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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31화 (131/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31화

2005년 7월 1일.

KFX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자체 전투기 개발 사업은 오늘 그 첫 결실을 맺게 됐다.

오랜 개발과정을 거처 탄생한 4대의 시제기들은 성남공항에서 대기 중이었고, 이제 곧 대중들 앞에서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빰빠바바!

군악대의 연주와 동시에 공항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군 주요 지휘관들의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개 행사인 탓에 초청된 수없이 많은 기자들이 그 순간 카메라 후레쉬를 터트렸고 곧 차량에서 내린 대통령이 VIP석을 향해 똑바로 걸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대통령님.”

미리 VIP석에서 기다리던 난 즉시 그를 향해 다가가 자리를 안내했다.

순간 불쑥 내밀어지는 손.

딱히 말은 안 했지만, 그간의 수고를 치하하는 말이라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참 잘 빠졌군요.”

잠시 주기 중이던 기체를 향해 시선을 준 대통령이 탄성을 뱉어냈다.

단순히 뼈대만 봐왔던 그로서는 당연한 반응.

난 미리 그에게 오늘의 행사에 대해 설명했다.

“오늘은 기동력 시범만 있을 예정이고 무장테스트는 내년 초쯤. 빠르면 연말쯤 비공식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에 말씀하신 기체의 특성들은 전부 적용이 된 겁니까?”

아마도 그건 스텔스 성능과 레이더의 성능에 대해서 말하는 것일 터다.

그 부분에 대해서야 그 어느 것보다 자신이 있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최근 시험한 결과 외부 무장을 달지 않은 상태에서 레이더 반사 면적이 0.001㎡로 측정됐습니다. 그건 정확히 F22의 피탐률과 같은 수치죠.”

순간 대통령은 물론 그 곁에 있던 공군참모총장까지도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들 할 말이 많아 보이는 눈빛.

하지만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낸 이는 없었고, 결국 내가 다시 설명을 이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 저희는 피탐률을 줄이기 위해 무려 40여 번에 걸친 설계수정을 거쳤고, 또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RAM을 적용하였으니까요.”

“대단하군요. 하면 엔진의 성능은요?”

그 말에 힐끗 활주로를 쳐다봤다.

마침 1호 시제기가 발진을 위해 준비단계를 거치고 있었고, 다시 대통령을 향해 시선을 준 난 웃으며 말했다.

“그 부분은 굳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시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만.”

고개를 끄덕인 대통령은 즉시 활주로를 쳐다봤다.

쉬이이이익!

짧은 안내방송과 함께 엔진에 시동을 건 시제기.

이내 그것은 마치 이날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격하게 불을 뿜기 시작한다.

쿠구구궁!

기체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엔진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 출력을 최대치로 높인 조종사는 동체가 뜨자마자 기수를 한껏 하늘로 틀었고, 곧 기체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수직에 가깝게 하늘로 치솟았다.

“오오!”

순간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왔다.

힐끗 쳐다본 대통령은 여전히 눈을 기체에서 떼지 못하는 상태.

그는 기체가 다시 수평을 유지했다가 허공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실속 한 겁니까?”

“아니요, 저건 인위적으로 실속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해 보이는 겁니다. 자세제어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를 확인하려는 거죠.”

쉬이이익!

대답을 뱉어낸 순간, 마치 자유낙하를 하듯 떨어지던 기체가 재빨리 자세를 잡았다. 이내 튀어나가듯 다시 속도를 높인 그것은 몇 번의 뒤집기 끝에 기수를 하늘로 쳐들었고, 곧 그 무거운 기체를 잠시 허공에서

지탱하는가 싶더니 사선으로 치솟는다.

“대체 엔진의 힘이 얼마나 좋기에…….”

지켜보던 공군참모총장이 다시 탄성을 뱉어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활주로 상공을 향해 다가오는 기체.

조금 후 그것은 순식간에 속도를 높이더니 쿵 하는 소리를 뱉어낸다.

“음속을 돌파했군요.”

대통령의 말을 증명하듯 전투기의 주변에선 순식간에 소닉 붐 현상이 발생했다.

이 시점이야말로 기체의 특성 중 하나를 자랑할 절호의 기회.

슬쩍 그에게 다가가선 속삭이듯 말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 저 기체에 달린 엔진은 에프터 버너의 가동 없이도 음속 이상으로 지속적인 비행이 가능합니다.”

“슈퍼크루징 기능 말씀이군요.”

대통령은 덕후답게 단숨에 말귀를 알아들었다.

설명하는 나로서는 그나마 수월하달까.

웃음을 내비치며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이으려는 차, 주변에서 와! 하는 탄성을 뱉어낸다.

“오오!”

순간 얼핏 본 기체는 코브라 기동을 선보이고 있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단순히 기수를 쳐들었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 방식이 아닌, 거의 360도 회전을 시도하는 형태.

그건 추력편향 노즐의 특성과 자세제어 시스템의 정밀성. 그리고 엔진의 힘이 그만큼 받쳐주고 있음을 방증하는 거다.

“아쉽군요.”

한참 주변인들과 함께 박수 치던 대통령의 입에서 뜬금없는 말이 뱉어졌다.

뭔가 불만스러운 것이라도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가 웃으며 다시 말했다.

“내부무장 창만 완성됐다면 그야말로 5세대 스텔스전투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았겠습니까.”

“단순히 내부무장 창만 갖췄다고 해서 5세대 스텔스전투기라고 할 수는 없죠. 하지만 저 기체의 경우는 말씀대로 내부무장 창만 제외한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임은 확실합니다.”

난 웃으며 대꾸했다.

웃음을 웃음으로 맞받아친 대통령은 다시 지나가듯 말을 뱉어냈다.

“그나저나 내부무장 기술이 그렇게나 어려운 겁니까?”

“어려운 일이기는 하죠. 무장의 내부 장착으로 인한 공기역학적 부품성능 강화기술도 그렇지만, 일단 무장 창이 열렸을 때 스텔스 기능을 유지하기가 까다롭거든요.”

“그럼 우린 어떻게 진행을 할 예정입니까?”

그 질문이 왜 안 나오나 했다.

미국도 그 부분에 대한 기술이전만큼은 철저하게 유출을 막고 있는 상황.

하면 전적으로 자체 개발에 의존해야만 한다는 건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

실은 그렇기에 우리도 그 부분만큼은 배치2에서 개발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일단 계획상으로는 플라즈마 스텔스 기술을 무장 창에만 부분적으로 적용할 예정입니다.”

플라즈마 스텔스 기술은 러시아가 수호이 57을 개발하며 내세운 스텔스 방식이었다.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특성을 가진 플라즈마를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기체를 감싸 스텔스화 하자는 개념.

하지만 단순히 전투기 엔진만으로 기체 전체를 플라즈마로 도배할 만큼의 전력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발생시킨 플라즈마를 초음속의 속도에서도 기체에 붙잡아두는 기술은 그야말로 우주인을 납치해야 할 수준,

그 탓에 러시아도 그 부분에 있어선 꽤 애를 먹었고, 결국 내가 회귀를 하기 직전에야 성공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플라즈마요?”

대통령은 생소한 단어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마침 시험 비행 중인 기체가 다시 허공으로 치솟는 시점.

난 그 틈을 이용하여 설명을 이었다.

“플라즈마는 레이더 단파를 흡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최초로 스텔스 용도로 개념을 잡은 것은 러시아인데, 아마 그게 스푸트니크를 발사하던 당시였을 겁니다.”

“스푸트니크라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로켓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당시 러시아 연구진들은 로켓이 간혹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던 것을 의아하게 여겼죠, 그리고 그 이유가 바로 자연에서 발생하는 플라즈마의 간섭 협상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고요. 해서 그 이후 스텔스

기능을 가진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에 이용하려는 중인데, 그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왜죠?”

“전투기 크기의 물체를 전부 덮을 정도로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전력이 소모되는 것은 물론 그걸 붙잡아둘 기술도 아직은 존재하지 않거든요.”

막상 그 말을 뱉어내고 나자 새삼 러시아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아니라도 러시아는 결국 그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성공하니까.

내 기억에 의하면 이후 미국 역시 그 분야 도전하는데, 결과를 보기 전에 회귀를 해버리는 바람에 어떻게 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게 어려운 기술이라면 우리도 힘든 것 아닙니까?”

대통령은 다시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뱉어냈다.

하지만 그건 조건이 같은 경우에나 해당되는 것일 터.

우리가 시도하려는 것은 접근방법도 다르고, 적용 범위도 그들보다는 적은 부분에 불과하기에 딱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린 이미 최적의 RSA 설계와 RAM을 통해 기체 자체의 스텔스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때문에, 기체 전체를 플라즈마로 덮을 이유가 없이 무장 창에만 적용하면 되죠.”

“…….”

“그 경우, 엔진이 생산하는 전력만으로도 플라즈마 생성이 가능하고, 또 그 정도의 면적은 전자기력을 이용하여 생성된 플라즈마를 붙잡아두는 것이 가능합니다.”

“…….”

대통령은 잔뜩 눈을 빛냈다.

무슨 말이 튀어나오려나 싶던 순간,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우리 전투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수호이가 아닌 F22를 닮은 거군요. 한마디로 당장 구현이 가능한 미국과 러시아의 기술적 장점만을 접목했다, 이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전 수호이의 외형이 참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그걸 따랐다간 우리도 러시아처럼 기체 전체를 플라즈마로 감사고 유지해야 한다는 난제가 생기죠. 해서 전체적인 스텔스 성능은

미국처럼 RSA와 RAM으로 해결하고, 무장 창에만 러시아의 개념을 적용하기로 한 겁니다.”

“그럼 정작 F22보다 더 뛰어난 스텔스 전투기가 되는 것 아닙니까?”

“개념적으로는 그렇죠. 아직 F22는 무장 창을 열었을 때 피탐률이 증가하는 것을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으니까요.”

대통령은 그 말에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흥분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한껏 붉어진 그의 얼굴 때문.

난 그 타이밍에 그가 좀 더 흥분할 만한 말을 던졌다.

“참고로, 지금 저 기체에 설치되어있는 AESA의 경우 적이 발사한 미사일을 재밍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해서 BVR 전투에서 F22 수준의 전자전이 가능하죠.”

“어떻게요? 레이더를 이용한 전자전은 단순히 하드웨어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역시나 대통령은 재깍 반응했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저희 연구원 중 하나가 그동안 영혼을 갈아서 알고리즘을 구축해둔 상태입니다.”

그건 최인배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보여주던 그는 결국 1년 전 F22의 레이더 제어 알고리즘과 같은 수준의 것을 개발해 냈고, 테스트 결과 그 알고리즘이 적용된 우리의 AESA는 실제 미사일 시커의

전자부품을 태워 버릴 수준으로 증폭이 가능했다.

“누군지 몰라도 보호를 잘해야겠군요. 그 정도 인물을 잃어버리면 곤란하니까.”

“안 그래도 제가 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하고 있는 참입니다.”

난 농담으로 응수하곤 다시 시험 비행 중인 기체를 쳐다봤다.

예정된 모든 시범을 마친 기체들은 때마침 유유히 다시 활주로에 안착했고, 많은 박수와 함께 주기장으로 이동했다.

“진 회장께서 그동안 수고가 많았습니다. 저 정도면 곧 양산을 시작해도 문제는 없겠군요.”

“네, 무장제어가 확인되는 즉시 양산 신청을 할 예정입니다.”

그 말에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남은 순서는 형식적이나마 기자들과의 회견을 갖는 것.

난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회견장으로 향하는 대통령의 옆에 바싹 붙어 말을 꺼냈다.

“잠시 드릴 말이 있습니다.”

“응?”

순간 대통령이 멈칫했다.

이내 경호원들을 제외한 모든 주변 사람들을 물리친 그는 한껏 진중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혹시 로우급 공격기 개발은 어쩌실 생각인지가 궁금합니다. 솔직히 KFX 개발이 완료 직전까지 온 상황이면 이젠 노후화되어 가는 로우급 공격기도 교체를 고려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흠.”

그는 잠시 고민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예감한 걸까, 즉시 비서실장을 통해 예정된 기자회견을 10분 정도 미루곤 나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하긴, 그걸 논의할 때도 됐죠. 아무리 로우급이라고는 해도 변변한 레이더도 갖추지 못한 F5를 언제까지나 끌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해서 말인데, 어차피 T-50이 양산을 시작한 상황이면 그걸 활용한 경공격기 개발 계획을 서두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 점은 나도 생각하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노키드와 맺은 계약 내용이 영…….”

대통령은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한껏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습니다. T-50을 기초로 경공격기를 개발한다 해도 F-16 수준 이하의 성능으로만 개발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이 있죠. 해서 사실상 그 기준에 맞추다 보면 우린 꽤 애매한 기체를 로우급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

“솔직히 좀 그렇지 않습니까. 이미 우린 고품질의 레이더 기술과 무장을 개발한 마당에 그걸 써먹지 못한다는 것은.”

“그야 당연히 억울하죠. 하지만 방법이 있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그 말에 대통령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내 뭔가를 눈치챈 듯 그의 표정이 환해지며 나를 쳐다본다.

“설마…….”

“맞습니다, 이미 F-16은 대대적인 개량을 시작했죠. 하니 그 계약상의 기준도 이젠 좀 더 높여 잡을 수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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