의 수준으로 전면개량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주지하세요.”
“그건 또 무슨…… 기령도 얼마 안 된 KF-16을 전면 개수하겠다고요?”
“블록 52 후기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 32형과 52의 초기형을 말하는 겁니다. 뭐 52 초기형도 기령이 얼마 안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시 레이더와 무장. 그리고 작전 능력을 끌어 올려야 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아마 그에 해당되는 기체가 대략 120대는 될 거다.
아니, 32형까지 합하면 그 이상이지.
순간, 떠오른 것은 예산.
아무리 차기 정권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는 하나 과연 그런 정도의 예산이 받쳐줄까?
늘어난 수량으로 인해 당장 KFX의 도입 비용만 한해 수조 원이 소요될 텐데, 우리에게 그 이상의 공군전력증가 예산이 남아나겠냐는 말이다.
“하지만 공군에 배정된 예산이…….”
“공군 예산은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 겁니다. KFX의 수량증가분은 중기 국방계획안의 남은 예산을 전부 투입할 예정이니까.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과 KF-16의 전면 개수비용은 내 임기 내에 국방비 비중을 예산 대비
매해 6%씩은 증가시켜 해결할 예정입니다. 그 경우, 사업이 시행되는 차기정권에선 충분히 감당할만하죠. 아니, 매해 6%의 증가면 KF-16 개수는 둘째치고 해군력 증강도 계획 할 수 있는 수준 아닐까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전체 예산은 대략 회귀 전 2010년도의 수준.
때문에 국방비의 비중 역시 그만큼 올라간 상태기에 30조 원을 넘는다.
그런데 매해 30조 원에서 6%씩 증가하면 거의 조 단위가 증가하는 건데, 그럼 충분히 가능하지.
더군다나 해마다 예산 증가로 인해 자연적으로 함께 증가하는 증가분을 더하면 최소 한해 3조 원 넘게 증가하는 것.
그럼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 않던가.
‘막말로 개량사업을 한다고 해서 당장 목돈이 확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까. 예를 들어 개수사업에 3조 원의 예산을 책정했을 경우. 사업진행 역시 5년에 걸쳐 진행하면 한해 6천억의 예산이면 가능한데, 그럼 대통령의
말처럼 KF-16 개수 정도야 충분히 가능하지.’
피식.
대통령은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내 표정을 보며 웃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곤 다시 뇌리를 스쳐간 의문 하나를 입에 올렸다.
“그거야 그렇다 치고, KFX 배치 1 수량이 증가한다면 혹시 배치 2의 도입 수량도 예정된 60대에서 더 늘릴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KF-16 개수야 내가 일을 벌여 놓는 상황이기에 싫어도 해야겠지만, KFX 배치2 도입물량 확대는 온전히 차기 정권의 몫입니다. 즉, 내가 확답을 할 수가 없다는 소리죠. 하지만 너무 염려할 것은 없습니다. 확실한
제공권 장악을 위한 기체니만큼 설사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공군에서 사활을 걸고 달려들 테니까.”
그렇다 해도 확신할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권은 바뀌게 되어 있는데, 그 후 일이 어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
그때, 대통령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KFX가 망했다면 모를까, 저렇듯 완벽한 기체가 탄생했는데, 배치2를 욕심내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차기 대통령님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기우냐에 달렸죠. 또 예산도 문제고.”
그 말에 대통령이 웃어 보였다.
뭐 아직 벌어지지 않은 문제를 벌써 고민할 필요는 없겠지.
난 생각을 떨쳐내고 이제는 대통령에게만큼은 밝혀야 할 사실 하나를 알리기로 결심했다.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후 난 한동안 철저한 기밀 유지를 위해 여태 전하지 못했던 사실을 그에게 알렸다.
우리가 개발한 KFX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그리고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함대공 미사일이 가진 또 하나의 숨겨진 기능에 대해서.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듣던 대통령은 어느 시점에 눈이 확 커지며 나를 쳐다본다.
“그, 그게 사실입니까?”
“네, 이제야 보고를 드리는 것은 보안을 위해서였으니 이해해주십시오.”
“그건 이해합니다만…… 맙소사!”
대통령은 연신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그 정도 소식이면 나라도 저런 표정을 지었겠지.
무장 테스트가 있는 날, 함께 사실을 알게 될 공군의 주요 지휘관들 표정 역시도 저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다.
띠링!
그때, 미처 진동으로 해두는 것을 까먹고 있었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힐끗 눈치를 살핀 대통령은 어서 받아보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태.
양해를 구하고 확인한 문자는 진현철로부터 온 것이었다.
“어?”
“왜요, 뭐 안 좋은 소식이라도 있습니까?”
“아니요, 그 반대입니다.”
난 흥분으로 벌어지는 입을 애써 제어하며 대꾸했다.
무엇에 빗대야 이 소식을 대통령이 체감할 수 있게끔 전달할 수가 있을까.
잠시간의 고민 끝에 퍼뜩 떠오른 것은 지금 건조가 진행 중인 3000톤급 잠수함이었다.
“우리 군의 3000톤급 잠수함이 어쩌면 핵 추진 잠수함의 성능에 비견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님.”
“그게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방금 재우 에너지가 전고체 전지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군요. 그것도 상온에서의 이온 전도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을. 마침 그게 완성 되었으니 예정대로 그게 적용되면 우리 잠수함의 작전 능력은 최소 9배 이상
증가하게 될 겁니다. 하니, 핵 잠수함에 비교해도 무리는 아니죠.”
“…….”
*****
[재우 에너지가 뛰어난 안정성을 가진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일명 전고체 전지라 불리는 그것은 안정성과 효율성이 대폭 증가함으로 인해 사용처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 되며, 일각에선 향후 재우에너지가 배터리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을 것임을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습니다.]
재우 에너지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성공 소식은 전 세계의 전파를 탔다.
상온에서의 이온 전도도를 안정화 시킨 물건이기에 휴대폰은 물론 노트북을 비롯한 거의 모든 리튬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을 대처할 수 있는 상황.
특히나 안정성 측면에서나 수명. 그리고 충전 속도의 파격적인 단축은 그야말로 산업계를 뒤집는 형국이다 보니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일본 좆됐는데?
↳배터리 시장이 단숨에 뒤집어질 테니 당연하지.
-전고체 전지가 그렇게 대단한 건가?
↳대단한 정도가 아니라 산업계의 혁명임. 솔직히 노벨상 안 타는 것이 이상할 정도.
↳노벨상이야 주는 놈 마음이제.
-생산 단가가 어떻게 책정될지는 몰라도 앞으로 수십 년간은 배터리 독점이 시작되지 싶음.
↳설마, 일본이 어떤 애들인데. 아마 조만간 일본도 개발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나올 거임.
↳님 장놘? 일본은 이제야 황 화합물 만지작거리는 수준인데, 어떻게 몇 년 만에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지?
최근 댓글을 보는 기분은 제법 쏠쏠했다.
잊고 있었던 인터넷 신조어를 다시 보는 기분도 그렇고.
하도 히죽 대며 미친놈처럼 웃어대자 김 비서가 눈을 끔뻑이며 나를 쳐다본다.
“요즘 좀 이상해지신 것 아세요?”
“뭐가 말입니까?”
“괜히 모니터 보시면서 웃으시는 그 습관 말이에요.”
그 말에 헛기침을 하고 정색해 보였다.
하지만 돌이키기엔 늦은 상황.
애써 표정관리를 하던 김 비서는 불쑥 서류 하나를 내 앞에 들이밀었다.
“이게 뭡니까?”
“진현철 부회장님께서 올리신 기안서입니다. 아무래도 향후 예상되는 전고체 전지의 수요를 감안하면 대대적인 공장 증설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십니다. 이건 그 후보지들을 몇 곳 제안하신 것이고요.”
난 즉시 서류에 올라온 후보지들을 검토했다.
보안을 위해선지 대부분이 국내를 위주로 후보지가 물색 된 상황.
확실히 진현철이 이런 부분에 있어선 생각이 빠른 편이다.
“이 부분은 진현철 부회장님에게 일임하겠다고 전하세요.”
서류를 되받은 김 비서는 즉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사이 검색엔진에 올라온 외신 반응들은 그야말로 뜨겁다 못해 용광로와도 같을 지경.
산업계 전반에 걸쳐 혁신이나 다름없는 물건이 탄생한 만큼 무리도 아니다.
“지금쯤 진현철 부회장님의 전화기에 불이 나고 있겠는데요?”
곁에서 함께 기사들을 지켜보던 김 비서가 넌지시 말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
혹시나 싶은 마음에 나 역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그녀의 예언대로 연결이 쉽지는 않았다.
“제가 부회장님 비서실로 연락을 넣을까요?”
“아니요, 그저 확인 차 해본 겁니다. 그나저나 실무자들보다는 최종 책임자를 공략하겠다는 업체들이 꽤 많은 모양이군요. 이러면 자칫 내게도…….”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에 뜬 번호는 삼정의 이영훈 회장.
피식 헛웃음을 뱉어내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안 그래도 언제 전화가 오려나 싶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회장의 통화 목적은 당연하게도 전고체 전지의 공급순위 우선확보였다.
전부터 미리 준비 하고는 있었다 해도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되기까지는 족히 1년은 더 필요할 터.
하지만 전자부문 경영자입장에선 수요가 폭발적일 거라는 예상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거고, 지금 이 회장은 나라는 인맥을 동원하여 남보다 한 발 앞서겠다는 의지인 거다.
“아무튼, 조만간 자리를 한번 마련해 보죠.”
띠리리.
“시작됐군.”
통화종료버튼을 누른 즉시 벨은 다시 울렸다.
그렇듯 받아든 통화만도 무려 10여 차례.
이러다 정작 내 일마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린 결론은 결국 전원을 꺼 버리는 것이었고, 이후 쳐다본 시계는 어느덧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러다 늦겠군요. 난 이만 초음속 대함미사일 테스트장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재빨리 수트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간 재빨리 따라붙는 김 비서는 무슨 생각에선지 대뜸 따라붙는다.
“왜요, 현장에 따라갈 생각입니까?”
“네, 전 비서실장이지만 또한 수행비서이기도 합니다. 한데 그동안 수행비서로서 지나치게 회장님을 방조한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의도가 뭔가 싶어 물끄러미 쳐다봤다.
순간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지던 그녀는 곧 가스총 하나를 손에 쥐곤 흔들어 보였다.
“걱정 마십시오. 최악의 순간 제가 회장님을 지킬 테니까.”
“…….”
황당한 마음에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수행비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마당에 그걸 무슨 수로 말릴까.
솔직히 그동안 그녀의 부재로 인해서 불편했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도 했고.
결국 고개를 끄덕이곤 방을 나서려는데, 불쑥 밖에서 대기 중이던 나타샤와 마주쳤다.
“어디 캅니까?”
나타샤는 최근 들어 부쩍 한국말이 늘어 있던 상태였다.
단점이 있다면 말투가 아직은 어눌하다는 것.
그나마 노력이 가상하여 꼬박꼬박 대꾸는 해주고 있다만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은 나타샤가 함께 갈 수 없는 곳입니다.”
용케 의미를 이해 한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스쳐가려는 차, 불현 듯 나를 따라나서는 김 비서를 붙잡더니 그녀를 향해 말한다.
“너는 어디 캅니까?”
“…….”
순간 김 비서가 벙찐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 역시 그건 마찬가지.
뒤늦게 실수임을 느꼈는지 나타샤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뱉어냈던 말을 고친다.
“미, 미안합니다. 킴 비서 언니는 어디 캅니까?”
“김 비서는 오늘 나를 수행할 겁니다.”
난 도리질을 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착각이었을까, 순간 얼핏 스친 나타샤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진 듯한 느낌이다.
두두두두!
우릴 태운 헬기는 곧바로 남해 인근의 군 사격장으로 향했다.
예정됐던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의 현장 테스트가 그곳에서 이루어질 예정인데, 워낙 중대한 테스트였던 탓인지 벌써부터 긴장감이 파고든다.
“속이 안 좋으세요?”
표정이 굳어 있는 나를 향해 김 비서가 물었다.
막상 그 말을 듣고 나니 시작된 멀미.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가 더 심해졌다.
“정말 괜찮으세요?”
어느덧 대답하는 것조차도 힘에 부쳤다.
이건 뭐 저주받은 몸뚱이도 아니고, 헬기만 타면 매번 이 모양인 건지 원.
단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려는데, 갑자기 기체가 덜컹하며 크게 흔들린다.
“죄송합니다, 바람이 좀 심하게 불어서 잠시 기체 상태가 양호하지 못했습니다.”
조종 중이던 기장의 말이 헤드셋을 통해 들려왔다.
괜찮다는 말을 하고는 싶지만 입을 열었다간 당장이라도 쏟아낼 것 같은 느낌.
여전히 고개만 끄덕이곤 창밖을 쳐다…….
“봉, 봉투!”
우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