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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24화 (124/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24화

2005년 2월 5일.

이스라엘 국방군 국방참모총장 ‘가니 베네트’는 한 기의 중고도 무인정찰기에 드론이 설치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 시간은 오전 7시 30분.

앞으로 2시간 후면 시작될 작전에 긴장감이 드는 듯 그의 얼굴은 연신 흥분으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정보부의 보고에 의하면 북한 핵 개발자들이 오늘 출국하는 것이 확실하답니다.”

“총인원은 몇 명이라고 하던가.”

부관의 보고에 가니 참모총장이 다시 물었다.

실수를 예방하기 위함일까, 슬쩍 서류를 다시 살핀 부관의 말이 이어졌다.

“이동 예정인 차량은 총 4대라고 합니다. 그리고 탑승예정 인원은 총 열네 명인데, 그중 넷은 북한 측 개발자들이고, 넷은 이란 측 개발자들. 그리고 나머지 인원들은 이란 정보부 요원들과 운전을 담당할 인원들이라고

합니다.”

참모총장은 그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무언가 생각난 듯 한참을 다시 무인기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저 빈약해 보이는 드론이 정말로 임무 수행이 가능할지가 걱정스럽군. 더군다나 드론 강국인 우리의 것도 아니고 고작 한국에서 만든 물건이라니, 나 참 국방장관께선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원.”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성능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상태라고 합니다.”

“나도 그건 들어서 알고 있네. 하지만 저 작은 무인기가 하피를 능가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그렇지.”

부관은 그 말도 일리는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막말로 저 작은 기체가 로이터링Loitering(배회) 기능을 가진 것은 물론 허공에서 원격으로 목표물을 추적 및 탐색. 그리고 폭격까지 가능하다니.

아직은 적의 레이더 전파만을 추적하여 찾아가는 하피와 성능 비교를 한다면 그야말로 독수리와 병아리의 차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걸 한국 같은 나라에서 개발했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도 명색이 HVP와 스마트 포탄을 개발한 국가의 주장인 마당에 그걸 또 무시할 수도 없고.”

하지만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탄도미사일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투사체를 상대로 거의 100퍼센트 가까운 방어력을 보이고 있는 HVP 시스템.

그리고 무려 100킬로미터가 넘는 곳에 있는 목표를 정확히 타격해 버리는 스마트 포탄의 제조국이 생산한 물건이라는 것.

어디 그것뿐일까.

최근 군에 보급되기 시작한 폴라베어의 생산국 역시 한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껏 그가 가지고 있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완전히 뒤바꿔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작전의 성공을 바란다고 전해주게나.”

참모총장은 짧은 당부의 말을 남긴 채 자신의 차량에 올랐다.

곧 차량이 출발하며 그의 머리를 스친 것은 이번 작전을 하달한 국방장관의 말.

다시 생각해보니 새삼 그도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악마의 제안이라…… 하긴, 이정도면 악마의 제안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결국, 우린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저들은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상황이니까. 이런 제안을 한 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얼굴을

한번 보고 싶군.”

******

이란 이스파한 인근 공업지대.

그동안 이란 핵물리학자들과의 협업을 주도하던 홍승원은 북한으로의 복귀를 서두르고 있었다.

아무리 이곳에서의 생활이 편했다곤 해도 어디 고향에서의 삶만 할까.

꼬박 1년 7개월간의 해외 생활이 그에겐 거의 고역이었던 터라 오늘이 마치 꿈만 같았다.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하던 이란 측 기술자들이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그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속으로야 쾌재를 부를 심정이었지만 애써 표정을 감춘 그는 그들과 아쉬운 포옹을 했고, 이후 곧바로 차량에 올라탔다.

“홍승원 동무는 좋으시겠습니다. 복귀하시면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자리는 따놓은 것 아닙니까.”

함께 이란으로 건너왔던 연구원 중 하나가 그에게 미리 영전 축하 인사를 전했다.

막상 그 생각을 하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

하지만 이번에도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말한다.

“어디 나만 좋갔어? 영도자 동지께서 동무들의 수고에도 충분히 보상을 하시것지.”

“정말로 그렇게 되갔습니까?”

“말해 뭐 하간.”

한껏 기분이 고조된 홍승원은 장담하듯 말했다.

이내 지나가는 풍경들을 지켜보던 그는 뒤늦게 주변에 돌릴 선물을 채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거, 상점에 잠시 들리자고 하면 이란 아새끼들이래 지랄 하갔디?”

“뭣 때문에 말입니까?”

“생각해보니 당 간부들에게 돌릴 선물을 하나도 못 샀어, 야.”

북한 측 연구원들은 그 말에 잠시 운전 중이던 이란인들의 눈치를 살폈다.

명목상으로는 경호원들이라고는 해도 실제론 감시자나 다름없었던 자들.

아무리 생각해도 요구를 들어줄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던 터라 그들은 한참을 우물쭈물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때, 눈치 빠른 이란 측 정보요원이 그들을 향해 물었다.

즉시 사정을 설명했지만 역시나 사내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고, 결국 차량은 공항으로 향하는 사막 도로로 접어들었다.

“그 아 새끼 더럽게 깐깐하게 구는구나 야.”

홍승원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불평을 토했다.

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저들의 말을 따라야 할 상황.

씁쓸한 마음을 접고 다시 창밖을 향해 시선을 줬다.

쾅!

그때, 앞서가던 1호 차량으로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며 갑자기 멈춰 섰다.

아니, 단순히 멈춰선 정도가 아니라 폭격을 맞은 듯 사방으로 파편이 튀기까지.

[멈추라!]

놀란 홍승원이 다급히 이란 측 요원을 향해 소리쳤지만, 눈치 빠른 그는 오히려 운전자를 재촉하며 속도를 높인다.

“무슨 일입니까?”

홍승원과 한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북한 측 연구원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그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홍승원이라고 사태를 파악하는 것이 어디 쉬울까.

그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채 지그재그로 이동 중인 앞의 차량만 쳐다봤다.

“설마 폭격을 받은 거이가?”

아무리 봐도 그것 외엔 답이 없는 듯했다.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림과 동시에 앞서가던 차량이 날아가 버린 것도 그렇고.

또 곡예를 하듯 차량을 운전하는 이란 운전사들의 태도도 그렇고.

“이런 빌어먹을! 당장 차 세우라!”

생각이 그에 미치자 당황한 그는 차에서 뛰어 내리기 위해 문을 열었지만, 이미 잠긴 문은 도통 열릴 줄을 모른다.

[뭐 하고 있어! 빨리 문 열라니까.]

갑갑한 마음에 앞 좌석에 있던 이란 요원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듯 사내는 연신 전방과 하늘만 쳐다보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 시점에 앞서가던 2호 차량에 무언가가 내리꽂혔다.

쾅!

“이런 젠장!”

벌써 두 대나 되는 차량 들이 눈앞에서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본 홍승원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

퍽!

생각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고, 결국 그는 들고 있던 하드케이스로 유리를 박살 내곤 달리는 차에서 뛰어 내리려 했다.

끼익!

그의 돌발행동에 결국 차량이 멈춰 섰다.

이내 앞 좌석에 있던 이란 사내로부터 온갖 말이 날아들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은 채 끝내 창문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부웅!

그의 몸이 땅을 구름과 동시에 타고 있던 차량이 다시 출발했다.

“홍승원 동지!”

홀로 차에서 탈출해 버린 자신의 상관을 향해 연구원들의 원망 섞인 외침이 날아 들은 것도 잠시.

쾅!

이번엔 그가 방금 전에 뛰어 내린 3호 차량이 폭발하며 멈춰선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가?”

끼익!

얼빠진 얼굴로 불타는 차량을 쳐다보던 그의 앞에 한 대의 차량이 멈춰 섰다.

“홍승원 동무 날래 타시라요!”

곧 그를 향해 소리친 자는 4호 차량에 탑승했던 북한 연구원.

하지만 그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은 채 사막지대를 향해 내달렸다.

“홍승원 동무!‘

4호 차량에 타고 있던 북한 연구원은 절규하듯 자신의 상관을 향해 소리쳤다.

쾅!

하지만 그게 그 연구원의 마지막 외침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곧 4호 차량 역시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에 의해 폭발해 버렸다.

“헉헉!”

홍승원은 뒤를 돌아볼 여력도 없이 내달렸다.

4대의 차량에서 살아남은 자는 오로지 그 하나뿐.

지금 그의 머릿속은 온통 생존에 대한 열망만이 가득했다.

“하아…….”

얼마나 달렸는지 채 감도 오지 않았다.

불타는 차량 들이 시야에서 벗어난 것도 이미 오래.

그럼에도 쉬지 않고 달린 그는 저 멀리 보이는 아지랑이 속에서 드디어 도시라 짐작되는 것을 발견했다.

“살았다.”

바싹 마른 입술을 침으로 축인 그는 다시 발걸음을 서둘렀다.

위잉!

그런데 이건 또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갑자기 허공에서 웬 모기의 날갯짓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뭐지?”

즉시 하늘을 쳐다본 그는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하지만 피하긴 이미 늦은 상황.

아니나 다를까, 앗 하는 짧은 외침과 동시에 그를 향해 떨어지던 물체가 허공에서 폭발하며 사방으로 파편을 튕긴다.

퍼버벅!

******

[오늘 아침, 이란의 핵 과학자들을 태운 차량이 도로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란 측은 이 사태를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란 군부는 사고가 나기 직전 이스라엘 측의 무인기가 근처 상공을 배회하고 있었음을 근거로…….]

전 세계는 이란에서 벌어진 핵물리학자들의 참변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비난 수위는 그렇게까지 극렬하지는 않았던 상황.

아마도 그건 하필 죽은 자들이 핵 개발과 관련된 인물들이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자칫 사안이 확대되면 국제적인 비난의 화살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쏠릴 것을 우려한 조치였을 거다.

“차후 드론이 우리의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걸 따지고 들지나 않을지 걱정이군요.”

함께 뉴스를 지켜보던 안 대표가 우려를 표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저들과 함께 죽어 버린 자들은 북한의 핵 과학자들.

우리에게 그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잘 알고 있는 이란으로서는 설사 앙금이 남긴 해도 그걸 들춰낼 수는 없을 거다.

“당분간은 알아채기 힘들 겁니다. 우리가 아직 드론 개발 사실을 발표한 것도 아니고, 또 고작 수 센티미터 크기의 파편들만을 가지고 우리와의 연관성을 주장하기는 힘들 테니까.”

“하긴, 그도 그렇군요, 뭐 설사 알아낸다 해도 어쩌겠습니까. 지들은 우리의 운명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을 북한과 협력하고 있었던 마당에. 뭐 차후 원유문제가 부각 될 수는 있겠지만, 정부에서 그 점을 앞세운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

안 대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옅은 미소로 대꾸하곤 다시 뉴스에 집중하려는 차, 이번엔 미 국무부가 북한 핵 개발자들이 당시 이란 과학자들과 차량에 함께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언론에 밝혔다.

“저걸 밝히는 것을 보면 이란을 완전히 침묵시킬 모양인데요?”

순간 나도 그 생각을 떠올렸다.

어차피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사실이야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사실.

하지만 은밀하던 두 국가의 연관성이 저렇듯 온 세상에 까발려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쉽게 말해서 미국은 지금 일을 키워봐야 너희들만 손해라는 경고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거지.

“그나저나 북한의 반응이 의외인데요?”

북한은 미국의 발표에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긴, 자신들의 핵 기술자들이 이란에서 폭사했다는 사실을 인정해봐야 불편해질 것은 오히려 그들이니까.

아마 지금쯤 쓰린 속을 달래느라 꽤 애쓰고 있을 거다.

“참, 마이클에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길길이 날뛸 북한 지도부를 상상하고 있던 순간 안 대표가 툭 말을 던졌다.

뭐 이유야 보나 마나 우리의 개입을 따지려는 것일 터.

하지만 부담은 크지 않다.

현 미국 정권의 실세들.

그들의 뒤에 있는 자들은 아마 이번 사태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을 테고, 결국 내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니까.

“청와대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안 그래도 청와대에서 전화가 오기는 했습니다. 미 정부에서 우려를 표하는 전화가 왔었다고요. 그런데 비서실장의 말투로 봐선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분위기이던데요?”

역시나 사안은 내 예상대로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면 부담은 더더욱 가질 이유가 없겠지.

난 즉시 마이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마이클 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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