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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16화 (11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16화

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뱉어내곤 내 앞에 있던 펜과 종이를 가져갔다.

이내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가 싶더니 그걸 내 앞에 슥 들이민다.

[우리가 개발을 포기한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불필요한 비용의 증가. 둘째, 우리에겐 중고도 무인기로도 충분히 주변국들의 정찰 임무가 가능한 환경이라는 것. 뭐 이 부분은 사실상 첫째 이유와 연결되는 부분이겠죠.]

[……그건 그렇다 치죠. 그럼 세 번째 이유는요?]

[사실 세 번째 이유가 제일 타격이 컸습니다. 결국엔 그 문제로 인해서 정부가 개발을 중단해 버렸으니까.]

[…….]

[재밍. 첫 시제기가 이란의 해킹에 의해서 추락했습니다.]

[…….]

그건 나도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말만 무성했을 뿐, IBIS의 개발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이스라엘이 고고도 무인정찰기 개발을 포기한 핵심 이유라면 뭔가 좀 이상하다.

재밍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저들이 지금 운용 중인 중고도 무인정찰기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던가.

[하지만…….]

난 즉시 의문을 제기했다.

마치 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던 듯 아담이 빙긋한 미소와 함께 대답한다.

[옳은 지적입니다. 중고도 무인기라고 해서 재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죠. 해서 최선을 다해 해결하려 노력 중이지만 아직 완벽한 해결책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

[어차피 위험성은 마찬가지인데, 왜 고고도 무인정찰기만 포기해 버린 것이냐…… 이걸 묻고 싶으신 거겠죠?]

그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탁, 하고 펜을 놓고 팔짱을 낀 아담은 긴 한숨과 함께 말을 뱉어냈다.

[단가의 차이죠.]

[…….]

[고고도 정찰기 하나 제작하는 비용이면 중고도 무인기 수십 대 이상을 제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다시피 우린 굳이 고고도 정찰기를 고집할 이유도 없고.]

저 말을 해석하자면 한마디로 그거였다.

어차피 떨어질 거면 차라리 덜 비싼 것이 떨어지는 것이 낫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닌 터라 헛웃음을 뱉어내려는 차, 문득 머릿속에서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결국, 저들은 우리와 공동개발을 시도해도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는 것.

해서, 차라리 기술을 팔아 돈이라도 벌자는 심산이라는 것을.

“흠…….”

하지만 저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양자암호 통신기술.

우린 그걸 통해서 재밍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

“재밍이 문제라면 우리도 좀 고려해봐야 할 상황 아닙니까?”

생각이 정리될 무렵 안 대표가 우려를 표했다.

슬쩍 손을 들어 그를 침묵 시킨 후 아담을 향해 직설적으로 말했다.

[좋습니다, 우리가 기술만 사는 것으로 하죠.]

난 결국 흔쾌히 저들의 거래에 응했다.

제 복을 스스로 걷어차 버리겠다는데, 내가 만류할 이유는 없으니까.

아담의 표정은 환해졌고, 난 그 시점에 내가 생각하는 금액을 던졌다.

[1억 달러에 합의하죠.]

순간 미소를 짓던 아담이 벙찐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이스라엘도 그걸 개발하기 위해 들인 시간이 무려 15년. 게다가 그동안 투자한 금액이 그 열 배는 넘을 마당에 고작 1억 달러만 받고 기술을 넘기기는 무리겠지.

하지만 저들로서도 완벽하지 않은 것을 넘기는 마당에야 제대로 된 대가를 받겠다는 것은 욕심이다.

[금액이 마음에 차지 않으시는 모양인데, 솔직히 재밍 문제는 우리도 차후 엄청난 금액을 들여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 부분을 생각하셔야죠.]

그의 눈동자는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내 한참을 품에서 꺼낸 수첩을 들여다보는가 싶더니 결국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1억 달러를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저들이 들인 돈과 노력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니까.

“김 비서. 여기 계약서 양식 좀 부탁합니다.”

난 지체하지 않고 계약을 서둘렀다.

그런데 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담의 표정이 다시 조심스러워진다.

[왜요, 또 뭐가 걸리는 것이라도 있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조건을 한 가지 더 붙여도 되겠습니까?]

[…….]

[회장님이 타고 다니시는 그 방탄차량 말입니다. 그거 몇 대만 제공해 주시면 어떨까 싶어서…….]

[…….]

*******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이튿날, 기술 수출에 관한 정식 협약서에 사인한 아담은 다시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꼬박 하루 사이 벌어진 일이 마치 꿈만 같은 느낌.

그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던 나와 안 대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고, 이내 짝하고 손뼉을 마주쳤다.

“시작부터 빛이 보이는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네요. 솔직히 저들과 공동개발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단독 개발이 가능하다면야 그편이 더 낫죠. 차후 수출 문제에 있어서 걸릴 것도 없고.”

안 대표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뭐가 떠오른 건지 멈칫한 그는 제법 핵심적인 문제를 입에 올렸다.

“잠깐, 그런데 어차피 고고도 무인정찰기는 수출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미국도 전략품목으로 지정해서 판매를 안 하는 것을 우리 정부가 수출을 허락할 리가 없잖습니까.”

“아마도 그럴 겁니다.”

난 별스럽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안 대표.

슬쩍 뒤를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어차피 고고도 정찰기의 제작 기술을 얻으려는 목적은 수출이 아닙니다. 단지 그게 모든 무인기 기술의 집합체이기에 개발하려는 것이지.”

“…….”

“쉽게 말해서 그걸 개발하면 차후 중고도 무인정찰기는 물론 거의 모든 종류의 UAV 제작 기술을 확립하는 건데, 돈을 버는 것은 그것들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아…….”

안 대표는 뒤늦게 내 의중을 파악하곤 웃음을 터트렸다.

어느새 도착한 주차장엔 이미 차량이 대기 중이었던 상태.

벌컥 하고 자동으로 열리는 문을 보자 불현듯 이 차량에 욕심을 내던 아담의 모습이 떠올랐다.

‘역사적으로 이스라엘 총리가 테러를 당한 적이 있었던가?’

******

부우웅!

공항을 빠져나온 차는 금세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출발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발은 어느덧 한껏 굵어지기 시작했고, 지나다니는 차량 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탓에 도로에도 조금씩은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재밍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입니까.”

한창 창밖의 풍경에 빠져 있을 무렵 안 대표가 넌지시 물었다.

뭐 그로서는 당연히 우려되는 부분이겠지.

어차피 이젠 그도 알고는 있어야 할 것이니만큼 대답을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안 대표님께서는 우리 재우 연구소가 그동안 단 한 번도 해킹으로 인한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게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까? 전 솔직히 재우 연구소의 대응능력이 그만큼 대단해서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피식.

그의 말에 옅은 미소를 내뱉었다.

머쓱했던 듯 그가 머리를 긁적이고, 난 다시 창밖을 향해 시선을 주며 말했다.

“러시아와 미국의 해킹 실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게다가 중국은 정책적으로 해커들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고, 그런 마당에 아무리 우리 연구소 보안 팀의 실력이 좋아도 피해가 전혀 없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

“해서 우린 특수한 통신암호체계를 칩의 형태로 만들어 모든 서버와 사내 컴퓨터에 적용 중입니다.”

굳이 양자암호라는 단어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그를 배려해서였다.

그에게는 낯선 단어이기도 할 것이거니와 또 딱히 설명할 방법도 없으니까.

그럼에도 충격이 대단했는지, 그의 눈은 화등잔만 해져 있었다.

“그럼 그 특수암호 통신 칩이 재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까?”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쉽게 믿음이 가지 않는 듯 연신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그는 어느 순간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런 멍청한 것들!”

“…….”

“아, 죄송합니다. 이스라엘. 아니 아담을 지칭하는 거였으니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막말로 그게 사실이라면 그들로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 아닙니까.”

“그런 셈이죠.”

웃으며 바라본 창밖은 이제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거의 폭설에 가까운 상황.

위협을 느낀 건지 양 비서가 슬쩍 속력을 줄이는 느낌이 들었고, 힐끗 쳐다본 전방에선 앞서가던 차량이 살짝 기우뚱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가 많이 미끄러운 모양인데, 속도 더 줄여도 됩니다.”

“네 회장님.”

양 비서는 즉시 비상깜빡이를 켰다.

뒤따라오는 중인 경호 차량들을 향해 신호를 보내는 것.

힐끔 뒤편을 쳐다보자 신호를 받은 경호 차량 들도 속도를 줄이는 것이 보인다.

“이런 눈은 또 처음인데요?”

안 대표는 심상치 않는 날씨에 우려를 표했다.

이내 힐끗 내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확인한 그는 이번엔 자신의 벨트를 꽉 조였다.

“만사 불여튼튼이라…….”

쾅!

그의 말이 채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요란한 충돌음이 들려왔다.

본능적으로 쳐다본 전방에선 아무런 사고도 없는 상황.

재빨리 뒤를 돌아보자 경호 차량 중 한 대가 덤프트럭에 받혀 빙글빙글 도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갓길로 차 세워요.”

난 즉시 양 비서에게 소리치곤 다시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막 사고를 일으킨 덤프트럭이 이번엔 뒤따라오던 나머지 한 대의 경호 차량을 들이받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뭐지?”

아무리 봐도 미끄럼 사고는 같지는 않아 보였다.

저건 정확히 경호 차량 들만 노리고 달려는 느낌이거든.

게다가 한번 사고를 내고도 오히려 속도를 높인 것은 분명 고의성이 다분했다.

쾅쾅!

덤프는 이미 중심을 잃은 경호 두 번째 경호 차량을 다시 들이받았다.

길이 미끄러웠던 탓일까, 두 번의 충격에 의해 뒤집어져 버린 차량은 주르륵 갓길 쪽으로 밀려났고, 이후 쿵 소리와 함께 멈췄다.

우우웅!

순간, 트럭이 다시 질주를 시작했다.

역시나 고의적인 사고임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번엔 우리가 목표가 되었기 때문.

“출발해!”

당황한 안 대표는 즉시 양 비서를 향해 소리쳤지만 이미 가속력이 붙은 트럭은 순식간에 우리의 뒤꽁무니를 들이받았다.

쾅!

중심을 잃은 차량은 피쉬테일 현상을 일으켰다.

거기에 도로까지 미끄럽다 보니 중심을 잃는 것은 순식간.

결국, 몇 번이나 회전하던 차가 무언가 걸려 뒤집힌다 싶더니 운 좋게도 쿵 소리를 내며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다.

“어우, 이런 씨…….”

안 대표는 욕설을 뱉어내며 주변을 살폈다.

“어?”

그때, 다시 우리를 향해 돌진하는 트럭.

쾅!

이후 충격은 또 한 번 엄습했고, 차량은 순식간에 갓길에 있던 옹벽을 들이받았다.

“괜찮습니까?”

천만다행인 것은 내부에서의 충격이 제법 버틸 만은 했다는 거였다.

폴라베어의 설계 사상인 모듈 형태로 좌석을 배치한 영향일 터.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심한 외부의 충격을 감당한다는 것은 놀랄 정도다.

“저는 괜찮습니다만, 회장님은 어디 다치신 곳 없습니까?”

말과는 달리 안 대표는 연신 코피를 쏟고 있었다.

충격이 전해지는 순간 어딘가에 코를 부딪치기라도 한 듯.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운전하던 양 비서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그 역시 코피만 흘리고 있을 뿐, 별다른 충격을 받은 곳은 없는 듯 보인다.

끼익!

그때, 우리를 들이받았던 트럭이 앞을 가로막으며 정차했다.

이내 차에서 내린 것은 웬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사내.

서서히 우릴 향해 다가온 그는 차량의 내부를 살피려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고, 이후 우리가 온전한 것을 발견하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씨발 새끼…….”

난 즉시 놈을 향해 욕을 뱉어냈다.

뭐 소리야 들리겠냐 만은, 입 모양쯤은 알아볼 것이라는 생각에서.

아니나 다를까, 와락 눈살을 찌푸린 놈이 서서히 내 좌석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왔다.

철컥!

차 문을 열려는 놈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달리는 속도에 감응하여 시건장치가 작동한 영향도 있지만, 애초 이 차량은 외부에선 어지간한 물리력으로는 열 수 없는 구조.

스윽.

난 그사이 창에 바짝 얼굴을 들이댔고, 놈과 눈이 마주친 순간 손으로 내 얼굴을 툭툭 치며 휴대폰 카메라의 버튼을 눌렀다.

찰칵!

“기본도 안 돼 있는 새끼 같으니. 이런 짓을 하려면 최소한 마스크 정도는 했어야지.”

흠칫!

움찔한 놈은 들고 있던 빠루로 연신 창을 내리쳤다.

그런다고 무려 80밀리가 넘는 적층 방탄유리가 깨질까.

"빌어벅을!"

분에 겨웠던 듯, 놈이 결국 고함을 내질렀고, 마침 뒤집혔던 차량에서 빠져나온 경호 요원들이 소리를 치며 달려왔다.

후다닥!

달려오는 경호 요원들에 놀란 놈은 즉시 트럭을 향해 내달렸다.

이내 재빨리 올림픽 대로가 있는 방향으로 도주한 놈의 차량.

난 즉시 수첩을 꺼내어 외워둔 차량 번호를 적었고, 곧바로 그걸 안 대표에게 건넸다.

“지금 신고하면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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