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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09화 (109/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09화

“혹시 실험과정에서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당장 생각나는 건 그것뿐인 터라 되물었다.

하지만 임 전무의 고개가 단호하게 가로저어진다.

“실험 자체를 아예 안 했다고 방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 그랬죠, 참.”

임 전무는 평정심을 잃어버린 나를 의외라는 듯 쳐다보며 대꾸했다.

젠장, 그게 어디 보통 소식이었어야지.

어색한 마음에 웃어 보이자 그가 말을 잇는다.

“게다가 설사 실험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해도 저들로서는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죠. 어차피 지하 갱도에서 하는 실험인 마당에.”

“흠…….”

그 말도 딱히 틀린 것은 아니었던 터라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후 우린 한참을 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봤지만 결국 이렇다 할 답은 얻지 못했다.

“혹시 국정원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국정원도 쉽게 판단을 못 내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당분간 답을 얻을 방법은 없겠군요. 알겠습니다, 당분간 임 전무님께서는 그 부분을 좀 집중적으로 알아봐 주세요.”

짧은 당부를 남기고 돌아서는 내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왜일까.

오로지 그 하나의 명제로 인해서.

멈칫!

그리고 그때, 조금은 생뚱맞은 생각 하나가 뇌리를 스치며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투발 수단. 설마 그걸 먼저 완성하려는 의도는 아니겠지?’

******

“구경을 달리해서 개발하는 방향으로 간다고요?”

이튿날 합참을 찾은 난 공중폭발탄의 구경을 확대하는 것을 합참의장에게 정식으로 제안했다.

그게 행여 공정한 경쟁에서 벗어나는 일이라 생각한 걸까, 합참의장은 자못 부정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되면 LIC측이 불리할 수 있습니다.”

“그야 당연하죠. 해서 전 양측 모두가 20밀리와 25밀리 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흠…….”

얼핏 부정적인 침음성이 들려왔다.

그렇게 되면 공정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나 군의 요구조건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 거겠지.

하지만 더 나은 방향이 있다면 고치는 것이 옳은 거다.

“참고로 말하자면 20밀리로는 40밀리 유탄을 대체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렇다고 구경을 늘리면 휴대성을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기에 탄환의 길이를 늘인 것 아닙니까.”

“물론 발상의 전환으로서는 훌륭하죠. 하지만 불과 5밀리라도 구경의 차이에서 오는 화력증가의 정도는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

합참의장은 그 말에 침묵했다.

“혹시 또 모르죠. LIC 측에선 20밀리를 고집할지도. 하지만 그 경우엔 더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두 업체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서 그중 보다 효율적인 것을 택하면 되니까.”

“흠…….”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고민의 빛이 어려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평소보다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한 가지만 묻죠. 정부가 무기구매 체계를 경쟁으로 바꾼 이유가 결국엔 효율성 때문 아닙니까? 한데 그걸 높이는 방안이 나왔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죠.”

“…….”

합참의장은 그 부분에 있어선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내 한참을 더 고심하는 표정을 짓던 그는 곧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조만간 전체 회의를 통해 안건을 상정해보도록 하죠. 진 회장의 말처럼 어차피 경쟁체제라면 다 각도로 접근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테니까.“

내심 안도의 한숨이 뱉어졌다.

난 적어도 25밀리가 답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물론 LIC 측에서 20밀리를 선택하고, 나보다 나은 결과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경우엔 어쩔 수 없는 거다.

그저 내 판단이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수밖엔.

“그나저나 소식은 들었습니까?”

생각이 깊어질 무렵 합참의장이 넌지시 말을 뱉었다.

무얼 의미하는지는 짐작이 가는 상태.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들자 그가 다시 말을 잇는다.

“국정원에선 북이 핵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난 그래서 더 의심스러워요.”

“저도 그 점은 내내 고민을 해 봤는데…… 혹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

합참의장은 재촉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당장 핵실험부터 해 버리면 국제사회의 제재 수준이 어마어마할 것 아닙니까. 해서 그나마 제재가 덜한 투발 수단을 먼저 완벽하게 확보하자는……그런데 그 경우엔 북이 핵 개발 성공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는 상황이라는 전재가 붙기에 사실 무리한 추측이기는 합니다.”

“그렇겠죠. 한데 투발 수단이라면, 탄도미사일을 말하는 겁니까?”

그는 동그란 눈을 하며 되물었다.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선 전적으로 내 상상일 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그가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미국 측이 제공한 정보에 의하면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는 없었습니다.”

실은 그래서 더 내 추측에 대한 신빙성을 갖지 못하는 중인 거다.

저들의 수준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그 준비과정이 고스란히 위성에 드러났을 터.

하지만 임 전무의 전언에 따르면 그런 징후는 없었다고 했거든.

게다가 정말 저들이 핵실험을 후 순위로 미루었다면 정말로 핵 개발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건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똑똑!

한참 생각이 꼬리를 물던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의장님!”

곧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선 이는 그의 부관쯤으로 보이는 인물.

급하게 달려온 듯 한껏 숨을 몰아쉬던 그는 힐끗 나를 한번 쳐다보곤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잠시만…….”

합참의장은 내게 양해를 구하곤 방을 빠져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돌아온 그의 얼굴엔 잔뜩 주름이 지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진 회장님은 돗자리를 깔아야 할 운명인가 봅니다.”

“…….”

“빌어먹을, 북한이 지금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답니다.”

“그게 무슨…… 아무런 징후도 없었다면서요.”

놀란 마음에 다급히 물었다.

여전히 일그러져 있는 얼굴로 그가 다시 말한다.

“그게……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했답니다.”

“…….”

******

[북한은 오늘 오후 4시쯤 동해상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군의 발표에 의하면 1998년도에 이어 두 번째로 탄체가 일본 상공을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늦은 오후, TV에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시끄러웠다.

군의 추측에 의하면 사거리가 무려 3000킬로미터급에 이르는 그것은 유유히 일본 상공을 지나쳤고, 덕분에 일본은 지금 온 나라가 경기를 일으키는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심각한 도발 행위로 간주하고 있으며, 미국과 함께 공동의 대응을 해 나갈 것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일본 정부의 발표는 신속했다.

뒤이어 전해지는 저들과 관련된 소식은 시민들이 온갖 물건을 사재기하고 있다는 것.

좀 어리석게 보이는 상황이었음에도 뭐라 할 수 없는 것은 당장 그런 혼란은 우리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마트를 비롯한 각 소매점에서는 지금 물건을 사재기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흠…….”

내 관심은 뉴스와는 상관없는 것에 꽂혀 있었다.

북이 아직은 성공해선 안 되는 3천 킬로미터급의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는 사실.

그것도 모자라 이동형 발사대를 갖췄다는 것.

이건 역사를 앞서도 지나치게 앞선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북한의 지금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할 테고, 누군가 조력자라도 있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외엔 답이 없지 싶었다.

하지만 대체 어디에서?

그 부분에서 벌써 턱 하고 벽이 생기는 터라 생각의 뿌리가 뻗어가지를 못한다.

[미국은 북한을 향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 일환으로 조만간 한미일이 공동으로 해상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향후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이라크에서 발을 빼지 못한 미국은 예상대로 조금은 소극적인 태도였다.

각종 제재안이 나오기는 했어도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치명적이지는 않은.

어쩌면 북이 노린 것은 이런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네, 진현승입니다.”

마침 걸려온 전화의 발신자는 국정원장이었다.

어딘가 소란스러운 곳에 있기라도 한 건가.

주변에서 들려오는 잡음이 만만치가 않다.

-혹시 지금 시간 좀 됩니까?

“…….”

******

“진현승 회장님 도착하셨습니다.”

연락을 받고 찾아간 곳은 청와대 인근의 한적한 뒷골목에 있는 건물이었다.

주변 경계가 삼엄한 것으로 봐선 안에 VIP들이 자리하고 있는 느낌.

뭔가 또 내가 모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늦은 밤에 미안합니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자 꽤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하여 퇴역 장성들인 듯 보이는 사내들. 그리고 몇몇 방위산업체 총수들까지.

뭔가 중대한 대화가 오고 가고 있었던 듯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가 않다.

“김태익 합참의장은 지금 합참 본부에 있습니다.”

내가 두리번거리는 것을 의식한 국방부 장관이 넌지시 말했다.

혹여 내가 그를 찾는 것이라 생각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자 커피잔 하나가 들이 밀어진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여기 모이신 분들은 내일부로 정부의 대북정책 분야 자문위원으로 위촉될 것임을 밝힙니다.”

“…….”

그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서로를 돌아봤다.

이내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순간, 장관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해서, 일정 한도 내에서 북과 관련된 몇몇 정보들은 여러분들에게 공개될 것이고, 그 탓에 여러분들에게도 기밀유지의 의무가 주어질 겁니다.”

듣고 있자니 그건 이번 정부의 조치인 듯싶었다.

딱히 할 말이 없어 침묵하자 장관이 가만히 나를 따로 불러들인다.

“진 회장께서는 저와 청와대로 좀 들어가시죠.”

“…….”

“어차피 이 모임은 위촉에 관한 수락 여부와 기밀유출 방지에 대한 동의서를 받기 위해 모인 자리니 굳이 끝까지 자리를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앞서갔다.

곧 차에 오르는 순간 그가 다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솔직히 이건 대통령님의 생각이었습니다.”

“…….”

“전과 같지 않아서 요즘은 주변 눈들을 의식해야 하는 세상이지 않습니까. 해서 진 회장님을 비롯한 몇몇 정책에 도움이 될만한 분들을 아예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방법을 택하신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점은 나도 의식하고는 있었다.

전과는 달리 투명성이 강조되는 세상.

나 역시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이 조금씩 부담이 오던 차였다.

“이쪽으로 오시죠.”

도착하자마자 안내받은 곳은 별관 회의실이었다.

늦은 밤까지 양복을 벗지 않고 있던 대통령은 나를 보자 특유의 웃음으로 손을 내민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합니다.”

“저야 밤이고 낮이고 시간에 얽메이는 스타일이 아닌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맞아요, 그걸 알아서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는 한차례 웃음을 내뱉곤 자리를 권했다.

성격도 어지간히 급하지.

의자에 엉덩이가 닿자마자 본론이 튀어나온다.

“내일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기밀로 취급하던 KMD 시스템이 이미 완성되었음을 언론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KMD는 우리 군의 다층 방어시스템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천궁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배치가 시작된, 저고도 및 중고도. 그리고 고고도 방어시스템을 총칭하는.

하지만 정부는 고고도 요격시스템인 천궁3는 비밀로 하길 원했었는데, 그건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우리가 북의 탄도미사일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으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지금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는 그게 가장 위로가 될 테니까. 해서 말인데, 언론을 상대로 천궁시리즈의 요격 시연을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고도부터 시작해서 고고도까지, 전부 다.”

딱히 반론을 제시할 이유는 없었다.

당장 주변국들의 반응 따위보다는 국민들의 심적 안정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니까.

문제는 그 반응이라는 것이 예상보다는 격할 것이라는 점인데, 정부는 그마저도 감당할 생각인가보다.

“아마 주변국들이 받는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어쩌면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것보다 더.”

“그렇겠죠. 다른 건 둘째 치고 고고도 요격체계만큼은 그들이 감히 따라오지 못할 수준이라고 진 회장이 직접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현실로 직시하는 순간인데, 반응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겠죠.”

아무래도 단단이 각오를 한 모양이었다.

뭐 국가의 수반이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는데야 내가 뭐라고 할까.

문제는 그가 아직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는 거다.

“외람되지만 이건 꼭 말을 해드려야 할 것 같군요.”

“……뭘 말입니까?”

“우리의 KMD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

그는 이 상황에서 그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이걸 어디에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잠시 생각을 정리하곤 다시 말했다.

“우리가 보유한 KMD는 중간 및 종말 단계 요격시스템입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위협이 핵뿐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

“생화학 무기. 핵과는 달리 그걸 중간 및 종말 단계에서 요격했다간 우리 측의 피해가 어마어마할 거라는 점이 문제죠.”

순간 대통령의 눈빛이 강하게 흔들렸다.

미처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생각을 못한 듯.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내내 인상을 구기고 있던 그는 툭 하고 말을 던진다.

“그럼 북의 화학무기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해결방법은 없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없지는 않습니다. 좀 심각할 정도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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