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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20화 (120/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20화

끼익!

조금 후 재우 종합병원에 도착한 나와 안 대표는 즉시 정태우 경호 요원이 입원한 병실로 향했다.

“회, 회장님!”

방문 사실을 전하지 않았음에도 병동은 한바탕 난리가 난 상황.

애초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소식을 알리지 않았던 건데, 노력이 왠지 물거품이 된 느낌이다.

“정태우 씨의 경우는 신경 손상으로 하반신에 마비가 온 상황입니다.”

어느새 달려온 병원장은 나를 뒤 따라오며 상황을 알렸다.

그 정도 정보쯤은 이미 전해 들었던 상태.

난 원장에게 최선을 다해 그의 재활을 도울 것을 부탁하곤 병실의 문을 열었다.

“아빠 많이 아파?”

순간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정태우 요원을 중심으로 올망졸망 모여 있는 꼬맹이들의 모습이었다.

무려 딸만 셋.

그 중엔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해 보이는 코흘리개도 있었는데, 의외인 것은 정작 아이들의 엄마인 듯한 존재는 보이지 않고 웬 늙수그레한 간병인만이 아이들의 등쌀에 시달리고 있었다.

“회장님!”

나를 발견한 정태우는 즉시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손사래를 치며 그를 만류하곤 다시 아이들에게 시선을 주자 그가 머쓱한 얼굴로 말한다.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하도 저를 보고 싶다고 해서 오늘만 좀 허락을 구했습니다.”

“상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1인실이라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 마당에야. 그나저나 아이들 엄마는 안 보이는군요.”

그 말에 정태우가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혹시라도 내가 실수를 한 건가 싶었지만, 다행히 그런 쪽의 문제는 아닌 듯싶었다.

“애들 엄마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터라 애들만 데려다 놓고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 말에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전문적인 직업군을 가졌다 해도 아이 셋의 엄마로서 커리어를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을 터.

게다가 가장이 이런 상황에서도 굳이 출근하는 상황이라면 혹여 그게 경제적인 문제 때문은 아닐까 싶은.

“지금 받는 연봉이 부족했던 모양이죠?”

한데 그게 사실이라면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다.

나를 경호하는 인력들의 연봉은 가히 대기업 부장급 이상인데, 굳이 이런 상황까지 처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그때, 정태우가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아! 실은 제 아버님께서 워낙 많은 빚을 남기고 가셔서요.”

“그런 문제였다면 차라리 상속 포기를 하시지 그랬습니까?”

“그러고 싶었지만, 제 아버님을 도와주셨던 분들도 넉넉지 못한 형편에서도 힘을 보태셨던 거라서요. 그런 분들을 나 하나 살자고 실망시킬 수는 없죠.”

순간 떠오른 것은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다.

사업을 말아먹고 투신자살을 해버린 내 친부.

그리고 상속을 포기한 상태에서도 끝내 따라붙는 온갖 압박에 못 이겨 결국 병을 얻고 돌아가신 내 친모.

그 과거의 기억들이 유독 정태우의 현실과 오버랩되며 가슴 한편이 주저앉는다.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위로는요. 이미 저희에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말에 슬쩍 안 대표를 쳐다봤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봐선 이미 내 지시사항을 전달한 느낌.

하지만 난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더 꺼내어 그에게 건넸다.

“이건 내가 따로 위로 차원에서 마련한 겁니다.”

“아니 굳이 이렇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태우는 한사코 내 성의를 거부했다.

하지만 난 아이들 과자나 사 먹이라는 말로 기어이 그의 고집을 꺾었고, 이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빠져나왔다.

“왜 그렇게 서두르시는 겁니까?”

안 대표는 다급히 병실을 빠져나오는 내 태도가 의아했던 듯 재빨리 따라붙으며 묻는다.

힐끗 다시 돌아본 병실에선 아직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은 상태.

즉시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며 그에게 말했다.

“혹시라도 부담스럽다며 거절할까 싶어서 그럽니다.”

“얼마나 넣으셨기에요?”

슥.

난 즉시 손가락 하나를 펼쳐 보였다.

그러자 안 대표가 피식, 헛웃음을 뱉어내며 말한다.

“애들 과잣값치고는 센 편이기는 한데, 고작 100만 원에 부담을 느끼기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누가 100만 원이라고 했습니까?”

난 여전히 내려오지 않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다시 누르며 지나가듯 말했다.

그러자 안 대표가 순간 나를 멀뚱히 쳐다봤고, 이내 오 하는 탄성을 내뱉는다.

“통 크시네요. 천만 원이나 쏘시다니.”

피식.

그 말에 이번엔 내가 웃어 보였다.

눈이 동그래진 그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그, 그럼 1억을 넣으셨다고요?”

“거기에 0을 하나 더 붙이면 되겠군요.”

무심히 말을 뱉어내곤 마침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충격을 받은 듯 제자리에서 굳어 있는 안 대표.

난 기어이 한마디를 더 보탰다.

“돈 벌어서 뭐 합니까. 이런 상황에서나 써야지.”

“…….”

******

[미 국방부는 오늘 오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체포했음을 밝혔습니다. 체포장소는 그의 고향인 티그리트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3년 12월.

패전 이후 종적이 묘연하던 후세인은 드디어 체포되었다.

그를 최초로 찾아낸 사람은 역사대로 이라크계 미 육군소속 통신병인 사미르 후안.

막상 그 뉴스를 다시 마주하고서야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결국, 저 부분은 역사를 따를 모양이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만약 후세인의 체포가 역사와 달리 늦어지거나 끝내 그가 잡히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중동의 미래가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것이니까.

게다가 최근 일어나고 있는 게릴라들에 의한 소요사태는 역사에 비해 더 격렬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후세인마저 잡히지 않았다면 아마 미래가 꽤 불투명해졌을 거다.

“회장님, 김영기 대표님 오셨습니다.”

생각이 꼬리를 물던 차에 김 대표의 면담 요청 소식이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그의 방문에 의아했던 것도 잠시, 곧 들어선 김 대표가 잊고 있었던 K11 복합소총의 개발 현황 보고서를 들이밀었다.

“이게 벌써 시제품이 나온 겁니까?”

“현재는 공중폭발탄의 투발 수단과 사격통제장치를 제외한, 일반 5.56밀리 구경의 총기 부분만 시제품이 나온 상태입니다.”

그렇다 해도 빠른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리 단순한 구조와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다곤 해도 정작 제대로 된 총기가 하나 탄생하려면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총기개발.

그런데 이렇듯 불과 반년 사이에 시제품이 나왔다는 건 뭔가 비현실적이지 않던가.

“어?”

순간, 내 눈에 뜨인 것은 총기의 모양이었다.

아무리 봐도 지난번 다산의 연구진들이 개발했던, K1을 대처하기 위해 설계했었다는 것과 지나치게 흡사한 형태였거든.

“어떻게 된 겁니까?”

“아 그게, 아무리 연구를 해봐도 지난번 다산의 연구진들이 회장님께 제시했었던 특수전용 소총 이상으로 성능을 끌어 올릴 만한 다른 설계안이 없더군요. 해서 총열만 조금 길게 재설계를 시도했는데, 시제품 테스트 결과

꽤 만족할 만한. 아니, 뛰어난 성능을 보였습니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은 우리 군의 K1과 K2소총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것들 역시 하나의 설계 사상에서 파생된 이종의 물건.

아마 김 대표와 연구원들은 그 점을 착안한 듯한 모양이다.

“하긴, 보병용 소총이나 특수전용 소총이나 근본적으로 다를 것은 없죠. 그나저나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는 것은 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을 말하는 겁니까?”

“기존 K2소총의 최대 단점인 과도한 총열과열 현상의 극복은 물론 탄 걸림 현상. 그리고 열악한 상황에서의 정상적인 기능유지와 정비의 편의성까지. 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습니다.”

“그 정도입니까? 하면 이 총을 그냥 우리 군의 차기 제식소총으로 제안해봐도 될 것 같은데요?”

“안 그래도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해서 조만간 군에 소요 제기를 타진해 볼 생각이고요.”

그 말에 절로 입꼬리가 치솟았다.

돈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만약 그 소요 제기가 받아들여진다면 우리 군도 이젠 본격적인 워리어 플랫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사실 무기체계의 변화라는 것이 처음이 어렵지 한번 스타트를 끊으면 지속되기 마련인데, 난 지금 이 소총이 그 출발 선상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중이다.

“사실 그게 받아들여질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뭐 제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군 장성들은 그럴 돈이 있으면 차라리 자주포나 한 대 더 들이자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렇겠죠. 오죽했으면 사람들이…….”

차후 국방부를 포방부라고 불렀을 정도일까.

물론 그게 6.25 전쟁 이후 시작된,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기본으로 발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즉, 공군 전력과 해군력은 미군이 담당하고, 우린 오로지 지상전에 모든 전력을 쏟아붓는다는 개념.

하지만 그게 과연 올바른 군사력의 성장 방향일까.

난 적어도 합리적인 군사력 증강이라는 명제 앞에선 그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본다.

-아니, 우리가 대체 자체 전투기개발이 왜 필요합니까? 싸고 성능 좋은 전투기가 우방인 미국에 의해서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마당에. 게다가 전쟁이 나면 미군의 제공권 장악은 순식간일 텐데, 우리가 그 부분에 굳이

돈을 쓸 이유가 있는 겁니까?

생각이 꼬리를 물자 불현듯 회귀 전 내가 참여했던 TV 토론회에서 어느 군사전문가가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 KFX 개발 문제를 두고 펼쳐진 찬성파와 반대파의 토론이었지, 아마?

당시에도 난 열폭하며 반대파의 논리에 반발했었는데, 그럼에도 끝내 자력 개발은 결국 돈 낭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었던 그 논객은 차후 미 방산업체의 돈을 받아 처먹은 것이 언론을 통해서 드러났었다.

개자식.

그러고선 한다는 말이 뭐?

국가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애국심 어린 충고였다고?

“왜 말씀을 하시다가 맙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나저나 공중폭발탄 발사 장치와 사격통제장치는 그럼 어떻게 됐습니까.”

“그 부분은 현재 40%쯤 개발 진척도를 보이는 상태입니다. 뭐 어차피 군에서도 사격통제장치에 대한 비교평가는 내년 6월 이후로 잡아둔 상태니 급할 것은 없죠.”

그는 말끝에 또 하나의 보고서를 들이밀었다.

얼핏 살펴본 내용은 최근 개발을 지시한 공격용 드론의 발사대와 그걸 탑재하고 이동할 차량에 관한 것.

그 부분이 딱히 문제 될 것이 뭐가 있나 싶어 쳐다보자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이동 차량은 아무래도 디펜스가 책임져 줘야 할 부분이라서요.”

“아! 그렇군요. 하면 그건 내가 디펜스에 따로 연락을 취해 놓겠습니다.”

“그런데 개발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잡은 것 아닙니까? 발사대와 차량은 그렇다 쳐도 드론과 그걸 컨트롤 할 제어 컴퓨터의 개발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는 우려스럽다는 듯 말했다.

뭐 재우 연구소의 기술 수준을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그로서는 우려가 될만한 부분이기는 하겠지.

하지만 재우에게는. 아니 내게는 이미 공격용 드론 분야의 데이터들이 쌓일 대로 쌓여 있는 상태고, 특히나 센서들과 전자부품. 그리고 전술통제 알고리즘은 당장이라도 현실구현이 가능한 정도다.

하니 1년이라는 개발 기간이 꼭 무리인 것은 아니지.

“우리가 공격용 드론을 개발하는 것에 있어서 걸림돌은 없습니다. 그 점은 재우 연구소에서도 이미 김 대표님께도 관련 자료들을 건네주었을 텐데요?”

“안 그래도 탈레스에서 생산해야 할 부품들 때문에 저도 보고서는 받아봤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 정작 핵심인 전자 광학 센서 부분에 대한 대처는 빠졌더군요.”

“…….”

의외라는 생각에 다시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실은 그 부분이 바로 이번에 개발할 공격용 드론의 핵심 중 하나인데, 그가 그런 기술적인 부분을 지적할 줄은 몰랐거든.

눈이 마주친 김 대표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저도 명색이 국방장관 출신인데, 설마 그 정도도 모르고 있겠습니까. 아무튼, 회장님께서 제시하신 스펙 중에는 분명 감시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 크기의 드론에는 탑재가 가능한 전자 광학 센서 모듈은 아직

세상에 없죠.”

그는 연신 팩트를 꼬집었다.

하긴, 직경이 고작 150밀리에 불과한 드론에 온갖 센서들을 다 집어넣고, 거기에 광학 센서 모듈까지 탑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는 하지.

아니, 그게 가능하게 해줄 제품이 존재한다 해도 사실상 가격도 문제고.

자고로 무기에 사용되는 전자 광학 센서 모듈은 가격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데, 그걸 고작 드론에 탑재했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되거든.

하지만 방법은 찾으면 있다.

“우린 이미 그 작은 크기의 드론에 탑재할 만한 전자식 광학 시스템과 이미지 처리 센서 제작 기술이 있습니다.”

“…….”

김 대표는 그 말에 눈을 끔뻑였다.

그쪽으로는 문외한에 가까운 존재기에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들고 있던 펜을 잠시 내려놓고 그를 향해 말했다.

“스마트 포탄을 예를 들어보죠. 김 대표님께선 우리가 그 작은 포탄에 어떻게 정밀유도 기능을 죄다 집어넣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고 보니…….”

김 대표는 뒤늦게 그 사실을 떠올린 듯 눈을 끔뻑였다.

마침 서랍에 우리가 개발했던 스마트 포탄의 카탈로그가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린 난 즉시 그걸 꺼내어 김 대표에게 들이밀었다.

“뭐 다른 설명은 치우고, 우린 미소기전시스템. 즉 MEMS의 개발 능력에 있어서 현재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어떤 종류의 센서라고 하더라도 크기는 물론 가격도 파격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리죠. 하니, 그 부분에 대해선 염려하실 것이 없습니다.”

“아,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제가 잘 몰랐던 터라서요. 아무튼, 그게 해결 가능하다면 다행이군요.”

피식.

난 짧은 웃음과 함께 서류에 사인했다.

이후 다시 그걸 김 대표에게 건네줄 무렵, 갑자기 책상 위에 두었던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응?”

발신자는 다름 아닌 삼정 그룹의 이영훈 상무였다.

안 그래도 소식이 궁금했던 터라 재빨리 통화 버튼을 누르자 그가 축 처진 목소리로 말한다.

-진 회장님. 죄송하지만 저와 대화 좀 나눌 시간이 있으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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