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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18화 (11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18화

“이거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일단 안으로 드시죠.”

그 말에 비서실장이 선뜻 병실로 들어섰다.

그런데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지?

처음 보는 인물이 그를 따라 들어오며 내게 묵례를 해 보인다.

“아! 이분은 이번에 새로 취임한 양태용 국정원장님입니다.”

비서실장은 뒤늦게 사내의 정체를 밝혔다.

젠장,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신임 국정원장과 인사를 나누게 될 줄이야.

무안한 마음에 나도 몰래 입성을 점검하게 된다.

“처음 뵙겠습니다. 진현승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사고에 대해선 심심한 위로를 표하는 바입니다.”

신임 국정원장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온화했다.

전직 군인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하지만 아직은 대화를 나눠보기 전이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대통령님께서 무척이나 우려를 표하셨습니다.”

소파에 엉덩이를 걸친 비서실장은 대뜸 대통령을 들먹였다.

무슨 말이 나올까 싶어 묵묵히 쳐다만 보자 그가 다시 국정원장을 향해 시선을 주었고, 이내 국정원장이 그를 대신하여 말을 이었다.

“아시다시피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군과 국정원은 진현승 회장님 개인에 대한 경호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형평성을 비롯하여 대외적으로 잡음이 나올 여지가 있어서였음은 이해하고 계시겠죠?”

그야 물론 이해하고 있는 문제였다.

솔직히 연구소나 탈레스야 국가적으로 꼭 보호해야 할 곳이기에 군에서 보안에 신경 쓴다지만. 민간인에 불과한 나마저도 군이 보호한다는 것은 작정하고 달려들면 얼마든지 문제가 될 만한 일이니까.

그 탓에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선 불만을 가지지 않았고, 또 재우 시큐리티라는 대책을 세웠던 거다.

“이해합니다만, 갑자기 그 문제는 왜 다시 거론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전 생각이 조금 달라서요.”

“무슨…….”

“군은 몰라도 국정원이 정말로 보호해야 할 것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소리죠. 그것도 국가의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난 말없이 그를 쳐다만 봤다.

결국, 저 말은 현 정부의 원칙을 국정원장이 자신의 의지로 뒤집었다는 뜻이 되거든.

다른 건 둘째 치고, 난 그가 상대하기 만만치 않았을 대통령의 고집을 꺾었다는 사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럼 다시 제게 경호 인력을 붙이시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이번엔 국정원만이 경호를 담당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누군가 문제 삼는다면 정부에 짐이 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재우에도 이미 저를 경호할 만한 인력들이 충분한 상황이기에 더더욱 말이 나올 가능성이 있죠.”

그 말에 국정원장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싶어 쳐다보자 그가 팩트를 두드려 패는 말을 뱉어낸다.

“인력은 충분하지만 정작 결과는 이렇지 않습니까.”

“…….”

“게다가 인력만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는 것도 있죠.”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면.”

“총탄 말입니다. 솔직히 이번 경우야 단지 사고를 위장했을 뿐이지만, 차후엔 저들이 총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아니 그걸 떠나서, 당시 만약 총을 소지한 우리 측 요원들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결과가 어찌 달라졌을지는 진 회장님께서도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차마 할 말이 없었다.

하긴, 차후엔 정말로 총알이 날아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지.

침묵으로 일관하자 국정원장의 얼굴에 지긋이 미소가 지어진다.

“그럼 수긍하시는 것으로 알고 전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사실 다른 약속을 미뤄두고 온 상황인 터라서.”

그는 불과 5분 만에 용무를 마치고 일어섰다.

비록 5분에 불과했지만, 그의 성향을 파악하기엔 충분했던 시간.

내가 얻은 결론은, ‘앞으로 이 나라의 정보부가 회귀 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라는 거다.

‘보호할 것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 말 하나만큼은 마음에 드는군.’

*******

“쾌유를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회사에 복귀한 것은 그로부터 사흘 후였다.

아직 여기저기 후유증이 남아 있긴 했어도 못 버틸 정도는 아닌 상태였고, 또 내가 빨리 복귀를 해야만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도 정리가 될 테니까.

예상대로 로비에 들어선 나를 쳐다보는 직원들의 눈빛이 이제야 확 달라지기 시작한다.

뭐랄까, 마치 이제부터 또 지옥이 펼쳐지겠구나, 싶은.

“김 비서.”

“네, 회장님.”

“저기 있는 저분들은 앞으로 나를 근거리에서 경호해 주실 분들이니 따로 출입증을 발급해 주세요.”

국정원장은 약속대로 내게 네 명의 요원을 경호 담당으로 배치한 상태였다.

재우 시큐리티 직원들처럼 대놓고 근접 경호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터라 자칫 회사 출입과정에서 보안담당 직원들과의 충돌이 있을 수 있을 터.

굳이 출입증을 발부하는 것은 사전에 그 부분을 방지하고자 하는 조치였다.

“아! 그리고, 비서실 한편에 저분들이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해 주시고요.”

말을 내뱉으며 힐끗 국정원 요원들을 쳐다봤다.

내 조치가 제법 마음에 들었던 걸까,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옅은 미소로 고개를 숙여 보인다.

“안 대표님은 언제 도착하신답니까?”

사무실로 들어서자 공기가 왠지 전과는 달라진 느낌이었다.

의아한 마음에 살펴본 사무실 곳곳에는 웬 꽃이 잔뜩 자리하고 있는 상황.

아마도 김 비서의 작품일 듯싶다.

“지금 막 도착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이제 곧…….”

“출근하시자마자 일부터 챙기시는 겁니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 대표가 너스레를 떨며 들어섰다.

대동한 인물은 총 다섯.

내 요구에 따라 새로 구축한 무인기 관련 분야의 연구원들인 모양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제시하는 무기의 개념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난 그들이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기 무섭게 본론을 끄집어냈다.

당황한 몇몇 연구원들은 재빨리 수첩을 펼쳐 들었고, 이후 내 머릿속에서 구상된 것들이 하나씩 뱉어지자 그들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자폭 무인기라고요?”

“정확히는 드론이라고 해야죠. 오로지 살상만을 목표로 하는.”

질문에 대답함과 동시에 다시 책상으로 향했다.

다행히 책상 위엔 사전에 김 비서를 통해 지시했던 자료들이 순서대로 놓여 있는 상태.

그중 하나를 챙겨 연구원들에게 내밀었다.

“보면 알겠지만, 날개를 펼치기 전의 형태는 드론이라기보다는 로켓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투발 방식 또한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차용한 개념이죠.”

그 개념은 한때, 그러니까 회귀 전 이스라엘이 개발한 '미니 하피'의 사상을 따온 것이었다.

마치 MLRS처럼 다연장으로 구성하여 적을 향해 투발하는 방식.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린 직경이 고작 포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과 스텔스 개념을 적용했다는 건데, 그건 적의 방공망을 효율적으로 뚫기 위한 조치다.

“가뜩이나 작은 드론에 메타 필름을 적용한다고요? 그럼 이걸 탐지할 수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 거의 없는 것 아닙니까?”

연구원 중 하나가 핵심을 짚었다.

고개를 끄덕이곤 추가적인 설명을 이었다.

“맞습니다, RSA와 REM이 적용된, 그리고 고작 포탄 크기의 직경을 가진 물체를 탐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건 설사 L-밴드 대역의 레이더를 최대 츨력으로 동원한다 해도 점으로조차 표현이 안 될 테니까.

하니, 현존하는 방공망은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는 거죠.”

연구원들은 그 말에 꿀꺽하고 마른 침을 삼켰다.

이후 한참을 더 자료를 들여다보던 그들은 뒤늦게 문제를 하나씩 제기한다.

“그런데 운용 가능 거리가 200킬로미터라면 북한이 충분하게 위협을 느끼기엔 좀 짧지 않습니까? 물론 이 정도로 작은 드론의 작전 반경이 200킬로미터나 된다는 것도 엄청난 일이기는 하지만.”

난 그 말에 웃으며 다시 책상으로 향했다.

이어 몇 개의 자료들을 더 챙겨선 그걸 하나씩 연구원들에게 건네며 말했다.

“만약 목표물이 200킬로미터 밖에 위치한 경우엔 추가로 로켓을 장착할 생각입니다.”

“맙소사! 프롭 방식의 드론에 추가로 로켓까지 장착한다는 말입니까?”

놀란 연구원이 턱을 떨어트리며 되물었다.

하긴, 드론을 2단 추진방식으로 간다는 건. 여태 없었던 개념이며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형태니까.

하지만 단지 시도를 안 한 것뿐이지, 그게 꼭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안 될 것이 뭐가 있습니까. 그게 기술적인 난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

“막말로 프로펠러의 형상을 접히는 구조로 가면 후면에 개량형 로켓을 장착하는 것은 일도 아니죠.”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거죠. 그렇게까지 먼 거리에 있는 목표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면 차라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물론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드론의 경우 미사일과는 다른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난 즉시 그를 향해 다시 설명을 이었다.

“물론 미사일에 RSA와 REM을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경우 한번 발사를 하면 그걸로 끝이죠.”

“그야 미사일의 원래 목적이 파괴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드론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내가 제안한 것처럼 완벽한 스텔스 성능을 가진 것의 경우 발사 이후 체공 과정을 통해 목표를 관찰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죠. 그렇게 되면 미사일과는 달리

목표물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우리가 원하는 때에 목표를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죠.”

“…….”

“쉽게 말해서 적이 숨어 있다가 나오는 순간을 정확히 노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아!”

“장점은 또 하나 있습니다. 처음에 말했듯 미사일의 경우는 한번 발사하면 얼마후엔 반드시 떨어집니다. 하지만 드론은 만약 중간에 상황변화가 생겨서 임무를 취소해야 할 경우, 얼마든지 회수 가능합니다. 아! 물론

지나치게 먼 거리까지 가서 돌아올 동력이 없는 경우는 그냥 자폭해야겠지만.”

연구원들은 길고 긴 설명을 듣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부터는 그들이 맡을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해 설명을 해줘야 할 시간.

그런데 그때, 연구원 중 하나가 슬슬 내 눈치를 살피며 묻는다.

“저,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하세요, 내가 언제 결혼을 할 건지를 묻는 것만 아니라면.”

“네?”

“아! 미안합니다. 요즘 하도 그 말에 시달려서. 아무튼, 뭐가 궁금한 겁니까.”

“솔직히 이게 개발에 성공하면 목표의 입장에선 매번 하늘만 쳐다보고 살아야 할 상황이 발생할 정도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럼 아무리 봐도 북한 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압박용으로 보이는데, 자칫 북에서 또 회장님을 노리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그 말에 절로 입매가 뒤틀렸다.

말의 의도는 알겠지만,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

난 단호하게 말을 뱉어냈다.

“미국에서 전폭기가 뜨면 북한 지도자들이 지하로 숨는다는 말 들어봤습니까?”

“물론이죠, 하지만 그거야 지나치게 과장된 말 아닙니까. 고작 폭격기 한대 뜬다고 해서 북한 실세들이 설마 그렇게까지 겁을 먹을까요.”

“아니, 미안하지만 그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솔직히 우리의 입장에서야 미국이 때가 되면 하는 짓이니 그걸 구라쯤으로 생각하겠지만, 북한 지도자들은 미군이라면 실제 언제든 폭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거든요.”

“…….”

“그런데 만약 이게 개발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습니까. 더군다나 이걸 미군이 직접 운용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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