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10화
“구체적으로 말해 보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사실 제일 확실한 방법은 한 가지뿐입니다. 애초 그 싹을 잘라 버리는 것.”
“…….”
“쉽게 말해서 원점을 폭격하자는 거죠.”
그 말에 대통령이 묵묵히 나를 쳐다봤다.
하긴,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멋쩍은 미소와 함께 다시 말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상황에선 불가능하죠. 우리에겐 독자적으로 그걸 실행할 작전권도 없고, 미국도 동의할 상황이 아니니까.”
“그럼 현실적인 방법은요?”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곤 되물었다.
“현실적인 방법은…… 상승 단계에서 요격해 버리는 겁니다. 그 경우, 일정 부분 억지력을 갖추는 역할도 하죠.”
“무슨…….”
“발사와 동시에 요격이 되어버린다면 피해는 북한이 보는 셈이니까요. 그럼 당연히 발사 자체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하나의 억지력이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합니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정확하게 따진다면 실제적으로도 가능한 문제였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이스라엘까지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를 시작했었던 부분이었고, 뭐 비록 대부분이 폐기되기는 했으나 내가 회귀하기 전에는 몇몇 가능성 있는 결과물들도 완성되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문제는 우리의 경우 아직 그걸 가능하게 할 조건들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죠.”
“…….”
대통령은 고요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설명을 재촉하는 의미.
난 테이블에 있던 티스푼이며 커피잔. 그리고 주변에 있던 온갖 물건들을 활용하며 말을 이었다.
“상승 단계에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려면 그만큼 빨리 탐지하고 빨리 처리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빨리 발견한다는 건 지난번에 설명했던 정찰 자산들을 이용하는 거죠. 신호 감청 및 지상 감시 통제기. 또는 위성과 무인기 등을 통해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린 이중 어느 하나도 아직 제대로 갖춘 것이 없습니다.”
“무인기요?”
대통령은 유독 무인기라는 말에 관심을 보였다.
뭐 기왕 말이 나온 것.
난 무인기의 장점들을 주룩 나열했다.
“네, 예를 들면 미국이 현재 운용 중인 고고도 무인기 같은. 만약 그걸 보유한다면 다른 어떤 정찰 자산보다도 확실한 탐지수단을 갖추는 셈입니다.”
“미국의 무인기가 그렇게 성능이 대단한 겁니까?”
대통령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티스푼을 집어 들곤 그의 시선을 유도했다.
“글로벌 호크는 탐지성능도 뛰어나지만 긴 체공 시간을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걸 4대 정도 보유한다면 우린 거의 정찰 위성을 24시간 운용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게다가 글로벌 호크는 감청장비까지 갖추고 있어서 따로 신호 감청기를 보유할 필요도 없고요. 즉, 그것 하나로 탄도미사일의 발사징후를 파악하는 것 정도는 충분하다는 거죠.”
막상 그 말을 뱉고 보니 회귀 전, 우리 군의 글로벌 호크 도입 당시가 떠올랐다.
미국과는 달리 감청장비가 없는 형태로 넘어왔었던 사건.
그건 사실 미국이 오랫동안 판매를 거부한 탓에 우리 군이 신호 정찰기를 먼저 도입해 버린 영향이었는데, 결국 그 문제로 인해서 많은 소란이 있었다.
우리 군은 우리 군대로 굳이 이중으로 돈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한편에선 또 반쪽짜리 글로벌 호크를 도입했다고 난리고.
“하지만 단지 탐지만 가능하다고 해서 상승 단계 요격체계가 다 갖춰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탐지는 단지 탐지일 뿐이죠, 해서 요격수단이 필요하죠.”
“그럼 요격은 어떻게…….”
대통령은 눈을 빛내며 되물었다.
다시 티 스푼 두 개를 집어 든 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이었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무인기에 미사일을 탑재하는 겁니다. 그 경우 탐지와 요격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으니까.”
“하긴, 그편이 대응 속도가 빠르기는 하겠군요.”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 듯 다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묻는다.
“하지만 고작 평범한 대공미사일로 상승 단계의 탄도미사일을 잡는 것이 가능합니까? 일단 탄도미사일의 속도 자체를 따라잡지 못할 텐데요?”
“평범한 대공미사일이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그게 극초음속 요격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아무리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도 그걸 상승 단계 내에서 잡을 수가 있다고요? 탄도미사일의 상승 단계는 불과 몇 분에 불과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지금 개발되고 있는 탄도미사일 종류들의 추진력을 감안하면 1분 30초 내외가 한계죠. 하지만 남과 북의 거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해서 탐지와 동시에 공중에서 마하 6 이상의 속도를 가진 요격체가 가동되면 그 시간 안에 요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 부분에 있어선 남북 간의 거리가 짧은 것이 참 다행인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만약 현재보다 거리가 멀었다면 당장 요격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둘째 치고 미사일의 사거리 자체가 문제점이 되어버리거든.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자산 대부분은 남한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상황.
고고도 정찰기만 있다면. 그리고 거기에 요격체계만 탑재할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문제는 그거라는 말이지.’
우린 정작 그걸 확보할 방법이 없다는 것.
“한가지 염두에 두실 점은 그게 고고도 무인 정찰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그 정찰기에 무장 탑재가 가능할 때의 이야기라는 겁니다. 즉, 당장은 실현 불가능한 명제라는 소리죠.”
난 혹시라도 대통령이 헛된 꿈에 부풀까 싶은 마음에 재빨리 사실을 알렸다.
뒤늦게 현실을 깨달은 대통령은 미간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그렇군요. 우린 고고도 정찰기가 없죠. 설사 도입하고 싶다 해도 미국에서 그걸 판매하지도 않을 테고.”
“설사 판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거기에 무장을 장착하는 것은 아직 미국도 시도를 안 했던 부분이고, 설사 우리가 시도를 한다 해서 미국이 허락할 리가 없으니까요.”
“흠…….”
그는 다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상황이 그렇다면 결국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내가 정말로 제시하고 싶었던 방법은 그게 아니다.
즉, 아직은 실망할 상황이 아니라는 거지.
“이 시점에 제가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을 전해드리자면 상승 단계의 요격이 꼭 그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
그 말에 대통령이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재촉의 눈빛이 도를 넘을 지경.
마침 테이블에 있던 종이와 펜을 집어 들고 설명을 이었다.
“일단 정찰 자산은 무인기 대신해서 곧 개발을 시작할 조기경보기와 신호 정찰기로 대처하면 됩니다. 그리고 공중에서가 아닌 지상에서 요격체를 날리는 거죠.”
“하지만 지상에서 요격체를 발사하면 그만큼 대응시간이 늦어지…….”
대꾸하던 대통령은 순간 말끝을 흐렸다.
마치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를 채기라도 한 듯.
슬쩍 고개를 끄덕인 난 다시 설명을 이었다.
“맞습니다, 지금 러시아와 개발 중인 극초음속 추진체 기술을 활용하여 요격체에 적용하는 거죠. 그걸 무인기의 탐지 시스템 및 중앙방공 통제소와 연동하여 탐지 즉시 발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지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작 1분 30초 사이에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리나라의 경우엔 요격체가 마하 12의 속도를 내면 지상에서도 가능은 합니다. 그 정도 속도면 탄도미사일의 발사 위치가 대략 300킬로미터 내에 위치 하고 있을 경우 불과 1분 만에 목표에 도달하니까요.”
“……마하 12요?”
“네, 진정한 극초음속의 영역이죠.”
“허어…….”
대통령은 황당하다는 듯 쳐다봤다.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닌 상황.
하지만 상관하지 않은 채 설명을 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상 발사의 경우엔 그 시간에 발사 후 반응시간과 속도변화의 요소를 더해야 한다는 건데, KTMO CELL(탄도탄 작전통제소)을 운용하는 경우 그걸 대략 15초 정도로 줄일 수 있습니다.”
“아슬아슬하군요.”
“네, 그래서 보다 최선의 방법은 요격체를 휴전선 최 인근 지역에 배치하는 거죠.”
“…….”
대통령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싶은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슬쩍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이것 참, 그렇게까지 초를 다투는 문제라니. 뭐 그건 그렇다 치고, 혹시 지금 개발 중인 전투기를 정찰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일전에 우리가 개발하는 수준의 전투기 정도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들었습니다만.”
난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실은 그것도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
이럴 때 보면 확실히 그도 이 방면에 대한 지식이 보통은 아니다.
“현재 장착 예정인 AESA의 RF신호 탐지능력이 탄도미사일 탐지에 용이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 앞서 말했던 탐지와 동시에 요격이라는 시스템을 활용할 수도 있기는 하죠. 일례로 미국의 경우엔…….”
무심코 말을 뱉어내려다간 멈칫했다.
자칫 F35를 들먹일 뻔했거든.
실제 미국의 경우는 F35의 레이더와 센서들을 활용하여 정찰 임무를 부여하고 상승 단계의 요격시스템을 구상했었다는 사실을.
“미국의 경우엔?”
대통령은 내가 말을 머뭇거리자 대답을 재촉했다.
슬쩍 눈치를 살핀 후 슬그머니 말을 돌렸다.
“아! 어쨌건, 전투기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은 하다는 겁니다. 단지 그 경우 문제점이 좀 많다는 것이 흠이지만.”
“무슨 문제점이요?”
“아무리 교체 투입한다고 해도 유인 전투기를 24시간 운용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과도한 운용으로 인한 기체의 수명하락을 야기한다는 것.”
“……그 점은 또 미처 생각을 못 했군요.”
워낙 깊은 이야기들이 오고 간 탓인지 대통령은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이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다 한 상태.
슬며시 몸을 일으키려는데, 그가 툭 하고 다시 말을 던진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우리가 고고도 무인기를 자체 개발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안타깝지만 그건…….”
난 말을 뱉어내다간 잠시 멈칫했다.
이스라엘.
그들이 개발을 중단해 버렸던 고고도 무인 정찰기가 떠올라 버렸거든.
뛰어난 레이더와 IR신호 탐지 및 RF신호 탐지능력.
그리고 무려 1톤에 달하는 미사일의 무게를 버텨줄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가진 물건.
하지만 그것 역시 결국엔 주변환경 변화와 일부 기술적 문제로 폐지가 된 상태.
난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말했다.
“안타깝지만 불가능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왠지 뒤끝이 남았다.
역사적으로 이스라엘은 무인기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곳. 게다가 우리와 여러 면에서 협조가 가능한 국가 중 하나다.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그걸 되살려서 공동개발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라는 소리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진정 탐지와 요격을 동시에 가능한 시스템 구축도 꿈만은 아니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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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늘 오전 북한 탄도미사일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처들을 발표했습니다.]
며칠 후, 대통령은 내게 했던 말대로 KMD의 구축이 이미 완성되었음을 언론에 발표했다.
저고도는 물론 중고도와 고고도에서의 요격실험이 뉴스를 탄 것은 물론.
덕분에 한동안은 청와대가 주변국들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방문에 몸살을 앓았다는데, 그 정확한 내용에 대해선 의아할 정도로 소식이 없는 상태다.
-극초음속 요격체계 개발이 승인되었습니다. 현무의 경우처럼 개발 자체를 기밀로 지정했기에 의회로 인해서 시간을 뺏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청와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딱히 돈도 되지 않는 일이었기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 군의 전력이 상승한다는 것만큼은 긍정적으로 봐야겠지.
난 그길로 즉시 러시아와 공동 개발 중인 극초음속 개발센터로 향했다.
[갑자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러시아 측 연구원들의 감시역을 맡고 있는 나타샤는 그새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짧은 인사를 끝으로 나를 연구소로 안내하려 앞서가던 그녀.
[잠시 나 좀 봅시다.]
즉시 그녀를 다시 돌려세우곤 한참을 쳐다봤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나타샤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내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걸까, 곧 진중한 표정이 되어 내 눈을 직시한다.
[푸틴 대통령님께 말 좀 전해 주시죠. 우리 이제 서로 줄다리기는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