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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105화 (10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105화

[오늘 KAI는 자체개발 중인 전투기의 일부 시제기 조립장면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언론에 공개된 조립 행사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공개한 스팩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에서부터 시작해서 온갖 자료들을 통해 그걸 증명하는 반응들까지.

덕분에 윤 대표는 한동안 자신의 업무보다는 각계각층에 불려 다니며 그에 대한 해명. 아니 설명을 하고 다니기에 바빴고, 나 역시 각종 언론들로부터 시달림을 겪었다.

[파병 중인 우리 군 의료진들은 오늘 이라크 민간인들을 상대로 의료지원에 나섰습니다.]

어느덧 6월.

내 염려와는 달리 파병된 우리 군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는 사태는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공병대는 물론 의료지원단. 그리고 하다못해 지역 안정 군으로 투입된 특전사 병력들까지.

다행이라고는 할 수 있으나 저 평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사실 알 수 없는 문제다.

[미군은 여전히 도주 중인 사담 후세인의 체포에 주력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봤을 때 후세인의 체포는 아마 12월에나 성공하게 될 거다.

안타까운 것은 나 역시 그가 어디에서 체포되었는지 영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사실.

이걸 안타까워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가뜩이나 뒤죽박죽으로 변해가는 역사의 흐름에 내가 먼저 파문을 일으키는 것도 좀 그렇잖아.

“출발하실 시간입니다, 회장님.”

생각이 깊어지던 차에 김 비서의 재촉이 날아들었다.

얼핏 확인한 시간은 오후 2시.

그녀의 말처럼 예약된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선 당장 출발을 해야만 한다.

“라이언에게는 연락했습니까?”

오늘 미국으로 향하는 목적은 테슬라로부터 들려온 소식 때문이었다.

로드스터.

애초의 역사대로라면 2008년에나 등장해야 할, 테슬라 최초의 전기 차량이 완성되었다는 소식.

창립 이후 처음 맞이하는 대형 행사인 터라 창업자 중 하나인 나의 참석은 당연했고, 결국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낸 터다.

“라이언 JW-I 대표님께는 이미 연락을 드린 상태입니다만, 이번 출장 일정에 대해선 좀 의아해하시던데요?”

그로선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할 거다.

보통이라면 불과 사흘을 넘지 않을 일정을 무려 열흘 가깝게 잡아둔 상태니까.

뭐 그거야 만나면 알게 될 일이니 굳이 지금 설명할 필요는 없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트렁크에서 짐을 내린 양 비서는 얼핏 후련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긴, 그로서는 장기 휴가가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억울하게도 그 부분에 대해선 나도 할 말은 있는데, 사실 휴일을 챙겨 먹으라고 해도 기어이 365일 내 곁을 지킨 것은 그의 의지였지 내 의사는 아니었다.

“그동안 양 비서도 푹 좀 쉬고 있어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피식.

헛웃음을 날린 채 돌아서자 인천공항의 거대한 캐노피가 눈에 들어왔다.

개항은 2001년도에 했지만, 그동안엔 여전히 김포공항을 주로 이용했었던 나로서는 처음 이용하는 상황.

막상 그 모습을 다시 마주하게 되자 주체 못 할 흥분감이 몸을 사로잡는다.

뭐랄까, 이제야 내 원 역사와의 접점을 하나쯤은 찾아낸 기분.

아니, 2020년대로 다시 돌아온 듯한 느낌.

‘미래를 향한 향수라니…… 이것도 웃기는 일이군.’

********

[웰컴!]

도착한 공항엔 예정대로 라이언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경호 인력을 염두에 둔 듯 그가 준비한 차량은 무려 6대.

시간이 빡빡했던 터라 우린 곧바로 그 차량을 이용하여 행사장으로 향했고, 결국 행사 시작 코앞이 되어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행사장인 테슬라의 연구단지엔 이미 수없이 많은 외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 제일 의외의 인물이었던 것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하긴, 앞으로 테슬라가 팔로알토에서 창출할 경제효과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위잉!

행사의 첫 시작은 1호 로드스터의 주행시범이었다.

전기차 고유의 높은 토크로 인해 비교 대상 차량 들을 압도하는 출발속도.

이후 트랙을 도는 놈은 최고시속 200킬로를 찍었고, 그럼에도 차체의 흔들림이라고는 1도 없는, 안정적인 주행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은 한번 충전으로 400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뒤편에서 들려오는 에버 하드의 설명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사이 고생이 심했던 듯 부쩍 주름이 늘어난 기분.

말이 부사장이지, 실제로는 수석엔지니어의 역할까지 감당해야 했을 그로서는 나 못지않은 피곤한 나날들을 보냈을 거다.

[수고가 많았습니다.]

[이제 시작인 마당에 그런 말을 듣기는 좀 민망하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게 당장 팔려나가는 것엔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야 당연하죠. 아직은 생소한 플렛폼이기도 하고 또 뒷받침해줄 인프라도 없으니까요. 나 역시 당장 저걸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없습니다.]

찰칵! 찰칵!

[우린 로드스터를 시작으로 무공해 차량의 개발에 지속적으로…….]

행사장 한편에선 라이언이 언론을 상대로 취재에 응하고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나나 에버 하드가 맡아야 할 역할이었지만 둘 다 이런 쪽으로는 영 재주가 없는 인물들.

한데 보아하니 잘한 결정인 듯한 느낌이 든다.

누가 로비스트 출신 아니랄까 봐 말재주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거든.

[그나저나 언제쯤에나 완성이 되겠습니까?]

언론에 시달리는 라이언을 묵묵히 지켜보던 에버 하드가 슬쩍 다가와선 물었다.

필시 전고체 전지의 개발 상황을 묻는 것일 터.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곤 그의 귓가에 속삭이자 화색을 밝힌다.

[정말 내후년쯤이면…… 그럼 우리도 슬슬 본격적인 생산 시설 확충에 시동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그 부분은 부사장님께서 신경을 좀 써주시죠.]

[그거야 문제 될 것은 없는데, 전장 업체가 문제군요.]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선 고민을 해봤다.

자동차 생산에 있어서 필수요소인 전장 부분.

하지만 지금의 체계로는 안정적인 공급은 둘째 치고 우리 실정에 맞는 부품개발조차도 힘에 부친다.

[그 부분은 라이언 대표에게 일임할 생각입니다. 조만간 적당한 업체를 선정해서 인수를 시도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예 인수를 한다고요? 금액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그의 말에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뭐 연구에만 빠져 있는 그로서는 현 재우의 자본력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렇다고 구구절절이 설명하기도 뭣하다는 생각에 툭 하고 어깨를 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와! 역시 사람 상대하는 것이 제일 힘들어.]

인근 호텔에서 시작되었던 행사 이후의 파티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아무리 버티려 했지만 끝내 시차를 이기지 못한 나는 결국 방으로 올라왔고, 분위기를 살피던 라이언 역시 은근슬쩍 뒤따라온 상태였다.

[그래도 우리끼리는 간단하게라도 한잔해야지.]

라이언은 잠에 취해 누워 있는 나를 기어이 끌어냈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눈빛.

이유가 뭔지는 대충 짐작이 가기에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뭣 때문에 일정을 길게 잡은 건지 묻고 싶은 거면 내일 가보면 알아. 하니 잠이나 자둬. 나 지금 당장에라도 기절할 것 같아서 지금은 도저히 설명할 기운이 없으니까.]

[…….]

******

[지금 당장 매사추세츠주로 날아간다고?]

이른 아침부터 서두르는 나를 향해 라이언의 비명이 날아든다.

당장에라도 목적을 설명하지 않으면 시위라도 할 기세.

마지막 남은 짐을 가방에 넣으며 지나가듯 말을 뱉어냈다.

[하버드로 갈 거야.]

[자네가 하버드에는 왜?]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누구를? 거기 교수 중에서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그는 가방을 집어 드는 나를 가로막으며 다시 물었다.

슬쩍 그의 가방을 눈짓하며 채근하자 비로소 뒤를 따른다.

[자네가 만나야 할 교수라면 하버드가 아니라 MIT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정확히는 교수가 아니라 학생이야.]

멈칫!

라이언은 그 말에 걸음을 멈춘 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해해.

대그룹 회장이 고작 학생 하나 만나자고 그 먼 길을 날아간다는 건 분명 상식 밖의 일이니까.

웃으며 다시 앞장서자 그가 소리친다.

[하버드에 점 찍어둔 천재라도 있는 거야? 아니지, 그런 천재가 있다 하더라도 역시 MIT로 가야지 하버드는…….]

[마크 주커버그.]

[…….]

[그게 내가 만나야 할 학생 이름이야.]

[……그게 누군데?]

[글쎄, 지금은 그냥 평범한 청년?]

라이언은 더없이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딱 거기까지.

웃으며 돌아서자 그가 마뜩잖다는 표정으로 다시 따라붙는다.

[……그게 누군지는 몰라도 지금 장난하는 거지? 고작 이름도 생소한 하버드 재학생 하나 만나자고 지금 미 대륙을 횡단하겠다고?]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한 친구니까. 아무튼, 한 가지만 알아둬. 우린 앞으로 수백억 달러를 벌어다 줄 수 있는 존재를 만나러 가는 중이라는 것.]

[…….]

******

[여기오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나는군.]

메사츠세츠주 케임브리지.

라이언과 난 하버드 인근의 한 카페에서 오랜만의 여유를 즐겼다.

우리의 모교인 MIT 역시 케임브리지에 위치하고 있는 터.

라이언은 옛 향수에 젖기라도 한 듯 한껏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참, 자네 그 이야기 들은 적 있나? 준이 놈과 내가 한때 하버드 법대에 다니고 있던 한 여인에게 꽂혀서 이 근처를 밥 먹듯 왔었다는 사실.]

[준이 놈이 설마 그랬을 리가…….]

난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시절 난 오로지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하는 폭주 기관차와도 다름없었던 상태였는데, 여자는 무슨.

하지만 농담이 아니었던 건가.

라이언은 흥분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말의 의미는 뭐야? 나는 몰라도 준이 놈은 그럴 놈이 아니라는 거냐?]

[왜 불똥이 또 그쪽으로 튀어? 난 그냥 준이 놈이 여자 뒤나 졸졸 따라다니는 성격은 아니라는 말을 한 건데.]

[이 친구 뭘 모르네.]

라이언은 마치 나를 세상 물색 모르는 철부지 보듯 쳐다봤다.

대체 이 시대의 준과 난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왔던 걸까.

저건 꼭 내가. 아니 준이 천하에 다시 없을 연애 박사였음을 말하고 싶은 눈빛 같은데, 대체 왜 이렇듯 괴리가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대체 마크라는 친구는 어떻게 찾을 건데?]

생각이 깊어지던 순간 라이언이 핵심을 찔러왔다.

사실 나로서도 그가 학교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창업했다는 것 외엔 별달리 그에 대해 아는 바는 없던 상태.

안 그래도 지금부터는 그를 만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나도 그가 여기 컴퓨터과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것밖엔 아는 바가 없어.]

[뭐 그거라도 알고 있는 것은 다행이군.]

라이언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쳐다봤다.

그러다 뭐가 떠올랐는지 슬쩍 눈매가 뒤틀린다 싶더니 곧 짝 하고 손뼉을 마주쳤다.

[혹시 학과 기숙사에 있지 않을까? 타지역 출신이면 기숙사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잖아.]

그 말을 듣고 보니 뒤늦게 떠오른 사실이 하나 있었다.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한 곳이 바로 학과 기숙사였다는 것.

난 즉시 라이언을 향해 되물었다.

[자네 혹시 하버드에 연이 닿는 사람 없어? 행정처 사람이면 더 좋고.]

[글쎄…….]

그는 말을 뱉어냄과 동시에 수트 안 주머니에서 손때 묻은 수첩과 노란색의 짜리몽땅한 연필을 하나 꺼내 들었다.

이내 한참을 페이지를 넘기는가 싶더니 찍 하고 수첩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넣곤 그걸 슬쩍 내 앞에 들이민다.

[한 명 찾았어.]

그가 표시한 곳엔 엘리엇 바이브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로선 누군지 감도 오지 않는 상황.

눈매를 일그러트리자 그가 툭 하고 말을 던진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 친구가 하버드 총장 아들의 친구야.]

[…….]

순간 헛웃음이 뱉어졌다.

이건 뭐 말 그대로 사돈의 팔촌의 이종사촌과 아는 사이라고 해도 다를 것이 없는 관계가 아닌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물었다.

[자네와는 무슨 관계인데.]

[어 그게…….]

라이언은 대답을 머뭇거렸다.

왠지 불길한 마음에 다시 눈매가 찌푸려지려는 순간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연다.

[실은, 내 전 와이프의 오빠야.]

[……자네 이혼 경력이 있었어?]

엉뚱하게도 그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실수다 싶어 손사래를 치자 그가 변명하듯 말을 잇는다.

[전 와이프가 성격이 장난 아니었거든. 문제는 여기 이 엘리엇이라는 친구도 그녀를 닮아서 성격이 고만고만하다는 거지. 그래도 시도는 한번 해 볼까?]

[그걸 말이라고 해?]

라이언은 내 타박에 움찔하곤 즉시 휴대폰을 들었다.

신호가 가는가 싶더니 그가 곧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후 들고 있던 휴대폰을 갑자기 내게 들이민다.

"Motherfuc......"

아……그놈 참 재주도 좋네.

어떻게 패드립을 저렇게까지 찰지게 할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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