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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25화 (12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25화

[환영합니다.]

이란에서의 사건이 잠잠해진 지도 어느덧 보름.

예고했던 대로 마이클이 결국엔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사태에 우리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평소와 달리 VIP 수송기에서 내리는 그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지금 우리 정부가 발칵 뒤집어졌다는 것을 알고는 계시죠?]

역시나 그의 첫마디는 이란 사태에 관한 것이었다.

장소가 군 공항임을 염두에 둔 듯 그는 주변의 듣는 귀 따위는 상관하지 않은 채 내게 본론을 끄집어냈다.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린 그저 무기를 판매한 것뿐이고, 그걸 어디에 쓸지는 사용자의 몫이죠. 게다가 이스라엘은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이며 우리와도 우방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또한,

북한이나 여타 불량 국가들처럼 무기판매에 제한을 두는 곳도 아니고. 하니 그들이 우리의 무기를 사용하여 작전에 임했다 해서 우리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죠.]

[…….]

[만약 그걸 문제 삼는다면 우리가 미국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 역시 비난을 받을 일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마이클의 눈매가 슬쩍 뒤틀렸다.

그렇다고 불쾌한 표현을 내비치는 것은 아닌 느낌.

예상대로 곧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 마이클이 다시 말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미스터 진이 한 말이 우리 정부 사이에서도 논쟁거리가 됐었습니다.]

난 묵묵히 그를 쳐다보며 이후 나올 말을 기다렸다.

슬쩍 나를 다시 쳐다본 마이클은 불현듯 헛웃음을 뱉어내며 말을 이었다.

[우스운 점은 그 주장을 하며 재우를 편들어준 인물들이 꽤 많았다는 거죠. 특히나 유대계 인물들을 중심으로.]

실은 그 점이 바로 내가 믿는 구석이었다.

미국 정치권에서 유대계의 파워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지경.

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이 나인 마당에 편을 들어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을 거다.

[그래서요?]

[그래서는 요. 내가 지금 한국 땅을 밟은 것이 그 답이죠.]

[…….]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 툭 내 어깨를 두드린 그는 순식간에 표정을 환하게 바꾸며 말을 이었다.

[결과적으로 미 정부는 이번 이란 사태에 대해서 한국의 ‘개입설’을 일축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을 ‘설’로 취급하겠다는 것은 정말로 우리의 개입을 묵인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에 웃음을 내비치려는 차, 그가 넌지시 나를 향해 귓속말을 전해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논쟁은 잠시뿐이었습니다.]

[…….]

[우리 정부로서도 북한의 핵 기술자를 제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직접 개입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져서 참고 있었던 것뿐이니까요.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앓던 이가 빠진 듯 후련해하더군요.]

그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미국 같은 나라가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면 자칫 중동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논쟁거리가 됐겠지.

그 와중에 이스라엘이 앞서서 앓던 이를 빼주었으니 지금처럼 침묵하고 있는 것일 테고.

그나저나 사안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마당에 처음엔 왜 겁부터 준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말인데, 그 드론을 좀 보고 싶군요.]

[…….]

뭐냐, 결국 그게 이유였던 거냐?

******

[이 작은 물건이 그런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겁니까?]

자폭 드론의 실물을 마주한 마이클은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놀라긴 아직 이른 상황.

난 차후 그것이 2단 추진체를 장착 예정 중이라는 것과 다연장 발사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는 말을 전했고, 내내 설명을 듣던 그는 대뜸 이라크 문제를 입에 올렸다.

“이거면 이라크에서 반군 세력들을 상대하기엔 그만이겠는데요?”

사실 그 점은 나도 생각했었던 부분이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병사들을 매번 반군 진압현장에 투입하느니 드론으로 처리를 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게다가 드론은 감시기능을 장착하고 있다는 점에서나 공격 타이밍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운용 효율성을 가진 셈이기도 하고.

아마 이게 정말로 이라크에 투입이 된다면 역사와는 달리 수없이 많은 병사들을 위협에서 구해낼 수단이 될 수 있을 거다.

[우리 입장에선 폴라베어 이후로 가장 혁신적인 물건이 탄생한 기분이군요.]

마이클은 연신 욕심을 드러냈다.

병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미국으로서는 당연한 것.

그럼 협상의 판은 내게 유리해진 상황이니만큼 슬슬 불쏘시개를 더 집어넣을 때다.

[헬파이어의 가격이 발당 12만 달러였던가요?]

[대략 그 정도 하죠.]

[그걸 고작 반군들이 타고 다니는 똥차에 퍼붓기는 솔직히 좀 손해가 크지 않습니까?]

순간 마이클의 눈이 한껏 가늘어졌다.

의미를 이해한 듯.

아니나 다를까, 피식 미소를 내비친 그가 되묻는다.

[그럼 재우가 개발한 자폭 드론의 단가는 어느 정도로 책정되는 겁니까?]

[발당 3만 달러입니다.]

[그, 그건 스마트 포탄보다도 낮은 금액 아닙니까?]

[그렇죠.]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스마트 포탄의 경우는 첫 시도였던 만큼 부품의 생산 수율도 떨어지는 편이었고, 개발비용도 많이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도의 MEMS 기술을 통해 센서들의 제작 단가가 확 낮아졌죠.]

어깨를 으쓱하며 뱉어낸 대답에 마이클의 눈이 다시 빛을 발했다.

솔직히 그 정도 수준이면 안 사는 것이 바보인 거지.

예상처럼 그는 곧바로 내게 완전한 개발이 언제쯤 끝이 날 것인지를 물어왔다.

[최대한 서두른다면 4개월 안에는 끝낼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미군에서 운용검증을 할 시간이…….]

[그건 내가 책임지죠.]

마이클은 단호한 태도로 내 말을 잘라냈다.

잠시 침묵으로 일관하자 그가 입매를 뒤틀며 말을 잇는다.

[전쟁 종식을 선포하기는 했어도 우린 아직 실질적으로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그 경우 운용검증에 대한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핑계가 주어질 수 있죠. 게다가 이건 폴라베어처럼

병사들의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물건입니다. 하니 의회에서도 딱히 운용검증 기간을 가지고 문제 삼진 않을 것 같군요.]

그는 확신하듯 자신의 의사를 내비쳤다.

슬쩍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곤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재우와 미 국방부는 이로써 또 한 걸음 더 가까워졌군요.]

[우리야 언제나 재우와의 관계를 중요시하죠. 간혹 중간에서 딴지를 걸어오는 자들이 있어서 그렇지.]

아마 그건 보잉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을 거다.

마침 말이 나온 김에 확인이나 받아두자는 심정으로 슬쩍 운을 띄워봤다.

[이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우리가 만약 수송기를 비롯한 여타 대형 군용기를 자체 개발하는 경우 또 국무부에서 태클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아니요, 그런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걸 단장님께서 어떻게 자신하시죠?]

[그걸 태클 걸만한 곳은 보잉뿐인데, 지난번에 그렇게 물을 먹고도 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죠. 게다가 미 국무부도 그 부분에 있어서 더는 억지를 부리기도 힘든 상태고요.]

아무래도 그 부분은 내 예상대로 흘러갈 모양이었다.

자신은 했지만, 정작 확신하지는 못했었건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참, 혹시 그 북한 공작원 소식은 들었습니까?]

뜬금없이 뱉어진 말에 다시 그를 쳐다봤다.

표정이 왠지 어둡다 싶은 순간, 그가 깜짝 놀랄 만한 말을 뱉어낸다.

[실은 최근 CIA에 그 사내에 대한 정보를 좀 부탁했었습니다.]

[단장님이 왜요?]

[미스터 진이 위험에 처하면 곤란한 것은 우리 국방부도 마찬가지니까요.]

그건 또 의외의 말이었다.

아니,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태클이나 좀 걸지 말든지.

하긴, 나와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은 미군이지 미 정부라고는 할 수 없으니 또 그 점은 이해가 간다.

한마디로 정부는 정부고, 군은 군이라는 거지.

[아무튼, CIA에선 그 사내가 이미 죽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더군요.]

[……왜 그런 예상을 한 거죠?]

의아한 마음에 즉시 되물었다.

그러자 마이클이 한걸음 다가와선 갑자기 나타샤의 이름을 입에 올린다.

[현재 미스터 진을 암묵적으로 경호하고 있는 나타샤라는 여인 말입니다.]

마이클이 그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이미 러시아와 우리가 미사일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지난번 KMD 발표로 이미 미국에게 죄다 드러났고.

아니, 이미 미국은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저 침묵하고 있었다고 봐야 옳겠지.

어차피 불곰사업이야 미국의 동의하에 시작된 거고, 미사일 개발 사업은 그 이름으로 진행된 거니까.

아무튼, 미국이라면 그 이후 나와 내 주변을 향한 감시를 지속했을 텐데, 그럼 그녀의 존재를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을 거다.

[그녀가 왜요?]

[최근 CIA가 서울 모처에서 그 북한 공작원을 찾아냈는데, 그곳에 그녀가 나타난 이후 다시 그 북한 공작원의 흔적이 사라졌답니다.]

[그게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쉽게 말해서 나타샤라는 여인이 그 북한 공작원을 제거해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

******

마이클이 미국으로 돌아가고 며칠 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길에 올랐다.

차에 오르기 전 힐끔 쳐다본 인물은 저 멀리에서 나를 주시하고 있는 나타샤.

평소와 다른 내 행동에 놀란 듯 눈이 마주친 그녀가 넌지시 시선을 피한다.

‘흠…….’

난 마치 그녀가 보란 듯이 머리를 가로저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내내 딴청만 부렸고, 결국 난 다시 차에 올라 회사로 향했다.

“회장님 출근하셨습니까?”

막 수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려는 순간 밖에서 김 대표의 말이 들려왔다.

뭔가 바쁜 일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즉시 문을 열자 그가 반색하며 방에 들어선다.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그게 아니라, 희소식이 있어서요.”

“무슨 소식이요?”

“내년에 국방부에서 차기 궤도형 보병 전투차량의 탐색개발을 본격화할 예정이랍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시기에 군이 소요를 제기할 궤도형 보병 전투차량이라면 분명 K21을 의미할 터.

드디어 올 것이 온 거다.

‘그런데 왜 이제야 그게 시작되는 거지?’

의문인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애초 역사대로라면 K21의 탐색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는 1999년도였어야 정상이거든.

아니, 사실상의 탐색개발은 1995년도에 시작된 것이 원래의 역사지만 그때는 K200의 화력 강화안이 대두되어 취소되었고.

이후 우여곡절을 겪다가 1999년도에 다시 탈레스를 통해 탐색개발이 확정된 것이 원래의 역사인데, 이상하게도 내가 탈레스를 장악하고 난 이후 살펴본 사업 분야에서 K21에 대한 것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쉽게 말해서 내가 회귀한 이 세상에선 K21의 개발 사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었다는 소리지.

“내년 언제쯤 시작한다고 합니까?”

“탐색개발업체의 지정은 올 7월쯤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디펜스와 탈레스가 최대한 협력을 해야 하는 분야니만큼 미리 디펜스에도 연락을 해주세요.”

난 흥분된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K21.

사실상 그건 또 하나의 막대한 미래 먹거리가 될 분야니까.

다른 건 둘째치고 K21의 차체를 기반으로 개발된 ‘레드백’의 경우는 향후 호주는 물론 미 육군이 브래들리를 대체할 기종 중 하나로 후보에 올리게 될 정도.

족히 수십조 원의 사업 규모로 확장될 물건의 기초가 세상에 태어날 마당에 흥분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인 거다.

“참, 그리고. 차기 보병 전투차량의 탐색개발업체 선정과 동시에 차기 전차의 개발업체도 선정한다고 합니다.”

난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차피 K2전차의 경우 오래전부터 현우 로템이 개발업체로 선정되어 있던 상태.

그걸 또다시 선정한다는 것은 모순이지 않던가.

“현우가 개발을 포기하기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그게 아니라, 국방부에서 파워팩을 자체 개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답니다. 그래서 그 분야의 사업자를 따로 선정한다더군요.”

“이제 와서요?”

문득 내 기억에 오류가 있나 싶어 당황스러웠다.

역사를 따른다면 파워팩 자체 개발을 결정하는 것은 2003년이었어야 정상이거든.

더군다나 K2 개발 문제에 있어선 딱히 역사가 뒤틀렸었던 것도 아니고.

문제는 그 역사에 오점을 남겨야 할 S&U가 지금은 거의 와해 직전의 업체가 되어 버린 터라 사업 참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건데, 이거 일이 좀 이상하게 풀릴 기분이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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