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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29화 (129/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29화

[요즘 자주 보는 것 같군요.]

리암 회장과의 만남 후, 난 즉시 워싱턴으로 날아가 마이클과 대면했다.

바쁜 와중에도 꼬박꼬박 시간을 내주는 그에게는 미안할 따름이지만, 사안이 워낙 중요했어야지.

특히나 리암 회장과 나누었던 대화들은 미군 무기획득 단장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사항.

솔직히 난 그의 반응이 궁금했다.

[흠, 결국 일이 그렇게 돌아가는군요.]

예상대로 마이클은 마치 이번 사태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그런데 왜 여태 내겐 언질조차도 없었던 걸까.

슬쩍 눈매를 찌푸리자 그가 변명하듯 말한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나도 리암 회장과 미스터 진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지금에서야 소식을 전해 들은 거니까.]

[뭐 그거야 그렇다 치고. 리암 회장이 대체 누굽니까?]

난 그게 가장 궁금했다.

‘시온 컴퍼니’라는, 허울 좋은 회사의 대표. 또는 유대인들의 정신적 지주. 그런 모호한 정체가 아닌, 그가 미국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 같은.

그런데 뭣 때문인지 마이클이 한참을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짓더니 결국 후우 하는 한숨과 함께 나를 쳐다봤다.

[하긴, 리암 회장을 만났다면 미국의 실체를 다 들여다본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무슨 말을 못 해주겠습니까.]

[…….]

그 말에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왠지 내가 괜한 것을 알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

하지만 사업에 있어서. 아니 국제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법.

잠시 들었던 흥분을 가라앉히며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유대인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음모론처럼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뭐 이런 허황된 말은 아니고,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그들의 영향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뜻하죠.]

그건 맞는 말이었다.

미디어를 비롯하여 금융자본까지.

유대인들의 세력이 영향력을 끼치지 않는 곳은 없으니까.

사실 그들의 허락이 있어야만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것도 바로 그런 막강한 파워에서 와전된 것이긴 한데, 사실관계를 따지고 보면 그 말도 아예 틀린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막말로 미디어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던가.

맥주나 처먹으며 슈퍼볼에 열광하기 바쁜, 뇌가 단순화된 일부 미국인들로서는 언론이 떠들어 대는 말은 진리에 가깝고, 그로 인한 영향력은 당락을 가르는데 일조하는 것은 사실이지 않던가.

하니 ‘저들의 허락을 받아야만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 는 말이 사실은 아니라도 저들이 방해하면 대통령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요?]

[리암 회장은 그런 미국 내 유대인 세력들의 실질적인 리더입니다. 그에 더해서 그의 말 한마디에 이 나라 경제 절반이 방향성을 바꿀 정도죠.]

[…….]

[아무튼, 리암 회장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영향력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죠. 때문에, 내가 그를 미국의 실체라고 표현한 겁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그들을 반대하는 세력들도 있을 텐데요? 예를 들면 남부 출신의 보수진영이라던가.]

[물론 반대 세력도 존재하죠. 그들의 힘 또한 막강하기도 하고. 한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래서 유대 세력들이 더 무섭다는 겁니다.]

[…….]

[저들은 시오니스트들과는 달리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는 미국인이 되거든요. 아니 정확히는 미국의 이익 앞에서는 절대적으로 미국인의 입장이 된다는 거죠. 그 탓에 보수 세력들도 경계는 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몰아세우지는 못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아니, 최근 들어선 아예 저들에게 동화되어 가고 있다고 봐야죠.]

그게 무슨 뜻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비록 미국이 이스라엘의 뒷배이기는 해도 결정적인 순간엔 결국 외면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 점을 말하는 것이겠지.

한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확실히 저들이 무서운 것은 사실이다.

막말로 미국의 이익은 결국 저들의 이익.

겉으로는 뿌리를 앞세우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임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좀 의외군요.]

생각이 깊어질 무렵 마이클이 넌지시 말을 뱉어냈다.

무슨 의미일까 싶어 쳐다보자 그가 옅은 미소로 말을 잇는다.

[리암 회장은 어지간해서는 전면에 나서는 법이 없는 인물이거든요. 오죽했으면 일본 총리도 그의 얼굴 한번 보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했어도 결국엔 퇴짜를 맞았을 정도로. 그런 리암 회장이 미스터 진을 직접 만나려

했다는 건 그만큼 미스터 진을 중요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겉으로는 나를 띄워주는 것 같아도 은근슬쩍 리암 회장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는 말이었다.

미 정치권을 향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그의 태도.

왠지 기분이 좀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흠…….”

뭐가 됐건, 상황이 이러면 나로선 호재인 셈이다.

다른 걸 떠나서 차후 본격적인 에너지 혁명을 맞이하는 날엔 반드시 거쳐야 할 존재들이 바로 유대인 세력들이거든.

한데 그 꼭대기에 앉아 있는 리암 회장과 연줄이 닿게 된 상황이면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 아닌가.

-우린 그렇다 해도 유대 세력은 어떻게 감당할 생각입니까?

그때, 불현듯 사우디의 하사드 왕세제가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아마 그가 말했던 유대 세력들이란 바로 시온 그룹에 속해 있는 존재들을 뜻하는 거겠지.

만약 그게 사실이면 하늘은 정말 내 편인 것이 확실하다.

‘결과적으로 그 문제의 해결방안도 손에 쥔 셈이니까.’

******

“수고하셨습니다.”

도착한 인천 공항엔 김영기 대표와 디펜스의 강호연 대표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미 전화 통화로 조건 없는 기술이전 사실을 전한 상태.

그 덕인지 나를 맞는 그들의 표정은 마치 개선장군을 맞이하는 듯한 모양새다.

“가면서 이야기하죠.”

즉시 차에 오른 난 가는 동안 그간 겪은 일들을 두 대표에게 털어놨다.

놀란 김영기 대표는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강호연 대표는 차마 그런 내막까지는 몰랐다는 듯 연신 내게 미안함을 표했다.

“죄송합니다. 전 단지 대학 은사가 설립한 회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지 그런 사정이 있었는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어차피 강 대표님도 그런 것까지 아실만한 상황은 아니었으니까요.”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만, 막상 그 사실을 전해 들으니 저도 이제야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상하다니 뭐가 말입니까?”

그 말에 힐긋 강호연 대표를 쳐다봤다.

머리를 긁적이던 그가 내게 전하지 않았던 사실을 뒤늦게 털어놓는다.

“실은 랭크사에 필적하는 변속기가 개발된 사실을 제가 알게 된 것은 아론 교수님께서 먼저 제게 전화를 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순간 절로 헛웃음이 뱉어졌다.

그게 사실이라면 리암 회장과의 만남은 결국 저들이 예정한 일이었다는 결론을 얻게 되거든.

쉽게 말해서 저들은 애초부터 나와 극초음속 방어시스템의 공동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그걸 이루기 위해 아론 테크롤로지라는 미끼를 던졌던 것이라는 말이지.

‘제법 머리를 섰군.’

하긴, 그런 극적인 미끼라면 덥석 물어줄 법도 하다.

한데 굳이 그런 연출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

어차피 그런 제안을 내가 거부할 이유는 없었던 마당에.

아! 혹시 그런 건가?

이젠 내게 미국의 실체를 드러낼 때가 되었다는.

“미국의 힘이 그 정도니 나보고 너무 러시아와만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뭐 그런 거?”

“네?”

무심코 튀어나온 내 혼잣말에 강호연 대표가 반응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튼, 조만간 아론 티크놀로지에서 기술이전을 위해 사람이 오기로 했으니 그리 알고 계십시오.”

“네, 돌아가는 대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강호연 대표는 흥분에 겨운 대답을 내뱉었다.

웃으며 다시 창밖을 쳐다보려는 차, 이번엔 내내 앞자리에서 침묵하던 김영기 대표가 불쑥 말을 던졌다.

“참, 미국에 계시는 동안 국방부에서 K11 사격통제장치에 대한 참여업체의 결과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요? 어떻게 됐습니까?”

흘려듣기엔 제법 무거운 주제였던 터라 즉시 대꾸했다.

미리 준비했던 듯 서류들을 내게 건넨 김 대표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재우에서 개발한 사통장치가 기준 이상의 평점을 받았습니다. 휴대성은 물론 내구성. 그리고 통제시스템의 정확도까지. 아마 이변이 없다면 6월쯤 우리가 사업자로 발표될 것 같습니다.”

그건 당연한 결과일 거다.

그 많은 기능을 넣고도 내구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 무게가 고작 1킬로그램에 불과한 통제장치라면 휴대성에선 그야말로 갑인 상황이니까.

게다가 우리의 설계방식은 LIC 와는 달리 각 모듈이 분리되는 형태.

차후 K2 소총이 만약 피카티니 레일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그것에까지 각각의 모듈 적용이 가능한 상황이라서 범용성이 더해진다.

하니 전술적인 가치를 따진다면 당연히 우리 제품이 평점이 높을 수밖에.

“수고하셨습니다”

난 짧은 말을 남기곤 다시 창밖을 쳐다봤다.

마침 지나치고 있던 곳이 바로 작년에 내가 사고를 당했었던 곳이었거든.

그때만 생각하면 왠지 기분이 묘해진다.

‘그러고 보니, 해결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군.’

******

[저를 찾으셨다고요?]

회사로 돌아온 난 곧바로 나타샤를 호출했다.

여전히 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는 그녀는 갑작스러운 내 호출에도 전혀 긴장한 빛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

잠시 자리를 권하곤 직설적으로 물었다.

[내가 미국에 간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아니, 정확히는 내가 미국에서 뭘 했는지.]

[…….]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굳이 부정이 아닌 침묵을 택한 것은 알고 있다는 의미일 터.

다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가능하다면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그 전화기로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싶군요.]

[아니,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푸틴 각하께선 진 회장님과 미국 사이에서 무슨 협상이 있었는지 이미 알고 계시니까요.]

[이미 알고 있다고요?]

[네, 러시아와 한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때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런 일을 예측하고 계셨죠.]

예상은 정확했다.

결국, 아닌 척은 했어도 다들 나름대로 머릿속에선 각자의 이익을 위한 계산은 다 하고 있었다는 건가.

뭐 그거야 나도 마찬가지기에 딱히 할 말은 없다만.

스윽.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품에서. 정확히는 또 브레지어 안에서 메모리 하나를 꺼내어 내게 건넨다.

아니 왜 매번 거기에서 뭐가 자꾸 튀어나오는 거야.

황당한 마음에 빤히 쳐다보자 그녀의 얼굴이 한껏 붉어진다.

[그게 뭐죠?]

[우리 정보부에서 그동안 구축해 놨던, 미국 정치권에 영향력이 있는 유대계 세력들의 전체적인 구성도입니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족보라고 하던가요?]

[그걸 왜 나에게…….]

[지금 누구보다 이게 필요하신 분은 회장님이실 테니까요. 적어도 상대하는 자들이 누군지는 확실히 알고 뭔가를 해야 옳은 것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긴 했어도 왠지 덥석 받아들기가 주저됐다.

이건 호의치고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때 나타샤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내 손에 그걸 강제로 올려놨다.

[이건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우리 러시아의 친구가 자칫 구덩이에 빠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조치입니다.]

[…….]

[진 회장님께서 만약 정확한 정보도 없이 유대인들과 손을 잡았다가 실수를 범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거죠.]

그 부분만큼은 진심일지도 모른다.

유대인들의 알 수 없는 속내야 워낙 유명하니까.

지금 당장은 나와 뜻이 맞기에 손을 잡아도 손해 볼 것은 없지만, 차후 일이 어찌 돌아갈지 그걸 누가 장담하겠는가.

[그래서, 결국 푸틴 대통령께서도 재우와 미국의 협력사업을 묵인하겠다는 뜻입니까?]

[이걸 전하라고 하신 이유는 그런 의미 아닐까요?]

순간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는 기분이었다.

막상 자신하긴 했어도 러시아가 끝내 어깃장을 놓으면 나로서도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 사업이 성공하면 러시아로서는 타격이 클 텐데요?]

난 혹시나, 싶어 다시 물었다.

솔직히 성공 가능성이 아무리 희박해도 이건 내가 러시아의 전략 무기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을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건데, 그걸 저렇듯 쉽게 허용한다는 것이 뭔가 꺼림칙 하거든.

그 이유가 ‘단지 나와 얼굴을 붉히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은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난 뭔가 저들에게 또 다른 한 수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중이다.

[개발에 성공한다면야 그렇겠죠. 아니, 성공한다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녀는 여유로운 태도로 응수했다.

확실히 뭔가 있는 느낌이랄까.

곧 표정을 바꾼 그녀가 다시 한번 웃으며 나를 안심시킨다.

[아무튼, 재우가 미국 정부와 협력사업을 진행한다 해서 우리 러시아와의 관계가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니, 그 점은 안심하시죠.]

[러시아가 그런 입장이라면 나로서도 다행이군요.]

잠시 들었던 생각을 털어내곤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내 미소지으며 나를 쳐다보던 그녀는 갑자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푸틴 각하께서 조만간 러시아를 꼭 방문해 주셨으면 하더군요. 진 회장님과 나눌 대화가 꽤 많으신 모양입니다.]

[안 그래도 곧 방문할 생각입니다.]

나 역시 대체 그 숨겨 놓은 한 수가 뭔지 무척이나 궁금하거든.

[그럼 전 이만.]

그녀는 내 대답을 듣고 난 후에야 손을 맞잡았다.

순간, 난 기회다 싶은 마음에 질문 하나를 던졌다.

[그런데 그 북한 공작원은 어떻게 했습니까?]

그녀는 다시 나를 빤히 쳐다봤다.

뭐 묻는다고 쉽게 대답해줄 리가 없지.

괜한 질문이었다는 듯 손사래를 치려는데, 그녀가 툭 말을 던진다.

[글쎄요, 전 뒤처리까지 관여하지는 않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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