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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08화 (10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08화

“이게 무슨.”

무심코 다음 페이지를 넘긴 순간, 마치 벼락이라도 내리꽂힌 기분이었다.

아무리 봐도 이건 DSAR-15pc의 모습이었으니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개머리판이었는데, 그 부분만을 제외한다면 이건 완벽한 DSAR-15pc 그 자체였다.

“이걸 다산의 엔지니어들이 제안했다고요?”

“네, 몇 년 전부터 연구원 몇몇이 틈틈이 연구를 진행했다는데, 이건 뭐 당장 시제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왜 여태 우리가 몰랐던 겁니까?”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했던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만약 공식적인 개발 사안이었다면 회장님 말씀처럼 회사 인수과정에서 이미 우리가 알았겠죠.”

“흠…… 뭐 그거야 그렇다 치고. 단지 몇몇 연구원들만으로 이런 구체적인 설계안이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군요.”

“저도 그 점에 놀랐습니다만, 어차피 설계에 국한된 것이었고, 또 그 분야에선 잔뼈가 굵은 친구들이니 시간만 충분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이게 제대로 된 설계안인지는 아직 장담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총기류라는 것이 단지 설계만 그럴듯하다 해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잘 설계된 총기라 해도 부품의 내구성과 열처리 방식. 그리고 부품들의 유기적인 조합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느냐를 확인해 봐야 비로소 개발의 성패를 판단할 수 있는 법.

즉, 시제품이 나와봐야 개발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데, 단지 이 설계만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다.

“가시죠.”

난 생각을 뒤로 한 채 연구실로 향했다.

지금 내게 중요한 점은 이게 성공적인 설계안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거든,

사실 DSAR-15pc는 기본적으로 HK-416을 참조한 물건인데, HK-416은 현 세계에서는 아직 시제품조차도 세상에 나오지 않은 상황이 아니던가.

삑!

연구실로 가는 길은 수 없이 많은 보안 해제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덕분에 주어진 여유로 인해 조급했던 마음은 살짝 가라앉았고, 3개의 문을 다 통과하는 사이 다시 냉철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똑똑!

“네?”

마지막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호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유리를 통해 내 신원을 확인한 연구원 중 하나가 깜짝 놀라 재빨리 문을 열었고, 난 쏟아지는 시선들을 마주하며 웃어 보였다.

“수고들이 많습니다.”

“회장님께서 여긴 어떻게…….”

내 갑작스러운 등장에 연구원들은 부산스럽게 책상을 치웠다.

여기저기 쌓인 빵 봉지며 우유 팩들.

전형적인 설계부서의 모습이다.

“미안하지만 이걸 제안한 분들이 누굽니까.”

“…….”

엔지니어들은 순간 당황스러운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를 쳐다봤다.

곧이어 손을 든 자는 두 명.

예상과 달리 그저 어느 연구소에서나 볼 수 있음 직한, 업무에 찌든 얼굴의 사내들이었다.

“저희들입니다.”

“미안하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이태훈이라고 합니다.”

“김규용이라고 합니다.”

얼핏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그들은 여전히 주눅 든 태도로 대꾸했다.

내가 무슨 저승사자도 아니고,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랄까.

하긴, 회장이라는 자가 다짜고짜 자신들이 제출한 설계도를 들고 나타났으니 당황스럽기도 했을 거다.

“미안하지만 이 설계안을 직접 만든 것이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표정을 봐선 거짓은 아닌 느낌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차 추궁을 해봤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H&K사가 전부터 특수전용 소총을 개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네, 그거야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로서는 말하기가 편하겠군요. 난 왠지 이 설계안이 그걸 토대로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맞습니까?”

“사진상으로 본 적은 있지만 그걸 토대로 한 것은 아닙니다.”

연구원 중 하나가 대꾸와 함께 컴퓨터를 켰다.

곧 파일을 열자 그 안에는 각종 총기들의 사진 파일들이 가득했다.

“저희가 입수할 수 있었던 H&K사의 신형 소총에 관한 자료는 이게 다입니다. 보시다시피 시제품 출시를 앞두고 그들이 공개한 외형에 불과할 뿐이죠.”

“…….”

“물론 총기류의 경우는 사진만으로도 설계방식을 짐작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이번 H&K사의 물건은 쇼트 스트로크 가스 피스톤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도 이 사진을 통해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난 대꾸 없이 묵묵히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저희가 그 물건을 카피했다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애초 쇼트 스트로크 방식은 H&K사의 전유물이 아니니까요.”

“그 부분에 대해선 나도 인정합니다. 가스 피스톤 식 AR은 이미 1970년대에 세상에 등장한 것이니 그걸 H&K만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내가 궁금한 것은 그런데 왜 하필 그걸 채택한 것이냐는 사실입니다.”

“저희가 그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우리 군이 보유한 K1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그게 최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특전사들은 물과 진흙탕과의 싸움이 생활화되어 있는 집단인데, 직동식인 K1의 경우는 자칫 잔 고장과 폭발의 위험성이 있죠.”

“하지만 쇼트 스트로크 방식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닐 텐데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쇼트 스트로크 특성상 추위에 가스 피스톤이 얼어 버려서 작동 불능에 빠질 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저희와 H&K사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바로 그겁니다. 우린 그걸 극복해 냈다는 것.”

그 말에 난 다시 설계도면을 쳐다봤다.

확실히 피스톤의 설계방식에 있어선 HK416이나 DSAR-15pc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

그건 곧 저들이 HK416을 완전히 카피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었고, 더불어서 이게 DSAR-15pc와도 다른 물건이라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즉, 저들은 무려 17년이나 앞선 기술을 제 손으로 창조해 냈다는 의미지.

“흠…….”

사실이라면 나로선 환영할 만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당장 복합소총의 개발을 앞두고 있는 나로선 저런 인재들의 등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니까.

“부사장님.”

난 그들의 말을 뒤로하고 김영기 부사장을 쳐다봤다.

한참 나와 연구원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그는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여기 있는 두 분을 앞으로 K11 복합소총의 총기 부문 개발 책임자로 임명할 생각인데, 괜찮겠죠?”

“그거야…….”

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두 연구원.

그들은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싶은 얼굴로 한참을 내 얼굴만 쳐다봤다.

“아!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두 분이 개발한 이 소총에 제식 명은 지어줬습니까?”

질문을 뱉어내곤 가만히 그들을 쳐다봤다.

이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못하거든.

막말로 17년이나 앞선 물건을. 그것도 더 발전된 형태로 개발해 낸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일까.

나로선 당연히 저들이…….

“아니요?”

하지만 그들은 멀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역시나 거짓은 전혀 섞여 있지 않은 눈빛.

대체 뭘 기대했던 건지.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

“어서들 오세요.”

며칠 후, K11의 개발에 참여할 모든 분야의 연구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회장실이라는 것 때문인지 다들 잔뜩 긴장하고 있는 눈치.

간단한 다과를 건네며 그들을 부른 이유를 먼저 설명했다.

“여러분들을 부른 이유는 이번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아 네…….”

연구원들은 쭈뼛거리며 차를 들이켰다.

대답은 했으나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채 이해하지 못한 낌새라 다시 설명을 이었다.

“아시겠지만 이전 개발안은 군에서 전면 폐지했습니다. 난 오히려 그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

“사실 복합소총이라고는 해도 그렇듯 복잡한 구조를 가진 물건은 전장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거든요. 해서 난, 소총과 20밀리 발사 시스템을 개별화할 생각입니다. 쉽게 말해서 모듈화로 인한 탈착이 가능한 구조로 가겠다는 거죠.”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준비했던 서류들을 건넸다.

찬찬히 얼굴을 살피자 유독 사통장치와 탄환을 담당한 개발자들의 얼굴에서 짙은 어두움이 드리워진다.

“저도 그 말씀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통장치의 무게를 이렇게까지 줄이는 것은 쉽지가 않을 텐데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오시스템이 개발 중이었던 사통장치의 무게를 답습한다면 전투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것이 뻔합니다.”

사실 이오시스템이 개발했던 사통장치가 가진 문제는 단지 무게만이 아니었다.

약한 내구성. 부족한 배터리 수명. 그리고 탄환과의 통신 불량에 따른 오작동 등등 뭐 말로 하자면 끝도 없을 정도.

그렇다고 이젠 태어나지도 않을 사통 장치에 그런 문제점들이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난 그걸 우리가 개발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 모든 조건을 다 해소하려면 세 분야의 연구 집단이 거의 매일 붙어 있어야 할 텐데요?”

듣고 있던 연구원들은 난색을 표했다.

지금과 같이 연구소가 제각각인 상황에서는 사실 그게 힘들기는 하지.

슬그머니 그들의 인사이동 명령서를 들이밀며 말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이 기회에 아예 프로젝트 연구인력 전체를 탈레스로 이동시킬 생각이니까.”

“저희 모두가 탈레스로 배치된다고요?”

대꾸를 하는 이들은 주로 재우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던 연구원들이었다.

이젠 국내 최고의 기초연구집단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그들로서는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이 탐탁지 않을 것은 당연한 사실.

난 즉시 설명을 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한 임시적인 조치입니다.”

“아……그나저나 탄환의 직경이 20밀리라면 군이 추가로 요구하는 ROC를 맞추기가 힘들 것 같은데요.”

아마 무안한 마음에 돌린 말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 역시 제법 무게감 있는 주제였던 것은 사실.

한차례 생각을 거듭한 후 평소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말했다.

“이전 기준으로 본다면 화력이 그렇게까지 부족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군이 변경한 ROC에 따르면 20밀리로는 아무래도 힘들죠. 해서 난 구경을 확장하는 것을 제안할 생각입니다.”

“그게 받아들여질까요?”

“그건 두고 봐야죠. 하니 일단 탄환 개발 부서에서는 당분간 사통장치와의 신호처리에 문제에 주력해주면 됩니다. 그리고…….”

말끝을 흐리자 연구원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옅은 미소와 함께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재우 연구소도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겁니다. 특히나 지금 개발 중인 경량복합재를 투입할 가능성도 있으니 희망을 가지세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연구원 중 하나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되물었다.

때마침 그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복합재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사통장치 분야.

그나마 넌 복 받은 줄 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삼켰다.

“만약 그걸 사통장치에 도입하면 무게를 최대 50%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배터리의 폭발에도 충분히 버텨줄 내구성을 갖추는 것이 가능하죠.”

“…….”

연구원의 눈은 커다래졌다.

무게와 내구성.

가장 큰 과제였던 다섯 가지 중 두 가지가 한 번에 해결되는 상황이니만큼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하지만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배터리의 경우는 좀 골치가 아플 겁니다. 영하 30도에서도 효율을 잃지 않는 것은 물론, 충격에도 강한. 그리고 긴 사용 시간을 보장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지닌 배터리를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테니까.”

“그 부분은 우리도 OICW가 채택했던 배터리를 도입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은데요.’

나도 그 생각은 해 봤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미국이 OICW의 개발을 취소해 버린 탓에 단가가 지나치게 높아질 것이 문제라는 거지.

사실 그 부분에 있어선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부분이다.

“저 그런데…… 소문에 의하면 미국도 여러 이유로 개발을 포기했다는 것 같은데, 그걸 우리가 끝까지 개발하려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네요.”

생각이 깊어질 무렵 연구원 중 하나가 넌지시 말했다.

그 부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정부가 진행 중인 사업을 내가 그만두라고 할 방법이 있을까.

내 입장에선 효율을 최대한으로 높여주는 것이 최선일 거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똑똑!

막 당부의 말을 남기려는 차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어지간한 일이라면 이런 회의 중간에는 방해하지 않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건만.

“들어오세요.”

의아한 마음에 소리치자 벌컥 문이 열리더니 임 전무가 파리한 안색으로 들어선다.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만,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왠지 심상치 않은 느낌에 양해를 구하곤 그를 따라나섰다.

비서실을 지나 인적이 없는 공간에 다다랐을 무렵 그가 한껏 진중한 표정으로 속삭인다.

“방금 북한이 핵실험을 위해 준비 중이던 지하갱도를 봉쇄해 버렸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의미죠? 핵실험을 시작한다는 말입니까?”

“그게 아니고, 아예 핵실험 준비를 중지했다는 의미죠.”

“갑자기 왜요? 핵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저들이 바보도 아니고, 실익도 없이 그걸 그냥 포기할 이유가 없죠.”

“…….”

그것도 맞는 말이긴 했다.

제 목숨줄이나 다름없는 것을 그냥 포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럼 대체 이유가 뭘까.

불현듯 알 수 없는 불길함이 마음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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