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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12화 (112/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12화

따르릉!

이튿날, 기다리던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동안 별일 없었습니까. 난 아주 툭하면 찾아와서 귀찮게 구는 양키 때문에 정신없이 살고 있습니다만.

그의 말투는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

이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젠 당황스럽다기보다는 그러려니 하는 상태다.

-참, HVP의 납품 기일은…….

이후 우린 한참을 아이언 돔 납품과 관련된 제반 사항들을 논의하느라 거의 1시간 가까운 통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어느덧 더는 확인할 절차가 바닥났을 때쯤, 난 넌지시 그를 향해 물었다.

[장관님, 혹시 이스라엘에서 개발을 진행했었던 IBIS(이스라엘 상승단계 요격 시스템) 사업은 완전히 폐지된 겁니까?]

-IBIS요? 그거야 1999년도에 폐지됐죠. 뭐 예산도 예산이지만 기술적인 난제가 몇 가지 발생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 회장도 아시겠지만 그래서 지금 우리 군은 고고도 감시정찰기 대신 헤론을 운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이라크까지 무너진 상황에선 고고도 정찰기보다 헤론급의 정찰기가 우리에겐 더 쓸모가 있는 편이죠.

아쉽지만 IBIS의 폐지는 역사의 흐름을 따른 모양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생각을 접으려는 차, 문득 그가 솔깃한 소식을 하나 전해왔다.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IBIS가 궁금하면 IAI사로 연락을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폐지가 되었다곤 해도 관련 자료들은 아직 보관 중일 테니까.

생각해 보니 그도 그랬다.

애초 IBIS의 핵심 사업자는 IAI사였던 상태.

사업 폐지가 그리 오래전인 것도 아닌 상황에선 자료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던가.

게다가 기억이 정확하다면 헤론의 제작 기술력이 IBIS의 핵심이었던 HA-10 고고도 무인기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즉, 관련 기술이 아예 사장된 것은 아니라는 소리지.

[외람되지만 장관님께서 다리를 좀 놔 주실 수 있겠습니까?]

-…….

그는 갑작스러운 내 요구에 잠시 침묵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진 회장께서 그리 관심을 가지시는 것으로 봐선 IAI사와 고고도 무인기 사업을 진행해볼 생각인 모양이군요.

[네, 일단 의향을 좀 확인하고는 싶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정부 주도로 무인기 사업을 진행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그런 일이 있었다면 IAI를 비롯한 우리 군수업체들이 벌써 달려들었을 텐데, 난 그런 소문은 듣지 못했거든요.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 정부는 아직 무인기 획득사업을 예정하고 있지는 않죠. 이건 전적으로 재우가 독자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겁니다.]

-…….

그는 또다시 침묵했다.

하긴, 우리가 미국의 거대 방산 기업도 아니고, 독자적으로 무인기 사업을 한다는 것이 충격이기는 하겠지.

하지만 재우의 자금력은 이제 그걸 충분히 가능하게 할 정도고, 덕분에 난 앞으로 시장성이 충분하기만 한다면 그게 무엇이건 선도적인 개발을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다.

-최근 재우가 세계 방위산업체 순위에서 선두권으로 올라오고 있다더니, 괜한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조만간 IAI사에 연락을 해보도록 하죠.

그는 긍정적인 답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나마 희망이 빛이 보인다는 생각에 웃음으로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던 김 부사장이 나를 멀뚱히 쳐다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런 표정으로 보십니까?”

“정말로 무인기 사업을 자체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못할 것도 없죠. 그게 무슨 수십조 원씩 들어가는 사업도 아니고. 설사 수십조 원이 소모된다 해도 이제 우린 그걸 감당할 정도의 능력은 됩니다.”

“…….”

“그리고 무인기의 경우는 향후 시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굳이 우리 군의 문제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꼭 진출해야만 하는 영역이라는 소리죠.”

“…….”

김 부사장은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

뭐 미래의 무기 시장이 어떤 패러다임을 맞이하는지 모르는 그의 입장에선 당연한 결과일터.

웃음으로 일관하자 그가 가지고 있던 보고서를 내 앞에 들이민다.

“이게 뭐죠?”

“일주일 후에 3000톤급 잠수함이 본격적으로 건조에 착수한다고 합니다.”

그 말에 다시 서류를 향해 시선을 줬다.

건조에 맞춰 발주했던 고장력강의 인수확인서.

비록 내가 직접 발주를 지시하기는 했지만, 금액이 그야말로 후덜덜하다.

“HY-130 급이라서 그런지 가격대가 장난이 아니군요.”

HY-130은 미국이 개발한 잠수함용 고장력강이었다.

우스운 것은 정작 그걸 개발한 미국은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이유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

아니, 하다못해 버지니아급의 경우엔 HY-100 급도 아닌 HY-80 급을 주로 사용했는데, 꽤나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인데, 정말로 HY-130 급으로 함 전체를 도배할 생각은 아니시죠?”

“설마요. 그랬다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려고요. 그 고장력강은 골조용으로 쓰일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전 또 회장님께서 적자를 감수하실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거든요.”

“솔직히 마음 같아선 그걸로 선체 전체를 도배하고 싶은 것은 사실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본 소류급 잠수함의 경우는 골조용으로 독자규격인 NS110을 사용하는데, 그게 HY-130을 웃도는 수준이거든요.”

“그건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만, 솔직히 그들의 조강기술도 뻥튀기된 부분이 워낙 많아서 그걸 온전히 믿기는 좀 힘듭니다.”

그 점은 나도 좀 판단이 애매하다.

일본의 기술력이 뛰어나기는 해도 저들이 개발한 NS110의 성능이 HY-130을 뛰어넘었다는 것은 사실 신뢰가 가지 않거든.

“그래도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나저나 소류급 잠수함의 잠항심도가 최고 얼마라고요?”

“그건 워낙 기밀 사항이라서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사용한 고장력강이 정말로 HY-130을 뛰어넘었다면 650미터 정도쯤은 될 겁니다.”

“우리가 설계한 3000톤급이 대략 600미터쯤으로 예상하고 있던 가요?”

“그렇기는 한데, 제 생각엔 솔직히 최대잠항심도야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결국 다른 부분에서 성능 차이가 결정되는데, 전 사실 우리 잠수함이 우세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부사장은 자신하듯 말했다.

이유는 분명 저들과는 달리 우리가 향후 채택할 배터리 때문일 터.

솔직히 나도 그 부분에 있어선 그와 생각이 같다.

막말로 폭발의 위험성도 없고 충전 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으며 작전시간도 최고 9배나 증가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잠수함이라면 핵 추진 잠수함과 비교해도 크게 꿀릴 것은 없지.

“그런데 그 전고체 전지라는 것이 정말로 벌써 개발이 끝난 겁니까?”

“사실 자동차나 잠수함용으로 쓰일 수 있는 수준으로는 이미 개발이 끝난 상태입니다.”

“그런데 왜 아직 상용화를 안 하시는 겁니까?”

“아직은 상온에서의 이온 전도도가 낮아서 전자제품용으로 활용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뭐 그것도 내년쯤이면 완전히 해결되겠지만. 아무튼, 잠수함 같은 경우는 열관리 시스템을 적용하면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으니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 부사장은 그 말에 한껏 들뜬 표정을 지었다.

퇴역은 진즉에 했어도 여전히 군에 대한 애착은 버릴 수 없는 거지.

그런데 막상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조차도 기대감이 샘솟기는 한다.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요.”

문득 쳐다본 시계는 벌써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젠 재우 상용차로 이름을 바꾼.

전 대유 트럭 대표와의 약속이 채 2시간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난 상용 트럭공장 신설 문제로 재우 상용차로 넘어갈 테니 그리 아십시오.”

김 부사장은 그 말에 재빨리 자신의 수트를 챙겼다.

의아한 마음에 쳐다보자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실은 저도 재우 상용차에 갈 일이 있습니다.”

“부사장님께서 왜요?”

“청와대에서 탈레스에 대통령 전용 차량을 제작 의뢰했는데, 그 문제로 협의를 좀 해야 합니다.”

“청와대에서 탈레스에 대통령 전용 차량 제작을 의뢰했다고요?”

“네, 어제 제 집무실로 직접 전화가 왔습니다.”

“전용 차량 제작을 의뢰할 거면 차라리 현우에 맡기는 편이 나을 텐데요?”

그 점은 솔직히 의외였다.

어차피 전용 차량의 경우엔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것을 개조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가 아니던가.

한데 그걸 왜 탈레스에…….

“저도 워낙 예상 밖의 제안이라서 당황스럽기는 했는데, 청와대에서는 쌍웅 자동차에서 생산 중인 리무진에 폴라베어에 적용된 복합소재를 적용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하더군요.”

“아…….”

제법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차피 쌍웅 자동차에서도 벤츠를 기초로 한 리무진 형태의 고급 차량을 생산하고 있었던 상황.

거기에 폴라베어에 적용된 복합소재를 적용한다면 그야말로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방탄차량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누군지 몰라도 제법이군요. 그런 생각을 다 하다니.”

“안 그래도 저 역시 감탄하고 있었던 차였습니다. 그나저나 정말로 폴라베어의 방호력이 적용되면 그야말로 장갑차나 다름없는 수준 아닙니까?”

아니, 장갑차량이라 해도 그 정도는 아닐 거다.

무려 16밀리 이상의 대물 저격 총에 대한 방호력을 갖춘 것은 물론, 지뢰 방호력까지 갖춘 물건인 마당에.

만약 그게 완성되면 어지간한 국가의 정상들은 죄다 욕심을 낼 수도 있다.

한마디로 홍보 효과로는 그만이라는 말이지.

“흠…….”

이후 엘리베이터에 오른 난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어찌 보면 이건 폴라베어가 가진 장점을 활용한 케이스.

그걸 단순히 수효가 적은 방탄차량에 분야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분야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

예를 들면 폴라베어의 막강한 엔진을 트럭에 적용한다면, 그야말로 악천후에서도 막강한 성능을 발휘하는 트럭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던가.

‘아무래도 그룹 재편을 서둘러야겠군.’

생각이 그에 미치자 우선 떠오른 것은 그 부분이었다.

지금처럼 책임경영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상황에선 재우 상용차의 사세를 확장하는 건 무리니까.

하지만 어차피 곧 대대적인 인사이동을 예정하고 있었던 상태.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넌지시 김 부사장을 향해 말했다.

“조만간 인사이동이 있을 겁니다.”

“아, 네…… 네?”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던 김 부사장은 뒤늦게 휙 하고 나를 쳐다본다.

때마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난 재빨리 안으로 들어서며 다시 말했다.

“놀라실 것 없습니다. 어차피 이건 전부터 고려했던 부분이니까.”

“…….”

“부사장님도 아시겠지만, 현재 그룹 계열사의 수만도 20곳이 넘습니다. 지금까지는 두서없이 대표를 앉혔지만 이젠 전문 경영인들 위주로 재편을 해야죠. 참, 탈레스의 대표로는 부사장님을 임명할 생각이니 그리 아시고 준비하세요.”

“…….”

김영기 부사장은 차마 말은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뭐 탈레스의 대표 자리라면 사실상 그룹 내 서열 4위에 해당하는 자리니만큼 무리도 아니지.

하지만 그 자리에 어울리는 인물은 그를 제외하면 없다고 본다.

“그리고 한동안 공석으로 있었던 부회장 자리엔 삼촌. 아니 KAI의 윤상민 대표님을 추대할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상민 대표님이야 워낙 그룹 내에 신망이 두터우셔서 반대할 이사진들은 없을 겁니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흔쾌히 대답하던 김영기 부사장의 말끝이 흐려졌다.

무얼 염려하는지는 익히 예상이 가는 상태.

땡!

마침 1층으로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다시 열리는 것과 동시에 그를 향해 말했다.

“형님 역시 부회장의 직함이 주어질 테니 그 점은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부회장을 두 분이나 임명하신다고요?”

“안 될 것이 뭐가 있습니까. 더군다나 재우는 군수 분야와 민간사업 분야가 극명하게 갈라져 있는 터라 더더욱 이원 체계가 필요하죠.”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렇군요.”

김 부사장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차량으로 이동하는 내내 침묵을 유지한 그는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이 되어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KAI가 걱정이군요. 그나마 윤상민 대표님이니 지금껏 문제없이 이끌어 오신 것 아닙니까.”

실은 나도 그게 걱정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이젠 나이도 지긋한 윤상민 대표를 언제까지고 그 고단한 자리에 앉힐 수는 없는 일.

그때, 김영기 부사장이 솔깃한 제안을 하나 해왔다.

“안시현 국정원장을 KAI 대표로 추대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국정원장님을요?”

“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이번에 국정원에도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있을 예정이랍니다. 해서 조만간 안시현 원장도 자리에서 물러날 거라고 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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